"이건 사기다. 국가적 차원의 취업 사기라고, 이건!"
루카스 에반스, 아니 전직 인류 구원의 영웅이자 현직 백수를 꿈꾸는 대마법사 레메게톤은 품속의 빳빳한 붉은 고지서를 보며 이를 갈았다.
[제국 특별 행정 연금실 경고: 귀하가 30일 이내에 국가 복직 권고에 불응하거나 행방을 밝히지 않을 시, 종신 연금 수급권이 영구 정지됩니다.]
연금 정지. 이 무시무시한 네 글자는 평생 침대 위에서 뒹굴며 최고급 프랑스식 타르트나 파먹으려던 루카스의 웅대한 '무위도식 은퇴 계획'을 뿌리째 뒤흔드는 핵폭탄이었다.
"내가 어떻게 구한 평화인데! 마왕 목을 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연금으로 협박을 해? 이 빌어먹을 공무원 자식들이!"
결국 그는 제국의 끈질긴 추적망을 피하고, 아카데미 장학생 신분으로 제공되는 온갖 행정적 면책 특권을 얻기 위해 왕립 라클레어 아카데미의 칙칙한 검은색 제복을 입어야만 했다. 그것도 쥐꼬리만 한 생활비를 받는 '평민 장학생 루카스'라는 가짜 이름으로.
* * *
라클레어 아카데미의 첫 전공 강의, '기초 마나 제어론'.
화려한 샹들리에와 대리석으로 장식된 강의실은 제국 전역에서 모여든 내로라하는 천재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루카스는 구석진 자리에 엎드려 턱을 굄 채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삼켰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조용히 출석이나 채우고 장학금을 유지하며 유령처럼 졸업하는 것뿐이었다.
"거기, 평민 장학생. 수업 태도가 불량하군. 귀족들의 배움터에 무임승차했으면 최소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차가운 목소리가 강의실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제국 최고의 명문, 발루아 공작가의 영애이자 마탑의 초엘리트 코스를 밟은 실비아 드 발루아였다. 그녀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다듬어진 단발머리를 휘날리며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갔다.
"오늘 내가 발표할 수식은 기존 마탑의 마나 증폭 공식을 무려 12%나 개선한 신형 공식이다. 다들 펜을 멈추고 주의 깊게 보도록."
실비아가 분필을 쥐고 칠판 가득 복잡한 수식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스르륵, 사각사각, 탁!*
수십 명의 학생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강의를 주재하던 늙은 교수조차 안경을 치켜올리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오오, 과연 발루아 영애야! 저 정밀한 공명 제어식을 보게나! 마나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출력을 극대화했군. 역시 마탑의 천재다!"
"그러게 말이야. 저 공식을 보고도 졸고 있는 평민 놈은 뇌가 장식인 게 분명해."
주변의 쑥덕거림이 루카스의 귀를 때렸다. 하지만 구석에 앉은 루카스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저게... 저게 공식이라고?'
루카스의 내면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중증 마법 꼰대증'이 발작하듯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비친 실비아의 수식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마나 유입 경로를 왜 저렇게 쓸데없이 꼬아놓은 거야? 저러면 회로가 과열되잖아. 게다가 3단계 공명 주기는 또 왜 저리 길어? 마나가 도중에 다 증발하겠네! 저건 증폭식이 아니라 마나를 길바닥에 뿌리는 뿌리기 식이지! 아, 머리 아파. 저 비효율적인 쓰레기를 보고 있으려니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다.'
루카스는 이마를 짚었다. 참으려 했다. 자신은 은퇴한 영웅이고, 지금은 평범한 장학생 루카스니까. 눈을 감자. 생각하지 말자. 하지만 칠판 위에서 춤추는 엉터리 수식들은 그의 마법사로서의 영혼을 사정없이 채찍질했다.
'아, 안 돼. 참아야 해. 내 연금... 내 침대...!'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루카스의 발걸음이 무의식적으로 단상을 향해 움직였다.
"어머, 루카스 에반스? 왜 앞으로 나오는 거지? 내 공식이 너무 어려워서 질문이라도 하러 왔나?"
실비아가 불쾌한 듯 눈썹을 일자로 찌푸렸다.
루카스는 대답 대신 실비아의 손에서 분필을 낚아챘다.
"잠깐 비켜봐요. 눈이 사시가 될 것 같으니까."
"뭐, 뭐라고?!"
강의실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루카스는 칠판 앞으로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교실 뒤편 구석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뜬금없이 거대한 밀가루 포대 같은 것들이 쌓여 있었다. 보통의 밀가루가 아님을 루카스의 예리한 감각은 단번에 알아챘다.
'저건... 엘리스의 제과실에서 흘러나온 황실 제한 제과용 최고급 슈가파우더 포대잖아?'
은밀한 단 것을 갈망하는 그의 본능이 그 포대의 존재를 뇌리에 각인했다. 아카데미 내에서 수입이 철저히 제한된 황실 전용 최고급 설탕이 왜 이곳에 방치되어 있는지는 나중에 알아볼 일이었다. 지금은 눈앞의 이 끔찍한 수식을 뜯어고치는 게 급선무였다.
*탁!*
루카스는 분필을 칠판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거침없이 실비아의 수식을 지워나가며 새로운 수식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기초 중의 기초인 1서클 불씨 마법 '이그니스'조차도 이렇게 공명 주기를 극도로 한계까지 조율하면..."
그가 적는 수식은 지극히 단순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마나의 흐름을 100% 완벽하게 통제하는 극상의 정밀함이 깃들어 있었다. 낭비되는 마나 제로. 회로의 과열 제로. 오로지 완벽한 효율만을 추구하는 원초적인 마법식.
실비아는 처음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루카스의 손끝에서 완성되어 가는 수식을 볼수록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 이건... 어떻게 이런 유기적인 연결이 가능한 거지? 마나의 손실율이... 0%라고? 그런 수식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텐데?"
교수의 안경이 코끝으로 완전히 흘러내렸다.
"말도 안 돼... 이건 현대 학계의 정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아니, 초월한 수식이다! 1서클 마법의 공식을 이렇게 개변하다니!"
그 순간, 루카스의 체내에서 잠자던 골든핑거 '무의식적 마나 동화'가 본능적으로 발동했다. 수식이 100%를 초과하는 순간, 아카데미 대기 중의 마나가 미친 듯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어, 어라?"
루카스가 당황하기도 전에, 칠판 위에 적힌 수식이 스스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반적인 붉은 불꽃의 마나색이 아니었다. 오직 세계의 끝을 본 자만이 다룰 수 있는, 눈이 시리도록 고결한 '은백색 마나'의 빛이었다.
*슈우우우웅-! 파지직!*
은백색 마나의 폭풍이 강의실 내부를 휩쓸었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마법 등불들이 과충전되어 태양처럼 밝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펑! 펑! 펑!*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등불들이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불꽃놀이처럼 터져 나갔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그것은 공포가 아닌 경외와 경악의 비명이었다.
"신화급... 신화급 설계다!"
늙은 교수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1서클 불씨 마법으로 아카데미 전체의 대형 마력로를 강제로 공명시키다니! 이 수식은... 고대 대마법사의 재림이다! 자네, 대체 어느 마탑의 비밀 후계자인가?!"
실비아는 넋이 나간 채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났고, 그 파편 위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에 대한 경외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 평민 장학생이라니, 그런 거짓말을 누가 믿을 것 같아?"
루카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차. 힘 조절 실패했다. 그냥 훈수만 두려고 했는데! 왜 마나가 제멋대로 날뛰는 건데!'
동시에 대가가 찾아왔다. 무의식적 마나 동화의 부작용인 극심한 차원 과민증. 뇌세포 한구석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도의 피로감과 함께, 당장 단것을 먹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은 공복감이 전신을 덮쳤다.
"으윽..."
루카스가 비틀거리며 관자놀이를 짚은 바로 그 순간.
*쾅-!*
강의실의 굳게 닫힌 문이 거칠게 열렸다.
차갑고 엄숙한 기운을 풍기며, 은빛 배지를 가슴에 단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완벽주의와 관료주의의 화신, 학생회장 알베르트 반스였다.
그의 매서운 눈동자가 강의실 내부를 휩쓸고 있는 이질적인 은백색 마나의 잔재를 정확히 포착했다.
"방금 아카데미 결계를 흔든 무단 고출력 마법 방출을 감지했다. 교칙 제14조 위반이다. 범인은 누구지?"
알베르트의 시선이 비틀거리는 루카스의 얼굴에 꽂혔다.
"방금 아카데미 결계를 흔든 무단 고출력 마법 방출을 감지했다. 교칙 제14조 위반이다. 범인은 누구지?"
알베르트의 시선이 비틀거리는 루카스의 얼굴에 꽂혔다.
강의실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뚝 떨어진 듯했다. 학생회장 알베르트 반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저 인간은 교칙과 행정의 화신이자, 학내의 모든 '규격 외 변수'를 극도로 혐오하는 질서 결벽증 환자였다.
그의 뒤로 학생회 규율부원들이 착, 착, 군대식 발걸음으로 도열했다.
"회, 회장님! 그게 아니라 이 학생이 방금 엄청난 마법식을……!"
늙은 교수가 흥분해 침을 튀기며 설명하려 했지만, 알베르트는 가볍게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자른 뒤 오직 루카스만을 응시했다. 은빛 안경테 너머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교수님, 학내에서의 미승인 고서클 마법 시전은 엄격한 징계 대상입니다. 게다가 이 마나의 색……."
알베르트가 허공에 떠도는 은백색 마나의 잔재를 향해 장갑 낀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은 은백색 입자가 파지직, 하고 미세한 정전기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제국 특별 행정 연금실에서 수배 중인 '그 인물'의 마나 파형과 일치하는군. 설명이 필요하겠어, 루카스 에반스 군."
'조졌다.'
루카스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지금 그의 뇌세포는 무의식적 마나 동화의 부작용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타들어 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핑핑 돌고, 뱃속은 마치 블랙홀이라도 들어앉은 것처럼 텅 비어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있는 실비아의 노란색 금발이 거대한 버터크림 케이크로 보였고, 알베르트의 은빛 안경테는 달콤하고 바삭한 설탕 공예 장식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당분……! 지금 당장 초고농도의 당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3초 뒤에 뇌가 리부팅된다!'
초비상 사태였다. 여기서 쓰러지면 정체가 들통나는 것은 물론이요, 평생을 약속받은 황실 연금 계좌가 공중분해 된다.
루카스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쥐어짜 짜냈다. 그의 시선이 아까 보아둔 교실 뒤편의 포대로 향했다.
'그래, 저거다.'
루카스는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가누며 뻔뻔하게 가슴을 폈다. 그리고 억지 기행의 시동을 걸었다.
"회장님, 오해가 있으시군요. 마법 방출이라니요? 이건 마법이 아니라, 평민들의 눈물겨운 '지혜'가 담긴 가내수공업식 먼지 정화법입니다."
"……뭐?"
알베르트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먼지 정화법이라니. 방금 아카데미 결계의 경보 장치가 울렸다. 마력 출력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아, 그건 이 교실이 너무 지저분해서 그렇습니다! 평민들은 마력 제어력이 부족해서 실내 청소를 할 때 아주 특별한 편법을 쓰거든요. 일명 '정전기 흡착식 마나 청소법'이죠!"
루카스는 뚜벅뚜벅 뒤로 걸어가, 쌓여 있던 포대 하나를 거칠게 찢어 발겼다.
*스르륵-!*
포대 틈새로 쏟아져 나온 것은 눈부시게 하얀 가루들이었다. 냄새만 맡아도 뇌가 짜릿해질 정도로 달콤한 향이 강의실 전체에 진동했다.
"이, 이건…… 최고급 슈가파우더?!"
실비아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렇습니다! 이 귀한 설탕 가루를 공중에 살포하면, 마나의 미세한 공명 주기가 설탕 입자들과 강제로 동화되면서 은백색의 정전기 현상을 일으키죠! 방금 보신 은백색 폭풍은 바로 이 설탕 가루들이 마력을 흡수해 빛을 발한 것뿐입니다! 일종의 착시 현상이죠!"
루카스는 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엄청난 속도로 손가락에 묻은 슈가파우더 한 움큼을 입안으로 쏙 집어넣었다.
*꿀꺽.*
"……!"
초고농도의 정제 당분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뇌로 직행하는 순간, 루카스의 눈동자에 생기가 번쩍 돌아왔다. 죽어가던 뇌세포들이 단체로 삼바 춤을 추며 활성화되는 느낌이었다. 살았다! 역시 인간은 단것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알베르트는 바보가 아니었다.
"설탕 가루로 마나를 흡착해 청소를 했다고? 그런 궤변을 믿을 것 같나? 게다가……."
알베르트가 포대의 표면을 날카롭게 가리켰다.
"이 포대에 찍힌 인장은 황실 전용 제과실의 검인이다. 교칙 제32조, 그리고 제국 무역 통제법에 의거해 아카데미 내로의 허가받지 않은 사치성 수입 식자재 반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장학생 신분으로 밀수품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건가?"
'엇, 그건 생각 못 했는데.'
루카스의 식은땀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연금 정지 피하려다 밀수 혐의로 퇴학당하게 생겼다.
바로 그때, 뜻밖의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그, 그건 내 거야!"
실비아 드 발루아가 얼굴을 붉히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주먹을 부르르 떨며 루카스와 알베르트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발루아 영애? 자네가 밀수품을?"
알베르트의 눈이 가늘어졌다.
"밀수가 아니야! 마탑의 연구용…… 그래, 연구용 시약으로 쓰기 위해 정식 절차를 밟아 반입한 거다! 그리고 방금 루카스 에반스가 한 말은 사실이야! 내가 만든 마법식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저 녀석이 응급조치로 내 설탕 가루를 사용해 마력을 상쇄시킨 거라고!"
실비아의 가슴이 격렬하게 고동쳤다.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폭풍 같은 착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녀석, 루카스……! 방금 그 신화적인 마법 수식을 내 눈앞에서 보여줘 놓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평민의 '가내수공업'이라는 둥 설탕 가루라는 둥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어! 학생회장에게 들키면 골치 아파지니까 나를 감싸주는 척 연극을 하는 거잖아!'
역시 고고한 은둔 고수들은 자신의 힘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법이었다. 실비아는 루카스의 그 '고결한 의도'를 자신이 망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완벽한 수식의 비밀을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반드시 캐내야만 했다. 그러려면 일단 이 상황을 넘겨야 했다.
"내 연구 재료를 멋대로 쓴 건 불쾌하지만, 어쨌든 내 마법 폭주를 막아준 건 사실이니 눈감아 주지. 알베르트 회장, 발루아 가문의 이름을 걸고 이건 단순한 실험 사고였어."
실비아가 당당하게 선언하자, 강의실의 다른 학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발루아 영애야! 대인배시군!"
"그럼 그렇지, 평민 놈이 그런 대마법을 부렸을 리가 없잖아? 설탕 가루 정전기라니, 참 평민다운 조잡한 발상이군!"
루카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오, 실비아! 훌륭하다! 아주 훌륭한 삽질이야! 평생 발루아 가문을 향해 절을 올리마!'
하지만 알베르트는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루카스를 빤히 바라보며 품속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좋다. 발루아 가문의 보증이 있다면 일단은 '실험 중 사고'로 행정 처리를 보류하겠다. 하지만 루카스 에반스 군."
알베르트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허가되지 않은 설탕 가루 살포로 강의실 기물을 파손하고 소란을 피운 죄, 그리고 공공기물인 마법 등불을 과충전시켜 파손한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교칙 제91조에 의거, 벌점 5점과 함께 이번 주말 아카데미 대강당의 청소를 명한다. 물론, 마법 사용은 일절 금지다."
"……네?"
루카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벌점은 그렇다 치고, 주말 청소라니? 내 아까운 침대 라이프가!
"그리고 하나 더."
알베르트가 뒤를 돌아서며 쐐기를 박았다.
"방금 발생한 이질적인 은백색 마나 파형은 이미 학생회실의 검측기에 기록되었다. 마침 제국 특별수사대장 다미엔 카엘 경이 아카데미 측에 마나 흔적 조사를 요청한 상태지."
그 이름이 나오자, 루카스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다미엔 카엘.
한번 문 사냥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제국의 인간 사냥개이자, 은백색 마나를 추적하는 '극성 공명 결정석'을 소지한 위험인물이었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수색대가 직접 이 강의실의 마나 잔재를 검사하러 올 거다. 루카스 군, 만약 자네의 '설탕 가루 핑계'가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그때는 학생회 차원이 아닌, 제국 법률에 따라 처벌받게 될 테니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을 남긴 채, 알베르트는 규율부원들을 이끌고 바람처럼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강의실에 남겨진 루카스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당장의 뇌 피로는 설탕 가루로 해결했지만, 내일 아침이면 사냥개가 들이닥친다. 은백색 마나 흔적이 검출되는 순간, 그의 안락한 은퇴 생활은 영원히 종말을 고할 것이 뻔했다.
'이런 미친…… 진짜로 조졌잖아?'
루카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