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보안 팀원들이 도둑질이 탄로 난 임소윤의 양팔을 무겁게 조여 붙잡는 찰나, 본인의 패배에 피가 몰린 한재석이 사무실 유리벽 저편에서 피 가래가 끓는 독가스 같은 눈빛으로 주머니 속 저주 단검 손잡이를 틀어쥔다.
손가락 끝을 타고 흐르는 검붉은 마나가 단검의 칼날을 따라 기분 나쁜 파동을 그리며 일렁였다. 한재석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붕대 틈새로 드러난 흉측한 화상 자국이 일그러지며 붉은 진물을 흘려보냈지만, 그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직 유리벽 너머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한은서, 그 가당찮은 계집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일념만이 그의 뇌수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거 놓으라고!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래! 아악!"
임소윤의 날카로운 비명이 복도 저편으로 멀어져 갔다. 보안 팀원들에게 질질 끌려가는 그녀의 하이힐 굽이 대리석 바닥을 긁으며 찢어지는 소음을 냈다. 마케팅팀 사무실 내부에 무거운 침묵이 잠시 감돌았으나, 이내 안도의 한숨과 함께 웅성거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세상에…… 임 대리가 진짜로 기획안을 유출하려고 했던 거야?" "은서 씨 아니었으면 우리 팀 전체가 독박 쓰고 길거리에 나앉을 뻔했잖아." "그러게 말이야. 신입 사원이 어떻게 그런 덫을 놓을 생각을 했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 나오네."
팀원들이 한은서를 향해 경외감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들의 눈빛에는 단순한 동정을 넘어선, 진정한 실력자를 향한 존경이 담겨 있었다. 언제나 구석 자리에서 묵묵히 기획서만 들여다보던 신입 사원이, 대기업의 핵심 부서인 기획실 상속녀를 단 한 방에 침몰시킨 주역이 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민우진이 은서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활짝 웃었다.
"한은서 보좌관님, 아주 대단하십니다? 나 진짜 억울하게 누명 쓰고 감옥 가는 줄 알았잖아. 오늘 퇴근하고 내가 소고기 쏜다. 거절은 거절이야."
"우진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기획안은 우리 팀 모두의 피땀이 섞인 결과물이니까요.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위해 도둑맞게 둘 순 없었죠."
은서는 펜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겉으로는 덤덤해 보였지만, 그녀의 시선은 임소윤이 떨어뜨리고 간 서류철에 머물러 있었다.
이번 일은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은서는 임소윤이 한재석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가 손을 댈 만한 '메인 드래프트 유출용 마나 합치 서류'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해 두었던 것이다.
그 서류의 모서리에는 아주 정교하고 은밀한 마킹 트랩이 심겨 있었다. 특수한 마나 형광 물질로 이루어진 이 트랩은, 태산 이노베이션의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비인가 마나 장치나 이메일 서버에 닿는 순간 스스로 발화하듯 붉은색 로그를 서버 전체에 강제로 전송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임소윤은 자신이 완벽한 기획서를 손에 넣었다고 기뻐했겠지만, 실상은 스스로 목에 고수사슬을 감은 꼴이었다. 은서가 오랜 시간 가문의 압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독자적으로 연마해 온 지능적인 덫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셈이었다.
"한은서 씨."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사무실의 소란을 단숨에 가라앉혔다.
어느새 다가온 강진혁이 은서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의 큰 그림자가 은서의 전신을 아늑하게 덮었다. 완벽하게 정돈된 수트의 수려한 실루엣 사이로, 진혁의 깊고 짙은 눈동자가 은서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번 보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기획안 유출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공로를 인정한다. 아주 훌륭한 대처였어."
진혁이 천천히 손을 뻗어 은서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의 손바닥이 은서의 정수리에 닿는 순간, 찌릿한 마나의 전류가 두 사람의 피부를 타고 강하게 흘러들었다. 'Business Night Act'의 생명 동기화 반응이었다. 진혁의 순수하고 방대한 생명 마나가 은서의 얇아진 심장 격벽을 타고 부드럽게 스며들며, 고질적인 피로감과 통증을 씻어내렸다.
은서의 심장 부근에서 푸린빛 실루엣의 연기가 아련하게 피어올랐다. 진혁의 눈에만 보이는 '영혼의 잔상'이었다. 그 푸른빛 연기는 진혁의 소매 끝을 애틋하게 감싸 안으며, 은서가 애써 감추고 있는 안도감과 그를 향한 깊은 의존을 대변하고 있었다.
진혁은 그 잔상을 바라보며 입가를 미세하게 굳혔다. 그의 뇌리 속에서 집무실 금고 깊숙한 곳, 빨간 마나 실로 무겁게 봉인된 채 3년 동안 열리지 않은 은서의 이별 편지가 떠올랐다.
'왜 나를 떠나야만 했는지, 네가 숨기고 있는 그 비참한 진실이 대체 무엇인지…… 곧 알게 되겠지.'
진혁의 손길에 담긴 다정함에 은서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은서는 슬그머니 그의 손길을 피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감정이 깊어지면 스스로 관계를 차단해 버리는 그녀의 회피벽이 본능적으로 작동한 탓이었다.
"팀장님, 공적인 자리입니다. 격려해 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다른 팀원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알아. 하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시작조차 못 했을 일이지."
진혁이 단호하게 대꾸하며 은서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은서는 그의 강렬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윙—!
기분 나쁜 고주파의 경보음이 사옥 전체를 울렸다. 단순히 화재나 오작동으로 인한 경보가 아니었다. 공기 중에 떠돌던 투명한 마나 보안 레이저 결계가 순식간에 검붉은 색으로 물들며, 기분 나쁜 피비린내를 사방으로 풍기기 시작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야? 보안 결계가 왜 빨갛게 변하지?" "숨이…… 갑자기 왜 이렇게 막혀?"
팀원들이 가슴을 쥐어짜며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의 산소와 마나가 순식간에 탁하게 오염되어 가고 있었다.
은서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 격벽이 찢겨 나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가문의 고질적인 저주인 '백야의 형벌' 세포들이 미친 듯이 날뛰며 그녀의 생명력을 허공으로 뜯어내고 있었다.
"한은서!"
진혁이 다급하게 은서의 어깨를 붙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마나가 은서의 몸으로 제대로 전이되지 않았다. 은서의 발밑, 그녀가 신고 있는 최고급 수제 구두의 굽 바닥에서 검은색 원형 마킹이 핏빛으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가문의 추적 낙인?"
은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것은 한재석이 은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유사시에 그녀의 생명력을 제어하기 위해 구두 굽 바닥에 정교하게 마킹해 두었던 '흑색 추적 마킹'이었다. 그동안은 진혁의 강력한 마나 보호막에 가려져 활성화되지 못했으나, 지금 누군가가 아주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이 마킹을 원격으로 강제 구동시키고 있었다.
유리벽 너머, 어두운 기둥 그늘에 서 있던 한재석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시커먼 번개가 요동치는 검붉은 단검이 들려 있었다. 서경 한씨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금기된 고대 흑색 봉인 도구, '파혈 귀수 단검'이었다.
"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내 손으로 이 쓸모없는 계집의 심장을 찢어발기는구나!"
한재석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단검의 손잡이에 달린 동기 레버를 끝까지 잡아당겼다.
단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번개가 은서의 구두 바닥에 새겨진 흑색 추적 마킹과 일직선으로 연결되었다. 그 순간, 은서의 가슴 한가운데를 비틀어 파먹는 저주 세포들이 사상 최악의 밀도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심장을 보호하던 얇은 격벽이 마치 유리창이 깨지듯 사정없이 균열을 일으켰다.
"아…… 윽!"
은서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하얀 와이셔츠 깃 위로 붉고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녀가 흘린 핏방울들이 태산 이노베이션 컨퍼런스 홀의 새하얀 대리석 바닥 위로 붉은 꽃처럼 흩뿌려졌다.
"은서야!!!"
진혁이 절규에 찬 호통을 치며 은서의 몸을 덮쳐 안았다. 그의 눈동자가 분노와 공포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진혁은 자신의 모든 마나 핵을 개방하여 은서의 몸으로 생명 마나를 밀어 넣으려 했다.
하지만 검은 저주의 격벽이 두 사람의 사이를 철저하게 가로막으며 진혁의 마나를 튕겨냈다. 은서의 체온이 급격하게 식어갔다. 전신이 마비되는 듯한 차가운 감각이 손끝에서부터 심장을 향해 조여왔다.
그러나 그 절망적인 고통 속에서도, 은서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자신을 안고 오열하는 진혁을 바라보며, 아주 작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드디어…… 나타났네요."
"은서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신 차려! 내 말 들려?!"
진혁의 눈물이 은서의 하얀 볼 위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은서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명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은서는 알고 있었다. 한재석이 지닌 '파혈 귀수 단검'이야말로 가문 저주의 핵심 원천이자, 자신을 평생 괴롭혀온 저주의 매개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단검을 세상 밖으로 완전히 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그의 모든 악랄한 패를 소모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은서의 손이 자신의 목걸이로 향했다. 가문의 유품이자 작동이 멈춰 있던 '푸른 펜던트'.
그녀의 검붉은 피가 펜던트의 표면에 닿는 순간, 펜던트의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초자연적인 마나 촉매 핵이 진혁의 생명 마나와 격렬하게 공명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멸해 가는 마나 격벽을 잠정 복구해 줄 유일무이한 마나 핵 촉매제였다.
"이로써…… 가문 저주의 핵심 원천 단검이 내 손등 앞에 완전히 발현됐다."
은서가 피 묻은 입술로 속삭이며 한재석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파멸의 공포가 아닌, 사냥감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포식자의 서늘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한재석의 얼굴에서 광기가 순식간에 걷히고 경악이 들어찼다.
"너, 너…… 설마 일부러 내 저주를 유도한 거냐?!"
그 찰나, 은서를 안고 있던 강진혁의 전신에서 푸른 번개 파편이 눈부시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진혁의 분노가 마나의 폭주를 일으키며 사무실의 모든 유리창을 산산조각 내기 시작했다.
전신 마비가 수반된 마지막 핏방울이 은서의 하얀 볼을 타고 차갑게 흘러내렸고, 진혁의 거친 손아귀 너머로 세상이 푸른빛 광풍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푸른 번개 파편들은 단순한 마력의 방출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진혁이라는 남자가 평생을 걸쳐 쌓아 올린 순수 생명 핵의 일부이자, 한은서라는 존재를 잃지 않겠다는 처절한 의지의 발현이었다. 유리창이 깨져나간 틈새로 불어닥친 칼바람이 은서의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흩날렸다.
"한은서, 눈 떠. 내 말 들으라고!"
진혁의 목소리가 젖어들다 못해 갈라져 터졌다. 그의 커다란 손이 은서의 피 묻은 뺨을 감싸 쥐었다. 그 접촉면을 타고 'Business Night Act'의 마지막 제약이 무자비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접촉이 깊어질수록 내면의 가장 부끄러운 감정과 숨겨둔 비밀이 노출되는 계약의 반동.
스아아아—
은서의 가슴팍에서 피어오른 푸른 연기가 이번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붉은 핏빛이 섞인 기이한 형태의 '영혼의 잔상'으로 구체화되었다. 진혁의 시야에 강제로 들이친 것은 3년 전의 기억이었다. 가문의 어두운 지하실, 한재석의 아버지가 진혁의 마나 핵을 강제로 붕괴시키겠다며 은서의 목을 죄던 순간. 그리고 그 진혁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매몰찬 독설을 내뱉으며 뒤돌아서서 피눈물을 흘리던 열아홉 살 한은서의 모습이 잔상으로 떠올랐다.
진혁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사정없이 커졌다.
"너…… 내 마나 핵 때문에…… 그랬던 거였나?"
은서는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입가를 타고 흘러내린 검붉은 피가 턱끝을 지나 진혁의 손등을 적셨다. 하지만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슴팍의 푸른 펜던트를 꽉 움켜잡았다.
진혁의 눈물이 은서의 볼에 닿아 펜던트로 흘러내린 바로 그 순간, 웅웅거리며 잠들어 있던 펜던트의 내부 코어가 눈부신 백색 광원을 토해냈다. 5화에서 정전된 PT 무대를 복구했던 바로 그 기적의 마나 하이브리드 입자가, 이번에는 은서의 심장 격벽을 감싸 안으며 붕괴해가던 생명력을 억지로 붙들었다.
"말도 안 돼! 그 쓰레기 같은 유품이 대체 왜……!"
유리벽 저편에서 원격 제어 단검을 쥐고 있던 한재석이 비명을 질렀다. 단검의 검은 번개가 펜던트의 백색 광막에 부딪혀 거꾸로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석의 손등 피부가 검게 타들어 가며 고약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아악! 내 손! 내 손이!"
"한재석 대리."
은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피 묻은 입술을 열었다. 그녀는 진혁의 품에 의지한 채, 오직 눈빛 하나만으로 사촌 오빠를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당신이 이 사내에서…… 고대 저주 유물까지 발동시켜 나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지금 태산그룹 보안관제실에 어떤 로그로 기록되고 있을지…… 상상이 가?"
"뭐, 뭐라고?"
"임소윤 대리의 기획서 유출만으로는 성에 안 찼겠지. 그래서 직접 손을 더럽혔고. 보안 레이저 결계가 붉게 오염된 순간부터, 이 구역의 모든 데이터는 ‘살인 미수’ 건으로 상층부 주주들에게 실시간 전송 중이야."
은서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펜을 쥔 손을 바르르 떨었다. 그녀는 쓰러지는 와중에도 한재석의 자멸을 완벽하게 설계해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재석의 눈빛에 서린 광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등이 타들어 가는데도 검붉은 단검의 레버를 부러뜨릴 듯 움켜쥐었다.
"닥쳐! 네년만 죽이면 태산의 마나 기술도, 가문의 권력도 전부 다 내 차지다! 같이 죽는 거야, 한은서!"
재석이 자신의 심장 마나까지 단검에 쏟아붓기 시작하자, 검붉은 흑색 저주가 더욱 거대한 그늘이 되어 은서와 진혁을 덮쳐왔다. 동시에 진혁의 목덜미에 돋아난 핏줄이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가문 간의 해묵은 원념이 자아내는 '계약의 반동'이, 은서와 마음이 통하려는 진혁의 심장까지 옥죄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의 숨소리가 동시에 가빠졌다. 진혁의 가슴팍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안개와 은서의 펜던트가 토해내는 백색 광원이 한데 뒤엉켜, 사옥 상층부를 통째로 날려버릴 듯한 거대한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은서의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저 멀리 진혁의 집무실 금고 방향으로부터 붉은색 마나 실의 진동이 아련하게 전해져 왔다. 아직 뜯기지 않은 채 잠들어 있는 3년 전의 편지. 그 편지가 두 사람의 상호 작용에 반응해 금고 속에서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파지직—!
두 사람을 둘러싼 마나 격막이 깨지기 직전의 유리처럼 비명을 질렀다. 전신을 마비시키는 핏방울이 은서의 하얀 볼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찰나, 그녀를 끌어안은 진혁의 눈동자가 깊은 심연처럼 가라앉으며 마지막 선택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