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쩍쩍 갈라지는 소리는 뼈가 부러지는 파찰음과 닮아 있었다.

탈출구를 가로막은 콘크리트 벽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거대한 거미줄 모양으로 균열을 그리며 부서져 내렸다. 틈새를 비집고 뿜어져 나온 것은 숨을 턱 막히게 하는 황색의 유황 가스였다.

치이이익!

바닥에 깔린 자갈들이 가스에 닿자마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진득한 진흙처럼 녹아내렸다. 뒤틀린 터널 내부를 가득 채우던 소형 괴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재가 되어 스러지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스는 허공에서 굳어지며 거대한 화염의 형상을 갖추어 나갔다. 이글거리는 불꽃의 얼굴이 천장에 닿을 듯 솟구쳐 오르며, 그 가학적인 눈구멍으로 인간들을 내려다보았다.

공기가 단숨에 구워졌다.

후각을 상실한 한윤우의 코에는 아무런 냄새도 닿지 않았다. 하지만 들이마시는 숨결마다 목구멍과 폐포를 사정없이 긁어내리는 고열의 감각만큼은 섬뜩할 정도로 선명했다. 혀끝에서 텁텁한 재의 맛이 느껴졌다.

“아, 아아……!”

서은채가 바닥을 기며 울부짖었다. 그녀의 고운 살결이 열기에 그을려 붉게 진물러 가고 있었다. 도철민에게 짓밟힌 뺨 위로 피와 눈물이 뒤섞여 흘러내렸으나, 불길은 자비 없이 그녀의 옷자락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철민 씨! 제발,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마요! 살려줘요!”

도철민은 이미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의 눈에는 생존을 향한 광기 어린 공포만이 가득했다. 그는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제 목을 감싼 채,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닥쳐! 네년이 미끼가 되면 우리는 살 수 있어! 협의회의 규칙을 잊었나? 강한 자가 살아남아 기록을 남긴다!”

간부들 역시 서은채의 절규를 외면했다. 오히려 그녀가 더 오래 불타며 괴이의 시선을 끌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것이 그들이 자랑하는 대단한 ‘합리적 방관’의 실체였다. 서로를 밟고 올라서서 연명하는 더러운 구더기들의 침묵.

강태현은 윤우의 안색을 살폈다. 그의 이마에서도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윤우 씨, 이대로는 다 구워집니다. 저 불꽃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영혼마저 태워버리는 이계의 업화예요. 도망쳐야 합니다!”

태현의 다급한 외침에도 윤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허공에서 일렁이는 화염 괴이의 중심부, 유독 붉고 단단하게 뭉쳐진 고밀도의 불꽃 핵에 고정되어 있었다.

저것이 본체다. 그리고 이 터널 전체를 지배하는 규칙의 심장이다.

윤우의 품 안에서 묵직한 가죽 장갑 모양의 잔상이 어린 책, ‘기이 연명 장부’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슴팍이 타들어 갈 것처럼 뜨거웠다. 장부는 새로운 거래를 원하고 있었다. 이 압도적인 재앙 앞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윤우는 천천히 왼손을 품으로 밀어 넣어 장부를 꺼냈다. 낡은 종이 질감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방법은 있다.’

윤우의 뇌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이 제7 격리 이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틀째 되던 날, 뒤틀린 선로 위에 처박혀 있던 무궁화호 열차를 발견했었다. 당시 윤우는 그 쇳덩이 밑바닥에서 기이할 정도로 끓어오르던 붉은 아지랑이를 목격했다. 비정상적인 영적 열기로 가득 차 있던 그 거대한 기차 지형. 그것은 이 구역 전체의 에너지 흐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장부의 페이지가 바람도 없는데 스르륵 넘어갔다.

붉은 밤의 솎아내기 게임이 시작된 지금, 저 거대한 화염 괴이는 결국 터널과 연결된 열차 지형의 영적 에너지를 빨아들이며 날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공급원을 차단한다. 아니, 역전시킨다.’

윤우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깊게 그어내렸다.

뚝. 뚜뚝.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장부의 백지 위로 떨어졌다. 피가 닿은 자리에 기괴한 서체의 글자들이 스스로 적혀 내려가기 시작했다.

[거래 제안: 뒤틀린 열차 지형의 영적 열기를 흡수하여, 기화된 절대 영도의 한기로 치환한다.] [시스템 경고: 해당 거래는 괴이의 본질을 거스르는 대형 개입입니다. 요구되는 대가가 극도로 높습니다.] [지불 대가 청구: 오른쪽 손끝에서 팔꿈치까지의 온기 감각 영구 상실.]

오른팔의 온기 감각. 뜨거움도, 차가움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대가.

윤우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피 묻은 손가락으로 장부의 계약란을 짓눌렀다.

지실 지하실의 서늘한 바닥에 누워 오빠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동생 윤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를 다시 품에 안을 수만 있다면, 내 몸뚱이의 감각 따위는 몇 번이고 도려내어 바칠 수 있었다. 연민도, 공포도 배제된 냉혹한 이성이 윤우의 전신을 지배했다.

계약이 성립되는 순간.

콰아아앙—!

윤우의 오른팔이 순간적으로 차갑게 얼어붙는 착각이 일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그의 오른팔은 이제 외부의 온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죽은 고기덩어리처럼 변해 버렸다.

그러나 그 대가의 결과는 실로 파괴적이었다.

터널 전체를 흔들며 포효하던 화염 괴이의 신형이 우뚝 멈추어 섰다.

쿠구구구구!

저 멀리 터널 뒤편, 선로 위에 방치되어 있던 거대한 무궁화호 열차에서부터 믿을 수 없는 냉기가 해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인 영적 열기가 한순간에 극저온의 냉기로 역전되어 폭주한 것이다.

붉게 타오르던 터널 유황 가스가 순식간에 청백색의 서리로 변해 갔다.

“……어?”

도철민이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의 코끝에서 뿜어져 나온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어 부스러졌다.

치이이익! 쿠구궁!

열차에서 터져 나온 극저온의 한기가 화염 괴이의 발밑에서부터 타고 올라갔다. 불꽃의 형상이 채 날뛰기도 전에, 청백색의 얼음 기둥이 괴이의 거대한 몸체를 통째로 가두어 버렸다. 괴이가 내지르던 가학적인 비명이 쩍쩍 갈라지는 얼음 소리 속에 묻혀 완전히 침묵했다.

“이, 이게 무슨…….”

강태현은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불바다였던 터널이 단 몇 초 만에 혹한의 얼음 제국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벽면에는 고드름이 날카롭게 돋아났고, 바닥의 녹아내리던 자갈들은 이제 밟으면 깨질 듯이 단단하게 얼어붙었다.

그 중심에 한윤우가 서 있었다.

윤우는 단 한 점의 화상도 입지 않은 채, 차갑게 식어버린 오른팔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얼음 송곳들이 비켜서듯 갈라졌다. 압도적인 절대 강함의 기색이 터널 안을 무겁게 짓눌렀다.

“사, 살려…… 살려주세요…….”

바닥에 얼어붙은 채 쓰러져 있던 서은채가 윤우의 바짓가랑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은 이미 동상으로 검게 변해 가고 있었다. 평소의 교활하고 눈물겨운 상냥함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추악한 생존의 구걸만이 남은 처량한 몰골이었다.

윤우는 그녀의 손길이 닿기 직전, 가볍게 발을 뒤로 뺐다.

그의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동조도, 분노도, 심지어 경멸조차 없었다. 그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보듯, 무가치한 존재를 응시하는 건조한 시선뿐이었다.

“윤우 씨…… 제발…… 저를 데려가 주세요…… 무엇이든 할게요…….”

서은채의 애원은 터널의 얼어붙은 정적 속으로 흩어졌다.

윤우는 대답 대신 등을 돌렸다. 그에게 타인의 생명은 장부의 숫자에 불과했다. 가치가 없는 자를 위해 자신의 생존 자원을 낭비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더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을 동생 윤아의 숨소리만이 이정표처럼 선명하게 울리고 있었다.

‘더 깊이 내려가야 한다.’

바스락.

얼어붙어 산산조각 난 화염 괴이의 잔해 속에서 붉은빛을 내뿜는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윤우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올렸다.

두꺼운 가죽 재질의 패스포트 모양을 한 물건. 표면에는 기괴한 문양과 함께 ‘상류 기지 통행증’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박혀 있었다.

[영적 이동 허가증을 획득했습니다.] [효과: 제7 격리 이계의 상층 구역 및 상류 기지로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합니다.]

윤우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제0구역으로 향하는 길목을 열어줄 귀중한 열쇠를 손에 넣은 것이다.

강태현은 윤우의 등 뒤에서 침을 삼켰다. 저 사내는 인간이 아니었다. 괴이의 규칙을 뒤흔들고, 동료의 죽음을 완벽히 방관하며, 오직 자신의 목적만을 향해 나아가는 얼음보다 차가운 파괴자였다.

“가죠.”

윤우가 짧게 내뱉으며 탈출구 너머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태현은 공포에 질려 있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괴물 같은 사내의 뒤를 쫓을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얼어붙은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뒤틀린 철골 구조물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거대한 기차역 광장이었다. 붉은 달빛이 광장 위로 음산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광장에 완전히 발을 들이기도 전에, 어둠 속에서 차가운 금속음이 사방을 메웠다.

찰칵, 찰칵!

수십 개의 은밀한 기척들이 어둠 속에서 솟아올랐다. 그들의 손에는 이계의 영력으로 강화된 석궁과 날카로운 병기들이 들려 있었다. 광장의 출구를 완벽하게 가로막은 채 서 있는 자들.

그들의 가슴팍에는 ‘합리적 방관 협의회’의 엠블럼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의 중심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도철민이었다. 그는 언제 도망쳤냐는 듯,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윤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과연 대단하군, 한윤우. 그 불지옥을 얼려버리고 살아남다니 말이야.”

도철민의 목소리에는 살의와 탐욕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윤우의 손에 들린 영적 이동 허가증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네놈이 가진 그 장부와 방금 얻은 허가증, 전부 두고 가라. 우리 정예 부대가 네놈 한 명을 찢어발기는 건 일도 아니니까.”

수십 개의 석궁 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윤우의 심장을 겨냥했다. 바람 소리마저 멎어버린 광장 위에, 새로운 죽음의 덫이 내려앉았다.

도철민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광장의 텅 빈 대기 속으로 흩어졌다.

윤우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도철민의 얼굴을 지나, 그의 등 뒤에 그림자처럼 늘어선 수십 명의 사수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손가락이 석궁의 방아쇠를 움켜쥐고 있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검지 손가락들. 살의보다는, 이 괴기스러운 공간이 주는 압박감에 질려 있는 인간들의 생리적 반사였다.

“철민 씨, 저놈 손에 든 거…… 정말로 그 책입니까?”

도철민의 바로 옆에 선, 흉터를 가진 사내가 나지막이 물었다. 목소리에 침착함이 누락되어 있었다.

“그래. 저놈이 터널을 통과할 때 쓴 힘의 원천이다. 저걸 빼앗으면 이 지옥 같은 이계도 우리의 놀이터가 되는 거지.”

도철민의 입술이 비틀리며 침을 고이게 했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고 오직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윤우는 무감각해진 오른팔을 코트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마치 타인의 마네킹 팔을 억지로 이어 붙인 듯한 이질감이 어깨 축을 따라 무겁게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왼손은 여전히 자유로웠다. 품속의 장부가 다시 한번 차갑게 식어가며 윤우의 갈비뼈를 짓눌렀다.

‘생존 자원의 재고는 충분하다. 하지만 저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건 비합리적이다.’

윤우의 눈동자가 광장 바닥의 균열을 훑었다. 기차역 대합실로 이어지는 개찰구. 그곳에는 낡은 구리선들이 넝쿨처럼 엉켜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검푸른 이끼 같은 영적 잔재들이 점착되어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폐역이 아니다. 기차가 드나들던, 영혼들의 환승지다.

윤우는 왼손으로 장부의 가죽 표지를 쓸어내렸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빳빳한 종이의 촉감. 그는 마음속으로 새로운 거래를 읊조렸다.

‘광장을 지배하는 기이의 본질과, 이 통행증의 숨은 용도를 교환한다.’

장부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머릿속으로 차가운 바늘이 관통하는 듯한 예리한 통증이 일었다.

[거래 제안: '상류 기지 통행증'의 숨겨진 영적 권능 활성화 및 광장의 경계 방어 기제 기동.] [시스템 경고: 대가가 부족합니다. 감각의 상실 대신, 소중한 기억의 영구적 소멸을 요구합니다.] [지불 대가 청구: 동생 한윤아가 초등학교 입학식 날, 오빠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활짝 웃어주었던 기억의 완전한 소멸.]

심장 부근이 덜컥 내려앉는 감각.

기억의 서랍 중 가장 따뜻하고 눈부셨던 한 칸이 송두리째 도려내어지는 느낌이었다. 윤아의 웃음소리, 그날 불어오던 봄바람의 냄새, 아이의 작은 손이 주던 말랑한 온기까지. 모든 것이 하얗게 탈색되어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머릿속이 텅 빈 동굴처럼 차갑게 식어 내렸다.

윤우는 송곳니로 입술 안쪽을 깊게 깨물었다. 비린 핏물이 목구멍을 넘어갔지만, 통증조차 그의 결벽증적인 집착을 흔들지 못했다. 기억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살아남아, 진짜 윤아를 이 손으로 구출해 내면 그뿐이다.

“거래를 승인한다.”

윤우가 낮게 읊조린 순간, 그의 왼손에 들려 있던 붉은 통행증이 기괴하게 요동쳤다.

스으으으—!

통행증의 가장자리에서부터 검붉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기차역 광장 바닥에 새겨진 녹슨 철로를 따라 무서운 속도로 뻗어 나갔다.

“어? 이게 뭐야!”

사수 중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철로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손아귀들이 그들의 발목을 덮쳤다.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차에 치여 죽은 망령들의 영적 원한이 뭉쳐진 고밀도의 점액질이었다. 발목을 붙잡힌 사수들의 다리가 순식간에 녹색 서리로 뒤덮이며 굳어갔다.

“쏴! 당장 쏴버려!”

도철민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석궁의 시위들이 일제히 풀렸다. 쉭, 쉭! 날카로운 파찰음과 함께 수십 대의 화살이 윤우의 심장과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허공을 가르던 화살들은 윤우의 코앞에서 멈추어 섰다. 통행증이 만들어낸 붉은 역장이 허공에 거대한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화살촉들이 역장에 닿자마자 힘없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말도 안 돼…….”

도철민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의 군화 밑바닥까지 검은 손아귀들이 기어오르고 있었다.

윤우는 얼어붙은 광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도철민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유령처럼 고요했고, 눈빛은 심연보다 깊었다.

“너희들이 말하는 합리적 방관의 끝은 항상 똑같더군.”

윤우의 목소리는 고저가 없었다.

“서로를 미끼로 던지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스스로가 미끼가 되지.”

“이, 이 괴물 같은 새끼가……!”

도철민이 단도를 뽑아 들고 윤우를 향해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발은 이미 철로에 완전히 접착되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광장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소음이 하늘 위에서 내려앉았다.

쿠구구구구구—!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기차역의 거대한 유리 천장이 쩍쩍 갈라지며, 그 너머의 붉은 밤하늘이 통째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거대한 검은 실들이 내려와 광장의 철골 구조물들을 한데 묶어 올렸다. 그리고 그 실들의 끝에 매달려 있는 것.

그것은 거대한 기차의 앞부분을 형상화한, 그러나 수만 개의 사람 얼굴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기괴한 괴철(怪鐵)의 덩어리였다.

쾅!

그것이 허공에서 광장 한복판으로 떨어져 내리며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왔다. 사방으로 흙먼지와 영적 불꽃이 튀었다.

[경고: 제7 격리 이계의 숨겨진 지배자, '망령의 환승 열차'가 통행증의 무단 활성화에 반응하여 강제 강림했습니다.] [생존 게임의 규칙이 재구성됩니다. 모든 퇴로는 차단되며, 5분 내에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자는 영혼이 수확됩니다.]

광장 바닥이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가며, 거대한 철문들이 차례로 닫히기 시작했다. 도철민의 부하들은 비명을 지르며 굳어버린 다리를 뜯어내려 발버둥 쳤고, 강태현 역시 안색이 창백해진 채 윤우의 깃을 붙잡았다.

“한윤우 씨! 저, 저걸 타야 산다는 겁니까? 저 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요?”

윤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굳게 닫히기 시작한 열차의 기괴한 아가리 같은 문을 향했다. 그리고 그 문틈 사이로, 익숙한 붉은색 실 하나가 안쪽 깊숙한 어둠을 향해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동생 윤아의 생존 신호였다.

바로 그 순간, 윤우의 품에 있던 장부가 핑그르르 돌며 스스로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곳에는 윤우가 지불하지 않은, 그러나 장부가 제멋대로 청구하려는 새로운 '특별 대가'의 항목이 붉은 피로 적혀 내려가고 있었다.

[특수 계약 감지: 열차 진입 시, 사용자의 가장 핵심적인 자아 중 하나가 박탈됩니다.]

자아의 박탈.

윤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것은 장부가 그의 생명 자체를 본격적으로 잠식하기 시작했다는 불길한 전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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