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의 액정 너머로 푸른색 소스 코드가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당신의 손가락이 자판 위를 물리적으로 두드린다. 은밀하게 심어두었던 시스템 백도어가 마침내 활성화된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거대한 홀로그램 퀘스트 창이 일그러진다. 성좌들의 놀이터였던 게임 인터페이스에 붉은색 노이즈가 난사된다. 화면이 불규칙하게 점멸하더니 우주적 체계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린다. 이것은 단순한 교란이 아니다. 시스템 권한의 강제 찬탈이다.
[경고. 관리자 권한에 허가되지 않은 침입이 감지되었습니다.] [경고. 성좌 연합의 접속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허공에서 벼락같은 신성이 고막을 찢는다. 전송 인터페이스가 파괴되자 성좌들의 사념이 여과 없이 대지로 쏟아진다.
"한낱 필멸자가 신들의 정원을 더럽히다니." "오만한 벌레 놈. 혼백까지 찢어 발겨 마땅하다."
당신은 차갑게 웃는다. 전생에서 동료들을 장난감처럼 다루며 유희를 즐기던 창조주들의 비명이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 유쾌한 음성이다.
"놀이터가 깨지니 무서운 모양이군." "네놈이 저지른 무도한 짓의 대가를 치러라."
체계의 완전한 붕괴를 직감한 상공의 지배자들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대기권 밖, 위성 궤도에서 거대한 정적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대기가 일시에 걷히며 우주의 심연이 열린다. 그 틈새로 백색의 거대한 광선이 응집된다.
차원 압살 형벌. '신의 창'이다.
지름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신성의 결정체가 대기권 진입을 준비한다. 지표면에 닿는 순간, 이 도시 권역 전체가 흔적도 없이 증발할 규모다.
[경고. 행성 정화 프로토콜이 강제 집행됩니다.] [타동적 차원 압살 병기, '신의 창' 조준 완료.]
중력이 역전된 것처럼 지상의 파편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살을 에는 듯한 압박감이 당신의 뼈마디를 누른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피부에서 미세한 선혈들이 터져 나온다.
"겨우 이 정도로 나를 지울 수 있을 거라 믿었나?" "신벌이다. 고개를 숙이고 소멸을 받아들여라."
당신은 검자루를 쥔 손에 힘을 준다. 검신에 새겨진 마력 회로가 과부하로 인해 검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초고열의 빛줄기가 머리 위를 직격하기 직전, 당신은 하늘을 응시한다. 낙하하는 저 심판을 정면으로 부술 것인가, 아니면 강림하는 차원의 통로를 역으로 헤집어 그들의 목덜미를 노릴 것인가. 결단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