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신의 식도가 타들어 간다. 사도에게서 빼앗은 폭식의 권능은 인간의 그릇이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혈관마다 끓는 기름이 돈다. 피부가 갈라지며 핏방울이 안개처럼 분출된다. 무릎이 꺾이려는 것을 당신은 하체에 힘을 주어 버틴다. 바닥에 떨어진 피가 증발하며 검은 연기만 올린다. 당신의 세포 하나하나가 과부하로 터져 나간다. 흐린 하늘을 뚫고 거대한 기하학적 문양들이 떠오른다. 성좌들의 심안이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당신의 뇌수를 타격한다.

"한낱 미물이 감히 신성을 삼키다니. 자멸을 자초하는구나." "그릇에 넘치는 힘은 독이다. 미천한 피조물아, 기어이 재가 되어라."

조롱이 귀를 찢는다. 고막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린다. 당신이 이빨을 악물자 어금니가 부서져 나간다. 턱을 타고 흐르는 핏물을 닦지 않은 채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소롭군. 고작 이 정도 불장난에 내가 쓰러질 것 같나." "헛된 저항이다. 너의 복수는 여기서 끝이다." "지켜보기나 해라. 너희들의 목을 벨 칼날이 어떻게 벼려지는지 보여줄 테니."

성좌들이 빛의 그물을 짜 내려보내며 압박을 더한다. 불길의 밀도가 한층 더 높아진다. 심장이 기형적으로 요동친다. 그때, 파괴된 강림지 너머로 발소리가 들려온다. 먼지를 뚫고 나타난 당신 동료들의 얼굴이 굳어 있다. 그들의 손끝에서 푸른 정화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더는 버티지 못합니다! 신성을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가 정화술로 흐름을 분산시키겠습니다. 제발 힘을 홀로 감당하지 마십시오!" "비켜라. 방해하면 너희도 타 죽는다."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당신이 쓰러지면 인류의 구원도 사그라집니다! 제발 뜻을 꺾지 마십시오!"

동료들이 다가와 정화의 마력을 펼친다. 체내의 폭식의 불길은 이제 당신의 오장육부를 태우기 시작했다. 뇌 신경들이 타 들어가는 경고음이 귓가에 울린다. 육신이 재가 되기 직전의 임계점이다. 외압과 내압이 충돌하며 전신이 부풀어 오른다. 당신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지옥 같은 열기를 오직 파괴적인 증오만으로 찍어 누르며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동료들의 정화술을 받아들여 신성을 나누어 담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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