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의 사도, 그 찬란했던 육신은 바닥을 구른다. 양팔과 오른다리가 절단된 단면에서 진득한 황금빛 혈액이 뿜어져 나온다. 당신은 피 묻은 검을 내려뜨린 채 녀석을 내려다본다.
"말도 안 돼. 일개 미개한 필멸자가 어떻게 성좌의 궤적을 꺾고 내 사지를 자른단 말이냐?" 사도가 피를 토하며 울부짖는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것은 오직 원초적인 공포다. "네놈들이 장난감으로 여기며 헐뜯던 인간의 마지막 검선이다. 직접 겪어보니 어떠냐?" 당신은 한 걸음 다가선다. 검끝이 사도의 목덜미를 지그시 누른다. "살려다오. 나와 계약한 성좌는 위대한 '재더미의 지배자'다. 내 목숨을 살린다면 힘을 나누어 주마." "그 자 역시 곧 내 손에 목이 잘린다. 가짜 신의 도사견에게 베풀 자비는 애초에 없다."
당신이 검을 높이 치켜든 순간, 사도의 눈빛이 비정상적인 광기로 뒤집힌다. 녀석의 가슴팍에 새겨진 성좌의 문양이 붉게 부풀어 오른다. 허공에 거대한 차원의 균열이 발생하며, 지상으로 감당하기 힘든 성좌의 신성력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그렇다면 같이 죽자. 이 천박한 도시 전체를 지옥의 제물로 바쳐 너를 매장하겠다!" 사도가 성대를 찢으며 비명을 지른다. 그의 굳어버린 상처 틈새에서 불꽃의 날개들이 돋아나 주위 콘크리트 벽을 타격하여 박살 낸다. 성좌가 차원의 한계를 무시하고 자신의 순수 에너지를 강제로 욱여넣고 있다. 육신을 매개로 삼아 도시 전체를 지도에서 지워버리려는 자폭이다.
"감히 위대한 본체의 신성이다. 이 압도적인 에너지를 네놈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릇이 작다면 깨부수고 넓히면 그만이다. 어서 불꽃을 더 당겨라."
사도의 육신이 완전한 백색 격류로 전이된다. 열기가 대기를 태우며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반경 수십 킬로미터가 증발하기 직전의 상태다.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단 몇 초. 도망칠 곳은 없다. 당신은 폭주하는 신성의 구체를 노려보며 호흡을 가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