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차원문이 비명을 지르며 내려앉았다. 찢어진 공간의 틈새로 백색의 불꽃이 역류했다. 강제로 폐쇄된 전송 통로는 그 자체로 파괴적인 왜곡을 낳았다. 폭발은 고요했다. 빛이 안으로 수축했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당신은 지면에 대검을 박아 넣고 버텼다. 가죽 방어구의 이음새가 팽팽하게 당겨지다 뜯겨 나갔다. 충격파가 휩쓸고 간 자리, 그을린 콘크리트 바닥 위에 붉은 피가 고였다. 인간의 피가 아니다. 성좌의 마력으로 벼려진 신성한 육체의 파편이다.
웅덩이 중앙에서 형체가 솟아올랐다.
"네놈이 감히."
사도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소리를 냈다. 강림을 강제 중단당한 대가였다. 사도의 왼쪽 어깨는 통째로 날아가 백색의 뼈끝이 드러나 있었다. 가슴팍의 살점은 짓이겨져 기이하게 뒤틀렸고, 찢어진 안구에서는 검붉은 액체와 마력이 흘러내렸다. 영혼마저 찢긴 고통이 그의 주위에 붉은 폭풍을 일으켰다. 일대의 산소가 급격히 연소하며 시뻘건 불길이 솟구쳤다.
당신은 검을 고쳐 잡았다. 호흡은 차분했다.
"성좌의 개치고는 맷집이 좋군."
"필멸자 새끼가 감히 우리를 속이고 성배를 취해?"
사도가 남은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응축된 증오의 마력이 붉은 화선을 그리며 쏘아졌다. 당신은 상체를 비틀어 궤적을 피했다. 열기가 뺨을 스쳤다.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당신은 통증을 무시하고 한 걸음 전진했다.
"그 주인의 그 개다. 분에 넘치는 그릇으로 강림을 시도하니 몸이 찢어지지."
"찢어진 것은 내 육체뿐이다. 네 존재 자체를 이 대지에서 지워버리겠다!"
사도가 포효했다. 그의 전신에서 일어난 폭풍이 대기를 적색으로 물들였다. 사도의 발밑에서 퍼져 나간 화염이 주변 건물의 잔해를 순식간에 녹여 내렸다. 사도는 비틀거렸다. 마력의 파형이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영혼의 상처가 깊어 스스로 파멸을 재촉하는 흐름이다.
당신은 사도의 가슴팍에서 박동하는 붉은 인도자를 보았다. 탐욕스럽게 요동치는 마력의 핵이었다. '폭식의 낙인'이 사도의 불안정한 마력 틈새로 언뜻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그의 등 뒤편으로 고대 성탑의 무너진 외벽 균열이 깊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성좌들이 지상에 구축한 거점의 가장 취약한 붕괴점이다.
사도가 피를 뿌리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오른손에 다시금 붉은 낙뢰가 감겼다. 결판의 순간이다.
사도가 이를 갈며 팔을 시위처럼 당겼다.
"죽어라, 벌레 같은 놈."
당신의 몸이 낮아졌다. 발끝에 힘이 실렸다. 상대는 비틀거리고 있다. 허점은 명백했다. 선택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