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시죠? 그럼 몸으로 때우셔야죠. 여기 지장 찍으세요, 알바생 씨."
레티샤는 입꼬리를 부드럽게 끌어올리며 붉은 인묵을 묻힌 계약서를 디트리히의 코앞으로 더 바짝 들이밀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인장판에서 풍기는 눅눅한 붉은 향이 대공의 콧대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방금 전까지 제국의 영웅이니, 전신이니 하던 사내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해 갔다. 단돈 몇 십 실버가 아쉬워 안달하던 시골 처녀의 눈동자가 이 순간만큼은 황금빛 주화를 가득 담은 길드 마스터보다 더 매섭고 반짝이고 있었다.
"내, 내가 제아무리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들 일국의 황자다! 어찌 이런 해괴망측한 노예 계약서에……!"
"아, 그러셔요? 그럼 당장 이 오두막에서 나가 주시겠어요? 숲속에 널려 있는 굶주린 마수들이 황자님 몸뚱이를 보면 아주 기뻐하며 환영 잔치를 벌이겠네요. 물론 그 귀여운 조카분도 함께요."
레티샤가 턱끝으로 디트리히의 품에 꼭 안겨 있는 레온을 가리켰다. 레온은 헤이즐넛 비스킷 가루를 입가에 묻힌 채, 동그랗고 무해한 눈망울을 깜빡이며 삼촌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삼톤…… 나 배고파아. 요기 누나야가 준까까 진짜 마시써써. 우리 요기 이쯔면 안 대요?"
조카의 천진난만한 옹알이에 디트리히의 넓은 어깨가 툭 내려앉았다. 황실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검을 잡았던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입술을 짓씹으며 레티샤가 내민 양피지를 노려보았다.
일 채무 차감액 50실버. 총 채무액 50,000루그.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대략 수백 년 동안 이 오두막의 바닥을 쓸고 닦아야 청산할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당장 갈 곳 없는 도망자 처지에 이보다 완벽한 은신처는 없었다. 게다가 방금 먹은 비스킷 한 조각에 자신의 폭주하던 마력이 거짓말처럼 가라앉은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 빚은 반드시 내 손으로 갚는다. 하지만 기억해라. 황가의 명예를 모독하는 행위는 용납지 않을 것이다."
"걱정 마세요. 일만 제시간에 끝내시면 명예든 뭐든 신경 안 쓰니까요."
디트리히는 굴욕감에 젖은 얼굴로 붉은 인묵을 엄지손가락에 꾹 눌렀다. 그리고 양피지 오른쪽 하단, 채무자 서명란에 붉은 지장을 깊게 새겨 넣었다.
낙인이 찍히는 순간, 레티샤의 품속에 있던 [스위트 가계부]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새로운 알림을 띄웠다.
[딩동! 첫 장기 계약 체결 완료!] [임시 알바생 '디트리히' 등록. 이제부터 공방의 노동력 효율이 15% 상승합니다.]
레티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를 소중히 접어 서랍 깊숙한 곳에 보관했다.
"좋아요. 그럼 당장 첫 업무부터 시작하죠. 우선 그 지저분한 옷부터 갈아입고……."
말을 끝맺기도 전이었다.
쾅! 쿠구구궁!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오두막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안개 숲의 기류가 급격하게 차가워지더니, 유리창 너머로 푸르스름한 형광빛을 띠는 냉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주방 쪽의 두꺼운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안으로 튕겨 들어왔다. 얼어붙은 유리 파편들이 바닥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차갑고 푸른 안개를 뒤집어쓴 거대한 그림자들이 오두막 안으로 뛰어들었다.
"크르르르……!"
날카로운 송곳니 사이로 얼어붙은 침을 흘리는 야수들. 몸길이만 해도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얼음 늑대' 무리였다. 그들의 단단한 등가죽 위에는 시퍼런 얼음 가시들이 돋아나 있었고, 두 눈은 붉은 광기로 가득 차 충혈되어 있었다.
"늑대……! 괴무리 나타나써요!"
레온이 비명을 지르며 디트리히의 등 뒤로 숨었다.
디트리히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검자루를 쥐려 했으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습격을 받던 와중에 무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재빨리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낡은 구리 주전자를 움켜쥐며 레티샤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뒤로 물러서라, 빚쟁이! 몸을 사려!"
그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비록 자신을 부려 먹으려는 악덕 공방주였지만, 제 은인을 마수의 이빨에 내던질 만큼 디트리히는 비겁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티샤는 겁을 먹기는커녕, 제 품에서 붉은 가죽 표지의 가계부를 꺼내 펼쳐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야수들의 마력 흐름을 정밀하게 쫓았다.
[스위트 가계부 시스템 작동 — 대상 진단 중] - 대상: 야생의 얼음 늑대 (Frost Fang) 3마리. - 상태: 극심한 빙결 마력 정체 및 햇빛 부족(비타민 D 결핍으로 인한 골밀도 저하 및 신경 과민). 체온이 임계점 이하로 떨어져 생존 본능에 따른 광폭화 발생. - 처방 레시피: [따뜻함을 품은 초콜릿 에클레어] - 효과: 고농도 화염 속성 마력과 온정의 비타민 공급으로 체내 냉기 정화 및 정서적 안정 유도.
"비타민 D 부족에 저체온증이네. 불쌍하게도 추워서 성질이 머리끝까지 난 거였어."
레티샤가 쯧쯧 혀를 찼다. 디트리히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녀를 돌아보았다.
"지금 잠꼬대를 하는 건가? 저것들은 경계의 숲에서도 가장 포악하기로 소문난 얼음 늑대다! 당장 도망쳐야……!"
"도망치면 부서진 창문 값은 누가 낼 건데요? 그리고 제 일터가 망가지잖아요!"
레티샤는 디트리히의 어깨를 가볍게 밀쳐내고 주방으로 달렸다.
"거기 알바생 씨! 주전자 들고 늑대들 시선 좀 끌어봐요! 이빨에 안 물리게 조심하고요!"
"뭐? 나더러 맨손으로 저 괴물들을 상대하라고?!"
디트리히가 기가 차서 소리쳤지만, 레티샤는 이미 오븐 앞으로 달려간 뒤였다.
그녀는 가계부의 레시피를 활성화했다.
[레시피 실행: 따뜻함을 품은 초콜릿 에클레어] [대가 지불: 소유자의 실제 체력 15% 및 '온정적 감정 에너지' 20%가 차감됩니다. 동의하십니까?]
머릿속에서 울리는 기계적인 목소리에 레티샤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해."
순간, 온몸의 핏기가 가시는 듯한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다리가 가늘게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가계부가 빛을 발하며 주방 조리대 위에 완벽하게 계량된 재료들을 만들어냈다.
따끈하게 데운 우유와 엄선된 카카오매스, 그리고 체온을 높여줄 정제된 화염초 가루가 프라이팬 위에서 섞이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레티샤의 손놀림은 신들린 듯 빠르고 정확했다.
한편, 거실에서는 디트리히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크어어엉!"
가장 거대한 얼음 늑대 한 마리가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들고 그에게 덮쳐왔다. 디트리히는 구리 주전자를 휘둘러 늑대의 주둥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캉!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늑대가 뒤로 밀려났지만, 그의 손목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서렸다. 마력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마수 세 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봐! 아직 멀었나! 내가 아무리 튼튼해도 이대로는 한 입 거리 조각상이 될 판이다!"
디트리히가 땀을 흘리며 외쳤다. 앞치마를 두른 그의 등 뒤로 차가운 냉기가 이빨을 드러내며 들이치고 있었다.
"다 됐으니까 조금만 더 버텨봐요!"
레티샤가 오븐 문을 활짝 열었다.
그 순간, 오두막 안의 공기가 180도 뒤바뀌었다.
퍼져 나가는 향기는 실로 경이로웠다.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길쭉한 슈(Choux) 껍질은 황금빛으로 노릇노릇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 틈새로 부드럽고 따뜻한 온기가 뿜어져 나왔다. 레티샤는 그 위에 미리 녹여둔 진득하고 짙은 초콜릿 가나슈를 듬뿍 끼얹었다. 벨기에산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하면서도 깊은 단맛이 공기 중에 퍼지며,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마력이 온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여기에 톡 쏘는 듯하면서도 몸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시나몬 향과 부드러운 바닐라 빈의 향긋한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얼어붙었던 오두막 안을 순식간에 봄날의 햇살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크릉……?"
디트리히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려던 얼음 늑대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콧구멍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이 말도 안 되게 맛있는 냄새는 무엇인가.
늑대들의 붉게 충혈되어 있던 눈동자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가에서 흘러내리던 얼어붙은 침이, 이제는 순수한 식욕의 침으로 바뀌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자, 착하지? 추운 날에는 따뜻하고 단 게 최고란다."
레티샤가 쟁반 위에 갓 구운 초콜릿 에클레어 세 개를 올려놓고 다가왔다. 에클레어의 겉면에는 은은한 화염 마력이 깃든 설탕 결정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어, 스스로 붉은빛을 내며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가 에클레어 하나를 늑대들에게 툭 던져주었다.
가장 앞에 있던 대장 늑대가 잽싸게 입을 벌려 그것을 받아먹었다.
바삭!
경쾌한 소리와 함께 슈의 껍질이 터지며, 그 안에 가득 차 있던 따뜻하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초콜릿 커스터드 크림이 늑대의 입안 가득 흘러넘쳤다. 혀끝을 타고 내려가는 진득한 단맛과 온 몸의 뼈마디를 노곤하게 녹여주는 화염초의 열기가 늑대의 전신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끼이우웅……."
포악하게 으르렁거리던 대장 늑대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등가죽을 뒤덮고 있던 시퍼런 얼음 가시들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며, 부드럽고 윤기 나는 은회색 털로 되돌아왔다. 늑대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황홀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더니, 이내 배를 하늘로 까뒤집고 뒹굴기 시작했다.
나머지 두 마리 역시 레티샤가 던져준 에클레어를 허겁지겁 핥아먹고는, 마치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순한 개처럼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레티샤의 다리에 머리를 비벼댔다.
"크릉, 낑낑……."
"어머, 털이 참 부드럽네. 이제 좀 살 것 같니?"
레티샤가 웃으며 늑대들의 턱밑을 살살 긁어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디트리히는 들고 있던 구리 주전자를 툭 떨어뜨렸다. 그의 고결한 얼굴이 완전히 멍하게 굳어 버렸다.
"이…… 이게 무슨……."
제국의 정예 기사단조차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며 겨우 토벌해 내던 경계의 숲의 마수들이었다. 그런 괴물들이 고작 길쭉한 과자 한 조각에 영혼을 판 것처럼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고 있다니.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와아! 댕댕이들이 둥글둥글 굴러요! 누나아, 나두 저거 만져볼래!"
레온이 신이 나서 디트리히의 결계를 빠져나와 늑대들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평소라면 기겁하며 말렸을 디트리히였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늑대들의 눈에서 살기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두막 안에는 오직 달콤하고 따뜻한 초콜릿 향과, 마수들의 평온한 숨소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거봐요. 치료비 오만 루그가 전혀 아깝지 않은 기술이죠?"
레티샤가 피곤한 기색을 숨기며 디트리히를 향해 씩 웃었다.
체력과 감정을 등가교환한 부작용으로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빚쟁이 황자에게 제 능력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성취감이 그녀의 입꼬리를 올리게 만들었다.
"……괴물이군."
디트리히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물론, 그 괴물이라는 단어는 늑대가 아닌 레티샤를 향한 것이었다.
"칭찬으로 들을게요. 그나저나 바닥이 엉망이 되었네요. 늑대들이 깨뜨린 유리는 어쩔 수 없다 쳐도, 바닥에 묻은 흙먼지랑 침은 다 닦으셔야겠어요. 알바생 씨?"
레티샤가 바닥을 가리키며 빗자루를 디트리히에게 툭 던졌다.
디트리히는 빗자루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허리를 숙였다. 제국 최강의 황자가 시골 오두막에서 빗자루질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레티샤는 그 모습을 보며 가볍게 웃다가, 문득 발끝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식탁 다리 구석, 깨진 유리 파편들 사이에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주변의 미세한 마력을 빨아들이며 스스로 푸른빛을 내뿜는, 아주 정교하고 투명한 은빛 펜던트였다.
그것은 디트리히가 아까 전 소동 와중에 옷자락 틈새로 흘린 것이 분명했다. 펜던트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은빛 마력은 황실 특유의 고결하고도 이질적인 힘을 품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야.'
레티샤의 가계부가 펜던트를 향해 경고등을 깜빡였다. 주변의 순수 은빛 마력을 극소량으로 수집하여 자체 진동하는 마력 탐지 증폭기. 황실의 추적자들이 보낸 마력 나침반이 이 근처를 훑을 때, 이 펜던트가 있으면 역으로 그들의 위치를 감지하거나 추적을 교란할 수 있는 강력한 물건이었다.
레티샤는 디트리히가 빗자루질에 열중해 있는 사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허리를 숙여 펜던트를 주워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앞치마 깊숙한 비밀 주머니 속에 고이 집어넣었다.
'이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아주 유용한 담보로 삼아야겠어.'
그녀의 눈동자가 차갑고도 기민하게 빛났다. 공짜 호의는 믿지 않는다. 디트리히가 언제 마음을 바꿔 자신들을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펜던트는 그녀가 쥘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패 중 하나였다.
잠시 후, 배를 채우고 몸을 데운 얼음 늑대들은 레티샤의 배웅을 받으며 오두막 문밖으로 나섰다.
가장 덩치가 큰 대장 늑대는 떠나기 아쉬운 듯, 마당 한구석에 설치된 빛바랜 푸른빛의 정화 결계 기단석에 제 머리를 몇 번이고 비벼대며 은혜를 표시했다. 늑대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맑은 마력이 결계석에 스며들며, 낮게 가라앉아 있던 결계의 푸른빛이 아주 미세하게 복원되었다.
"다음에 또 배고프면 오렴. 물론 그때는 공짜가 아니란다."
레티샤가 손을 흔들며 늑대들을 숲으로 돌려보냈다.
오두막의 깨진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밤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공방 안의 온기는 쉽게 식지 않았다.
그러나 평화는 아주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같은 시각.
오두막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안개가 짙게 깔린 숲의 경계선 언덕 위.
검은 마수 가죽 망토를 두른 사내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놋쇠로 만들어진 정밀한 망원경을 눈에 대고 있었다.
그의 망원경 렌즈 안에는 방금 전 오두막에서 나와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숲속으로 사라지는 얼음 늑대들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깨진 창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은은한 등불 빛과 빗자루를 들고 서 있는 은발 사내의 뒷모습까지.
사내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찾았다, 쥐새끼들. 감히 황후 폐하의 눈을 피해 이런 구석진 마수 소굴에 숨어 있었을 줄이야."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흑사자 기사단의 정찰병들이 소리 없이 검자루를 잡았다.
안개 숲의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과 함께 비정상적인 살기가 소리 없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