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아나톨의 채찍 끝에서 뿜어져 나온 보라색 역병 같은 마력이 밤공기를 갈기갈기 찢었다.

"돌격하라! 모두 저 오두막을 찢어발겨라!"

광기에 찬 아나톨의 비명과 함께, 흑사자 기사단원들의 몸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뼈마디가 어긋나며 굵어지고, 가죽 갑옷을 뚫고 솟구친 보라색 힘줄이 마치 뱀처럼 꿈틀거렸다. 인간의 이성을 잃고 오직 살육만을 갈구하는 마수로 변해버린 그들의 눈동자가 자색으로 번뜩였다.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안개 숲의 대지가 검게 타들어 갔다.

스우우우!

오염된 마력의 파동은 단숨에 오두막 주변의 숲으로 퍼져나갔다.

"끼이이익!" "꺄아악!"

미처 대피하지 못한 숲의 요정 동물들이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맑은 초록빛 눈동자를 빛내던 다람쥐들과 은빛 털의 아기 사슴들의 눈이 순식간에 탁한 보라색으로 뒤집혔다. 전면적인 사육 오염이 시작된 것이다. 미쳐 날뛰는 동물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저희끼리 물어뜯기 시작했고, 그 기괴한 불협화음이 숲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윽고, 눈이 온통 자색으로 반짝이는 무지막지한 흑색 기단 전위군이 오두막의 수호막을 향해 돌진했다.

쿠구구구궁!

"꺄악!"

오두막 마당 구석에 놓여 있던 나무 테이블과 벤치가 엄청난 충격파에 날아가 산산조각이 났다. 정화의 결계선이 팽팽하게 늘어나며 비명을 질렀다. 보라색 불꽃을 뿜어내는 괴물 기사들이 결계벽을 온몸으로 들이받을 때마다, 공방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천장 먼지가 하얗게 떨어져 내리는 공방 안에서 레티샤는 마른침을 삼켰다.

[시스템 경고: 결계 제어 장치 내구성 9%로 하락!] [현재 물리적·마력적 복합 타격 누적 중. 붕괴까지 남은 시간: 18분 42초]

망막 위에 붉게 점멸하는 가계부 시스템의 경고창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에클레어와 정화 디저트들을 구워내느라 이미 체력의 상당 부분을 소모한 상태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가계부의 등가교환 법칙은 가혹했다. 남을 구원하기 위해 온정을 베풀 때마다 자신의 온정적 감정 에너지와 생명력이 깎여 나가는 이 지독한 제약은, 지독한 가난을 겪었던 레티샤에게 늘 서늘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여기서 무너지면 끝장이야. 내가 겨우 일구어낸 내 집인데. 내 안식처인데!'

레티샤는 가죽 주머니 속에 든 묵직한 물건을 꽉 쥐었다. 상인 힐데가 넘겨준, 마력을 비정상적으로 흡수하고 역류시키는 고대 장벽의 역류 파편이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오자, 흐려지던 이성이 바짝 날을 세웠다.

"누나아……!"

레온이 레티샤의 앞치마 자락을 꼭 쥐며 울먹였다. 겁에 질려 파르르 떠는 작은 몸을 보며, 레티샤는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주저앉아 떨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레온, 삼촌. 잘 들으세요."

레티샤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고 단단했다. 그녀는 구석에 세워두었던 보라색 배달용 수레를 드르륵 끌고 왔다. 그 수레 위에는 방금 전까지 온 힘을 다해 구워낸 디저트 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탁, 탁.

레티샤가 상자들의 뚜껑을 하나씩 열어젖혔다. 순간, 공방 안에 가득했던 매캐한 탄내와 두려움의 냄새를 단숨에 지워버리는 경이로운 향기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그것은 구스다운 이불처럼 몽글몽글하게 부풀어 오른 노란빛의 '정밀 정화 수플레'였다. 오븐에서 막 꺼내어 달콤하고 따스한 바닐라 빈의 향취가 콧등을 간지럽혔다. 콧잔등을 스치는 버터의 고소함과 혀끝에 닿기도 전에 달콤한 온기를 전하는 커스터드의 향이 공방 안을 순식간에 채웠다.

그 옆에는 겉이 까맣고 단단하게 그을려 윤기가 흐르는 '가계부 한정 비약 카누레'가 정렬되어 있었다. 럼과 카카오의 달콤 쌉싸름한 깊은 향이 뿜어져 나왔고, 바람의 깃털 씨앗이 촉매제로 들어간 덕분에 카누레 주변으로 미세한 푸른빛 바람 마력이 퐁퐁 솟구치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파삭하고 속은 커스터드 크림처럼 촉촉하게 젖어 드는 미각의 극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비주얼이었다.

"이건 단순한 빵이 아니에요. 저 미치광이들의 마력 폭주를 가라앉히고 오염을 정화할 가장 확실한 약제예요."

레티샤가 카누레 상자를 들어 올리며 레온과 디트리히를 바라보았다.

"레온, 이 수플레를 정화된 마수들에게 배달해 줄 수 있겠니? 우리 공방의 명예 알바생이잖아."

레온이 젖은 눈가를 소매로 쓱 닦아내더니,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응! 레오니 대댱님이야! 마수 칭구들한테 이거 주구, 나쁜 아띠들 혼내줄 꼬야!"

"착하지. 우리 레온이 최고야. 끝나면 초코칩 쿠키를 원하는 만큼 줄게."

"우와아! 나 열 개 머구꼬야!"

아동용 맞춤형 보상안에 레온의 눈등에 가득했던 두려움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이는 고사리손으로 수플레 접시들을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레티샤는 고개를 돌려 디트리히를 응시했다. 은빛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그의 안색은 이전의 병약함이나 부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맑고 투명했다. 레티샤가 그동안 영양 전열을 다해 바친 온갖 치유 디저트들의 효능 덕분이었다.

"알바생. 이제 밥값 할 시간이에요."

디트리히가 낮게 웃었다. 그의 눈동자에 깃든 은빛 마력이 깊고 단단하게 침전되었다.

"기다리던 참이었다. 고용주가 내리는 명령치고는 꽤 거칠군."

"빚을 털어내려면 이 정도는 감수하셔야죠. 아직 45,000루그나 남았다고요."

"흥, 그 지독한 계산법은 여전하군."

툴툴대면서도 디트리히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그는 천천히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가 검을 쥐자마자, 공방 안의 공기 압력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스으으으—!

디트리히의 발끝에서부터 찬란한 황금빛과 고결한 은빛이 뒤섞인 불꽃 같은 투기가 각인되듯 피어올랐다. 그것은 상처가 말끔히 치유되어 본연의 힘을 되찾은 제국 제1황자의 위용이자, 전신(戰神)이라 불리던 완전무결한 골든 바디의 구현이었다.

"오두막의 방어선은 내가 지킨다. 단 한 발짝도 저 오염된 자들이 이 문턱을 넘지 못하게 하지."

그의 목소리에는 비장함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레티샤는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간지러운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작전 시작이에요."

레티샤가 오두막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쿠오오오오!

차가운 밤바람과 함께 검붉은 광기와 보라색 마력이 휘몰아쳐 들어왔다. 하지만 오두막 마당에는 이미 든든한 아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동안 레티샤의 손에 정화되어 단골손님이 된 마수들이었다.

크르르릉!

온몸이 붉은 화염으로 뒤덮인 거대한 고대종, '붉은 사자'가 앞장서서 포효했다. 배달 수레를 끌며 레티샤에게 순화되었던 사자는, 주인의 성역이 위협받자 털을 곤두세우며 흑사자 기사단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 뒤편으로는 에클레어를 먹고 정화되었던 얼음 늑대들이 푸른빛 눈동자를 빛내며 대형을 갖추었다.

"누나아! 레오니가 배달해떠요!"

레온이 붉은 사자의 등 위로 기어올라가 정화 수플레를 사자의 입안에 쏙 넣어주었다. 수플레를 삼킨 붉은 사자의 화염이 한층 더 맑고 투명한 황금빛으로 타올랐다. 마력의 혼탁함이 정화되고 정밀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자, 마수의 전투력이 극대화된 것이다.

"가라!"

디트리히가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콰아아앙!

황금빛 투기를 두른 그의 대검이 허공을 가르자, 괴물화되어 달려들던 흑사자 기사단 세 명이 단숨에 뒤로 날아가 처박혔다. 핏빛 폭주 속에서도 디트리히의 압도적인 무력은 그들의 기세를 꺾기에 충분했다.

"디트리히……! 살아있었구나!"

후방에서 기사들을 채찍질하던 아나톨이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눈을 부릅떴다.

"황후 폐하를 시해하려 한 대역죄인 놈! 기어코 여기서 숨통을 끊어주마!"

"미쳐버린 개가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나톨."

디트리히가 차갑게 대꾸하며 대검을 고쳐 잡았다. 은빛 검기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괴물 군대의 전진을 막아섰다. 마수들과 디트리히가 이루어낸 철벽같은 배수진은, 그 어떤 대군이라도 뚫을 수 없을 것처럼 견고해 보였다.

그것은 지고무상한 디저트 공방의 성역화이자, 영양 도감의 가치를 가시적으로 증명하는 위대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아나톨의 광기는 레티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크하하하!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이 결계석이 있는 한, 우리는 불사다!"

아나톨이 품에서 검게 물든 커다란 결계석을 꺼내 들어 땅에 박아 넣었다.

우우우웅!

대지가 기괴하게 진동하며, 흑사자 기사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라색 마력이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처럼 연결되기 시작했다. 흑색 주박 대형 결계였다. 그 결계의 강력한 물리적 압박이 오두막의 수성 결계선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직이익, 지직!

"아앗……!"

수호막이 한계를 맞이하며 찢어지는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콰창!

결국 오두막 지붕의 한쪽 모퉁이가 강력한 마력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반파되어 기와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먼지와 파편이 레티샤의 뺨을 스쳤다. 수호막의 내구도가 순식간에 3%로 곤두박질쳤다.

"이제 끝이다, 비천한 제빵사 년과 황실의 쓰레기들아!"

아나톨이 광소하며 검은 손을 뻗었다. 괴물 기사들이 반파된 지붕 틈새로 오두막을 향해 일제히 뛰어내릴 기세를 취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레티샤의 입가에는 절망 대신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끝인 건 그쪽이겠죠."

레티샤가 가방 속에서 꺼낸 가짜 결계석 파편을 허공으로 높이 던졌다. 힐데가 가져다준, 마력을 비정상적으로 흡수해 역방향으로 대폭발을 일으키는 고대의 역류 파편이었다.

"작동."

레티샤가 스위트 가계부의 가동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역장 속으로 빨려 들어간 파편이 눈부신 보라색 광막을 흡수하며, 기괴한 소리와 함께 팽창하기 시작했다.

파편이 공중에서 세차게 회전하며 주변의 검푸른 마력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나톨이 전개한 흑색 주박 결계의 보라색 줄기들이 갈가리 찢겨 나가며 고대의 파편 속으로 흡수되었다. 겉보기엔 그저 낡은 돌조각에 불과했던 파편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찬란한 은빛 광채를 토해냈다.

"이, 이게 무슨……! 내 결계가 역류하고 있다고?!"

아나톨이 비명을 지르며 채찍을 고쳐 잡았지만, 이미 흐름은 바뀐 뒤였다.

레티샤는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던 '오염원 흡수 극대화 처방용 카누레'를 꺼내 파편을 향해 던졌다. 바람의 깃털 씨앗을 품은 카누레가 공중에서 파편과 부딪치며 파삭, 하고 아름답게 부서졌다.

순간, 숲속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싱그러운 향취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겉은 진한 카카오와 럼주를 입혀 구워내어 가벼운 탄내와 함께 쌉싸름하고 달콤한 향이 코끝을 찔렀다. 그 단단한 크러스트가 깨지자마자 흘러나온 촉촉한 노란빛 커스터드 크림에서는, 갓 끓여낸 우유의 묵직한 고소함과 천연 바닐라 빈의 아늑한 잔향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뒤이어 바람의 깃털 씨앗이 터지며 싱그러운 박하 향이 섞인 맑은 바람이 대지를 달콤하게 감쌌다.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 아기자기하고 몽글몽글한 향기는, 피와 광기로 물들었던 전장을 순식간에 평화로운 오후의 티타임 행사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콰아아아앙!

정화 마력과 역류한 결계의 힘이 융합되어 거대한 빛의 기둥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단순한 폭발이 아니었다. 빛의 파도가 닿는 곳마다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던 기사들의 몸이 원래대로 줄어들었고, 자색으로 뒤집혔던 요정 동물들의 눈동자가 다시 맑은 초록빛을 되찾았다.

"끼우우……." "꺄아, 꺄!"

정밀 정화 수플레와 카누레의 마력을 듬뿍 들이마신 다람쥐들과 아기 사슴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숲속으로 쪼르르 도망쳤다. 무자비한 폭주 유도 약물에 취해 날뛰던 기사들도 무기를 떨어뜨린 채 바닥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 안 돼……! 내 군대가, 황후 폐하께서 내려주신 나의 영광이……!"

아나톨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그는 실패의 대가가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무에 실패해 돌아가면 잔혹한 황후의 손에 가문 전체가 도살당할 터였다. 광기 뒤에 숨겨진 극도의 공포가 그의 눈틀을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레티샤는 그의 절망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시스템: '오염원 흡수 극대화 처방용 카누레' 및 '고대 장벽의 역류 파편' 공명 완료!] [경고: 대가 지불 시스템 가동. 실제 체력 25%와 온정적 감정 에너지 30%가 강제 차감됩니다.]

"윽……!"

순간, 레티샤의 무릎이 꺾였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차가운 냉기가 뻗어 나와 온몸의 피를 얼려버리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며, 방금 전까지 느꼈던 안도감도,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따스한 사명감도 모조리 증발해 버렸다. 오직 기계적인 손익계산과 뼈를 깎는 듯한 피로감만이 그녀의 뇌리를 지배했다. 영양실조에 걸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레티샤?!"

검을 거두고 돌아서던 디트리히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그의 든든하고 단단한 팔이 쓰러지기 직전의 레티샤를 단단히 붙잡아 안았다.

"얼굴색이 왜 이리 창백한 거지? 몸이 얼음장 같군……!"

디트리히의 은빛 눈동자에 극심한 부채감과 걱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는 레티샤가 이 말도 안 되는 기적을 일으킬 때마다 제 목숨을 깎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눈치채고 있었다.

"누나아! 아프디 마요오…… 레오니가 호오 해줄게요오……."

레온이 붉은 사자의 등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레티샤의 얼어붙은 손을 꼭 쥐었다. 아이의 고사리손에서 전해지는 미약한 온기 덕분에 레티샤는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다.

"……괜찮아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레티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대답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들을 가만히 쉬게 두지 않았다.

파자작, 콰창!

오두막 주변을 감싸고 있던 푸른빛 정화 결계가 결국 유리창이 깨지듯 완전히 박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시스템 경고: 결계 제어 장치 내구성 0%. 정화 결계가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절대 안전지대였던 낙원 공방의 방벽이 완전히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하하…… 하하하! 결계가 사라졌구나!"

지옥의 밑바닥에서 살아 돌아온 것 같은 몰골의 아나톨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비록 그의 군대는 무력화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잔혹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아나톨은 품 안에서 검붉게 타오르는 또 다른 폭주 촉진 마법 병을 꺼내 제 입안으로 아낌없이 털어 넣었다.

"끄아아아악!"

인간의 가청 영역을 넘어선 기괴한 비명과 함께, 아나톨의 몸이 거대한 검은 그림자 괴수로 변해갔다. 그의 손에 들린 가죽 채찍이 단단한 철퇴처럼 변해 오두막을 향해 사정없이 내리쳐졌다.

"다 같이 죽는 거다!"

결계가 사라진 공방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디트리히가 다급히 황금빛 투기를 끌어올려 검을 치켜들었으나, 방금 전의 전투와 결계 해제 여파로 그의 마력 흐름 역시 일시적으로 정체되어 있었다.

괴수가 된 아나톨의 철퇴가 그들의 머리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져 내리는 그 순간.

쿠구구구둥!

공방 바닥 아래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불길하고도 거대한 어둠의 마력 반응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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