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정찰 임무를 띤 선두 암살단 네 명이 어둑한 안개 숲 저녁, 숨결을 죽인 채 수평 결계선 벽 옆 구멍으로 화염 화살을 겨누는 모습이 레티샤의 망막에 실시간으로 깜빡였다.

[적의 선제 타격 감지! 충돌까지 3초 전—]

머릿속을 사정없이 찌르는 가계부 시스템의 붉은 경고음과 함께, 레티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밤안개가 무겁게 가라앉은 공방의 공기 속에서 차가운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레온, 엎드려!"

디트리히가 거친 목소리로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의 탄탄한 팔이 탁자 밑에서 장난감 블록을 만지작거리던 레온을 낚아채듯 안아 품에 넣었다. 동시에 스릉, 하는 맑은 파열음과 함께 그의 검이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궤적을 그리며 뽑혀 나왔다.

피융-!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찰음이 고요한 오두막의 유리창을 흔들었다. 결계의 가장 얇은 틈새, 환기구 구멍을 뚫고 들어오려던 화염 화살 한 발이 디트리히가 휘두른 검날에 부딪혀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튕겨 나갔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붉은 불씨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매캐한 유황 냄새를 풍겼다.

"크르르릉!"

문밖을 지키고 서 있던 거구의 붉은 사자가 거친 숨을 내쉬며 앞발로 땅을 굴렀다. 숲속의 어둠 속에서 자갈들이 사정없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들의 은밀한 발소리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는 소리였다.

'정찰대 놈들, 결계의 약점을 확실하게 노렸어.'

레티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가계부의 미니맵 위로 붉은 점 네 개가 바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한 도적 떼가 아니었다. 황후가 보낸 정예 살수들답게, 단 한 번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마자 즉각 대형을 정비하며 결계석의 마력 파동을 분석하려 들고 있었다.

"디트리히 씨, 30초만 버텨요!"

레티샤는 가계부 화면을 켜둔 채로 몸을 돌렸다.

"어딜 가려는 거지? 여기 있어라, 내 뒤를 벗어나지 마!"

디트리히가 검을 고쳐 잡으며 소리쳤지만, 레티샤는 이미 오두막 구석의 낡은 나무 문을 열어젖힌 뒤였다. 삐걱거리는 낡은 오크통 계단을 딛고 단숨에 지하 비밀창고로 뛰어내려 갔다.

지하 창고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마다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레티샤가 정성껏 보관해 둔 버터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냄새, 갓 수확해 건조한 바닐라 빈의 몽글몽글하고 진한 단내가 어두컴컴한 창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장 깊숙한 선반 구석, 하얀 밀가루 포대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손끝에 차갑고 단단한 유리병의 촉감이 닿았다.

병 안에는 투명한 푸른빛을 띤 은빛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지난날 디트리히가 옷자락 틈새로 흘려 식탁 아래 떨어뜨렸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주변의 순수 은빛 마력을 극소량으로 수집해 스스로 미세하게 진동하는 투명한 푸른빛 펜던트. 마치 얼어붙은 호수의 깊은 바닥을 잘라 만든 것처럼, 병 속에서도 홀로 은은하고 가냘픈 푸른 인광을 내뿜고 있었다.

"이걸 쓸 때가 올 줄 알았지."

레티샤는 망설임 없이 유리병을 깨뜨리고 펜던트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은빛 마력의 찌릿찌릿한 감각이 마치 얼음 조각을 쥔 듯 차가웠다.

다시 계단을 뛰어 올라오자, 공방 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하아아압!"

디트리히가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결계 틈새로 들이치는 암살단들의 두 번째 집중 사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불꽃과 검기가 부딪치며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공방의 거실을 수놓았다. 그의 넓은 등 뒤에서 레온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귀를 꼭 막은 채 바르르 떨고 있었다.

"누나아... 무서어... 흑, 불이가 막 번쩍번쩍해에..."

"레온, 괜찮아. 이 누나가 달콤한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삼촌 옆에 꼭 붙어 있어."

레티샤는 레온을 안심시키며 디트리히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손에 쥔 푸른빛 펜던트를 전방의 결계 구멍을 향해 높이 치켜들었다.

그 순간, 디트리히의 시선이 레티샤의 손끝에 머물렀다. 그의 짙은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흔들렸다.

"너... 그걸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는 거지? 그건 내 가문의..."

"알바 치료비 보증수표 활용법입니다!"

레티샤가 디트리히의 말을 가차 없이 자르며 당차게 대꾸했다.

"공방에 무단으로 묵으면서 흘린 물건은 고용주의 소유가 되는 게 이 숲의 규칙이거든요. 마침 아주 유용하게 쓸 데가 생겼네요."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는군. 그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다. 황실의 순수한 마력을 끌어당기는 일종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꺼낸 거죠."

레티샤는 스위트 가계부를 눈앞에 띄웠다. 가계부의 종이 페이지가 사르륵 넘어가더니, 황금빛 활자들이 어둠 속에서 몽글몽글하게 떠올랐다.

[황실 정밀 마력 탐지 기기 역류 레시피: '카라멜라이즈드 마력 폭탄'] [설명: 순수한 은빛 마력을 수집하는 매개체에 고열의 당분 정화 마력을 주입하여, 주변의 추적 나침반을 과부하시키는 마력 폭발을 유도합니다.] [대가 지불 경고: 소유주 레티샤의 현재 체력 45%, 온정적 감정 에너지 50%. 레시피 실행 시 실제 체력 15%와 온정적 감정 에너지 20%가 즉시 차감됩니다. 동의하십니까?]

실제 체력이 깎여 나갈 때의 그 지독한 피로감과, 가슴속이 텅 비어 아무런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무기력증의 공포를 레티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감정이 차감되는 순간의 그 서늘하고 삭막한 기분은 마치 온 세상의 색깔이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변하는 듯한 기괴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망설이면 이 따뜻한 공방도, 성실하게 접시를 닦던 꼬마 레온도, 틱틱거리면서도 밤새 장작을 패 주던 츤데레 황자님도 모두 잃게 된다.

'내 손해는 내가 계산해. 그리고 여긴 내 집이야.'

레티샤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가계부 화면의 '동의' 버튼을 꾹 눌렀다.

웅-!

순간, 레티샤의 가슴 깊은 곳에서 따스한 온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서늘한 감각이 몰아쳤다. 몸끝이 차갑게 식어가고, 눈앞이 일시적으로 핑 돌며 영양실조의 전조 증상인 어지럼증이 덮쳐왔다. 심장이 무겁고 기계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오직 생존과 계산만이 머릿속을 차갑게 지배하는 감각의 마비.

그러나 그와 동시에, 공방 안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끈적한 수제 카라멜 향기가 폭발하듯 퍼져나갔다.

황설탕을 은근한 불에 졸여 갈색빛으로 변할 때의 그 부드럽고 고소한 향, 살짝 탄 듯하면서도 혀끝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쌉싸름한 미각적 심상, 그리고 잘 익은 버터가 녹아내리며 내뿜는 묵직하고 따스한 후각적 자극이 온 사방을 가득 채웠다.

레티샤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황금빛 마력 시럽이 투명한 푸른빛 펜던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감겨들었다.

스파아아아크!

푸른빛 펜던트가 황금빛 카라멜 마력과 융합하며 맹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

한편, 공방 바깥의 안개 숲 속.

검은 가죽 망토를 두른 황실 암살단의 선봉장 베르너는 손에 쥔 은빛 마력 추적 나침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침반의 은침이 오두막의 수평 결계선 벽 옆 구멍을 가리키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독기와 함께 묘한 절박함이 서려 있었다. 황후의 잔혹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이번 임무를 실패하고 돌아간다면, 그의 가문은 제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터였다. 부하들의 목숨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저 오두막 안의 불씨를 반드시 꺼뜨려야만 했다.

"결계가 생각보다 단단하군. 하지만 어차피 시골 처녀의 얄팍한 마법일 뿐이다. 화염 화살로 결계의 핵을 과열시켜 파괴해라."

베르너가 차갑게 명령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치이이이이익-!

그가 쥐고 있던 은빛 마력 추적 나침반의 은침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돌던 바늘이 이내 붉게 달아오르며 손바닥을 태울 듯한 고열을 내뿜었다.

"끄악! 이, 이게 무슨...!"

베르너가 비명을 지르며 나침반을 떨어뜨리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오두막의 깨진 틈새로 거치된 은빛 펜던트가 공기 중에 흩어져 있던 황실의 미세한 마력 흔적들을 모조리 빨아들인 뒤, 가계부의 카라멜라이즈드 폭탄 에너지와 동조하여 거대한 역류 파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황실 암살단이 소지한 모든 추적 장비와 무기들은 황가의 은빛 마력에 반응하도록 정밀하게 튜닝되어 있었다. 그것이 장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수집된 순수 수집 에너지가 펜던트를 통해 수천 배로 증폭되어 그들의 나침반으로 역류해 들어갔다.

"마력이... 마력이 역류한다! 당장 무기를 버려—!"

베르너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그의 외침은 폭음 속에 묻히고 말았다.

콰콰쾅-! 쿠우우웅!

어떤 화려한 마법적 주술의 대치도 없었다. 오직 적들이 자랑하던 최고급 황실 추적 장비들이 스스로의 마력을 이기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소리만이 숲을 뒤흔들었다.

살수들이 쥐고 있던 활과 검, 가슴팍에 품고 있던 마력 나침반들이 화염 방진 상태로 과부하를 일으키며 일제히 터져 나갔다.

펑! 펑! 퍼버벙!

마치 거대한 달고나가 타오르는 듯한 쌉싸름한 탄내가 숲속에 진동했다. 솜사탕처럼 하얗고 몽글몽글한 연기가 사방으로 피어오르며 살수들의 시야를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아아악!"

"눈이... 눈이 안 보인다!"

강력한 정화 폭발의 충격파에 밀려난 네 명의 살수들은 비명과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그들이 지녔던 살기등등한 기운은 간데없고, 그저 온몸에 달콤한 카라멜 찌꺼기와 하얀 연기를 뒤집어쓴 채 기절하거나 꼴사납게 숲 바닥을 구를 뿐이었다.

공방의 문턱은커녕, 마당의 잔디조차 제대로 밟아보지 못한 채 완벽하게 전멸당한 것이다.

오직 바람에 흩날리는 달콤하고 고소한 카라멜 향기만이 그 자리에 평화롭게 맴돌았다.

***

"세상에..."

디트리히가 검을 쥔 손을 천천히 내리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기묘한 감탄이 서려 있었다.

검사로서 평생을 살아온 그였다. 마법사들의 치열한 주술 대결이나 기사들의 피 튀기는 검투는 익숙했지만, 적들이 지닌 추적 장치의 메커니즘을 역이용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적의 선봉대를 폭사시키는 광경은 생전 처음이었다.

"이런 기괴하고 영리한 지략을 부릴 줄이야. 너는 대체..."

"말했잖아요. 짠순이 고용주를 얕보면 안 된다고..."

레티샤가 피식 웃으며 힘없이 대꾸했다.

하지만 그녀의 다리가 사정없이 후들거렸다. 가계부 시스템에 지불한 실제 체력 15%와 온정적 감정 에너지 20%의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다.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차갑고, 손가락 끝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영양실조로 인한 빈혈 증세가 덮치며 시야가 하얗게 바래갔다.

"레티샤!"

디트리히가 검을 던지듯 내려놓고 비틀거리는 그녀의 어깨를 급히 붙잡았다. 차가운 그의 손길이 닿았지만, 가슴속의 감정이 마비된 레티샤는 아무런 설렘도,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누나아! 누나아, 아푸지 마아... 흐아앙..."

레온이 울먹이며 레티샤의 치맛자락을 꼬옥 쥐었다. 꼬마의 온기만이 유일하게 현실감을 붙잡아주고 있었다.

"괜찮아요... 그냥 서서 일하느라 피곤해서 그래요. 퇴근 시간도 지났고..."

레티샤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뚜둑-*

불길하고 둔탁한 소리가 공방 바닥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디트리히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 소리는..."

오두막 전체를 지탱하고 있던 푸른빛 정화 결계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바닥 중앙, 결계 제어 장치가 숨겨진 지단의 틈새로 붉은 마력의 불꽃이 튀었다. 무리하게 은빛 마력을 끌어당겨 역류 폭발을 일으킨 여파가, 오두막 전체의 영양과 에너지를 대가 없이 지나치게 갈아 넣은 결계 제어 장치로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었다.

가계부 화면 위로 지독하게 붉은 경고창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위험! 무리한 마력 증폭 역류 효과로 인해 결계 제어 장치 중심의 핵심 결정석이 파손되었습니다!] [결정석 내구성: 12%] [결계 유지 가능 시간: 24시간] [24시간 이내에 결정석을 수리하거나 대체 마력원을 공급하지 않을 경우, 정화 결계가 완전히 소멸합니다.]

"뚜두둑, 쩍-."

바닥을 가로지르는 불길하고 날카로운 실금이 그들의 발밑까지 선명하게 뻗어 나갔다. 레티샤와 디트리히의 시선이 공중에서 무겁게 충돌했다. 수십 명의 적들이 대기하고 있는 이 안개 숲 속에서, 그들을 지켜주던 유일한 방패가 깨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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