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럴 수가…… 단순한 수신기가 아니었어! 이건 고리를 완성하는 매개체였군!"
힐데의 갈색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 놓인, 피 묻은 제크 가문 특유의 은빛 마력 관측 나침반이 파르스름한 불꽃을 뿜어내며 요란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디트리히가 허리춤에서 검을 완전히 뽑아 들며 물었다. 서슬 퍼런 검날이 은빛 불꽃에 반사되어 서늘하게 빛났다. 그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오두막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황후의 마법사들이 척후병의 나침반에 '역추적 주술'을 걸어둔 겁니다. 이 나침반이 이 근처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은빛 마력 반응—즉, 당신들의 마력이나 그 펜던트의 기운과 접촉하는 순간, 즉시 그 좌표를 본대에 전송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거야!"
힐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 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사흘이 아닙니다! 놈들은 이미…… 바로 이 안개 숲 입구까지 당도해 있었던 거예요!"
쿠웅!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두막 전체가 크게 들썩였다.
창문 유리가 바르르 떨리며 비명을 질렀고, 정원을 감싸고 있던 푸른빛 정화 결계가 웅장한 천둥소리와 함께 붉은빛 주술과 충돌하며 사나운 스파크를 일으켰다.
어두운 안개 숲 너머, 나뭇가지들이 무참히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수십 마리의 군마가 내딛는 무거운 말발굽 소리가 지독한 금속성 갑옷 마찰음과 함께 공방을 향해 사방에서 좁혀오고 있었다.
레티샤의 시야 속에서 스위트 가계부의 경고등이 붉은 피처럼 선명하게 번쩍였다.
[긴급 상황: 외부 결계 유지력 급감!] [적의 총공격까지 남은 시간: 10분]
귀를 찢는 듯한 경고음이 귓가를 맴돌았다. 레티샤는 주머니 속을 가만히 더듬었다. 3화에서 디트리히가 식탁 아래 흘렸던, 차가우면서도 투명한 푸른빛의 은빛 펜던트가 손끝에 걸렸다. 펜던트는 적들의 나침반과 공명이라도 하듯 미세하게 웅웅거리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
쿵! 쿠구구궁!
나무 장벽이 찢어발겨지는 소리가 숲의 정적을 깨뜨렸다. 황후 직속 추격대와 그들이 끌고 온 마력 탐지견들의 비명 섞인 울음소리가 안개 너머에서 들려왔다. 은빛 도금 갑옷을 입은 흑사자 기사단의 선발대가 마침내 공방의 제1외각 경계선에 당도한 것이다.
"하운드들이 반응한다! 은빛 마력의 냄새가 이 안쪽에서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굵직하고 거친 사내들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콧김을 씩씩 뿜어내며 쇠사슬을 연신 잡아당기는 마력 탐지견들의 발톱이 흙바닥을 사정없이 파헤쳤다. 놈들의 붉은 눈동자가 안개 속에서 번뜩였다.
"으으……."
오두막 구석, 나무 식탁 아래에 웅크린 작은 그림자가 바르르 떨렸다. 레온이었다.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레티샤가 선물해 준 노란색 레이스 앞치마를 꼭 쥔 채, 아이는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누나아…… 나 땜우네…… 나랑 삼톤 땜우네 냐쁜 사람들이 온 고야? 나, 나 뎨송해요……."
아이가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 밭은 숨을 몰아쉬는 아이의 작은 어깨가 애처롭게 들썩였다. 황실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 속에서 부모를 잃고 겨우 살아남은 아이에게, 갑옷의 쇠붙이 소리와 군마의 말발굽 소리는 그 자체로 거대한 공포의 기억이었다.
레티샤는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에클레어를 굽느라 이미 체력의 15%와 온정적 감정 에너지의 20%를 소모한 상태였다. 전신을 짓누르는 납덩이 같은 피로감과 감정이 메말라가는 서늘한 무기력증이 그녀의 이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태만이 온몸을 지배하려 했다.
하지만 눈앞에서 울먹이는 꼬마 알바생을 보는 순간, 레티샤의 눈빛에 단단한 이채가 서렸다.
'내 가게야.'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고, 마침내 손에 넣은 소중한 나만의 안식처. 그리고 겨우 이틀 동안 식탁을 닦으며 고사리손으로 도우려 애쓰던 무해한 꼬마 알바생과, 툴툴거리면서도 묵묵히 무거운 물통을 나르던 대공 알바생이 있는 곳이다.
레티샤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레온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부드러운 손길로 닦아주었다.
"레온, 잘 들어."
레티샤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차분했다.
"네 탓이 아니야. 그리고 여긴 내 공방이야. 내 허락 없이는 그 어떤 나쁜 사람도 이 문턱을 넘을 수 없어. 그러니까 뚝 하자, 응?"
"웅…… 누나아……."
레온이 콧물을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티샤는 주머니에서 미리 챙겨두었던 딸기 마카롱 하나를 꺼내 아이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이거 먹고 꼭꼭 숨어있어. 가게 청소하느라 고생한 우리 성실한 알바생한테 주는 특별 보너스야."
달콤하고 상큼한 딸기 향이 입안 가득 퍼지자, 레온의 눈가에 서려 있던 극도의 불안감이 미세하게 완화되며 숨소리가 한결 가벼워졌다.
레티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공에 대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스위트 가계부 가동. 방어 모드 전환!'
잉크 냄새가 향긋하게 풍기며 황금빛 가계부 페이지가 허공에 반투명하게 펼쳐졌다. 레티샤는 그동안 악착같이 모아둔 금화와 은화의 잔액을 확인했다. 그리고 공방 창고에 쌓아둔 특수 제과 재료들을 훑었다.
[보유 자원: 12,500 루그] [특수 재료: 정화석 가루 3포대, 박하 잎 2바구니, 고농축 초콜릿 버터 5상자]
"전부 털어 넣겠어. 방어 결계 보강 및 공방 긴급 개조!"
[경고: 다량의 자원 및 재료가 소모됩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해. 당장 실행해!"
빛바랜 가계부의 페이지가 무서운 속도로 넘어가며 눈이 시릴 정도의 황금빛 입자를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오두막의 사방 벽면과 바닥으로 은은한 민트 향과 달콤한 캐러멜 향을 머금은 마력의 흐름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거친 나무 기둥들은 마치 강철처럼 단단하게 경화되었고, 창문 유리는 정화석 가루의 마력이 덧씌워져 은빛 방어막을 겹겹이 둘렀다.
동시에 레티샤는 주방으로 걸어가 거대한 놋쇠 냄비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전투 처방용 마카롱 버터 크림을 준비한다."
그녀는 다급하게 움직였다. 프레시 버터를 냄비에 넣고 불을 붙이자, 고소하면서도 묵직한 풍미가 가득 피어올랐다.
여기에 갱도 깊은 곳에서 채굴한 정화의 푸른 설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주걱을 젓는 레티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바닐라 빈을 반으로 갈라 씨를 긁어넣자, 이내 오두막 안은 황홀할 정도로 달콤하고 따스한 향으로 가득 찼다.
후각을 자극하는 진하고 부드러운 우유 버터의 향, 혀끝을 마비시킬 듯 짜릿하게 번지는 정화 설탕의 단맛, 그리고 오븐 건조대에서 방금 꺼내어 파삭하고 쫀득한 질감이 살아있는 초록색 꼬끄의 고소함이 공방 내부의 살벌한 공기를 순식간에 정화해 나갔다.
이것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었다. 침입자들의 마력 폭주를 억제하고, 아군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투용 처방 디저트'의 베이스였다.
***
오두막 한편에서 묵묵히 이 광경을 지켜보던 디트리히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더 이상 숨어 지내는 도망자의 나약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국의 제1황자이자, 한때 전쟁터를 누비던 최강의 마검사로서의 서슬 퍼런 투기가 그의 전신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도망치지 않는 건가."
디트리히가 낮게 읊조렸다.
"내 사전에 내 가게를 버리고 도망치는 시나리오는 없어. 빚쟁이들한테 쫓기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이제는 황실 암살자들까지 내 은신처를 망치려 들다니. 절대 용납 못 해."
레티샤는 주걱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그녀의 뺨이 열기로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디트리히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살짝 올라갔다. 오만하면서도 어딘가 기껍다는 듯한 미소였다.
"마음에 드는군. 고용주가 도망치지 않겠다는데, 일당을 받는 알바생이 먼저 꼬리를 내릴 수는 없지."
그는 구석에 세워져 있던, 부러진 옛 대검을 집어 들었다. 가문의 문장이 반쯤 깎여 나간, 녹슬고 무거운 철검이었다.
서걱, 서걱.
디트리히는 자리에 앉아 묵직한 숫돌에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차갑고 단단한 쇳소리가 달콤한 버터 향 속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가 칼을 한 번 갈 때마다, 검날에 서려 있던 녹이 벗겨지며 푸르스름한 은빛 마력이 서서히 숨을 쉬듯 일렁였다.
"내 목숨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에게, 제국의 검이 아직 부러지지 않았음을 똑똑히 가르쳐주지."
디트리히의 고압적인 눈빛이 레티샤를 향했다.
"레티샤, 뒤는 내가 맡는다. 너는 그 기이한 가계부인지 뭔지로 방어선을 구축해라. 단 한 놈의 발자국도 이 문턱을 밟지 못하게 할 테니."
"당연하죠. 만약 문짝 하나라도 부서지면 디트리히 씨 월급에서 깔 줄 아세요."
레티샤가 짐짓 쌀쌀맞게 쏘아붙였지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묘한 연대감이 공방 안을 가득 채웠다.
크르르릉-.
오두막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붉은 사자 역시 거대한 앞발로 땅을 긁으며 웅장한 울음소리를 냈다. 레티샤의 정화 디저트를 먹고 사역마가 된 이 고대종 마수는, 이제 주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발톱을 세우고 있었다.
겁에 질려 도망치기만 하던 과거는 끝났다.
가계부의 수호 결계, 황실 최고의 검사, 그리고 길들여진 강력한 마수의 힘이 결합한 철저한 요새화가 완성되고 있었다. 공방은 이제 단순한 디저트 가게가 아니었다. 침입자들을 파멸로 이끌 달콤하고 치명적인 함정이었다.
***
스르릉.
디트리히가 검을 완전히 갈아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칼날은 이제 거울처럼 맑게 빛나며 방 안의 촛불을 반사하고 있었다.
바람이 창문 틈새로 차갑게 흘러들었다. 안개 숲의 어둠은 더욱 짙어졌고, 결계를 압박하는 적들의 기척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레티샤는 가계부의 미니맵 화면을 띄웠다.
초록색으로 빛나는 공방의 결계선 벽면 바로 바깥쪽, 붉은색 점 네 개가 소리 없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찰대다.'
본대가 들이치기 전, 결계의 약점을 탐색하려는 황실 암살단의 선두 정예병들이었다.
어둑한 안개 숲의 저녁 공기 속에서, 소리도 없이 숨결을 죽인 네 명의 사내들이 수평 결계선 벽 옆의 작은 구멍으로 살며시 다가섰다. 그들의 보폭은 자갈 하나 밟는 소리조차 내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극도로 절제되어 있었다.
스으윽.
선두에 선 사내가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촉 끝에 시퍼런 맹독과 함께 붉은 화염 주술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들이 겨냥한 곳은 오두막의 환기구이자 결계의 마력이 가장 얇게 퍼진 틈새였다.
화염 화살이 밤공기를 가를 준비를 마친 바로 그 순간,
레티샤의 망막 위로 적들의 위치와 화살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붉게 깜빡이며 경고음을 울렸다.
[적의 선제 타격 감지! 충돌까지 3초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