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쓸모없는 놈. 그냥 여기서 지워버려야겠군."

붉게 달아오른 철창 너머, 판게아 연합의 감독관이 차가운 칼날을 한도진의 목덜미에 들이밀었다. 바닥에 쓰러진 한도진은 이미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는지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쇠사슬이 짤랑이는 소리가 그의 마지막 생명줄이 끊겨가는 소리처럼 처량하게 울렸다.

금화 산더미 속에서 뒹굴며 승리감에 도취해 있던 것도 잠시, 태현의 눈동자에 맹수 같은 안광이 스쳤다. 저 쓰러져 가는 사내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황금빛 타이틀, [천재 대장장이 한도진].

아테리아 대륙 유일의 전설 등급 제작 클래스.

저놈을 이대로 판게아의 쓰레기 같은 하수인들 손에 지워지게 놔둘 수는 없었다. 1원짜리 한 장의 손해에도 발작을 일으키는 태현의 구두쇠 뇌 회로가 천문학적인 가치 계산을 끝마쳤다. 저놈은 걸어 다니는 골드 복사기다. 그것도 전설 등급의 무한 동력 엔진.

"어머, 태현 씨? 설마 저기 끼어들려고요? 저 자식들 판게아 마크 달고 있잖아요! 엮이면 우리 골드 다 날아가요!"

옆에서 유설아가 태현의 소매를 붙잡으며 다급하게 속삭였다. 극강의 실용주의자인 그녀의 눈에도 판게아와의 전면전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였다.

하지만 태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설아 씨. 장사꾼이 노다지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면 그건 직무유기야. 그리고 내가 언제 내 돈 쓰고 싸운다고 했던가?"

태현은 품속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계약서 한 장을 꺼내 들며 당당하게 철창 앞으로 걸어 나갔다. 구두 굽이 바닥을 때리는 규칙적인 소리에 채찍을 치켜들던 판게아의 감독관 셋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뭐야, 웬 쥐새끼가……?"

"이봐요, 형씨들."

태현이 선하디선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허공을 튕겼다.

짤랑!

그의 손끝에서 묵직한 골드 주머니 세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머니가 터지며 흘러나온 황금빛 금화들이 어두운 틈새 시장의 바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감독관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매질도 든든하게 먹고 해야지 않겠어? 판게아에서 하루 일당으로 얼마 주길래 그렇게 악을 쓰고 일해?"

"이, 이 새끼가 미쳤나……? 우릴 매수하려는 거냐?"

덩치 큰 감독관 하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칼끝을 태현에게 겨눴지만, 눈은 이미 바닥의 골드 주머니에 고정되어 있었다. 태현은 그 얄팍한 탐욕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매수가 아니라 합리적인 '고용주 대체 계약'이지. 너희들, 판게아 연합에서 굴러먹어 봐야 한 달에 3천 골드나 받나? 여기 든 건 각각 1만 골드야. 너희가 판게아에서 반년 동안 목숨 걸고 구를 돈을 단 1초 만에 벌 수 있는 기회지."

태현이 허공에 띄운 시스템 계약서가 붉은빛을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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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 고용주 대체 및 소유권 이전 계약서] - **갑**: 판게아 연합 하수인 (3인) - **을**: 강태현 (거래의 지배자) - **계약 내용**: 1. '갑'은 보유한 노예 NPC/유저 [한도진]에 대한 모든 관리 권한 및 소유권을 '을'에게 영구 양도한다. 2. '을'은 그 대가로 '갑'에게 즉시 일시불로 **30,000 골드**를 지급한다. 3. 본 계약은 판게아 연합의 내부 규정보다 상위의 시스템 거래 법을 따르며, 서명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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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친…… 3만 골드라고?"

감독관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판게아 길드 총수 최민우가 알면 목이 날아갈 일이었지만, 눈앞의 3만 골드는 그들의 영혼을 팔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아테리아 게임 안에서 3만 골드면 중소 길드 하나를 통째로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어쩌지? 서명할래, 아니면 판게아에 충성하다가 푼돈이나 만지고 끝날래? 선택은 자유야. 아, 참고로 이 거래는 '차원의 틈새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라 길드 로그에도 안 남거든."

태현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감독관들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악마의 속삭임이 따로 없었다.

"조, 좋아! 서명하지! 어차피 이 대장장이 새끼는 곧 죽을 똥개나 다름없었어!"

가장 덩치가 큰 감독관이 허공의 계약서에 손바닥을 쾅 찍었다. 뒤이어 나머지 둘도 허겁지겁 손도장을 찍었다.

스우우욱!

계약서가 황금빛 가루가 되어 태현의 품으로 스며드는 순간, 한도진의 발목을 묶고 있던 판게아의 붉은 쇠사슬이 허무하게 파스스 부서져 내렸다. 소유권이 완벽하게 이전된 것이다.

"거래 감사하고. 다들 판게아 눈 피해서 멀리 도망가서 잘 살라고."

태현이 손을 흔들자, 감독관들은 골드 주머니를 품에 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와…… 미쳤다. 진짜 돈으로 해결해 버리네."

유설아가 혀를 내두르며 쓰러진 한도진에게 다가갔다. 한도진은 깨진 안경 너머로 초점 없는 눈동자를 굴리며 태현을 올려다보았다.

"당신, 당신은 대체…… 쿨럭! 왜 나 같은 폐급을 구한 거지?"

태현은 한도진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눈빛은 구세주의 그것처럼 따뜻했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지극히 계산적이었다.

"구해준 게 아니야. 투자한 거지."

태현이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한도진의 얼굴에 묻은 검댕과 핏자국을 털어내 주었다. 지독할 정도로 다정한 손길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벼랑 끝에 몰린 자의 심장을 후벼 파는 송곳 같았다.

"한도진 씨. 방금 내가 당신 목숨값으로 3만 골드를 썼어. 물약 값과 내 시간 비용까지 합치면 대략 3만 5천 골드쯤 되겠네. 아테리아에서 이 정도 거금을 아무 대가 없이 베풀 바보는 없다는 거, 대장장이 생활 오래 하셨으니 잘 알 텐데?"

"내, 내가 전설 등급 장비를 만들어 주면 되잖아! 판게아 놈들처럼 나를 부려 먹으려는 거지?"

한도진이 이를 악물며 몸을 떨었다. 자존심 강한 천재 제작자다운 반발이었다. 태현은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판게아? 그 양아치 새끼들이랑 나를 비교하지 마. 그놈들은 널 굶기고 패면서 억지로 쥐어짜 냈지만, 나는 달라. 난 아주 신사적인 거래를 제안하러 왔거든."

태현이 인벤토리에서 미리 준비해 둔 새로운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기묘하게 얽힌, 시스템조차 간섭할 수 없는 '거래의 지배자' 전용 종속 계약서였다.

"잘 들어. 한도진. 네 전설적인 재능은 인정해. 하지만 넌 지금 장비를 만들 재료도 없고, 판게아의 추적을 피할 힘도 없지. 이대로 나가면 3일 안에 다시 잡혀서 진짜로 캐릭터가 삭제될 거야."

"그, 그건……."

진실을 마주한 한도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태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내가 제안하는 조건은 심플해. 첫째, 네 평생의 안전을 보장한다. 내 개인 은신처와 차원의 틈새 시장을 오가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주지. 둘째, 네가 제작하는 모든 장비의 재료비와 제작비는 내가 100% 선지원한다. 넌 돈 걱정 없이 망치질만 하면 돼."

"정말인가? 그런 꿈같은 조건이……!"

한도진의 얼굴에 순식간에 화색이 돌았다. 평생을 제작비 압박과 길드의 횡포에 시달려온 그에게는 그야말로 구원의 동아줄이었다.

하지만 태현의 진짜 목적은 이제부터였다.

"단."

태현이 검지손가락을 세우며 미소 지었다.

"네가 제작하는 모든 장비의 소유권, 그리고 판매 및 중개 권한의 99%는 나에게 영구 귀속된다. 넌 결과물의 1%만 가져간다."

"뭐, 뭐시라?! 99%?! 이 사기꾼 새끼가! 판게아 놈들이랑 다를 게 없잖아!"

한도진이 벌떡 일어나려다 통증에 신음하며 다시 주저앉았다. 태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약서를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다르지. 아주 많이 달라. 판게아는 네게 0%를 주면서 목숨을 위협했지만, 나는 네게 1%와 완벽한 자유를 주잖아. 잘 생각해 봐. 내가 유통할 장비들은 전부 내 채널을 통해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려나갈 거야. 10만 골드짜리 전설 무기가 팔리면 네 손에 떨어지는 건 1천 골드야. 판게아 밑에서 한 달 내내 매 맞으며 벌던 돈보다, 내 밑에서 무기 딱 하나 만들고 받는 1%가 훨씬 크다는 소리지."

"그, 그건…… 그렇지만……."

"게다가 난 재료비를 100% 대준다고 했어. 넌 리스크가 0%야. 실패해도 내 돈이 날아가지 네 돈이 날아가는 게 아니라고. 세상에 이런 꿀 빠는 계약이 어딨어? 안 그래?"

태현의 나긋나긋한 가스라이팅이 한도진의 뇌리를 완벽하게 장악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유설아는 태현의 악마 같은 말솜씨에 소름이 돋아 양팔을 감싸 쥐었다. '저 인간은 진짜 악마야. 사람을 노예로 만들면서 스스로 고맙다고 절하게 만들고 있어!'

한도진의 머릿속에서 치열한 계산이 오갔다.

자유, 무제한 재료 지원, 그리고 안전. 비록 99%를 뜯기지만 남은 1%만으로도 기존에 누리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액을 만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눈앞의 남자는 자신을 지옥 같은 판게아의 채찍질에서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정말…… 정말 날 지켜줄 수 있는 건가? 판게아의 추적에서도?"

"내 목숨을 걸고 약속하지. 내 돈줄을 내가 왜 넘겨주겠어?"

태현이 내민 깃펜을 바라보며, 한도진의 눈에서 마침내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억압과 고통의 세월이 끝났다는 해방감, 그리고 자신을 알아주는 진정한(?) 고용주를 만났다는 감격이 그를 지배했다.

"흑…… 흐윽! 고맙소…… 정말 고맙소!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소!"

한도진은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리고 태현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눈물 어린 절을 올렸다.

철그렁!

[시스템: 대체불가 클래스 '거래의 지배자'의 전용 종속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시스템: 피고용인 '한도진'의 모든 제작물 권한 99%가 영구 귀속됩니다.] [시스템: 독점 정화 감시 지수가 소폭 상승합니다. 현재 지수: 42%]

태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감시 지수가 조금 올랐지만, 전설 등급 대장장이를 단돈 3만 골드에 영구 노예로 부릴 수 있게 된 것에 비하면 껌값 수준이었다.

"대인, 제 진심을 담아…… 제가 판게아 놈들 몰래 숨겨두었던 제 목숨과도 같은 물건을 바치겠습니다."

한도진이 품 안 깊숙한 곳에서 조심스럽게 붉은빛으로 타오르는 작은 우표 형태의 아이템을 꺼내 태현에게 바쳤다.

태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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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용광로 우표] - **등급**: 전설 (Legendary) - **종류**: 특수 소모품 (계정 귀속) - **효과**: 1. 사용 시 대상 장비의 모든 옵션과 영혼을 강제로 분해하여 '영혼 등가물'로 치환한다. 2. 치환된 영혼 등가물은 거래 시 제물의 가치를 천문학적으로 상승시키며, 시스템 거래 규칙을 일시적으로 왜곡한다. - **설명**: 신의 망치를 쥔 자가 평생 단 세 개만 제작할 수 있는 기적의 주조 보조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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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다.'

태현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 이 우표만 있으면 나중에 어떤 사기적인 거래라도 성사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치트키를 쥔 셈이었다. 태현은 겉으로는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며 우표를 품에 넣었다.

"도진 씨의 정성, 잘 받지. 자, 그럼 은혜를 갚을 시간이야. 당장 네 실력을 보여줘."

"옛! 마침 판게아 놈들이 모아둔 최상급 철광석과 불꽃의 정수가 있습니다. 이것으로 제가 만들던 미완성 대검을 완성해 보이겠습니다!"

한도진이 눈물을 닦고 망치를 쥐었다. 그의 눈빛은 방금 전까지 하수인들에게 맞던 나약한 노예의 그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거장의 혼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깡! 깡! 깡!

틈새 시장의 어둠을 가르는 경쾌하고 웅장한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붉은 화염이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와 한도진의 신형을 감쌌다. 전설 등급 제작자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평범한 대검의 형상이 기이할 정도로 날카롭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제련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10분 뒤.

치이이익!

차가운 물에 칼날이 식으며 뿜어져 나온 수증기 사이로, 푸른빛 안개를 머금은 거대한 대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성했습니다! 제 전력의 역작, '서리불꽃의 파멸 대검'입니다!"

한도진이 땀을 닦으며 자랑스럽게 대검을 내밀었다. 태현은 대검을 건네받으며 자신의 '거래의 지배자' 고유 권능인 [중개 권한 융합]을 발동했다.

'내 수수료 99%의 권능을 이 무기에 직접 주입한다.'

스우우우웅!

태현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 같은 마력이 대검의 푸른 안개와 융합되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규칙을 파괴하고 재구성하는 악마적 수수료의 힘이 전설 무기와 결합하자, 무기의 옵션이 기괴할 정도로 왜곡되며 재배열되기 시작했다.

잉잉잉!

대검이 비명을 지르듯 진동했다. 마침내 진동이 멈추고, 태현의 눈앞에 나타난 무기의 스펙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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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불꽃의 파멸 대검 (거래의 지배자 커스텀)] - **등급**: 전설 (Legendary) - **공격력**: 4,200 (기존 1,050 대비 **400% 상승**) - **착용 제한**: 레벨 150 이상, 근력 500 이상 - **특수 옵션**: 1. [빙결의 낙인]: 타격 시 대상의 이동 속도 및 공격 속도를 99% 감소시킨다. 2. [업화의 수수료]: 공격 성공 시 대상이 보유한 마나(MP)의 99%를 즉시 흡수하여 시전자의 체력(HP)으로 치환한다. (쿨타임 없음) 3. [지배자의 각인]: 본 무기는 강태현의 허가 없이는 파괴, 양도, 봉인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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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친…… 공격력이 400%나 뛰었다고?!"

대검의 정보를 공유받은 유설아가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한도진 역시 자신이 만든 무기의 수치를 보고 턱이 빠질 듯 입을 벌렸다.

"이, 이게 내가 만든 무기라고요? 말도 안 돼! 아무리 전설 등급이라 해도 공격력이 4천을 넘는 건 아테리아 대륙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대인?!"

"이게 바로 완벽한 분업의 결과물이지."

태현이 대검의 서늘한 칼날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단순히 무기를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수수료 갈취 권능을 융합함으로써 무기의 개념 자체를 왜곡해 버린 것이다. 이 무기 하나만 있으면 아테리아의 어떤 정예 탱커라도 단 한 방에 녹여버릴 수 있었다.

판게아 연합의 최민우가 이 무기를 본다면 아마 거품을 물고 쓰러지리라.

"설아 씨, 이 무기를 경매장에 올리면 시작가를 얼마로 잡아야 할까?"

"이, 이건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가 없어요! 판게아 총수가 영지 전체를 바친다고 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유설아가 흥분으로 뺨을 붉히며 외쳤다.

태현의 머릿속에는 이미 이 무기를 미끼로 판게아의 목줄을 쥐고 흔들 기막힌 사기 거래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들의 돈을 뜯어내고, 영지를 빼앗고, 마침내 최민우를 완벽한 파멸로 몰고 갈 완벽한 계획이.

그러나 태현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대검을 인벤토리에 넣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틈새 시장의 하늘이 피처럼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그래픽 효과가 아니었다. 공간 전체가 찢어질 듯한 기계음과 함께, 머리 위의 허공에 거대한 시스템 경고창이 깜빡였다.

[경고: 아테리아 대륙 내 비정상적 가치 왜곡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경고: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적대적 정화 인공지능 '데메테르'의 긴급 임시 패치가 적용됩니다.]

"어, 어라? 이 붉은 창은 대체 뭐죠?!"

유설아가 겁에 질려 태현의 뒤로 숨었다.

태현의 미간이 좁아졌다. 데메테르. 자신을 시스템의 오염원으로 규정하고 실시간으로 저격 패치를 먹이던 그 지독한 AI가 마침내 움직인 것이다.

눈앞에 떠오른 붉은색 패치 공지 사항은 태현의 숨통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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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 긴급 패치 안내 (실시간 적용 완료)] - **패치 목적**: 게임 내 초인플레이션 방지 및 비정상 거래 독점 규제. - **주요 내용**: - 아테리아 대륙 내 모든 개인 거래 및 중개 거래에 대해 **일일 최대 거래액 상한선 10,000 골드 제한** 법안 적용. - 상한액을 초과하는 모든 거래 시도는 시스템 수호 기사단에 의해 즉각 차단되며, 거래 당사자는 '법률 위반자'로 규정되어 체포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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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상한선 만 골드?"

태현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방금 완성한 전설 대검의 가치는 최소 수십만 골드. 하지만 거래 상한선이 만 골드로 묶여버린다면, 이 무기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진행할 모든 대규모 수수료깡 장사가 원천 봉쇄된다는 뜻이었다.

데메테르가 태현의 손발을 완벽하게 묶어버리기 위해 시스템 규칙 자체를 기형적으로 뜯어고친 것이었다.

그때, 저 멀리 틈새 시장의 경계선 너머로 차원의 틈새를 찢으며 나타나는 거대한 강철 갑옷의 실루엣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투구 사이로 차가운 푸른 안광을 뿜어내는 시스템 수호 기사단이었다.

"거기, 규격 외 불법 거래 대상자 감지. 즉각 구속 절차를 개시한다."

기사단장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지옥의 종소리처럼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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