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붉은 안광이 정수리를 꿰뚫을 듯 쏟아졌다.찰나의 순간, 머리칼 끝이 타들어 가는 지독한 열기가 두피를 타고 흘렀다.

지이이이이이잉-!

공간 전체를 찢어발기는 이명과 함께 하수도의 오수들이 중력을 잃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공중에 둥둥 뜬 채 사시나무 떨듯 사지를 떨던 유설아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엄마야! 나 아직 대출금도 다 못 갚았단 말이야! 이 미친 눈깔은 또 뭔데!"

[시스템 경고!] [보안 위협 레벨: 최고 단계 (X) 격상.] [인공지능 '데메테르'가 직접 정화 영역을 전개합니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유리가 깨지는 듯한 불쾌한 기계음이었다. 그늘진 하수도 천장 너머, 현실의 벽을 부수고 나타난 거대한 역삼각형의 붉은 안광이 오직 강태현 한 사람만을 조준하고 있었다.

"……규칙 위반자. 영구 삭제 절차를 개시한다."

압도적인 질량의 압박감에 짓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황. 보통의 유저라면 이 자리에서 캐릭터가 공중분해 되는 공포에 질려 비명조치 지르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강태현은 달랐다. 그의 뇌리는 공포가 아닌, 철저한 손익계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서 강제 삭제당하면 내가 지금까지 모은 골드와 히든 클래스가 날아간다. 그건 죽어도 안 되지. 내 사전에 원금 손실이란 단어는 없다.'

태현은 피가 흐르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시스템 경고창이 사방에서 팝업되는 아수라장 속에서,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지난번 유설아에게 헐값으로 후려쳐 샀던 고물 상자 속 더미 데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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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역 이동형 가상 계약서 파편] - **등급**: 에러 (Error) - **설명**: 시스템 개발 단계에서 폐기된 물리 공간 왜곡 장치. 계약 조건의 규격을 강제로 우회하여 특정 숨겨진 좌표로 공간을 물리적으로 전이시킵니다. - **남은 사용 횟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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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아! 내 옷자락 꽉 잡아!"

"뭐? 돈도 안 주면서 뭘 잡으라는…… 꺄악!"

태현이 품속에서 낡고 해진 가죽 종이 파편을 꺼내 그대로 찢어발겼다.

콰아아아앙!

데메테르의 정화 광선이 태현이 서 있던 바닥을 수직으로 관통하기 직전, 찢어진 계약서 파편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기하학적 문양들이 두 사람의 신체를 감쌌다. 공간의 좌표가 통째로 일그러지며, 하수도의 비린내 대신 먼지 가득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눈앞이 암전되었다가 다시 밝아졌을 때, 태현과 설아는 딱딱한 돌바닥 위로 사정없이 굴러떨어졌다.

"커헉! 아우, 엉덩이야……."

설아가 엉덩이를 움켜쥐며 신음했다. 태현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사방을 경계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사방의 하늘은 텍스처가 깨져 회색과 검은색의 바둑판무늬로 뒤덮여 있었고, 공중에는 반쯤 부서진 코드 조각들과 부유하는 콘크리트 잔해들이 정지 화면처럼 멈춰 있었다.

마치 개발자가 만들다 버린 쓰레기통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 태현은 본능적으로 시스템 창을 켜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시스템 알림] [현재 위치: 차원의 틈새 시장 (더미 데이터 영역)] [경고: 본 구역은 시스템 표준 규칙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예외 구역입니다.] [독점 정화 감시 지수의 상승이 일시적으로 동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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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상태창] - **이름**: 강태현 - **클래스**: 거래의 지배자 (Hidden) - **보유 자산**: 15,000 골드 - **독점 정화 감시 지수**: 72.4% (동결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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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태현의 입꼬리가 천천히, 그리고 아주 기괴할 정도로 넓게 찢어졌다.

데메테르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수수료를 아무리 악마처럼 뜯어내도 감시 지수가 오르지 않는 완벽한 '탈법 지대'를 발견한 것이다. 광적인 구두쇠이자 가스라이팅의 화신인 그에게 이곳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합법적으로 남의 주머니를 털어먹을 수 있는 무한한 노다지 광산이었다.

"야, 강태현. 너 표정이 왜 그래? 꼭 사람 하나 산 채로 묻어버릴 것 같은 얼굴인데……."

설아가 소름이 돋았는지 팔을 문지르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설아 씨."

"왜, 왜 불러? 돈 요구할 거면 사절이야."

"우리가 아주 엄청난 기회의 땅에 발을 들였다는 소리야. 여기 널려 있는 게 뭔지 보여?"

태현이 손가락으로 저 멀리 허름한 천막들이 늘어선 거리를 가리켰다. 깨진 텍스처 사이로 흐릿한 형체의 유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하나같이 [암상인], [추방된 제작자], [낙오된 유저] 등의 초라한 타이틀이 떠 있었다.

이곳은 시스템의 급격한 패치와 거대 길드 '판게아'의 횡포에 밀려, 게임 내에서 정상적인 거래를 하지 못하고 더미 데이터 구역으로 흘러 들어온 버려진 하급 유저들의 도피처였다.

"저 불쌍한 중생들을 보라고. 자신들이 가진 아이템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도 모른 채 썩히고 있잖아?"

"저 사람들은 그냥 망한 유저들이잖아. 저기서 뭘 뜯어먹겠다고……."

"뜯어먹는 게 아냐. 구원해 주는 거지."

태현이 옷자락을 털며 천막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눈빛은 이미 사냥감을 포착한 포식자의 그것이었다.

첫 번째 타깃은 구석에서 먼지 쌓인 가죽 자루를 껴안고 한숨을 쉬고 있는 늙은 암상인이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낙오된 연금술사 페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거 장사 참 안되게 생겼네."

태현이 슥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페이가 휑한 눈으로 태현을 올려다보았다.

"뉘시오……? 보다시피 여긴 망한 놈들만 모인 곳이라 팔 만한 물건도 없소만."

"없긴 왜 없습니까? 영감님 품에 있는 그 가죽 자루, 시스템 패치로 사장된 '고대 화염 포션 레시피' 아닙니까? 판게아 연합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쓸모없어진 비운의 명작이지."

페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 건, 영감님이 저걸 들고 있는 한 1원짜리 빵 한 조각도 못 사 먹고 여기서 데이터 가루가 될 거라는 사실입니다."

태현의 목소리가 낮고 은밀하게 파고들었다. 상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찌르는 가스라이팅의 서막이었다.

"하지만 저라면 저 레시피의 가치를 100%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판게아 놈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영감님에게는 이 지옥 같은 더미 구역을 탈출할 정당한 자금을 쥐여줄 수 있죠."

"정말이오? 어떻게…… 어떻게 조율하겠다는 말이오?"

태현이 인벤토리에서 빛바랜 양필지와 깃펜을 꺼냈다. 거래의 지배자 전용 스킬인 [악마의 계약서]가 발동되며 종이 위에 붉은색 마법진이 은은하게 맴돌았다.

"독점 공급 유포 계약입니다. 영감님은 이 레시피의 사용 권한과 소유권을 저에게 위임하는 겁니다. 대신 저는 이걸 아주 비싼 값에 팔아넘겨, 영감님에게 '수익금의 일부'를 보장해 드리죠. 손해 볼 것 없잖습니까? 어차피 휴지 조각이 될 물건인데."

"수, 수익금의 일부라면…… 몇 퍼센트나……?"

페이가 마른 침을 삼키며 물었다.

"상도의상 9대 1로 하죠."

"오! 90%나 나에게 주는 것인가!"

페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태현은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누가 너한테 90% 준대?'

"아뇨, 제가 99%를 가져가고 영감님이 1%를 가져가시는 겁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걸 최소 수십만 골드에 팔아넘길 테니까요. 빵 한 조각도 못 사던 레시피로 수천 골드를 만질 기회인데, 이래도 안 하실 겁니까? 평생 여기서 썩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단 1%의 기적이라도 잡으시겠습니까?"

"그, 그건……."

"시간이 없습니다. 데메테르의 청소부들이 언제 이 더미 구역을 포맷하러 올지 모릅니다. 선택은 지금 당장 하셔야 합니다."

태현의 압박 섞인 가스라이팅에 페이의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1원도 건지지 못하고 사라질 바에는 단돈 몇 백 골드라도 쥐는 것이 이득이라는 비정상적인 계산 회로가 작동한 것이다.

"하, 하겠소! 서명하겠소!"

페이가 떨리는 손으로 깃펜을 받아 계약서 하단에 손장을 찍었다.

화아아아악!

붉은 빛이 계약서를 감싸 안으며 태현의 인벤토리로 흡수되었다.

[시스템 메시지]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히든 클래스 '거래의 지배자' 효과 발동!] ['낙오된 연금술사 페이'로부터 '고대 화염 포션 레시피'의 소유권 및 성능 99%를 수수료로 영구 착취합니다.] [수수료 정화 감시 지수 변동: 0% (차원의 틈새 시장 효과로 감시 지수 상승이 무효화됩니다.)]

"미친…… 진짜 악마 새끼네, 이거."

뒤에서 지켜보던 유설아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사기를 대놓고 칠 수 있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 호구, 아니 귀중한 고객님 모십니다."

태현은 틈새 시장을 종횡무진하며 버려진 제작자들과 암상인들을 차례로 만났다.

"판게아가 무서워 숨어 계신 겁니까? 체면이 밥 먹여 줍니까? 저에게 위임하십시오. 영구 귀속 계약서에 서명만 하시면, 여러분의 억울함을 제가 돈으로 환산해 드립니다."

"이 '빙결 장막의 주문서'는 어차피 시장에 풀리지 못할 물건입니다. 저에게 99%의 권한을 넘기십시오. 1%의 지분만으로도 당신은 이곳을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의 신들린 가스라이팅에 홀린 암상인들이 줄을 지어 계약서에 피를 묻혔다. 단 한 시간 만에 태현의 인벤토리에는 시스템에서 사장되었던 희귀 레시피와 특수 주문서들이 수십 장씩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거래에서 태현이 지불한 실질적인 비용은 '0원'이었다.

"자, 재료는 전부 모였고."

태현이 인벤토리에 가득 찬 레시피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독점 자원들을 '진짜 돈'으로 치환할 차례였다.

그는 즉시 귓속말 기능을 켰다. 연락처 목록에서 그가 선택한 대상은 거대 길드 판게아 연합과 철천지원수이자, 아테리아 대륙 2위의 세력을 자랑하는 '크로노스' 길드의 부길드장 '바르도'였다.

-강태현: [고대 화염 포션 레시피] [빙결 장막의 주문서] [심연의 마력 정수 추출법]. 관심 있으면 선제시.

귓속말을 보낸 지 정확히 3초 뒤, 광속으로 답장이 날아왔다.

-바르도: 미친, 이 아이템들 다 어디서 구한 겁니까? 판게아 놈들이 장악한 독점 구역에서만 나오는 히든 레시피들이잖아! 진짜 거래 가능한 물건들 맞습니까?

-강태현: 의심스러우면 관두시든가요. 판게아 놈들한테 넘기면 그만이라서. 아, 참. 걔들이 이거 입수하면 크로노스 길드 영지는 다음 주 공성전 때 불바다가 되겠네요.

-바르도: 잠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사겠습니다! 전부 사겠습니다! 원하는 가격이 뭡니까?

태현은 차갑게 미소 지으며 자판을 두드렸다.

-강태현: 가격은 350,000골드. 그리고 이 거래는 중개 거래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제 중개 수수료는 거래 대금의 99%입니다.

-바르도: 예? 수수료가 99%라고요? 장난하십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강태현: 싫으면 마세요. 5초 뒤에 판게아 총수한테 귓속말 보냅니다. 5, 4, 3……

-바르도: 아, 알았습니다! 계약서 보내십시오! 사겠다고요!

크로노스 길드 입장에서는 당장 다음 공성전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판게아의 독점을 깨뜨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수수료가 얼마든 간에 물건만 확실하다면 물 수밖에 없는 외통수였다.

태현은 지체 없이 가상 계약서를 발송했다.

바르도가 다급하게 가상 서명란에 수인을 찍자마자, 시스템의 거대한 황금빛 이펙트가 차원의 틈새 시장을 가득 메웠다.

두둥-!

[시스템 메시지] [체결 완료: 크로노스 길드와의 중개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거래 총액: 350,000 골드] [히든 클래스 '거래의 지배자' 초월 효과 발동!] [중개 수수료 99%가 강태현에게 귀속됩니다.] [수수료 수익: +346,500 골드] [의뢰인 정산 대금: +3,500 골드]

"우와아아아아!"

옆에서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태현의 자산 수치를 보던 유설아가 머리를 감싸 쥐며 비명을 질렀다.

15,000골드에 불과했던 강태현의 보유 자산이 순식간에 앞자리를 바꾸며 폭등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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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현 보유 자산 현황] - **보유 금액**: 361,500 골드 (+$346,500) - **대륙 부호 순위**: 가시권 진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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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만 골드……? 아니,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액수야? 남들은 던전 백 번을 돌아서 겨우 몇 천 골드 모으는데, 너는 손가락 몇 번 튕겨서 빌딩 한 채 값을 벌었다고?!"

설아의 눈이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말했잖아, 합법적인 기부천사들이라고."

태현은 인벤토리에 묵직하게 쌓인 황금 주머니들을 바라보며 만족감에 젖어 들었다. 1원 한 장 손해 보지 않으려는 그의 구두쇠 본능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화를 마주하자 짜릿한 전율을 만들어냈다.

배신당해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 순간의 무력감은 이제 없었다. 이 압도적인 자본의 힘이야말로 세상을 지배할 유일한 무기였다.

"자, 이제 슬슬 다음 단계로……."

태현이 웃음을 거두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철그렁! 철그렁!

틈새 시장의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구석 방구석에서, 무겁고 불쾌한 쇠사슬 마찰음이 들려왔다. 단순한 효과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살을 파고드는 가죽 채찍 소리와 억눌린 신음이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라? 저 안쪽은 완전 폐쇄된 구역일 텐데……?"

설아가 조심스럽게 어둠 속을 가리켰다.

태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깨진 데이터 더미 뒤편, 붉은색 녹이 슨 철창살 너머로 기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더 빨리 두드려! 이 쓰레기 새끼야! 오늘 안으로 전설 등급 장비 못 뽑아내면, 네 캐릭터 데이터는 여기서 완전히 지워질 줄 알아라!"

가죽 채찍을 든 거구의 판게아 연합 하수인들이 한 남자를 사정없이 내려치고 있었다.

그들의 매질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양발에 거대한 쇠사슬이 묶인 채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이를 망치로 내리치고 있는 깡마른 사내. 그의 등 뒤는 이미 채찍 자국으로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태현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처참한 몰골이 아니었다. 사내의 머리 위에 떠 있는, 비정상적으로 빛나는 황금빛 타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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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재 대장장이 한도진] - **클래스**: 신의 망치를 쥔 자 (Legendary) - **상태**: 영혼 구속, 강제 노동, 탈진 (사망 직전) - **설명**: 아테리아 대륙 유일의 전설 등급 제작 클래스. 현재 판게아 연합에 약점을 잡혀 불법 노예 계약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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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등급 제작자……?'

태현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광적인 구두쇠이자 절대적 부를 갈망하는 그의 뇌 회로가 폭발적으로 돌아갔다.

저놈을 내 손아귀에 넣을 수만 있다면. 저 전설적인 제작 능력을 내 계약서로 묶어둘 수만 있다면, 아테리아의 모든 종결급 장비 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철그렁!

다시 한번 채찍이 사내의 등에 내리꽂혔고, 사내는 핏물을 토하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판게아의 감독관이 차가운 칼날을 그의 목에 들이댔다.

"쓸모없는 놈. 그냥 여기서 지워버려야겠군."

그 순간, 태현의 구두쇠 지배 본능이 그에게 선택을 종용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판게아의 손에서 저 천재 제작자를 강탈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모은 돈을 들고 물러설 것인가.

태현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품속의 계약서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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