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비린내가 진동했다. 바닥은 이미 피바다였다. 깨진 유리 조각이 굴렀다. 붉은 조명이 점멸했다. 경고음이 고막을 찔렀. 태조는 코를 훔쳤다. 붉은 피가 묻어났다. 장부의 대가가 시작되었다.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팠다. 뇌세포가 타들어 갔다. 과거 희생자들의 비명이다. 그것이 뇌로 쏟아졌다. 태조는 눈을 깜빡였다. 감정은 요동치지 않았다. 통증은 그저 신호였다. 그는 고통을 무시했다. 앞을 보았다.
살덩이가 꿈틀거렸다. 바닥에서 요동쳤다. 그것들은 하나로 뭉쳤다. 기괴한 형상이 되었다.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 거대한 고기덩어리였다. 여러 장기가 섞여 있었다. 그 위에 이름표가 보였다. 윤진우. 설아의 남동생 이름이다. 글씨가 피에 젖어 있었다. 설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바닥을 기어갔다.
"진우야!"
목소리가 찢어졌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괴물을 향해 뻗었다. 태조가 그녀의 뒷덜미를 잡았다. 가차 없이 뒤로 던졌다. 설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녀는 악을 썼다.
"이거 놓으라고!"
태조는 답하지 않았다. 괴물이 몸을 일으켰다. 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이 흔들렸다. 철썩이는 소리가 요란했다. 생체 병동 깊은 곳이었다. 수많은 배양기가 매달려 있었다. 그 안의 장기들이 흔들렸다. 그것들도 괴물의 일부였다. 괴물이 포효했다. 음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남은 유리창들이 박살 났다. 마강재가 귀를 막았다. 그가 벽 뒤로 숨었다.
태조는 권총을 쥐었다. 영격 권총이다. 묵직한 금속 감각이 전해졌다. 슬라이드를 당겼다. 철컥. 단단한 금속음이 울렸다. 약실에 탄환이 물렸다. 장부에서 꺼낸 힘이다. 스크리머 탄환이었다. 탄창이 붉게 빛났다. 공포 채무가 늘어났다. 뇌의 통증이 심해졌다. 태조는 이빨을 악물었다. 그의 눈은 차가웠다.
괴물이 돌진했다. 거대한 덩치였다. 바닥이 쿵쿵 울렸다. 콘크리트가 깨져 나갔다. 태조는 왼쪽으로 뛰었다. 몸을 낮췄다. 괴물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바람 소리가 매서웠다. 태조는 쇠파이프를 밟았다. 그대로 도약했다. 공중에서 권총을 겨누었다. 괴물의 어깨를 조준했다. 방아쇠를 당겼다.
탕!
굉음이 병동을 채웠다. 탄환이 날아갔다. 괴물의 어깨에 박혔다. 음파가 폭발했다. 살점이 찢겨 나갔다.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었다. 괴물이 비틀거렸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그것은 고통을 몰랐다. 태조처럼 움직였다. 괴물이 다시 팔을 휘둘렀다. 태조는 공중에서 착지했다. 바닥을 굴렀다. 철제 선반을 방패로 삼았다. 쿵! 괴물의 발길질이 선반을 때렸다. 선반이 종이처럼 구겨졌다. 태조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괴물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연속된 격발이었다. 괴물의 무릎이 꺾였다. 살점과 뼈가 으스러졌다. 괴물이 무릎을 꿇었다. 바닥의 피가 튀었다. 설아는 여전히 울부짖었다. 그녀의 눈은 미쳐 있었다. 남동생의 흔적을 보았다. 그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태조는 냉정했다. 그녀의 감정은 무가치했다. 이곳은 도살장이다.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다.
태조는 괴물의 가슴을 보았다. 그곳에 무언가 박혀 있었다. 은빛이 희미하게 감돌았다. 부러진 은비녀였다. 설아가 간직했던 유품이다. 그것이 괴물의 심장에 박혔다. 비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다. 초자연적 에너지 도체였다. 괴담의 핵이었다. 그것이 힘을 공급하고 있었다. 비녀가 진동했다. 괴물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찢어진 살점이 붙었다. 으스러진 뼈가 맞춰졌다. 괴물이 다시 일어섰다. 눈빛이 더 붉어졌다. 비녀의 힘이었다.
"저게 원동력입니다!"
마강재가 소리쳤다. 그가 안경을 닦으며 외쳤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 태조도 그것을 보았다. 비녀를 뽑아야 했다. 그것이 사냥의 열쇠였다. 괴물이 다시 돌진했다. 속도가 더 빨라졌다. 태조는 뒤로 물러섰다. 벽에 설치된 배관을 보았다. 고압 증기가 흐르는 관이다. 그는 권총을 조준했다. 배관의 밸브를 쐈다.
탕!
밸브가 날아갔다. 뜨거운 증기가 뿜어 나왔다. 하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괴물이 증기 속으로 들어갔다. 살이 익는 소리가 났다. 괴물이 괴로워하며 울부짖었다. 태조는 증기 속으로 달렸다. 그는 열기를 느끼지 못했다. 감각이 마비된 덕분이었다. 그는 괴물의 측면으로 갔다. 괴물의 팔을 피했다. 그리고 가슴으로 도약했다.
괴물의 가슴팍이 눈앞에 왔다. 은비녀가 보였다. 태조는 왼손을 뻗었다. 비녀를 잡으려 했다. 괴물이 왼팔을 휘둘렀다. 태조의 옆구리를 때렸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태조의 몸이 날아갔다.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척추가 비명을 질렀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태조는 신음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일으켰다. 입에서 검은 피가 나왔다. 대차의 고통이 겹쳤다. 눈앞이 번쩍였다. 장부의 경고등이 울렸다. 채무가 한계에 달했다. 머릿속에서 수천 명이 죽었다. 그들의 임종이 느껴졌다. 숨이 막혔다. 태조는 이빨을 드러냈다. 그는 웃었다. 사냥은 더 즐거워졌다.
괴물이 다가왔다. 그것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가슴의 비녀가 더 붉어졌다. 태조는 깨달았다. 이 육체는 그저 그릇이다. 백도현의 불멸 의식. 그것을 담기 위한 모태였다. 도현은 영생을 준비했다. 진우의 몸을 제물로 삼았다. 설아는 이용당했을 뿐이다. 태조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는 장부를 꽉 쥐었다. 가죽 표지가 뜨거웠다. 그는 권총을 고쳐 잡았다. 마지막 탄환을 장전했다. 이것으로 끝내야 했다.
"비녀를 확보해야 합니다!"
강재가 다시 소리쳤다. 그가 엄폐물 뒤에서 나왔다. 그의 손에 쇠파이프가 있었다. 강재가 괴물의 주의를 끌었다. 파이프로 바닥을 쳤다. 깡! 깡!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괴물이 고개를 돌렸다. 강재를 향해 팔을 뻗었다. 태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닥을 박차고 달렸다. 그의 움직임은 선명했다. 지형지물을 차고 올랐다. 괴물의 등으로 뛰어내렸다. 괴물의 목을 감싸 쥐었다. 오른손의 권총을 내밀었다. 총구를 괴물의 가슴에 박았다. 은비녀 바로 옆이었다. 살가죽을 뚫고 들어갔다. 뜨거운 피가 손을 적셨다.
"끝이다."
태조가 나지막이 말했다. 방아쇠를 당겼다.
탕!
괴물의 가슴이 터졌다. 은비녀가 흔들렸다. 태조는 왼손을 밀어 넣었다. 뼈와 살을 헤집었다.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그는 비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껏 잡아당겼다. 서걱 하는 소리가 났다. 비녀가 뽑혀 나왔다. 괴물의 몸이 경직되었다. 붉은 빛이 사라졌다. 괴물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쿵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태조는 비녀를 보았다. 부러진 은비녀였다. 그것이 장부로 스며들었다. 장부의 표지가 빛났다. 새로운 장이 열렸다. 비녀의 힘이 흡수되었다. 탄환의 형태가 바뀌었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괴물의 눈에서 빛이 빠져나갔다. 살덩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이었다. 진우의 마지막 영혼이었다. 그가 태조를 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마침내 해방되었다. 영혼은 먼지처럼 사라졌다. 기화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설아가 바닥에 엎어졌다. 그녀가 통곡했다. 그녀의 손이 재를 더듬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녀는 울부짖었다. 방 안이 그녀의 소리로 찼다. 태조는 그녀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감정이 없었다. 슬픔은 사치였다. 이곳은 사지였다. 그는 설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거칠게 잡아끌었다.
"일어나."
태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진우는 죽었다." 설아는 그를 원망하듯 보았다. 눈물이 얼굴을 덮었다. 하지만 태조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억지로 일으켰다. 강재가 옆으로 다가왔다. 그의 표정도 굳어 있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건물이 흔들렸다.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졌다. 출구로 향해야 했다. 그들은 복도를 달렸다. 피비린내가 옅어졌다. 대신 다른 냄새가 났다. 화약 냄새였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이었다.
출구 문이 보였다. 철제 문이 부서져 있었다. 그 너머에서 연기가 가득했다. 복소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태조가 발을 멈췄다. 강재와 설아도 멈췄다. 안개 너머로 그림자가 보였다. 거대한 덩치였다. 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어깨에는 도끼가 있었다. 거대한 집행 도끼였다. 도끼날에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강도식이었다. 그의 뒤로 사람들이 서 있었다. 십여 명의 무장 도살자였다. 그들의 손에 총과 칼이 들려 있었다. 그들의 눈이 살기로 빛났다.
강도식이 붉은 이빨을 보였다. 그가 잔인하게 웃었다.
"여기 있었군 쥐새끼들."
도끼가 바닥을 긁었다. 끼이익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도식이 침을 뱉었다. 그의 눈이 태조의 장부를 향했다. 탐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제 그 장부를 넘겨라." 도살자들이 길을 막았다. 퇴로는 없었다. 지하 병동은 무너지고 있었다. 태조는 장부를 고쳐 잡았다. 그의 손가락에 피가 묻었다. 새로운 사냥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식이 손을 까딱했다. 도살자들이 달려들었다. 칼날이 어둠을 갈랐다. 태조는 설아를 밀쳤다. 그녀는 벽으로 굴렀다. 태조가 몸을 비틀었다. 첫 번째 도살자의 목을 걷어찼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도식의 눈이 번쩍였다. 그가 아드레날린에 떨었다. 태조는 권총을 올렸다. 장부의 새 페이지가 열렸다. 은비녀의 힘이 격발되었다. 은빛 궤적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도살자 세 명의 가슴이 뚫렸다. 그들은 비명도 없이 쓰러졌다. 대가자가 즉시 찾아왔다. 태조의 내장이 뒤틀렸다. 피가 목구멍으로 역류했다. 그는 피를 삼켰다. 눈앞이 하얗게 번쩍였다. 심장이 멈추는 감각이었다. 태조는 무표정하게 견뎠다. 그저 한 걸음 내디뎠다.
"잔재주를 부리는군."
강도식이 폭소했다. 그가 도끼를 휘둘렀다. 육중한 파괴음이 울렸다. 콘크리트 기둥이 잘려 나갔다. 잔해가 비처럼 쏟아졌다. 마강재가 비명을 지르며 엎어졌다. 도식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는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타인의 뼈 소리가 그를 깨웠다. 도식이 태조에게 쇄도했다. 도끼가 머리 위로 치솟았다. 태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지형을 읽었다. 머리 위의 균열을 보았다. 이 방은 붕괴 직전이었다. 태조는 총구를 천장으로 돌렸다. 가장 약한 지지대였다.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탄이 기둥을 때렸다. 지지대가 완전히 박살 났다.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거대한 돌덩이들이 떨어졌다. 도식과의 사이에 장벽이 생겼다. 콰르릉! 굉음이 고막을 찢었다. 먼지구름이 시야를 차단했다.
"이놈이!"
장벽 너머에서 도식이 포효했다. 그가 도끼로 돌을 부쉈다. 돌파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태조는 설아의 멱살을 잡았다. 그녀를 강제로 끌고 달렸다. 마강재가 그 뒤를 쫓았다. 바닥이 흔들렸다. 배수로의 균열이 벌어졌다. 밑은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었다. 태조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으로 뛰어내렸다.
추락은 길지 않았다. 진흙 바닥에 처박혔다. 온몸의 뼈가 삐걱거렸다. 설아가 신음하며 비틀거렸다. 강재가 안경을 찾으며 더듬거렸다. 이곳은 더 깊은 지하 도수로였다. 차가운 물이 발목을 적셨다. 사방이 완벽한 암흑이었다. 태조는 품에서 손전등을 켰다. 빛줄기가 어둠을 갈랐다. 벽면에 붉은 표식이 가득했다. 인간의 피로 그린 문양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었다. 괴담의 봉인진이었다. 장부가 미친 듯이 떨렸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경고음이 뇌를 찔렀다. 태조의 코에서 다시 피가 흘렀다. 채무의 고통이 극에 달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소리가 났다.
지직. 지리리릭.
강도식의 무전기 소리가 아니었다. 그들의 발밑에서 나는 소리였다.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물속에서 떴다. 그것들이 태조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