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가 허공을 갈랐다. 쇳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안개가 양옆으로 밀려났다. 강도식의 거구는 거대했다. 그가 철퇴를 내리찍었다. 태조는 피하지 않았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속도가 궤적을 압도했다. 태조는 어깨를 틀었다. 오른쪽 어깨를 내주었다. 정확히 급소를 피했다. 뼈를 주고 살을 취한다. 그것이 태조의 방식이었다.
콰직!
기괴한 파열음이 울렸다. 오른쪽 쇄골이 으스러졌다. 어깨뼈가 조각나 흩어졌다. 충격이 척추를 타고 내렸다. 보통 인간이라면 비명을 질렀다. 그대로 기절할 고통이었다. 태조의 눈동자는 고요했다. 공포도 통증도 없었다. 마비된 신경은 조용했다. 그저 물리적 충격만 감지했다. 몸이 뒤로 밀려났다. 태조는 왼발로 버텼다. 진흙을 깊게 밟았다. 오른쪽 팔이 무력하게 늘어졌다. 대신 왼손이 움직였다. 왼손에 쥔 소총이 불을 뿜었다.
탕! 타당!
총구가 아래를 향했다. 목표는 강도식의 무릎이었다. 거구의 약점은 관절이다. 탄환이 허공을 뚫었다. 강도식의 무릎뼈에 박혔다. 피와 살점이 튀었다. 강도식의 신형이 흔들렸다. 그가 짧게 신음했다. 괴물의 신체가 멈칫했다.
그 순간 품바닥이 뜨거워졌다. 장부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강도식의 철퇴가 품은 마력. 그 에너지가 장부를 자극했다. 3번째 페이지가 펼쳐졌다. 푸른색 결함 봉인선이 보였다. 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푸른 빛이 사방으로 번졌다. 봉인이 뜯겨 나갔다. 장부에서 검은 연기가 솟았다. 연기는 순식간에 형상화됐다. 고대의 원혼들이었다. 형체 없는 괴물들이 울부짖었다. 지하 배수로가 비명으로 가득 찼다. 원혼들이 강도식을 덮쳤다. 그의 거구에 달라붙었다. 피부를 뜯고 시야를 가렸다.
"이게 무슨 개수작이냐!"
강도식이 포효했다. 그가 철퇴를 마구 휘둘렀다. 원혼들이 찢겨 나갔다. 하지만 원혼들은 끊임없이 증식했다. 강도식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완벽한 기회였다.
"태조 씨!"
설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녀의 손에 은비녀가 있었다. 남동생의 유품이었다. 부러진 은비녀가 은은하게 빛났다. 초자연적 에너지가 흘렀다. 은비녀가 결계를 흔들었다. 설아가 권총을 쥐었다. 그녀가 강도식을 향해 당겼다.
탕! 탕! 탕!
탄환이 강도식의 머리를 겨냥했다. 강도식은 철퇴로 얼굴을 가렸다. 불꽃이 튀며 탄환이 튕겨 나갔다. 하지만 시선은 분산됐다. 태조는 멈추지 않았다. 으스러진 어깨를 무시했다. 앞으로 돌진했다. 지형을 이용했다. 배수로 벽면을 딛고 도약했다. 강도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태조의 눈에 목표가 보였다. 강도식의 가슴팍이었다. 그곳에 가죽 주머니가 있었다. 주머니 안쪽이 보였다. 금속 재질의 기계였다. 주파수 수신 전용 무전기였다. 특수 암호 주파수가 흐르는 장치. 백도현과 연결되는 유일한 선. 태조는 왼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 쇠붙이가 걸렸다. 강도식이 태조를 눈치챘다. 그가 다른 손의 도끼를 휘둘렀다.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다. 태조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도끼날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살이 베이고 피가 솟았다. 태조는 개의치 않았다. 왼손에 힘을 주었다. 손가락이 무전기를 움켜쥐었다.
뿌드득!
가죽 끈이 끊어졌다. 무전기가 태조의 손에 들어왔다. 강도식의 안색이 변했다. 그가 이빨을 드러냈다.
"이 쥐새끼가!"
강도식이 철퇴를 고쳐 잡았다. 그의 온몸에 근육이 팽창했다. 철퇴의 기계 장치가 회전했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가시들. 스치기만 해도 사지가 분해된다. 죽음의 위기였다. 그때 마강재가 나섰다. 그가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다. 냉정한 눈빛이었다. 그가 화면을 터치했다.
"여기가 한계입니다."
지하 벽면에 붙은 장치가 빛났다. 마강재가 미리 설치한 덫이었다. 원격 사설 전자기 덫. 장치에서 전자기 펄스가 방출됐다. 파란 전류가 하수구를 뒤덮었다. 강도식의 철퇴로 전류가 흘렀다. 기계식 철퇴의 회전이 멈췄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회로가 타들어 가는 냄새가 났다. 강도식의 신형이 굳었다. 기계 장치의 역류 현상이었다.
"지금입니다!"
마강재가 소리쳤다. 설아가 태조의 허리를 부축했다. 태조는 무전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세 사람은 뒤를 돌았다. 허물어지는 지류 통로가 보였다. 하수구의 낡은 콘크리트 벽. 전자기 충격으로 균열이 갔다.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태조 일행은 안으로 뛰어들었다. 뒤에서 강도식의 포효가 울렸다.
"한태조! 찢어 죽여 버리겠다!"
돌더미가 입구를 막았다. 통로가 완전히 차단됐다. 추적의 발소리가 끊겼다.
어둡고 축축한 하수구 깊은 곳. 악취가 진동했다. 차가운 물이 발목까지 찼다. 세 사람은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설아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마강재는 안경을 닦았다. 그의 손도 미세하게 떨렸다.
"겨우 살았군요."
마강재가 중얼거렸다. 그가 태조의 어깨를 보았다. 오른쪽 어깨가 기형적으로 내려앉았다. 가죽 자켓이 피로 젖어 있었다. 뼈가 완전히 바스러진 상태. 보통 인간이라면 쇼크사했다. 태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왼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무전기는 피로 더러워져 있었다. 강도식의 피였다. 태조는 품에서 장부를 꺼냈다. 장부의 3번째 페이지. 푸른 봉인선은 다시 닫혀 있었다. 하지만 흔적이 남았다. 태조는 손가락에 피를 묻혔다. 강도식의 검붉은 피였다. 그 피를 장부 표지에 문질렀다. 장부가 피를 흡수했다. 붉은 글씨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페이지 위에 선들이 그려졌다. 지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강도식의 이동식 궤적 시스템. 그 시스템의 데이터가 복사됐다. 장부가 적의 경로를 해킹했다. 화면에 붉은 점들이 나타났다. 적들의 거점들이었다. 성일병원의 위치가 선명해졌다. 지하 깊은 곳의 좌표가 떴다. 태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통증은 없었지만 육체는 한계였다. 왼손가락끝이 굳어갔다. 뇌세포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장부 사용의 대가였다. 공포 채무가 뇌를 압박했다. 태조는 이빨을 악물었다. 피가 입술 사이로 흘렀다. 그는 고통을 정신력으로 눌렀다.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사냥의 단서를 잡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때였다. 왼손에 쥔 무전기가 진동했다. 붉은 표시등이 번쩍였다. 지직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하수구의 정적을 깨뜨렸다. 설아와 마강재의 시선이 집중됐다. 무전기 너머로 노이즈가 개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주 맑고 깨끗한 음성이었다. 클래식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다. 피아노 선율이었다. 태조의 눈동자가 극도로 커졌다. 몸이 굳어버렸다. 그가 평생 잊지 못한 목소리였다. 여동생을 도살했던 그 목소리. 도시를 지옥으로 만든 원흉.
- "강도식, 쥐새끼는 잡았나?"
백도현의 목소리였다.
태조는 숨을 멈췄다.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손가락이 무전기를 조였다. 으스러진 어깨의 통증조차 잊었다. 분노가 전신을 지배했다.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살기가 하수구를 채웠다.
무전기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소름 끼치는 여유가 묻어났다.
- "아, 강도식이 아니군."
백도현이 말을 이었다.
- "한태조, 너로구나."
그는 태조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태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저 무전기를 꽉 쥐었다. 무전기 액정이 지직거렸다. 붉은 불빛이 빠르게 점멸했다.
- "기다리고 있었다." - "내 선물이 마음에 들었기를 바란다."
선물? 태조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때 설아가 신음했다.
"아아악!"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녀의 주머니가 빛났다. 붉고 기괴한 빛이었다. 주머니 속의 물건이 요동쳤다. 설아가 간직하던 은비녀였다. 부러진 은비녀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비녀가 허공에 떴다. 비녀 끝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졌다. 원인은 무전기의 주파수였다.
특수한 암호 주파수. 그것이 비녀를 자극했다. 비녀는 초자연적 에너지 도체였다. 괴담의 핵이 깨어나고 있었다.
"설아 씨!"
마강재가 안경을 고쳐 썼다. 그의 냉정한 얼굴에 균열이 갔다. 그가 뒤로 물러섰다.
비녀에서 뻗어 나온 검은 실들. 그 실들이 설아의 팔을 감았다. 살가죽을 뚫고 들어갔다. 설아의 눈동자가 완전히 뒤집혔다. 목덜미에는 검은 핏줄이 돋았다. 그녀는 괴기스럽게 울부짖었다. 그녀의 남동생을 좀비로 만든 힘. 그 괴담이 설아를 잠식해 들어갔다.
- "그 비녀는 열쇠란다."
무전기에서 백도현의 목소리가 흘렀다.
- "괴담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이지." - "너희가 있는 곳이 곧 도살장이 될 거다."
하수구 벽면이 세차게 흔들렸다. 발밑에는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여 있던 물이 붉게 물들었다.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진동했다. 벽 너머에서 무수한 발소리가 들렸다. 인간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기어 다니는 괴물들의 소리였다.
태조는 장부를 꽉 쥐었다. 오른팔은 무력하게 늘어졌다. 왼손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설아는 괴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괴물들이 기어 나왔다. 무너진 돌더미가 퇴로를 막았다. 완벽한 고립이었다.
무전기 너머로 백도현이 속삭였다.
- "자, 동생을 죽일 텐가?" - "아니면 같이 죽을 텐가?"
태조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그의 왼손이 장부를 펼쳤다. 선택의 시간이었다.
설아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입에서 기괴한 쇳소리가 났다. 비녀의 검은 실이 요동쳤다. 실들이 채찍처럼 늘어났다. 공기를 찢으며 날아왔다. 태조는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검은 실이 뺨을 스쳤다. 벽에 박힌 실이 돌을 깎았다.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설아 씨, 정신 차려요!"
마강재가 비명을 지르며 기었다. 그는 파이프 뒤로 몸을 숨겼다. 태조는 왼손으로 장부를 쥐었다. 오른팔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 통증이 뇌를 찔렀다. 태조는 통증을 지워버렸다. 그의 눈은 오직 설아를 향했다. 침식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대로 두면 껍데기만 남는다.
태조는 뒤로 도약했다. 하수구 천장의 파이프를 잡았다. 왼손 힘만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설아의 손끝에서 실이 뿜어졌다. 태조가 있던 바닥이 패였다. 콘크리트 파편이 얼굴에 튀었다. 태조는 파이프 위를 달렸다. 균형을 잡는 감각이 무뎠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설아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왼발로 그녀의 어깨를 찍었다.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설아의 신형이 무너졌다. 태조는 그대로 바닥에 착지했다. 왼손으로 장부를 펼쳤다.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피를 설아의 이마에 발랐다. 동시에 장부를 밀착시켰다.
'해킹을 시작한다.'
장부의 마력이 꿈틀거렸다. 은비녀의 주파수를 간섭했다. 인과율의 에러를 유도했다. 비녀의 침식 규칙을 비틀았다. 검은 실들이 비명을 질렀다. 실들이 타들어가며 수축했다. 설아의 몸이 경련했다. 그녀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잠시 침식이 멈췄다.
대가가 찾아왔다. 대차대조의 법칙이었다. 공포 채무가 뇌를 강타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심장이 멈추는 감각이었다. 눈앞이 하얗게 번쩍였다. 태조는 무릎을 꿇었다. 피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정신력이 모래성처럼 흔들렸다. 이빨을 물어뜯어 버텼다.
그때 벽 너머가 폭발했다.
쾅!
돌더미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하수구 벽이 통째로 뚫렸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들이 빛났다. 기어 다니는 괴물들이었다. 밤의 골고다가 보낸 사냥개들. 수십 마리가 통로를 채웠다. 침을 흘리며 돌진했다.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태조는 몸을 일으켰다. 왼손의 장부를 꽉 쥐었다. 피 묻은 장부가 붉게 빛났다.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었다. 강도식에게 빼앗은 데이터. 그 궤적 시스템을 개방했다. 장부에서 붉은 광선이 뻗었다. 하수구 바닥의 물을 타고 흘렀다. 전류처럼 변한 마력이었다.
퍼지직!
광선이 괴물들을 관통했다. 괴물들의 사지가 찢겨 나갔. 검은 피가 사방으로 분수쳤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순식간에 통로가 청소됐다. 태조는 거칠게 숨을 쉬었다. 폐가 찢어질 것 같았다.
그때 무전기가 다시 지직거렸다. 백도현의 의기양양한 웃음소리. 소리가 하수구를 울렸다.
- "제법이군, 한태조."
목소리가 가까웠다. 무전기 내부에서 빛이 났다. 단순한 수신기가 아니었다. 위치 송신기였다. 강도식의 무전기는 덫이었다. 적들이 위치를 파악했다.
- "하지만 늦었다." - "그곳의 수문을 열었다."
멀리서 거대한 굉음이 들렸다.
쿠구구구구!
땅이 흔들리는 진동이었다. 하수구 상류에서 물소리가 났다. 단순한 하수도가 아니었다. 엄청난 수량의 방류였다. 콘크리트 벽이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휩쓸리면 뼈도 못 추린다.
"태조 씨, 피해야 합니다!"
마강재가 쓰러진 설아를 업었다. 그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퇴로는 폭발로 막혔다. 앞은 거대한 수마가 덮쳐온다. 탈출구는 없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소리가 났다.
철컥.
하수구 천장의 맨홀 뚜껑이었다. 뚜껑이 위로 열렸다. 어둠 속에서 밧줄이 내려왔다. 누군가 위에서 소리쳤다.
"이쪽이야, 빨리 잡아!"
낯선 목소리였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이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찼다. 태조는 밧줄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변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