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쇠사슬이 허공을 갈랐다. 윤설아는 비명을 질렀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쇠사슬 인형이 낙하했다. 그녀의 머리 위였다. 태조가 앞으로 뛰었다. 망설임은 없었다. 그의 발끝이 지면을 밀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태조가 왼팔을 뻗었다. 떨어지는 사슬을 겨냥했다. 그의 손이 사슬을 움켜쥐었다. 쇠붙이가 살을 파고들었다. 가죽 장갑이 찢어졌다.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태조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사슬을 팔에 감았다. 한 바퀴 더 감았다.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태조가 허리를 틀었다. 온 체중을 아래로 실었다. 그대로 사슬을 잡아당겼다. 인형의 궤적이 꺾였다. 인형이 허공에서 휘청였다. 태조가 힘껏 줄을 당겼다. 인형이 벽으로 날아갔다. 쿠콰콰쾅! 두꺼운 타일 벽이 깨졌다. 시멘트 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인형이 바닥으로 굴렀. 바닥에 깊은 홈이 파였다. 윤설아가 기침을 뱉었다. 그녀가 뒤로 물러섰다. 양손으로 바닥을 기었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했다. 태조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바닥에 붉은 점이 찍혔다. 태조는 상처를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인형에 고정되었다. 인형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끼이익. 쇠붙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기괴한 소음이었다. 인형의 안광이 붉게 탔다. 살의가 광장을 채웠다.

윤설아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가 품을 뒤적였다. 손끝이 거칠게 떨렸다. 그녀가 무언가를 꺼냈다. 부러진 은비녀였다. 그녀가 비녀를 꽉 쥐었다. 마치 생명줄을 쥐듯 했다. 태조의 눈이 비녀로 향했다. 기이한 기운이 풍겼다. 비녀 주변의 공기가 일렁였다. 그것은 초자연적 마력이었다. 아주 짙고 무거운 기운이었다. 태조의 가슴이 반응했다. 품속의 장부가 진동했다. 표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장부의 세 번째 페이지였다. 푸른 봉인선이 꿈틀거렸다. 그 선이 붉게 변하려 했다. 강한 에너지 자극 때문이었다. 경고의 메시지가 뇌리에 스쳤다. 봉인선이 풀리면 폭주한다. 고대의 원혼이 깨어난다. 태조는 장부를 꾹 눌렀다. 진동을 억지로 잠재웠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는 윤설아를 보았다. "그 비녀는 뭐지." 태조가 낮게 물었다. 윤설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빨을 맞부딪쳤. "동생의... 유품이에요." 그녀가 간신히 뱉었다. 태조는 비녀를 응시했다. 단순한 유품이 아니었다. 거대한 괴담의 핵이었다. 그 안의 에너지가 요동쳤다. 숨겨진 힘이 느껴졌다. 태조는 시선을 돌렸다. 인형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발걸음마다 바닥이 패였다.

인형의 사슬이 요동쳤다. 그것은 쇠사슬의 괴담이었다. 규칙은 단순했다. '무한 끌림'. 사슬에 닿은 것은 끌려간다.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 중심을 향해 무한히 당긴다.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힘이다. 인형의 안광이 커졌다. 사슬이 다시 뻗어 나왔다. 공간을 관통하는 궤적이었다. 태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장부를 펼쳤다. 두 번째 페이지를 넘겼다. 리퍼 잭의 페이지였다. 그곳에 봉인된 능력이 있었다. '공간 단절'. 공간을 잘라내는 힘이다. 태조가 탄환을 장전했다. 그의 검은 권총이 울렸다. 찰칵. 금속음이 고요하게 퍼졌다. 태조가 총구를 겨눴다. 인형의 가슴이었다. 태조가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불꽃이 어둠을 갈랐다. 탄환은 허공을 날아갔다. 탄환이 사슬과 충돌했다. 그 순간 공간이 갈라졌다. 사슬의 무한 인력이 작동했다. 하지만 당길 공간이 없었다. 공간 자체가 단절되었다. 경로가 사라진 것이다. 규칙과 규칙이 맞부딪쳤다. 무한한 끌림의 법칙. 공간 단절의 법칙. 두 힘이 서로를 갉아먹었다. 괴담의 인과율이 깨졌다.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지지직! 붉은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공간이 기형적으로 일그러졌다. 인형의 움직임이 멈췄다. 규칙의 모순이 발생했다. 인형의 관절이 비틀렸다. 쇠사슬이 제멋대로 꼬였다. "에러." 태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건조했다. 이것이 괴담 해킹이었다. 모순을 이용한 파괴였다. 콰콰쾅! 인형이 스스로 폭발했다. 사슬 조각이 비처럼 쏟아졌다. 시멘트 바닥에 박혔다. 자욱한 연기가 광장을 덮었다.

연기 속에서 빛이났다. 붉은 영혼 조각이었다. 그것이 공중에 둥둥 떴다. 인형의 핵심 파편이었다. 태조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가 장부를 내밀었다. 장부의 빈 페이지가 열렸다. 붉은 빛이 장부로 스몄다. 글씨가 스스로 적히기 시작했다. 검은 잉크가 번져 나갔다. 새로운 괴담이 봉인되었다. 그 순간 대가가 찾아왔다. 대차대조의 법칙이었다. 태조의 몸이 굳어졌다. 머릿속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피해자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들이 죽을 때의 고통이었다. 심장이 찢기는 감각이었다. 뇌세포가 하나씩 죽어갔다. 태조는 이를 악물었다.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그는 고통을 삼켜버렸다. 그것은 그의 일상이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결함. 그 결함이 고통을 억눌렀다. 그의 눈이 다시 차가워졌다. 장부가 강한 빛을 뿜었다. 태조의 권총이 변형되었다. 총열이 두꺼워졌다. 구경이 눈에 띄게 커졌다. 쇠붙이의 질감이 단단해졌다. 파괴력이 증폭된 것이다. 첫 번째 랭크업이었다. 무기의 격이 달라졌다. 태조는 총을 가볍게 돌렸다. 그립감이 묵직해졌다. 마음에 드는 변화였다.

윤설아가 떨며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 경외감이 가득했다. "괴물을... 그렇게 쉽게..."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태조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부서진 인형의 잔해 옆이었다. 그곳에 무전기가 떨어져 있었다. 지직. 지지직. 무전기에서 소음이 났다. 붉은 표시등이 깜빡였다. 태조가 무전기를 주워 올렸다. 스피커에서 거친 숨소리가 났다. 이윽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차갑고 포악한 음성이었다. "쥐새끼를 찾았다." 강도식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쇠를 긁는 듯했다. "내 인형을 부쉈더군." 무전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났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졌어." 태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전기를 귀에 댔다. "거기서 기다려라." 강도식이 읊조렸다. "곧 사냥개들이 갈 거다." 뚝. 신호음이 끊겼다. 광장에 무거운 침묵이 내렸다. 윤설아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그가... 우리 위치를 알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태조는 무전기를 바닥에 던졌다. 구두굽으로 무전기를 밟아 깼다. 바스락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그때였다. 멀리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아주 먼 곳이 아니었다. 지하철 터널 안쪽이었다. 아우우우. 짐승의 울음소리였다. 늑대의 울음이었다. 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마리의 울음이 겹쳤다. 울음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도 함께 들렸다. 수많은 발톱이 바닥을 긁었다. 어둠 속에서 푸른 안광들이 나타났다. 하나. 둘. 셋. 셀 수 없이 많은 빛이었다. 그들이 태조와 윤설아를 에워쌌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태조는 권총을 꽉 쥐었다. 그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새로운 사냥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푸른 안광이 좁혀졌다. 그것들은 늑대의 형상이었다. 가죽은 검은 그림자였다. 그림자 사냥개들이었다. 강도식이 부리는 괴물들이었다. 놈들이 일제히 도약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태조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등 뒤에는 두꺼운 기둥이 있었다. 지형지물을 확보한 것이다. 태조가 총구를 비스듬히 올렸다. 탕! 묵직한 총성이 지하를 흔들었다. 권총의 반동이 손목을 때렸다. 강해진 파괴력은 압도적이었다. 선두 사냥개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갔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두 번째 놈이 옆에서 덮쳤다. 태조는 총구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왼손으로 단검을 뽑았다. 단검이 좁은 궤적으로 그어졌다. 사냥개의 목덜미가 정확히 갈라졌다. 더러운 피가 바닥을 적셨다.

윤설아는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는 은비녀를 가슴에 꽉 안았다. 사냥개 세 마리가 그녀를 발견했다. 놈들이 방향을 틀어 달렸다. 태조는 구하러 가지 않았다. 대신 바닥의 사슬 잔해를 보았다. 아까 폭발했던 인형의 파편이었다. 태조가 사슬 끝을 강하게 걷어찼다. 사슬이 팽팽하게 펴지며 울렸다. 깡! 맑은 금속음이 광장에 퍼졌다. "이쪽이다." 태조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사냥개들이 소리에 반응했다. 놈들이 다시 태조를 향해 달렸다. 좁은 승강장 통로였다. 놈들의 동선이 일렬로 겹쳤다. 태조는 방아쇠를 연속으로 당겼다. 탕! 탕! 탕! 거대한 탄환이 통로를 꿰뚫었다. 일렬로 늘어선 몸뚱이들이 터져 나갔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그림자들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바닥에 붉은 영혼 조각들이 남았다.

장부가 다시 뜨거워졌다. 가슴팍에서 불길이 이는 감각이었다. 태조는 셔츠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가 장부를 꺼내 들었다. 세 번째 페이지였다. 푸른색 결함 봉인선이 요동쳤다. 사냥개들의 죽음이 에너지를 방출했다. 그 에너지가 장부로 급격히 유입되었다. 푸른 선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파지직. 푸른 불꽃이 튀었다. 봉인선 뒤의 어둠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고대의 원혼이었다. 장부의 한계를 시험하는 힘이었다. 태조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통증은 없었으나 영혼이 흔들렸다. 정신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닫혀라." 태조가 장부를 억지로 덮으려 했다. 하지만 책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푸른 균열이 더 빠르게 넓어졌다. 틈새로 검은 손들이 뻗어 나왔다. 원혼의 울부짖음이 뇌리를 때렸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울렸다.

그때였다. 지하철 선로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쿠구구구구. 철로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이 시간에 열차가 다닐 리 없었다.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가 비쳤다. 그것은 피처럼 붉은 빛이었다. 열차가 아니었다. 수백 개의 해골로 뒤덮인 철마였다. 강도식의 진짜 본대가 나타난 것이다. 괴물이 선로를 벗어나 승강장으로 돌진했다. 태조는 균열이 가는 장부를 움켜쥐었다. 눈앞에는 돌진하는 거대 괴물. 품안에는 폭주하려는 고대의 원혼. 사방이 꽉 막힌 외통수였다.

태조는 이빨을 악물었다. 그는 총을 고쳐 쥐었다. 장부의 푸른 불꽃을 응시했다. 그 불꽃에 총구를 바짝 대었다. 치이이익! 금속이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장부의 에너지가 총으로 흡수되었다. 총열이 터질 듯 푸르게 달아올랐다. 폭주의 힘을 탄환에 우겨넣었다. 이것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잘못하면 오른손이 통째로 날아간다. 하지만 태조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아아앙! 푸른 광선이 어둠을 찢었다. 공간을 가르는 광폭한 궤적이었다. 광선이 돌진하는 철마를 직격했다. 해골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철마의 쇠붙이가 힘없이 함몰되었다. 하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질량이 그대로 덮쳐왔다. 태조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기둥 뒤로 거칠게 굴렀다. 쿠웅! 기둥이 우지끈 부러졌다. 콘크리트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윤설아가 비명을 지르며 엎드렸다. 그녀의 품에서 은비녀가 튀어나왔다. 비녀가 기이한 푸른 빛을 토해냈다. 그 연기가 철마의 다리를 감쌌다. 철마의 질주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기이한 제어력이었다. 태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은비녀는 단순한 유품이 아니다. 의문이 뇌리를 스쳤으나 길지 않았다. 지금은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다. 철마가 잔해를 뿌리며 비틀거렸다. 남은 해골들이 기괴하게 울부짖었다. 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하철역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돌덩이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때 철마의 깨진 틈새가 보였다. 붉은 가죽 주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주머니가 스스로 천천히 열렸다. 지독한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연기는 허공에서 형상을 갖추어 갔다. 그것은 너무나 낯익은 얼굴이었다. 여동생을 잔혹하게 도살한 원수. 백도현의 일그러진 환영이었다. 환영이 태조를 보며 웃었다. 태조야 오랜만이구나. 환영의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동시에 지하철역의 모든 불빛이 꺼졌다. 완벽한 어둠이 광장을 삼켰다. 어둠 너머에서 거대한 발소리가 들렸다. 사냥개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태조의 심장이 미세하게 박동했다. 이것은 우연한 조우가 아니다.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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