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이 장벽을 들이받았다. 벽돌 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붉은 안개 속에서 먼지가 일었다. 마강재가 창밖으로 머리를 뺐다. "어서 타십시오!" 그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태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바닥을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보았다. 잭의 시체 옆이었다. 피 묻은 가죽 지도가 떨어져 있었다. 그 위에 붉은 낙서가 선명했다. '윤설아 구출 필요.' 태조는 허리를 숙였다. 지도를 빠르게 낚아챘다. 품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사냥꾼들이 들이닥쳤다. 식칼 고리가 허공에서 번뜩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매서웠다. 태조는 상체를 뒤로 눕혔다. 칼날이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그는 흐트러짐 없이 권총을 뽑았다. 탕! 달려들던 놈의 미간이 뚫렸다. 피가 안개 속으로 흩뿌려졌다. 태조는 반동을 이용해 도약했다. 트럭 조수석 문을 발로 찼다. 문이 열리며 안으로 몸을 던졌다. 마강재가 가속 페달을 짓밟았다. 엔진이 굉음을 토했다. 바퀴가 진흙을 짓이기며 돌았다. 트럭은 포위망을 뚫고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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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뒤. 지하철역 입구는 적막했다. 유령역이라 불리는 곳이다. 입구는 합판으로 막혀 있었다. 태조는 합판을 뜯어냈다. 안쪽에서 눅눅한 바람이 불었다. 피비린내가 섞인 바람이었다. 마강재는 지상에 남겨두었다. 그는 정보원일 뿐이다. 전투에는 방해만 된다. 태조는 단독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어둠이 발끝부터 차올랐다. 손전등은 켜지 않았다. 어둠에 익숙한 눈이었다. 지하 2층 승강장에 도달했다. 선로 너머로 통로가 보였다. 지도가 가리킨 감금 구역이다. 철문이 통로를 가로막고 있었다. 두꺼운 강철판이었다. 녹슨 사슬이 감겨 있었다. 태조는 숨을 고르지 않았다. 그대로 오른발을 내뻗었다. 쾅! 철문이 비명을 질렀다. 경첩이 뜯겨 나가며 넘어졌다. 바닥의 먼지가 사방으로 튀었다. 안쪽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천장이 높은 배수 광장이었다. 사방에 썩은 물이 고여 있었다. 그곳에 괴물들이 서 있었다.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가죽이 벗겨진 짐승 같았다. 네 발로 기어 다니는 형상이다. 등뼈가 삐죽하게 솟아 있었다. 야수형 괴담 수호자들이었다. 총 다섯 마리였다. 놈들이 태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빨 사이로 누런 침이 뚝뚝 떨어졌다. 가장 큰 놈이 짖었다. 크르르릉. 공동 전체가 울렸다. 놈들이 일제히 바닥을 박찼다. 발톱이 시멘트를 긁는 소리가 났다. 태조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야수 한 마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 자리에 깊은 파임이 생겼다. 태조는 기둥 뒤로 엄폐했다. 콘크리트 기둥이 흔들렸다. 야수들이 기둥을 들이받았다. 태조는 권총을 고쳐 쥐었다. 품 안의 장부가 요동쳤다. 두 번째 페이지가 붉게 물들었다. '스크리머'의 탄환이다. 태조는 기둥 모퉁이로 총구를 뺐다. 가장 근접한 놈을 조준했다. 타앙! 고주파의 음파가 사방을 찢었다. 공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일렁였다. 탄환을 맞은 야수의 상체가 폭발했다. 살점과 뼈가 천장까지 튀었다. 남은 네 마리가 광포하게 날뛰었다. 놈들은 지그재그로 달렸다. 조준을 방해하려는 수작이다. 태조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머리 위에 녹슨 철제 배관이 보였다. 그는 단숨에 배관 위로 뛰어올랐다. 도약력은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 야수들이 밑에서 껑충거렸다. 서로의 등을 밟고 기어오르려 했다. 태조는 주머니에서 가위 조각을 꺼냈다. 리퍼 잭에게서 회수한 유물이다. 장부가 손바닥 안에서 진동했다. 세 번째 페이지가 강제로 열렸다. 푸른색 결함 봉인선이 꿈틀거렸다. 글자가 피어올랐다. '공간 절단.' 사용의 대가가 뇌로 곧바로 전해졌다. 머릿속에서 폭탄이 터진 듯했다. 누군가 뇌를 바늘로 쑤시는 통증이다. 피해자가 난도질당할 때의 고통이다. 태조는 미간조차 찌푸리지 않았다.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단지 신경 세포의 경고일 뿐이다. 그는 가위 조각을 아래로 던졌다. "잘라라." 허공에 푸른 선이 그어졌다. 무형의 가위질이 공간을 갈랐다. 스걱! 기괴한 파열음이 일었다. 기어오르던 야수들의 허리가 잘려 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단면은 공작기계로 자른 듯했다. 네 마리의 사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물이 고인 바닥이 검붉게 변했다. 태조는 가볍게 바닥으로 내려왔다. 구두 굽이 피를 밟았다. 착지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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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깊은 곳에 감옥이 있었다. 두꺼운 철창으로 차단된 방이다. 그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략 이십여 명이었다. 그들은 구석에 뭉쳐 있었다. 서로를 안고 부들부들 떨었다. 태조가 철창 앞으로 다가갔다. 사람들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에는 태조도 괴물이었다. 태조의 시선이 한 여자에게 머물렀다. 얼굴이 피와 먼지로 범벅이었다. 양손이 뒤로 묶인 채였다. 윤설아였다. 그녀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입에는 누런 천이 물려 있었다. 태조는 자물쇠를 겨눴다. 탕! 불꽃이 튀며 쇠사슬이 끊어졌다. 태조가 철문을 거칠게 열었다. 윤설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재갈을 거칠게 뺐다. 윤설아가 격하게 기침을 했다. "콜록! 살려... 동생이..."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동생이 저 아래에 갇혀 있어요."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몸을 비틀어 밧줄을 풀려 했다. "제발 그애를 구해야 해요." 태조는 그녀를 차갑게 보았다. 그의 눈은 거울처럼 투명했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 그녀의 슬픔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에게는 타인의 아픔이 없다. 태조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윤설아의 손목 밧줄을 그었다. 스윽. 밧줄이 힘없이 잘려 나갔다. "일어나라." 태조의 목소리는 기계 같았다. "징징댈 시간은 없다." "하지만 내 동생이..." "살고 싶으면 걷기나 해라." 태조는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어깨가 으스러질 듯 쥐었다. "내 뒤에 딱 붙어 있어라." 윤설아는 입술을 씹었다. 태조의 무자비함에 겁을 먹었다. 그러나 지금 기댈 곳은 그뿐이다. 그녀는 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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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는 감옥 벽을 훑었다. 벽면 가득 붉은 문양이 있었다. 굳은 피로 그려진 주술 진이었다. 가운데에는 돌로 된 제단이 있었다. 그 위에 빈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장부가 품 안에서 열기를 내뿜었다. 머릿속으로 기괴한 지식이 들어왔다. 이곳은 단순한 도살장이 아니다. 거대한 의식의 제단이다. 백도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겹쳤다. 그는 도시의 공포를 양분 삼는다. 사람들의 비명과 임종의 피. 그것을 모아 제단을 채운다. 도시 전체를 괴담 영역으로 만들려 한다. 이 감금 구역은 그 연결고리다. 의식의 톱니바퀴 중 하나인 셈이다. 태조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가슴 속에서 차가운 불꽃이 일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순수한 멸절의 의지였다. 백도현의 목을 따야 한다. 여동생의 복수를 완성해야 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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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 붉은 비상등이 사방을 비췄다. 감옥의 철문이 저절로 닫히기 시작했다. 지하 광장의 출구가 차단되었다. 위에서 쇠창살이 내려왔다. 완벽한 밀실이 되었다. 천장의 환기구에서 연기가 쏟아졌다. 녹색의 아황산가스였다. 갇힌 사람들이 목을 움켜쥐었다. 기침을 하며 바닥을 굴렀다. 피를 토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벽 저편의 스피커가 켜졌다.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들렸다. "스스로 무덤으로 들어왔구나." 비열하고 얇은 목소리였다. "여기서 쓰레기들과 함께 녹아라." 통제실 안의 사냥꾼들이었다. 보안 모니터 뒤에 숨은 자들이다. 싸울 용기도 없는 겁쟁이들이다. 윤설아가 숨을 헐떡였다. "가스가... 몸이 안 움직여요."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태조는 가스를 깊이 들이마셨다. 폐포가 녹아내리는 감각이 왔다. 장부의 공포 채무가 폭발했다. 임종의 통증이 전신을 난도질했다. 온몸의 모세혈관이 터지려 했다. 눈앞이 붉게 점멸했다. 하지만 태조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고통을 무시했다. 통증은 그저 전기 신호일 뿐이다. 그는 통제실의 강화유리를 보았다. 유리 너머로 사냥꾼 세 명이 보였다. 그들은 태조를 비웃고 있었다. 태조가 유리창을 향해 걸었다. 구두 굽이 피와 가스를 가르고 나아갔다. 그의 콧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다. 사냥꾼들의 비웃음이 경악으로 변했다. "저 괴물은 왜 안 쓰러져?" "가스를 치사량으로 올렸잖아!" 그들이 조작 판을 마구 두들겼다. 태조는 흔들림 없이 권총을 들었다. 장부의 힘을 총구에 응집했다. 리퍼 잭의 공간 절단력을 융합했다. 탄환의 표면에 파란 불꽃이 일었다. 태조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탄환이 강화유리에 부딪혔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차원 자체가 잘려 나가는 소리였다. 서걱! 두꺼운 강화유리가 대각선으로 갈라졌다. 그 뒤의 콘크리트 벽까지 사선으로 쪼개졌다. 유리와 벽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태조는 틈새로 신속히 진입했다. 통제실 안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냥꾼들이 뒤로 자빠졌다. 그들은 꼴사납게 엉금엉금 기었다. "오, 오지 마! 괴물 새끼야!" 태조는 대답을 생략했다. 가장 앞에 있던 놈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대로 쇠 테이블에 처박았다. 쾅! 테이블이 움푹 패며 두개골이 바스라졌다. 다른 놈이 품에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태조의 목덜미를 겨누고 찔렀다. 태조는 피하지 않았다. 왼손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베여 뼈가 드러났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비틀어 빼앗았다. 역수로 쥔 칼을 놈의 목구멍에 박아넣었다. 푸욱! 검은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마지막 남은 사냥꾼이 두 손을 모았다. 그의 사타구니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살려주십시오! 시켜서 한 일입니다!" 태조는 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을 바짝 들여다보았다. "강도식은 어디 있나." "그, 그건 저도 모릅니다! 진짜입니다!" 태조는 놈의 가슴팍에 손을 댔다.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굳혔다. 갈고리처럼 굽힌 손가락이 가슴뼈를 파고들었다. 쩍하는 소리와 함께 살이 벌어졌다. "아아아악! 제발!" 태조는 손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뜨거운 심장이 손끝에 닿았다. 그는 거침없이 손아귀를 쥐었다. 그대로 밖으로 뜯어냈다. 치이익! 더러운 피가 태조의 뺨을 적셨다. 사냥꾼의 눈동자가 풀리며 쓰러졌다. 경보음이 뚝 끊겼다. 가스 밸브가 자동으로 잠겼다. 태조는 손에 쥔 심장을 바닥에 던졌다. 바닥에서 심장이 몇 번 꿈틀대다 멈췄다. 그는 소매로 뺨의 피를 훔쳤다.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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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는 통제실 문을 열고 나왔다. 공기가 조금씩 정화되고 있었다. 윤설아는 기둥을 잡고 간신히 버텼다. 그녀의 눈에 경외와 공포가 공존했다. 살아남은 민간인들은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설아가 힘겹게 물었다. 태조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귀가 미세하게 움츠러들었다. 천장에서 이상한 진동이 감지되었다. 스스스슥. 쇠사슬이 쓸려 내려오는 소리였다. 공기가 순식간에 빙점 이하로 떨어졌다. 태조의 본능이 강한 경고를 보냈다. "비켜라." 태조가 윤설아의 어깨를 밀쳤다. 그 기세에 그녀가 바닥으로 굴렀. 그 직후였다. 쿠콰과광! 천장의 두꺼운 콘크리트가 폭발했다. 돌가루와 먼지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그 구덩이 속에서 거대한 물체가 떨어졌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었다. 수백 개의 쇠사슬로 엮인 인형이었다. 인형의 온몸에 시퍼런 칼날들이 박혀 있었다. 머리 부분에는 붉은 안광이 이글거렸다. 대장급 집행자 강도식의 마력이었다. 인형이 기괴하게 관절을 꺾었다. 그것은 원격 조종되는 살육 병기였다. 인형이 거대한 쇠사슬 손을 뻗었다. 날카로운 손톱이 허공을 찢으며 내려앉았다. 그 공격의 궤적 아래에 윤설아가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사슬 손톱이 그녀의 머리 위로 낙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