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바닥에 피가 고였다. 스크리머의 시체다. 피가 기묘하게 흘렀다. 붉은 선이 이어졌다. 선은 문양이 되었다. 밤의 골고다 인장이다. 인장이 붉게 흔들렸다. 안개가 짙어졌다. 피비린내가 밀려왔다. 더 무거운 냄새였다. 쇠비린내가 섞였다. 구두굽 소리가 울렸다. 벅. 벅. 벅.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거대한 실루엣이었다. 그가 손을 움직였다. 철컥. 철컥. 기괴한 쇳소리였다. 거대한 가위였다. 날의 길이만 일 미터다. 가위날이 부딪쳤다. 불꽃이 튀었다. 사내의 눈이 빛났다. 안광이 붉었다. "냄새가 좋군." 사내가 중얼거렸다. 그의 이름은 리퍼 잭이다. 골고다의 사냥꾼이다. 잭이 가위를 치켜들었다. 태조는 장부를 쥐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바람이 갈라졌다. 잭이 도약했다. 백색 가위날이 덮쳐왔다. 목을 노린 궤적이었다. 태조는 피하지 않았다. 오른발을 내디뎠다. 왼팔을 들어 올렸다. 가드 자세가 아니었다. 칼날을 마중하는 몸짓이다. 푸욱! 가위날이 팔을 뚫었다. 살이 찢어졌다. 뼈가 긁히는 소리가 났다. 태조는 미동도 없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뇌는 고요했다. 태조가 왼손을 쥐었다. 가위날을 움켜쥐었다. 피가 솟구쳤다. 잭의 눈이 커졌다. "미친놈이군." 잭이 가위를 당겼다. 빠지지 않았다. 태조가 손아귀를 쪼였다. 아귀힘이 강철 같았다. "잡았다." 태조가 낮게 읊조렸다. 오른손을 뻗었다. 잭의 목덜미를 노렸다. 잭은 가위를 놓지 않았다. 대신 발길질을 했다. 태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퍽! 둔탁한 파열음이었다. 갈비뼈가 금이 갔다. 태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힘을 주었다. 거리가 좁혀졌다. 서로의 숨결이 닿았다. 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공포가 아닌 경악이었다. 인간의 반응이 아니었다. 괴물을 마주한 느낌이다. 그때 골목길이 흔들렸다. 구두 끄는 소리가 났다. "아이고, 삭신이야." 낯선 목소리였다. 가벼운 어조였다. 긴장감이 깨졌다. 어둠 속에서 사내가 나왔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다. 안경테가 번쩍였다. 마강재였다. 그는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 콧등의 땀을 닦았다. "여기서 정모를 하네." 마강재가 웃었다. 눈은 웃지 않고 있었다. 그의 손이 움직였다. 주머니에서 캔을 꺼냈다. 둥글고 검은 캔이었다. "비싼 물건입니다." 마강재가 핀을 뽑았다.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팅. 팅. 캔이 굴러왔다. 치이이익! 회색 연기가 뿜어졌다. 순식간에 시야가 가려졌다. 독한 최루 가스였다. 잭이 기침을 토했다. "컥! 무슨 짓이냐!" 잭의 손귀가 느슨해졌다. 태조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왼팔을 세차게 흔들었다. 박혀 있던 가위날이 빠졌다. 피가 안개처럼 비산했다. 태조는 뒤로 물러섰다. 마강재가 곁으로 왔다. "도망쳐야 합니다." 마강재가 속삭였다. "빚쟁이가 또 늘었군." 태조는 대꾸하지 않았다. 지형을 살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혔다. 막다른 골목이었다. 도망은 불가능하다. 사냥뿐이다. 태조가 품을 뒤졌다. 장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슴팍이 타는 듯했다. 장부의 3번째 페이지다. 그곳에 푸른 선이 있었다. 결함 봉인선이다. 그 선이 요동쳤다. 진동이 뼈를 울렸다. 위이이이잉- 기분 나쁜 경고음이다. 귀가 먹먹해졌다. 머릿속이 흔들렸다. 장부의 힘이 요동쳤다. 통제력을 잃으려 했다. 불완전한 장부의 경고다. 태조는 이빨을 악물었다. 정신을 집중했다. 푸른 선을 억눌렀다. 가까스로 진동이 멈췄다. 눈앞의 적에게 집중했다. 연막 속에서 쇳소리가 났다. 잭이 가위를 휘둘렀다. 연막이 바람에 찢겼다. "쥐새끼들이 감히!" 잭이 포효했다. 그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괴담의 힘을 쓰는 것이다. 태조는 권총을 뽑았다. 탄창을 분리했다. 새 탄환을 꺼냈다. 스크리머의 탄환이다. 탄피에 해골이 새겨졌다. 그것은 소음 탄환이다. 딸깍. 탄창을 밀어 넣었다. 슬라이드를 당겼다. 금속음이 명쾌했다. "그 무기는 뭐냐?" 마강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장부를 알아보는 듯했다. 태조는 대답을 아꼈다. 총구를 겨냥했다. 대상을 조준하지 않았다. 바닥을 겨누었다. 콘크리트 바닥이다. "귀를 막아라." 태조가 경고했다. 마강재는 빠르게 반응했다. 두 손으로 귀를 덮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눈치가 빠른 자였다. 잭이 돌진했다. 가위날이 허공을 갈랐다. 태조는 방탄 벽에 기댔다. 지형의 반사각을 보았다. 소리가 울릴 공간이다. 좁은 골목은 확성기다. 탕! 격발음은 작았다. 하지만 탄환이 깨졌다. 그 순간 시작되었다. 괴물의 비명이었다. 스크리머의 살인 주파수다. 쿠아아아아앙! 보이지 않는 파동이 일었다. 공기가 찢어졌다. 골목 전체가 흔들렸다. 벽돌이 가루가 되었다. 콘크리트 벽에 금이 갔다. 균열이 뱀처럼 뻗었다. "아아악!" 잭이 가위를 놓쳤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의 고막이 터졌다.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눈에서도 피가 솟았다. 음파의 압력은 엄청났다. 골목의 조명이 일제히 깨졌다. 파편이 비처럼 내렸다. 마강재는 바닥을 기었다. 그의 안경이 날아갔다. "미친, 진짜 미친놈이네!" 마강재가 비명을 질렀다. 음파는 잭에게 집중되었다. 태조는 소리를 느끼지 못했다. 고통의 신경이 죽어 있었다. 그저 고요한 지옥이었다. 태조가 걸음을 옮겼다. 파편을 밟는 소리가 났다. 바스락. 잭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뇌가 흔들린 상태였다. 태조가 잭의 앞에 섰다. 그림자가 잭을 덮었다. 잭이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피로 물든 눈이었다. "네놈... 정체가 뭐냐..." 태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른손을 뻗었다. 잭의 턱을 움켜쥐었다. 왼손은 정수리를 잡았다. 힘을 주었다. 잭의 눈에 공포가 서렸다. 처음으로 비친 감정이었다. "잠깐, 살려..." 콰직! 둔탁한 뼈 소리였다. 목뼈가 완전히 돌아갔다. 잭의 신형이 굳어졌다. 이내 힘없이 꺾였다.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쿵. 사냥이 끝났다. 태조의 품에서 장부가 열렸다. 스스로 페이지가 넘어갔다. 스르륵. 새로운 페이지에 멈췄다. 그곳에 붉은 글씨가 새겨졌다. [리퍼 잭 - 봉인 완료] 동시에 통증이 밀려왔다. 뇌 세포가 타들어 갔다. 잭의 피해자들이 느낀 고통이다. 숨이 막히는 질식감이다. 목이 잘려 나가는 감각이다. 대차대조의 법칙이다. 대가 없이 힘은 없다. 태조는 제자리에 버텼다. 입술을 깨물어 피를 냈다.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었다. 신음은 내지 않았다. 그저 견딜 뿐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맥박이 요동쳤다. 일 분이 한 시간 같았다. 마침내 통증이 가라앉았다. 태조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후우. 얼굴의 땀을 훔쳤다.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마강재가 기어왔다. 더듬거리며 안경을 찾았다. 안경을 쓰고 태조를 보았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괴물이네, 괴물이야." 마강재가 중얼거렸다. "살려줬으니 밥값은 해라." 태조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아이고, 제 목숨 값은 비쌉니다." 마강재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잭의 시체로 다가갔다.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 "이놈 골고다의 간부급인데." 태조는 잭의 품을 뒤졌다. 가죽 주머니가 있었다. 그것을 꺼내 열었다. 안에 종이가 들어 있었다. 종이가 아니었다. 사람의 가죽이었다. 가죽 위에 지도가 그려졌다. 태조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도의 특정 위치에 표식이 있었다. 붉은 색연필로 칠해진 곳이다. 지하 감옥의 위치였다. 그 옆에 글씨가 적혀 있었다. 거친 필체였다. 태조의 시선이 멈췄다. [윤설아 구출 필요] 붉은 낙서가 선명했다. 태조의 손가락이 굳었다. 새로운 이름이었다. 복수의 실타래가 얽혔다. 태조가 지도를 접었다. 골목길에 다시 안개가 차올랐다. 사냥은 이제 시작이었다.

태조는 지도를 노려보았다. 글씨는 굳지 않은 피였다. 마강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가 지도를 훔쳐보았다. 마강재의 안경알이 흔들렸다. "윤설아라고?" 마강재가 침을 삼켰다. "그녀를 아나?" 태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골고다의 수집품입니다." 마강재가 속삭였다. "영악한 정보꾼이지요." "그런데 왜 여기에 적혔지?" "제물이 되었을 겁니다." 마강재가 머리를 긁적였다. "도살 수용소로 끌려갔군요." "수용소는 어디에 있지?" 태조가 지도를 흔들었다. 마강재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폐지하철역 구역입니다." "거긴 괴물들의 둥지입니다." "가면 뼈도 못 추립니다." 태조는 지도를 접었다. 품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가야겠군." "미쳤습니까?" 마강재가 펄쩍 뛰었다. "돈이 안 되는 짓입니다." "내 동생을 죽인 놈이다." 태조의 눈이 가라앉았다. "백도현의 흔적이 있어." 그 이름에 마강재가 굳었다. 그는 더는 말리지 않았다. 그때 쇳소리가 울렸다. 치이이익- 잭의 시체에서 났다. 그의 가슴팍이었다. 소형 무전기가 울리고 있었다. 붉은 불빛이 점멸했다. 잡음 섞인 목소리였다. - 잭, 보고해라. - 침입자의 목을 땄나. 기괴한 목소리였다. 쇳가루가 섞인 어조였다. "강도식의 목소리다." 마강재가 신음했다. "골고다의 집행관입니다." 태조는 무전기를 밟았다. 콰득! 기계가 산산조각 났다. 불빛이 꺼졌다. 소음도 사라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골목 입구가 붉어졌다. 안개가 용솟음쳤다. 살기가 피부를 찔렀다. 사방에서 발소리가 났다. 진흙을 밟는 소리였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그림자였다. 포위망이 완성되었다. 도망칠 길은 없었다. 장부가 다시 진동했다. 품 안에서 열기가 솟았다. 지독한 통증이 뒤따랐다. 푸른 선이 밝게 빛났다. 장부의 3번째 페이지다. 결함 봉인선이 꿈틀댔다. 마치 살아있는 뱀 같았다. 태조의 숨이 턱 막혔다. 아직 채무가 남았다. 영혼이 찢기는 감각이다. 제길, 타이밍이 나쁘군. 태조가 이빨을 깨물었다.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마강재가 뒤로 물러섰다. 그의 손에 단검이 쥐어졌다. "장사꾼도 무기는 있습니다." 마강재가 허탈하게 웃었다. "이거 장례비는 나옵니까?" 태조는 대답하지 않았다. 권총을 굳게 쥐었다. 남은 탄환은 두 발이다. 안개 속에서 눈들이 빛났다. 붉은 안광이 가득했다. 그들이 무기를 치켜들었다. 식칼과 도끼였다. 전부 살인마들이었다. 하급 사냥꾼의 떼거리다. 잭의 복수를 하려는 듯했다. 그들이 일제히 달렸다. 타겟은 한태조였다. 태조가 총구를 올렸다. 장부의 푸른 빛이 폭발했다. 통제 불능의 에너지가 넘쳤다. 시야가 푸르게 물들었다. 그때 골목 벽이 무너졌다. 거대한 트럭이 돌진했다. 벽돌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트럭의 전조등이 켜졌다. 강렬한 불빛이 눈을 찔렀다. 새로운 난입자였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