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정문이 갈라졌다. 붉은 안개가 뿜어졌다. 타락한 공간 왜곡 장막이다. 유령 대성당의 장벽이다. 붉은 빛이 허공을 채웠다. 공기가 끈적하게 변했다.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나아갈 길은 완전히 막혔다. 장벽은 거대한 벽이었다. 빛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태조는 발을 멈췄다. 그의 눈빛은 건조했다. 당황은 없었다. 감정은 이미 마멸되었다.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오른손이 주머니를 뒤적였다. 차가운 금속이 잡혔다. 고장 난 무전기였다. 강도식에게서 뺏은 물건이다. 액정은 깨져 있었다. 하지만 미세한 진동이 있었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특수 암호 주파수였다. 이것이 열쇠였다. 장벽을 여는 열쇠다. 태조가 무전기를 꽉 쥐었다.
"태조! 뒤를 봐라!" 마강재의 비명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찢어졌다. 칼바람이 허공을 갈랐다. 사냥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밤의 골고다 잔당들이다. 그들의 눈은 뒤집혀 있었다. 살의가 가득했다. "죽여라! 제물로 바쳐라!" 광포한 고함이 울렸다. 철퇴가 바닥을 찍었다. 쿠웅! 대리석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강재가 엄폐물로 숨었다. 무너진 석조 기둥 뒤였다. 그가 권총을 겨눴다. 탕! 탕! 탕! 불꽃이 어둠을 밝혔다. 사냥꾼 하나가 쓰러졌다. 그의 이마에 구멍이 났다. 하지만 둘이 더 달려들었다. "젠장! 끝이 없군!" 강재가 침을 뱉었다. 그의 안경에 피가 묻었다. 그는 안경을 닦지 않았다. 여유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가 소총을 갈겨댔다. 탄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짤랑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윤설아가 몸을 날렸다. 그녀는 날렵하게 움직였다. 뒤집힌 차량 아래로 숨었다. 적의 도끼가 차를 찍었다. 깡! 쇠 비명이 울렸다. 설아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단검을 찔렀다. 적의 허벅지에 박혔다. "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설아는 검을 비틀어 빼냈다. 검은 피가 옷을 적셨다. 그녀는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어깨가 들썩였다. 뺨의 상처에서 피가 났다. "태조 씨! 서둘러요!" 그녀가 소리쳤다. 적의 포위망이 좁혀졌다. 사방이 적이었다. 그들은 짐승 같았다. 고통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칼날이 사방에서 번뜩였다. 강재의 소총이 멈췄다. 탄창이 비었다. "철컥!" 불길한 소리였다. 적들이 그 틈을 노렸다. 세 명의 사냥꾼이 도약했다. 그들의 검이 강재를 겨눴다.
태조는 뒤를 보지 않았다. 그는 장부를 펼쳤다. 가죽 표지가 번뜩였다. 우측 상단이 붉게 빛났다. 경고등이 점멸했다. '한계 채무 경고.' '뇌세포 괴사 진행 중.' 글씨가 붉게 타올랐다. 태조는 무시했다. 그는 무전기를 장부에 올렸다. 장부의 핏줄이 꿈틀댔다. 검은 실들이 돋아났다. 실들이 무전기를 감쌌다. 주파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지직! 지지직! 소리가 커졌다. 주파수의 파형이 나타났다. 장부의 종이 위에 그려졌다. 붉은 잉크가 번졌다. 태조는 파동을 조율했다. 장부의 힘을 섞었다. 장막의 파장과 대조했다. 장막은 규칙으로 움직였다. '허가된 자만 들어온다.' 이것이 장막의 문지기 규칙이다. 태조는 암호를 주입했다. 강도식의 인식 코드였다. 장막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붉은 장벽이 부르르 떨렸다. 빛의 왜곡이 요동쳤다.
"으아악!" 사냥꾼의 비명이었다. 강재가 단검으로 적을 찔렀다. 그의 손수건은 붉게 젖었다. 그는 칼을 뽑아 던졌다. 적의 목에 정확히 박혔다. 하지만 다른 적이 덮쳤다. 강재의 어깨를 베었다. 가죽이 찢기고 살이 패였다. 선혈이 깃털처럼 날렸다. 강재가 신음하며 물러섰다. "도와줘!" 설아가 소리치며 달렸다. 그녀가 적의 등을 찍었다. 적의 신형이 무너졌다. 그러나 또 다른 적이 나타났다. 설아의 목덜미를 겨눴다. 그녀의 눈에 절망이 서렸다. 죽음이 코앞에 있었다. 그들의 백병전은 처절했다. 지옥의 한복판이었다. 사방에서 피가 튀었다. 비명과 신음이 섞였다. 공기는 피로 가득 찼다.
태조의 손끝이 떨렸다. 뇌에 통증이 밀려왔다. 대차대조의 법칙이다. 피해자들의 임종이었다. 질식하는 고통이 전해졌다. 목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눈앞이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태조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주파수를 고정했다. "일치했다." 태조가 나지막이 뱉었다. 장부와 장막이 공명했다. 주파수가 완벽히 겹쳤다. 장막이 혼란에 빠졌다. 강도식은 이미 죽었다. 하지만 주파수는 살아있다. 죽은 자의 주파수다. 장막의 규칙이 충돌했다. 존재할 수 없는 정보였다.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다. 지지직! 콰아앙! 장막의 표면에 스파크가 튀었다. 붉은 빛이 급격히 바래졌다. 마치 유리 벽에 금이 가듯. 장막 전체가 갈라졌다. 균열이 사방으로 퍼졌다. 결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사냥꾼들이 멈칫했다. 그들의 눈이 장막으로 향했다. 절대적인 장벽이었다. 창조주의 힘이었다. 그것이 박살 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적들의 전열이 흐트러졌다. 빈틈이 생겼다. 강재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품에서 수류탄을 꺼냈다. 안전핀을 입으로 뽑았다. 그가 수류탄을 던졌다. "엎드려!" 강재가 설아를 덮쳤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흙먼지가 사방을 덮었다. 사냥꾼들이 날아갔다. 사지가 찢겨 나갔다. 비명소리가 폭음에 묻혔다.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장막이 완전히 흩어졌다. 붉은 안개가 연기처럼 날렸다. 대성당의 내부가 드러났다. 어두운 통로였다. 태조는 도약할 준비를 했다. 그의 다리 근육이 팽창했다. 장부의 어둠이 다리를 감쌌다.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해킹 완료." 태조가 중얼거렸다. 그는 지면을 강하게 찼다. 바닥의 대리석이 내려앉았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태조의 신형이 솟구쳤다. 그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엄청난 속도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바람이 그의 뺨을 때렸다. 그는 어둠 속으로 돌진했다. 장벽의 잔해를 통과했다. 순식간에 성당 내부였다.
고통이 다시 뇌를 강타했다. 괴사 경고등이 격렬해졌다. 삐- 불길한 이음이 들렸다. 고열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뇌세포가 타는 냄새가 났다. 환각이 시야를 가렸다. 목이 졸린 이들의 얼굴들. 그들이 태조를 보며 울부짖었다. "살려줘! 뜨거워!" 그들의 원망이 고막을 찢었다. 태조는 이빨을 악물었다. 그의 턱관절이 서늘하게 굳었다. 그는 감각을 차단했다.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통증도 허상일 뿐이다. 그의 정신은 얼음 같았다. 그는 오직 앞만 보았다. 예배당의 문이 보였다. 거대한 청동 문이었다. 태조는 공중에서 소총을 겨눴다. 그는 장부의 탄환을 장전했다. 사라진 괴담의 힘이다. "뚫는다." 그가 방아쇠를 당겼다. 쾅! 검은 탄환이 발사되었다. 탄환은 거대한 드릴 같았다. 청동 문을 직격했다. 쿠우웅! 문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파편이 안으로 쏟아졌다. 태조는 그 구멍으로 착지했다. 바닥을 구르며 충격을 흡수했다. 완벽한 침공이었다.
예배당 안은 넓었다. 공기가 무거웠다. 사방에 거대한 기둥이 섰다. 기둥마다 붉은 초가 켜졌다. 촛불이 기괴하게 흔들렸다. 그림자가 벽을 타고 기어올랐다. 바닥은 검은 대리석이었다. 거울처럼 빛나고 있었다. 태조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옷의 먼지를 털었다. 소총을 고쳐 잡았다. 그의 눈동자가 제단을 향했다. 제단은 저 멀리 높은 곳에 있었다. 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피비린내가 더 짙어졌다. 이곳이 진원지였다. 백도현의 요람이었다.
제단 위에 어둠이 뭉쳐 있었다. 그 어둠이 갈라졌다. 한 사년에 서 있었다. 백도현이었다. 그의 등 뒤에서 붉은 촉수가 돋았다. 그것은 거대한 날개 같았다. 피로 빚은 날개였다. 날개가 천천히 펄럭였다. 그때마다 피비린내가 퍼졌다. 그의 전신에 검은 실핏줄이 돋았다. 괴담 유물과 동화된 것이다. 그의 안구는 칠흑 같았다. 동공이 보이지 않았다. 완전한 심연이었다. 백도현이 태조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것은 조롱의 미소였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그의 목소리가 성당을 울렸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기괴한 공명음이었다. "내 피조물을 찢고 들어오다니." 백도현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그의 발걸음마다 피가 묻어났다. "참으로 지독한 사냥꾼이다." 그가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건조한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태조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장부를 꽉 쥐었다. 마지막 사냥의 시간이었다. 그의 심장이 차갑게 식어갔다.
태조의 시야가 다시 붉어졌다. 뇌세포 괴사 경고가 깜빡였다. '위험. 임계치 도달.' '신경 정지까지 3분.' 시간이 없었다. 대차대조의 법칙이 목을 죄었다. 여동생의 얼굴이 스쳐 갔다. 그녀가 죽어가던 마지막 밤. 그 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태조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감정을 완전히 지웠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다. 백도현의 목을 베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다. "도현아." 태조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가라앉았다. "네 연극은 끝났다." 백도현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끝이라고?" 그의 웃음소리가 천장을 때렸다. "이제 시작이다, 태조야." 그가 팔을 벌렸다. 붉은 날개가 크게 확장되었다. 예배당 전체를 뒤덮을 기세였다. "이 도시 전체가 내 무대다." 그의 눈에 광기가 번뜩였다. "너는 그 무대의 마지막 제물이다." 태조는 총구를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렸다. 대치 상황이 팽팽했다.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성당의 촛불들이 일제히 꺼졌다. 오직 백도현의 붉은 날개만 빛났다. 어둠 속에서 두 괴물이 마주 보았다. 사냥꾼과 사냥감의 경계가 흐려졌다. 태조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폐부에 피비린내가 가득 찼다. 이제 시작이었다.
태조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구두굽 소리가 울렸다. 탁. 탁. 탁. 일정한 리듬이었다. 그 소리는 죽음의 시계 추 같았다. 백도현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는 태조의 걸음을 주시했다.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몸이라." 백도현이 속삭였다. "참으로 편리한 결함이군."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 소리와 함께 바닥이 솟구쳤다. 검은 대리석이 가시처럼 변했다. 태조의 발밑을 노렸다. 태조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둥근 석조 기둥을 디뎠다. 기둥을 차고 높이 뛰어올랐다. 그의 몸이 반원을 그렸다. 공중에서 사격이 시작되었다. 타타탕! 총탄이 백도현의 얼굴을 노렸다. 하지만 붉은 날개가 앞을 막았다. 날개가 방패처럼 굳어졌다. 깡! 깡! 깡! 불꽃이 튀며 탄환이 튕겨 나갔다. 날개의 표면은 강철보다 단단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 백도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순식간에 위치를 이동한 것이다. 공간 왜곡 능력이었다. 태조는 착지하자마자 몸을 숙였다. 그의 머리 위로 붉은 촉수가 지나갔다.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이 매서웠다. 촉수가 기둥을 때렸다. 쿠웅! 두꺼운 돌기둥이 두 동강 났다. 돌가루가 태조의 뺨을 스쳤다. 상처가 났지만 피는 나지 않았다. 그의 몸은 이미 한계였다. 혈액 순환마저 느려지고 있었다. 장부의 경고음이 이명처럼 울렸다. 태조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장부의 페이지를 넘겼다. 새로운 괴담의 힘을 이끌어냈다. "소음 장부, 기동." 그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완벽한 진공의 침묵이었다. 백도현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소리에 의존하던 방향 감각이 상실됐다. 그것이 태조가 노린 틈이었다. 태조는 소리 없이 달렸다. 그의 발걸음은 유령 같았다. 그는 백도현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단검이 그의 손에서 번뜩였다. 검은 유물의 힘이 깃든 칼날이다. 그가 백도현의 옆구리를 찔렀다. 서걱. 살이 베이는 감각이 손끝에 전해졌다. 붉은 피가 검은 대리석에 떨어졌다. 하지만 백도현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의 상처에서 붉은 실들이 나왔다. 실들이 태조의 단검을 감싸 쥐었다. "잡았다." 백도현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뜻은 통했다. 그의 다른 쪽 날개가 태조를 덮쳤다. 거대한 피의 장벽이 내려앉았다. 태조는 단검을 버리고 뒤로 뛰었다. 그러나 날개의 가시가 그의 허벅지를 뀄다. 푸욱. 살이 뚫리는 묵직한 타격음이 침묵을 깨고 터졌다. 소음 결계가 깨진 것이다. 태조는 바닥에 부딪히며 굴렀다. 그의 다리에서 붉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통증은 없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근육이 파괴된 탓이다. 태조는 장부를 짚고 겨우 일어섰다. 그의 바지가 피로 검게 물들었다. 백도현은 여유롭게 상처를 치유했다. 실들이 살을 꿰매고 있었다. "네 발버둥은 참으로 가련하구나." 백도현이 계단을 한 칸 더 내려왔다. 그의 신형이 점점 더 거대해 보였다. 그의 등 뒤에서 붉은 아우라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도시의 공포를 먹고 자란 힘이었다. 서울 전체의 비명이 그에게 모이고 있었다. 태조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장부의 대차대조가 한계에 임박했다. 뇌세포 괴사율 90%. 눈앞이 번쩍이며 암전이 반복됐다.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단 한 번의 기회뿐이다. 태조는 장부를 높이 들었다. 그의 눈에 서늘한 안광이 서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예배당을 채웠다. 백도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날개를 활짝 펼쳤다. 마치 거대한 나방이 날개를 펴듯. 그 붉은 날개 위로 수많은 눈동자가 충혈되어 굴러다녔다. 괴담과 인간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괴물의 형상이었다. "어디 보여다오, 네 마지막 발악을." 백도현이 손을 뻗었다. 공간이 다시 한번 뒤틀리기 시작했다.
태조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의 시선은 백도현의 심장을 향했다. 그곳에 괴담의 핵이 있었다. 그것을 부수어야 끝난다. 그는 남은 생명력을 장부에 쏟았다. 장부의 가죽 표지가 붉게 달아올랐다. 마치 용암처럼 뜨거운 빛이었다. 뇌가 타들어 가는 고통이 극에 달했다. 그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걸음을 내딛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백도현의 미소 아래로, 미세한 긴장감이 스쳤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