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마수들이 바글거리는 육성소의 안뜰은, 사나운 짐승들의 굴이라기보다는 심술궂은 봄날의 바람 요정들이 모여 조잘거리는 작은 정원처럼 머지않아 다정해진다. 깃털을 바짝 세운 아기 독수리 마수들이 뺙뺙거리며 투정을 부리고, 발목을 간지럽히는 아기 늑대들의 보드라운 털 감촉이 간지럽다. 가문 사람들의 차가운 눈빛과 달리, 이곳은 묘하게 따사로운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그 활기찬 소란함 속에서 당신은 문득, 정원 가장 안쪽의 그늘진 구석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오랜 시간 외롭게 덩그러니 방치된 회회색 돌덩이 하나가 놓여 있다.
가까이 다가가 살며시 무릎을 굽힌다. 손끝으로 뽀얗게 쌓인 먼지를 훔쳐내자, 서서히 드러나는 것은 고운 모래처럼 빛바랜 미색의 껍질이다.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었다. 이것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깊고 깊은 꿈나라에 빠져 있는, 고대 화룡의 알이다.
숨겨진 박동을 느끼고 싶어 이마를 알 표면에 가만히 대어 본다. 얼음장처럼 차갑지만, 그 속 깊은 곳에서는 아주 미약하게, 소심한 아기 토끼의 발걸음처럼 조심스러운 진동이 톡, 톡 느껴진다.
'이 가엾은 작은 생명은 어쩌다 이토록 외로운 잠에 갇히게 되었소?'
당신의 입술 틈새로 부드러운 혼잣말이 새어 나간다. 찬찬히 알을 쓸어내리자, 당신의 손끝에서 옅은 살구빛의 은은한 마력이 몽환적으로 은은하게 번진다. 마치 파스텔 톤 하늘에 분홍빛 노을이 스며들 듯 아스라한 빛깔이다. 그 순간, 굳게 닫혀 있던 알의 표면에서 달콤하게 구운 사과와 향긋한 시나몬 시럽 향기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리며 아프게 울린다. 시한부의 저주가 가슴속에서 차가운 얼음 가시처럼 잠깐 투정을 부리는 핏빛 통증이다. 이 가엾고 단단한 껍질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당신의 핏줄 속에 흐르는 벨리알 가문의 순수한 온기뿐임을 직감한다.
과연 이 잠꾸러기 화룡 아가를 부드럽게 깨우기 위해 당신은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까. 당신은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알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가쁜 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