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포근하게 데워진 우유처럼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 안습니다. 벨리알 가문의 가주이자, 마수들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차가운 아버지의 품은 의외로 햇살이 내리치던 봄날의 대리석처럼 안락합니다. 당신의 작은 뺨이 그의 가슴팍에 닿을 때마다 달콤한 살구 슈가파우더 같은 부드러운 향기가 피어오릅니다. 방금 전까지 무서운 기세로 으르렁대던 사나운 아기 마수들도 당신의 단내 나는 콧노래에 취해, 푹신한 카스텔라 빵처럼 동글동글하게 말려 엎드려 잠을 청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평화롭던 공기가 별안간 잘게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웅-.

창밖을 수놓던 연분홍빛 노을 위로 불길한 청록색 빛무리가 번져 나갑니다. 저택을 보호하고 있던 연보랏빛 마법 장벽이 커다란 조약돌을 맞은 호수처럼 흔들리더니, 날카로운 은방울 소리를 닮은 경보음이 공중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집니다.

"이런, 아직 귀한 손님이 우리 집의 다과회에 초대받지도 않았는데 성가신 불청객들이 찾아온 모양이구나."

아버지의 차갑고도 낮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록 목소리는 겨울바람처럼 서늘하지만, 당신을 안아 든 그의 커다란 손길만큼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무지갯빛 비누방울을 다루듯 조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창밖 너머, 저택의 정원 앞에는 어두운 남색 안개를 헤치며 수많은 그림자가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질투심 많은 이웃 가문이 벨리알을 무너뜨리기 위해, 가여운 마수들에게 검은 가시덩굴 같은 저주를 걸어 억지로 끌고 온 것입니다. 붉은 눈을 한 채 울부짖는 마수들의 모습은 사납다기보다는, 길을 잃고 차가운 비를 맞으며 떨고 있는 가여운 길고양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닮아 있었습니다. 그들의 아픈 영혼이 지르는 비명이 장벽을 타고 낮게 울립니다.

'아아, 저 가여운 마수들이 아픈 저주에 걸려 울부짖고 있구려. 저토록 구슬픈 울음을 우는데 어찌 모른 척하겠소. 벨리알의 이름 아래, 내가 저 아이들을 모두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달래 주어야겠소.'

당신은 작은 주먹을 꼬물거리며 결심을 다집니다. 이 포근하고 따뜻한 가문을, 그리고 저 눈물 흘리는 동물 친구들을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비록 손가락 하나 제대로 까딱하기 힘든 아기 몸이지만, 당신에게는 전생부터 이어져 온 특별한 교감의 힘이 있으니까요.

창문을 두드리는 청록색 불꽃이 점점 더 거세집니다. 아버지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쪽 방으로 대피시키려 하지만, 이제는 당신이 영리한 지혜를 발휘해 이 소동을 가라앉혀야 할 차례입니다.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