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연병장으로 달려간 당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한바탕 거센 봄바람이 휩쓸고 간 듯한 혼돈의 정원이었습니다. 하늘의 지배자라 불리는 S급 마수, 그리핀은 지금 상처 입은 날개의 통증 때문에 잔뜩 심술이 난 모양이군요. 녀석이 거칠게 퍼덕일 때마다 날카로운 바람벼락이 몰아치며 가신들을 낙엽처럼 가볍게 밀쳐내고 있었습니다. 비록 누구 하나 크게 다치지 않도록 바람의 끝이 둥글게 다듬어져 있었지만, 모두가 거대한 날갯짓 앞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뒹굴었지요.

“그리핀의 상처가 덧났구려.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으면 저토록 파닥거리는지…….”

당신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직 시한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은 몸은 조금만 무리를 해도 부서질 듯 가냘팠지만, 눈앞에서 상처받은 동화 속 생명체를 외면할 수는 없었소.

숨을 깊이 들이쉬자, 당신의 손끝에서 몽환적인 연보랏빛 마력의 실타래가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빛은 달콤한 솜사탕에 라벤더 시럽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과 같은 온화하고 따스한 색채로 연병장을 물들이기 시작했지요. 동시에 당신의 마력 주파수가 공기 중으로 번져 나가며, 연병장 가득 코끝을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달콤한 구운 사과와 시나몬 향기를 퍼뜨렸습니다. 마치 차가운 겨울을 녹이는 봄날의 벽난로가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다정한 온기가 사방으로 속삭이듯 퍼져 나갔지요.

“쉬이, 착하지요. 아픈 것은 곧 날아갈 터이니 노여움을 거두어 주오.”

스스로 소통의 주파수를 읊조리는 당신의 혼잣말은 부드러운 노래처럼 공명했습니다. 흉포하게 울부짖던 그리핀의 귓가에 당신이 흘려보낸 봄바람 같은 마력이 닿은 순간, 거대한 날갯짓이 눈에 띄게 더뎌졌습니다. 온통 붉게 충혈되어 있던 그리핀의 금빛 눈동자가 일순 흔들리며, 연보라색 빛을 뿜어내는 작고 하얀 당신을 향해 고정되었지요.

그리핀은 여전히 콧김을 씩씩 뿜으며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아픔을 알아달라는 서글픈 애원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녀석의 상처 입은 날개 깃털 사이로 검푸른 열기가 부글거리며 당장이라도 가라앉지 않으면 다시 폭발할 듯 아슬아슬하게 요동치고 있었소.

이 완고하고 가여운 하늘의 지배자를 완전히 따스한 안식으로 잠재우기 위해서는, 이제 한 걸음 더 깊은 교감이 필요했습니다. 당신의 보랏빛 마력이 그리핀의 거대한 부리 부근에서 아른거리며, 다음 행동을 기다리듯 잘게 떨리고 있었지요.

어떻게 하면 저 성난 아기 새의 마음을 하얀 눈처럼 녹여줄 수 있을까요? 당신은 떨리는 손을 뻗으며 결단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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