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당신의 야무진 입술 사이로 소록소록 흘러나오는 콧노래는 마치 봄날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듯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사납게 으르렁대던 거대한 호위 마수가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느릿하게 흔들며 당신의 발치에 스르륵 웅크려 눕습니다. 맹수의 단단한 앞발이 당신의 작은 구두 위에 살포시 포개어지는 순간, 가주석에 앉아 있던 냉혹한 군주, 벨리알 가주의 보라색 눈동자가 크게 흔들립니다.

"겨우 콧노래 한 소절에 가문의 맹수가 무릎을 꿇다니……."

그의 은백색 머리칼 뒤로 창밖의 복숭아 빛 노을이 아스라하게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그 신비롭고 따스한 색채는 가주의 차가운 얼굴을 조금은 보드랍게 감싸 안아 주는 듯하지요. 아빠의 철벽 같은 표정 이면에서 찰나의 경악과 호기심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당신은 놓치지 않습니다.

'아버님께선 여전히 이 차가운 겨울 성벽 같은 분이시구려. 하지만 이리 앙증맞은 딸아이의 노랫소리에 벌써 가슴 한구석이 덜컥 흔들리신 모양이오.'

당신은 속으로 퐁퐁 솟아오르는 웃음을 참으며 작은 손을 등 뒤로 꼬물거립니다. 그러나 가주는 이내 헛기침을 하며 엄격한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여전히 목소리에는 서리가 껴 있지만, 이전의 날 선 적의는 한풀 꺾여 있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 벨리알의 후계자라면 노래가 아닌 피와 권능으로 마수를 굴복시켜야 하는 법. 아직 너를 온전한 후계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

가주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방 한구석의 단단한 철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그 너머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마수들이 모여 있는 육성소입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져 나온 것은, 코끝을 간지럽히는 달콤한 바닐라 빈을 넣고 푹 끓인 우유 같은 향기입니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향기와는 달리,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제법 요란합니다. 아직 뿔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아기 마수들이 저마다 작은 스파크를 일으키거나 앙증맞은 이빨을 드러내며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사나운 척 몸을 부풀리고 있지만, 실상은 낯선 환경이 두려워 웅크린 성난 솜사탕들이 서로 부딪치며 파지직 소리를 내는 동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저곳의 아기 마수들은 야성이 길들지 않아 가문의 노련한 사육사들도 다루기 애를 먹지."

아빠는 차가우면서도 어딘가 긴장 어린 눈빛으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네 능력이 진짜라면, 저 가여운 아기 마수들의 폭주를 가라앉혀 증명해 보이거라."

앙증맞은 발톱을 세우고 하악질을 해대는 아기 마수들이 당신의 발끝을 향해 찌르르 경계의 눈빛을 보냅니다. 이제 진정한 벨리알의 아기님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순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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