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눈꺼풀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은 차가운 어둠의 손길이 아니라, 따스하게 구워낸 슈크림 빵 같은 온기 속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이 온 힘을 다해 펼쳐 낸 대수호 결계는 가문 전체를 연분홍빛 솜사탕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사납게 울부짖던 침공군도, 폭주하던 마수들도 그 부드러운 빛의 그물망 아래서는 그저 순한 양처럼 잠잠해질 뿐이었지요. 모든 이들을 지켜낸 지금, 당신의 작은 몸은 마치 모든 에너지를 은하수로 흩뿌려 보낸 아기 별 같아요.

"아가, 나의 작고 소중한 꽃잎아……."

희미해지는 시야 너머로 늘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아버지가 당신의 작은 손을 꼭 감싸 쥐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의 커다란 손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투명한 눈물이 당신바라기였던 가슴속 애달픈 노래를 고스란히 전해 줍니다. 듬직하게 버티고 섰던 오빠들도 연보랏빛 안개꽃처럼 파스스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소리 없는 눈물을 훔치고 있군요. 머리맡에서는 방금 알을 깨고 나온 작은 고대 드래곤이 꾹꾹 푸른빛 보석 같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의 뺨에 포근한 이마를 맞대어 줍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 향의 온기가 방 안에 가득 차오릅니다.

'이젠 정말 졸리구료. 힘겨운 폭풍우는 다 지나갔고, 연약한 마수들과 우리 가족 모두가 다정한 봄날 아래 안전하니…… 나는 그저 조금 긴 겨울잠을 청하는 것뿐이외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았으면 좋겠소.'

당신의 입술 끝이 살며시 녹아내리는 살구빛 미소로 휘어집니다. 비록 당장은 저 찬란한 초록빛 정원을 마음껏 뛰어놀며 마수들과 뒹굴 수는 없겠지만, 이 깊은 수면은 더 단단하고 눈부신 내일을 향해 숨을 고르는 고치와도 같은 법이니까요.

"우리가 네 곁을 지키마. 백 년이 걸리든, 천 년이 걸리든…… 네가 다시 이 다정한 눈을 뜨는 날까지, 가문의 모든 마수와 이 아비가 성역이 되어 너의 성채가 될 것이란다."

아버지의 맹세가 라벤더빛 안개처럼 방 안에 가득 흩날립니다. 당신의 손가락 끝에 닿아 오는 고대 드래곤의 축복과 가문 일원들의 정성 어린 마력이 따스한 우유를 머금은 스펀지처럼 마음을 적셔 옵니다. 깊고 고요한 시간의 흐름 속으로 가라앉으면서도, 당신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들의 간절한 약속이, 이 몽환적인 성역의 품이 언제까지나 당신을 지탱해 줄 은빛 실타래가 되어 줄 테니까요. 당신은 사랑하는 이들의 온기를 가슴 한구석에 달큼한 산딸기 잼처럼 가득 채운 채, 기나긴 봄꿈 속으로 고요히 걸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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