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의 불온한 경보음은 어느새 아득한 귓전의 웅성임으로 밀려납니다. 당신의 품에 안겨 있던,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던 고대 화룡의 알이 마침내 눈을 뜨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쩍, 쩌적.*
살구빛과 레몬빛이 부드럽게 뒤섞인, 마치 달콤한 탄산수 속에서 방울져 오르는 파스텔 톤의 광채가 알의 틈새로 새어 나옵니다. 굳게 닫혀 있던 껍질이 사락사락 하얀 설탕 과자처럼 부서져 내리는 순간, 사방으로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것은 갓 구워낸 폭신한 메이플 시럽 와플과 노란 살구 잼을 듬뿍 얹은 타르트처럼 눈물겹게 달콤한 향기입니다.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연마장의 공기가 순식간에 노란 봄날의 정원으로 변합니다.
"호에옹..."
알을 깨고 나온 것은, 세상을 불태우는 거대한 야수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두 손바닥 위에 쏙 들어갈 만큼 자그마하고 보들보들한 아기 드래곤입니다. 말랑말랑한 분홍빛 발바닥과 복숭아색 날개를 파르르 떨며, 아기 화룡이 길게 기지개를 켭니다. 녀석의 맑은 호박색 눈동자가 당신을 가득 담아내는 순간, 아기 드래곤은 기쁜 듯 당신의 목덜미로 날아와 뺨을 부빕니다.
작은 날개로 당신의 가슴팍을 아늑하게 안아 주는 해츨링의 작은 품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한 온기가 방울방울 흘러나옵니다.
'나를 괴롭히던 회색 먼지 요정들이 슬그머니 짐을 싸서 달아나는구려.'
당신은 속으로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따스해진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간 가냘픈 숨통을 조여 오던 어둡고 쓸쓸한 시한부의 기운—마치 새하얀 도화지를 까맣게 물들였던 못된 먹물 자국 같던 그 저주가, 아기 화룡이 뿜어내는 다정한 봄볕 속에서 거짓말처럼 스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아픔이 전혀 없는, 오직 몽환적인 포근함만이 가득 채워지는 정화의 의식입니다. 발 끝부터 머리끝까지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창백했던 뺨에는 발그레한 장미색 생기가 차오릅니다.
"아가, 참으로 눈부신 봄볕을 닮았구려. 이토록 나를 아껴 주니 고맙기 그지없소."
말랑한 해츨링을 품에 꼭 껴안은 당신을 보며, 늘 냉정하던 가문의 아빠는 붉어진 눈시울로 입술을 바르르 떨고, 오빠들은 행여 당신이 바람에 날아갈세라 조심스러운 손길로 곁을 지킵니다. 마침내 당신은 온전한 생명의 빛을 얻었고, 벨리알 가문은 전설적인 화룡의 가호를 얻었습니다.
그때, 아기 화룡이 당신의 소맷자락을 보드라운 꼬리로 톡톡 건드리며 멀리 펼쳐진 세상을 향해 울음소리를 냅니다. 이 온기 가득한 기적의 안락함 속에서, 이제 당신이 걸어가야 할 길은 어디로 향해 있을까요? 당신은 품 안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