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연보랏빛 은하수와 살구색 노을을 한 데 섞어놓은 듯한 영롱한 액체가 유리병 속에서 소용돌이칩니다. 빙설사의 눈물과 그리핀의 축복이 만나 마침내 완성된 기적의 묘약. 당신이 조심스레 그것을 입에 머금자, 목을 타고 흘러내린 따스한 온기가 온몸의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감싸 안습니다.

그 순간, 가슴을 차갑게 옥죄던 얼음 사슬이 봄눈 녹듯 스르르 흘러내려 사라집니다. 입안 입득 솜사탕처럼 달고 포근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피어오르고, 손가락 끝에서는 화사한 분홍빛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릅니다. 지독했던 시한부의 어둠이 완전히 걷힌 것입니다.

‘아아, 드디어 기적이 찾아왔구려. 이제 나도 아바님과 오라버니들의 고운 손을 잡고 매일 눈부신 봄나들이를 떠날 수 있소.’

당신의 내면에서 터져 나온 깊은 안도의 한숨이 방 안을 온통 달콤한 분홍빛 공기로 가득 채웁니다. 무뚝뚝하기만 하던 아버지는 붉어진 눈시울로 당신을 조심스레 품에 안아 올렸고, 냉혈한이라 불리던 오라버니들은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며 당신의 작은 손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온 가문이 기쁨의 단비에 젖어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쿠구구궁!

정원의 평화로운 기운을 깨뜨리는 요란한 진동이 울려 퍼집니다. 저택의 튼튼한 장미 덩굴 울타리를 부수고 안뜰로 들이닥친 것은, 새까만 낙서 같은 먹구름을 뒤집어쓴 것 같은 불청객들이었습니다. 붉은 불꽃 안개에 어지럽게 눈이 가려진 최정예 폭주 마수단이 마침내 저택 중앙 안뜰까지 단숨에 도달한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거친 폭풍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성난 아기새들처럼, 으르렁거리는 슬픈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발걸음에 정성껏 가꿔온 파스텔 톤의 레몬빛 튤립 꽃밭이 상처를 입고, 온실의 유리창이 가볍게 떨립니다. 위험을 감지한 아바님과 오라버니들이 단호한 표정으로 검을 빼 들며 당신의 앞을 가로막아 섭니다. 하지만 당신은 폭주하는 마수들의 옥빛 눈동자 뒤에 숨겨진 깊은 슬픔과 고통 어린 비명을 듣고야 맙니다. 그들 역시 부드러운 손길을 기다리며 아파하는, 길을 잃은 가여운 영혼들일 뿐이었습니다.

이제 막 시한부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 생명을 얻은 당신의 은빛 마력이 심장 부근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합니다. 겨우 되찾은 온 가문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저 상처받은 가여운 마수들을 달래기 위해 당신은 결단을 내려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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