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은 눈동자가 허공에 가득한 적의 무리를 향하자, 대기 속에 흩뿌려진 마력이 연보랏빛과 보드라운 살구색 아지랑이로 일렁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거칠고 포악하게 날뛰던 침공군의 마수들에게 내리는 달콤한 봄비와도 같았습니다.
전장을 가득 채웠던 살벌한 피비린내는 순식간에 흩어집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폭신한 구름사탕과 달콤한 바닐라 빈을 통째로 끓인 듯한 포근한 향기였습니다. 어둠에 오염되어 울부짖던 침공군의 마수들은, 당신의 눈빛 하나에 마법처럼 순한 양이 되어 차례로 자리에 부복합니다. 무시무시했던 적대 가문의 침공군은 마치 톱니바퀴가 고장 나 삐걱거리는 장난감 태엽 인형들처럼 우스꽝스럽게 엉겨 붙어 멀리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가문을 집어삼키려던 어둠의 파도가,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된 부드러운 바람에 휩쓸려 허망하게 흩어진 것입니다.
심술궂은 폭풍을 잠재웠다는 기쁨도 잠시, 혹독한 대가가 연약한 아기의 몸을 짓누릅니다.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은 탓에 가슴 깊은 곳에서 시리도록 아픈 통증이 싹을 틔웁니다. 그것은 꼭 보이지 않는 얼음 가시덩굴이 온몸을 꽁꽁 얽어매는 듯한 아픔이었습니다.
'아아, 밤송이만 한 아기 몸뚱이로 하늘의 마력까지 빌려 쓰려니 여간 고단한 게 아니구려. 가슴속이 얼음과 장미 꽃잎으로 가득 찬 듯 욱신거려 도저히 버티기 어렵소…….'
밀려오는 고통에 당신은 작고 통통한 손을 꼭 쥐며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두 뺨은 불타오르듯 붉게 물들고, 시야는 마치 맑은 물속에 잉크가 번지는 것처럼 흐릿해집니다. 그 지독한 안개 너머로, 평소라면 상상도 못 했을 정도로 사색이 된 아빠와 오빠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아가! 정신 차려라! 내 목숨을 나누어 줄 테니, 제발 눈을 감지 말거라!"
냉혈한으로 소문난 아빠의 목소리가 허물어지는 모래성처럼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품에 안고 둥개둥개해 주던 오빠들의 눈에선 이슬을 닮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당신의 친구가 된 거대한 그리핀마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커다란 부리로 당신의 차가워지는 뺨을 살포시 비벼옵니다.
'울지 마시오, 다들 어찌 그리 가엾은 얼굴을 하고 있소…….'
당신은 오빠들의 소맷자락을 쥐고 싶었지만, 이제는 손가락 끝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거대한 어둠의 습격은 막아냈으나, 당신에게 허락된 모래시계의 모래알은 이제 밑바닥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습니다. 심장이 덜컥거리는 가쁜 숨결 사이로 마지막 선택의 기로가 아스라한 빛줄기처럼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