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붉게 물든 서울의 하늘이 비명을 지른다.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수들의 군세는 끝이 없다.

대지를 가득 메운 고대급 괴수들의 울음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지지만, 당신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다.

이곳은 절망의 전쟁터가 아니다. 그저 당신만을 위한 단방향의 도살장일 뿐이다.

"기어 나와라.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버릴 테니."

당신이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그 기류를 기점으로, 당신의 심장에 깃든 파괴적인 마력이 폭풍처럼 지상을 휩쓴다.

``` [액티브 스킬: '종막의 업화(Hellfire of Retribution)' (Lv.MAX) 발동!] - 범위: 반경 10km 이내의 모든 적대 생명체 - 효과: 초고밀도 마력을 통한 영혼 소멸 및 초당 9,999,999의 고정 혼돈 피해 ```

하늘이 갈라지며 칠흑 같은 흑염의 메테오가 지상으로 쏟아진다.

가장 먼저 돌진하던 SSS급 차원수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흩어진다.

한 시대를 멸망시킬 규모의 괴수 군세가, 당신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통째로 증발하는 광경이다.

당신은 불타오르는 잿더미 자갈밭을 느긋하게 걸어 나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대지가 비명을 지른다.

``` [단독 처치: 이계 괴수 142,800마리 전멸!] [업적 달성: '만인적(萬人敵)을 넘어선 유일무이한 존재'] [기여도 정산: 100% (보상 완전 독식)] ```

시야를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당신은 냉혹한 눈빛으로 쓸어내린다.

겨우 이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다. 지구를 '실패한 튜토리얼'이라 부르며 인류를 몰살한 외신들.

그 오만한 초월자들의 목을 따기 전까지는, 이 광포한 복수의 질주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마지막 남은 거대 괴수 '공허의 베헤모스'가 사시나무 떨듯 떨며 차원의 문으로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당신의 신형이 번개처럼 움직여 녀석의 거대한 대가리를 웅장한 힘으로 움켜쥔다.

*콰드드득!*

그대로 허공에서 산산조각이 나는 괴수의 머리통. 피와 뼈의 파편이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당신은 괴수들의 사체가 거대한 산을 이룬 그 정점 위에 홀로 서서 서울의 묵시록을 내려다본다.

순간, 머릿속을 울리는 시스템의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황금빛의 홀로그램이 눈앞에 넘실거린다.

``` ========================================= [경고: 플레이어가 필멸자의 한계를 대폭 초월했습니다.] [시스템: 극단의 적응 상태를 감지, 숨겨진 신격을 해제합니다!] ----------------------------------------- ▶ 획득 신격: [외신 학살자 (Outer Slayer)] ▶ 고유 권능: '죽음의 영역 선포' & '차원 장벽 분쇄' ========================================= ```

혈관을 흐르던 마력이 신성한 신격의 힘으로 변형되며 전신을 짜릿하게 관통한다.

주변의 공간 자체가 당신의 존재감을 이기지 못해 유리창처럼 쩍쩍 갈라져 나가기 시작한다.

이제 당신은 신에 필적하는, 아니 신을 도살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능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

신조차 죽일 수 있는 힘을 쥔 당신의 시선이, 이제 단 하나의 거대하고 짜릿한 복수의 종착지를 향해 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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