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붉게 타오르는 키보드 위를 폭풍처럼 쓸고 지나갑니다. 남산타워 지하 깊숙한 곳, 전 인류의 잔해가 썩어가던 지하 서버실의 전면 스크린이 격렬하게 점멸합니다. 지이이잉!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굳게 잠겨 있던 최상위 보안 방화벽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완전히 찢겨 나갑니다.
화면에 가득 차오르는 것은 0과 1의 데이터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하학적인 문양,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차원적 존재들의 거대한 눈동자들입니다. 그들은 지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투견장의 투견들을 구경하는 관중처럼, 숨 막히는 비웃음을 가득 담은 채로 말입니다.
"장난감이었군." 당신의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려 올라갑니다. 전 인류의 소멸과 마수들의 대발생, 이 지옥도가 고작 저 너머에 존재하는 고차원 존재들의 유희에 불과했다니 말입니다.
분노나 고뇌, 그딴 나약한 감정 따위는 사치입니다. 포식자의 눈빛을 한 당신이 거칠게 콘솔을 내려치자, 해킹 프로그램이 시스템의 핵심 회로를 강탈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의 망설임 없는 손길에 힘입어 최상위 엔진이 비명을 지르며 숨겨진 권한을 송두리째 뱉어냅니다.
[띠링! 지구 구역 중앙 통제 시스템 해킹 성공.] [시스템 심층부의 이면을 감지했습니다. '관리자 단상'에 접속합니다.] [인류 최후의 생존자 권한이 '관리자 등급'으로 격상됩니다.]
================================== 【신권(神權) 탈취도: 99.9%】 【획득 권한: 최상위 차원 간섭권 (EX)】 【활성화 스킬: '지배자의 역지사지'】 ==================================
뇌를 관통하는 압도적인 마력의 해일이 전신을 강타합니다.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며 초월적인 존재들을 찢어발길 수 있는 신성력으로 재구성됩니다. 시야에 떠오른 정보는 너무나도 명확하며, 치명적입니다. 이 권한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순간 당신 역시 그들의 신전에 설 자격을 얻게 됩니다.
이 사태의 원흉인 외계의 관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차원 너머에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경악 서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터입니다. 스스로 지구의 지배자가 되어 완전한 문명을 재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저 오만한 방관자들의 본진으로 쳐들어갈 것인가.
당신의 손가락이 시스템 최후의 엔터키 위에서 가볍게 맴돕니다.
이제, 네놈들의 목을 비틀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