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무겁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피비린내와 마력의 탄내가 타들어 간다.
남산타워로 향하는 아스팔트 도로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스러져 있다.
지하철역에서 느껴지던 기괴한 진동의 정점이 바로 이곳이다.
당신은 한 걸음에 수십 미터를 도약하며 순식간에 남산타워 광장에 착지한다.
타워 기둥 전체를 칭칭 감고 있는 검붉은 궤색의 쇠사슬.
그 사슬의 끝에 연결된 거대한 암흑의 안개가 꿈틀거리며 기괴한 거인의 형상을 빚어낸다.
'종말의 집행자.'
높이만 해도 남산타워의 절반에 육박하는 거신이 푸르게 빛나는 안광을 번쩍인다.
우르릉!
그가 파멸적인 포효를 내지르자,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속에서 수천 마리의 하급 마수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동시에 당신의 눈앞에 피처럼 붉게 점멸하는 시스템 경고창이 떠오른다.
=================================== ⚠️ [경고: 비정상적 에너지 반응 감지!] - 개체명 : 종말의 집행자 (재앙급 수호자) - 마력 수치 : 99,999,999 (측정 한계 돌파) - 위험도 : 측정 불가 (치명적인 전투가 예상됩니다) ===================================
경고창이 시야를 가리든 말든, 당신의 입꼬리는 사정없이 비틀려 올라간다.
측정 한계 돌파? 재앙급?
겨우 이 정도 장난감으로 나를 긴장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샌드백치고는 가죽이 꽤 질겨 보이는군."
검 자루를 쥔 손가락에 가볍게 힘을 준다.
스르릉,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무색의 검기가 허공을 일직선으로 가른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마수들의 군단이 단 한 번의 휘두름에 시체 가루가 되어 흩뿌려진다.
하지만 종말의 집행자는 사슬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타워 내부의 동력원에서 직접 순수한 붕괴의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콰아아아앙!
남산타워 전체가 요동치며 주변의 물리계 법칙이 통째로 일그러진다.
차원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 속에서, 집행자의 거대한 오른손이 타워의 푸른 조명을 붉게 물들이며 당신의 머리 위로 하강한다.
피할 생각 따위는 없다. 이 정면충돌을 어떻게 받아쳐 부숴버릴 것인가.
찰나의 순간, 당신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최적의 파괴 방식을 계산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