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안개 속에서 거대한 괴수가 콧김을 뿜으며 무너진 아스팔트를 짓밟는다. 놈의 눈동자가 사방을 훑지만, 당신의 흔적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스킬: 그림자 은신(Lv.3)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주변의 모든 빛과 소리가 차단됩니다. ▶ 공격 성공 시 치명타 확률 +300%
심장에 피가 식는 차가운 감각이 고요하게 차오른다. 당신은 소리 없이 도약해 허공을 가른다. 괴수의 등 뒤, 무방비하게 노출된 목덜미가 서늘한 시야에 포착된다.
파공음조차 삼켜버린 흑색 단검이 괴수의 목덜미를 꿰뚫고 심장까지 수직으로 내리꽂힌다. 쿠우우웅! 단 한 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빌딩만 한 괴수가 무참하게 바닥으로 처박힌다.
[치명타 작렬! 단일 공격으로 적을 즉사시켰습니다.] [괴수의 영혼을 흡수합니다.] [레벨 업! 올 스탯 +5]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마력 불꽃이 흡수되며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한 희열이 찾아온다. 그와 동시에 귓가를 때리는 날카로운 시스템 음성.
====== [신규 패시브 스킬 획득] - 스킬명: 차원의 눈 (Lv.Final) - 효과: 5km 이내의 모든 차원 균열 및 마력 잔해 추적 가능 ======
스킬이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 흑백이던 세상이 새로운 차원의 색으로 물든다. 저 멀리 광화문 광장 방향에서 믿기 힘든 수준의 거대한 마력 반응이 요동치고 있다. 시야에 붉은색과 청색의 선명한 마력 궤적이 실시간으로 그려진다.
청색 궤적은 광화문 지하 깊숙한 대피소 안쪽으로 뻗어 내려가고 있다. 붉은색 궤적은 광장 한복판, 시공간이 기괴하게 왜곡되어 찢어진 검은 균열을 가리킨다. 세상의 종말을 초래한 진실이 바로 저 근처에 도사리고 있음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망설임은 사치다. 당신은 단검에 묻은 피를 신경질적으로 털어내며 걸음을 옮긴다. 이제, 당신의 선택에 따라 멸망한 세계의 장막이 걷힐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