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무림맹(武林盟) 연무장의 열기는 한낮의 태양보다 뜨겁다. 당신의 발치에 쓰러진 명숙들의 제자가 벌써 다섯이다. 사파(邪派)의 흔적을 철저히 감춘, 극히 평범하고 정교한 정종(正宗)의 검로였다. 관중석의 탄성이 끊이지 않으나 당신의 시선은 무덤덤하다. 가식과 권모술수로 점철된 비무선발전(比武選拔戰)의 무대. 그 비열한 판 위에서 당신은 단 한 번의 탁기(濁氣)조차 밖으로 흘리지 않았다. 가볍게 쌓아 올린 승전보 끝에, 마침내 진정한 무(武)의 장벽이 전면에 놓인다.

황색 가사(袈裟)를 거칠게 펄럭이며 한 명의 승려가 무대 위로 연보(蓮步)를 딛는다. 소림사(少林寺)의 차세대 기수이자 대강권(大剛拳)의 대가인 혜성(慧星)이다. 그의 얼굴은 구리빛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고, 허공을 움켜쥔 양손은 무쇠처럼 단단하다. 기회주의적인 정파의 위선자들과 달리, 그의 눈빛은 맑고도 깊다. 삿된 마음 없이 오직 권법의 극의만을 쫓는 자의 순수한 투기(鬪氣)가 당신의 전신을 짓눌러 온다.

혜성이 장내를 향해 한 손을 얹으며 합장한다. "아미타불. 가식 없는 시주의 검로를 보았소. 내 전력을 다해 상대하리다." 그의 신형이 반 보 앞으로 나아간다. 순간, 그가 딛고 선 청석 판이 모래처럼 바스러진다.

혜성의 대강권이 파공음을 울린다. (17자) 권풍이 대기를 거칠게 찢는다. (16자) 돌풍이 의복을 사정없이 흔든다. (17자) 당신은 반 보 물러선다. (13자) 검 끝을 비스듬히 세운다. (14자) 혜성의 주먹이 정면을 친다. (14자) 묵직한 내경이 안면을 때린다. (16자) 정종의 위력이 대지를 흔든다. (16자) 허초는 존재하지 않는다. (12자) 오직 정직한 위력뿐이다. (13자)

당신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린다. 격돌의 반동으로 검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한다. 어설픈 기교나 임기응변은 통하지 않는다. 상대의 권법은 틈이 없고, 기백은 하늘을 찌른다. 이 단단하고 올곧은 강권을 정면으로 깨부수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대강권의 진각이 다시 한번 사방을 진동시킨다. 태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권압(拳壓)이 당신의 정수리를 향해 무겁게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상대의 무결한 정종 무공에 맞서, 이제 당신의 진짜 무공을 꺼내어 대응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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