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의 밤공기가 비릿하다. 철검방주가 흘린 피가 아직 마당의 진흙에 채 스며들지 않았다. 당신의 가죽장화 끝에 닿은 붉은 액체가 차디차게 식어간다. 정의롭다 칭송받던 자의 최후는 결국 이토록 초라하다.
기척도 없이 사위가 가라앉는다. 담벼락 위로 장벽처럼 솟아오르는 흑색 장포의 무리. 무림맹의 직속 정예, 집법대(執法隊)다. 그들이 내뿜는 살기가 마당의 찬 서리처럼 바닥에 내리앉는다. 손에 쥔 장도(長刀)의 날이 차가운 달빛을 반사하며 날카로운 청광을 뿌린다. 삼중으로 늘어선 포위망은 물 한 방울 빠져나갈 틈이 없다.
"철검방주를 살해한 죄인, 장무극은 포박을 받으라."
우두머리로 보이는 집행관의 목소리가 철편처럼 날카롭다. 그의 왼손에 들린 황색 밀지가 바람에 휘날린다. 붉은 인주가 선명한 무림맹의 공식 영장. 인신매매를 자행하던 더러운 악인을 처단한 대가가 고작 무림맹의 칼날이라니.
당신의 시선이 그 밀지를 향했다가, 비껴간다. 굳게 다문 입술 끝에 미미한 비웃음이 맺힌다. 당신의 소맷자락 안쪽, 오른손 손끝이 기묘한 궤적으로 미세하게 떨린다. 죽음을 부르는 기운이 손바닥에서 피어오른다.
살성(殺性)이 요동친다. 흑도 사파의 정점에 서서 온 천하를 피로 치장하던 잔혹한 본성이다. 정의라는 이름 뒤에서 추악한 욕망을 채우던 자들을 향한 혐오가 전신을 지배한다. 골수 깊이 새겨진 마성(魔性)이 심장 밑바닥에서 검은 파도처럼 들끓는다.
스릉. 집법대원들이 동시에 대도(大刀)를 기울인다.
보법이 정교하다. 포위망이 좁혀온다. 검끝이 조여온다. 바람이 끊긴다. 당신의 동공이 좁아진다. 오른손이 무기를 쥔다. 손등의 힘줄이 솟는다.
집법대원들의 눈에 서린 기운은 견고하나, 오만하다. 정파의 명문가 자손으로 위장한 당신을 사냥감으로 여기는 오만함이다. 당신 안에 도사린 암흑의 거인을 그들은 조금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긍지 높은 칼날을 모두 부러뜨리고 숨겨둔 사파의 독악한 비기를 쏟아부을 것인가. 아니면 가문과 맹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의 성역을 향해 몸을 날릴 것인가.
결단의 순간, 당신의 신형이 미세하게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