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낙양(洛陽)의 지하에는 밤마다 피비린내 섞인 탁주(濁酒)가 흐른다. 은밀한 밀실 내부, 당신의 손끝이 누렇게 바랜 가죽 장부(帳簿)의 표지를 천천히 쓸어내린다. 낙양을 지배하는 대소 방파(幇派)들의 은밀한 자금 흐름과 정파(正派) 명숙들의 추잡한 치부가 빼곡히 적힌 은밀한 명부다.

"이것이 저들의 정의(正義)로군."

나지막한 목소리였으나 모여 앉은 하류 방파의 두목들은 일제히 어깨를 떨었다. 이미 낙양 동부의 삼류 방파 다섯 곳이 반나절 만에 당신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다. 사파(邪派)의 잔혹한 철권과 명줄을 쥔 장부 앞에서는, 의기(義氣)를 부르짖던 자들도 그저 목숨을 구걸하는 맹견에 불과했다. 당신은 장부를 덮고 벽면의 어둠을 가만히 응시했다.

스륵.

기괴한 바람이 촛불을 흔들었다. 공기의 흐름이 미세하게 뒤틀린다. 밀실 안의 온도가 급격히 하강하며, 숨소리조차 지워진 살기(殺氣)가 벽 틈새로 침투한다. 평범한 도적이 아니다. 무림맹(武林盟)의 그림자, 부맹주(副盟主)의 사주를 받은 흑의(黑衣)의 자객들이 천장을 뚫고 소리 없이 낙하했다.

공간이 쪼개진다. 살수가 쇄도했다. 검 끝이 떨린다. 바람을 가른다. 타깃은 당신이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왼손으로 장부를 품안에 밀어 넣을 뿐이다.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간다. 미동조차 없다. 오직 오른손 손가락이 가볍게 탁자를 튕길 뿐이다.

웅-!

강맹한 진각(震脚)이 바닥을 뒤흔들었다. 무거운 목조 탁자가 단숨에 부서져 무수한 파편으로 비산했다. 파편이 무형의 암기처럼 사방으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갔다. 허공에서 내달리던 자객들의 신형이 가차 없이 흐트러졌다.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하는 자들이 한꺼번에 쓰러진다. 무림맹 부맹주가 보낸 최정예 살수들임에도, 당신의 일격 앞에 낙엽처럼 허물어졌다.

자객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검을 바닥에 짚으며 신음했다. 가죽 가면 너머로 비치는 눈동자에 극독에 가까운 경악이 서려 있다. 사파의 제일인이자 무림맹주가 되려는 당신의 행보를 저지하려던 거물의 수하들. 그들이 이제 당신의 손아귀 아래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 사냥개들의 목을 취해 배후를 압박할 비밀 장부를 완성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을 일격에 도륙하고 금고를 털어 군소 정파들을 매수할 것인가. 당신의 시선이 바닥에 엎드린 자객의 목덜미를 향해 느리게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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