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낙양(洛陽)의 밤은 화려하나, 그 품에 감춘 음지(陰地)는 더없이 깊고 비린 법이다.

당신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지하 밀실을 내려다본다. 사방에서 풍기는 피비린내와 습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철창 속에 갇힌 어린아이들의 신음과 울음소리가 눅눅한 공기를 타고 낮게 깔린다. 그 참혹한 광경 앞에, 백색 장포를 단정히 차려입은 사내가 서 있다. 낙양에서 의인(義人)이라 칭송받는 철검방(鐵劍幇)의 방주, 철백강(鐵百强)이다.

그의 손에는 두툼한 장부가 들려 있다. 낮에는 가난한 자들을 구휼하며 인자한 미소를 짓던 입꼬리가, 지금은 탐욕스러운 실소를 머금고 있다. 인신매매의 대가로 오가는 황금을 상자에 담으며, 철백강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의 소맷자락 속에 숨겨진 흑도(黑道)의 정보망은 이미 그의 추악한 금전거래와 가문 배후까지 낱낱이 파악해 둔 상태다. 정파(正派)라는 허울 좋은 가죽을 쓴 괴물. 그 위선(僞善)의 민낯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눈앞에 펼쳐져 있다.

당신의 손가락이 가볍게 까딱인다. 등 뒤에 맨 검 자루가 미세하게 공명한다. 태극혜검(太極慧劍)의 구결을 깨달은 이후, 당신의 내력은 정(正)과 사(邪)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지금 당신의 안에서 끓어오르는 것은 사파(邪派) 시절의 잔혹한 살성(殺性)인가, 아니면 불의를 단죄하려는 검의 의지인가.

인기척을 느낀 철백강이 급히 고개를 돌린다.

"누구냐!"

그의 안색이 하얗게 질린다. 당신은 대답하지 않는다. 천천히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다. 달빛이 당신의 얼굴을 가차 없이 비춘다. 철백강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당신의 손은 이미 묵직한 검자루를 쥐고 있다.

바람이 멈춘다. 살기가 사방을 짓누른다. 철백강이 검을 뽑는다. 검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는 당신의 정체를 모른다. 하지만 압도적인 무위를 느낀다. 식은땀이 그의 턱을 타고 흐른다.

사파의 제일인(第一人)으로 살며 수많은 피를 보아온 당신에게, 눈앞의 위선자를 처단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이 자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낙양 전체의 물결이 바뀐다.

철백강의 더러운 치부와 장부를 낙양 천지에 폭로하여 그의 위선을 깨부수고 도덕적 파멸을 안겨줄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일격에 목을 베어, 무림맹의 위선자들에게 피의 경고장을 보낼 것인가.

당신의 검이 차가운 쇠소리를 내며 반쯤 칼집을 빠져나온다. 서늘한 검광이 철백강의 눈동자에 맺힌다. 선택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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