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낙양의 무림맹 본산, 사방을 가득 메운 인파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만여 명의 군중이 내뱉는 숨결이 거대한 장막처럼 낙양의 하늘을 가린다. 비무대 중앙, 당신은 삭풍을 등지고 선다.

맞은편에는 무당의 자랑이자 천하가 공인한 검선(劍仙), 무명이 가부좌를 풀고 일어선다. 그의 몸을 감싸고 도는 푸른 도포가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그의 눈빛은 맑고 깊어 흔들림이 없다. 가식으로 무장한 정파의 정점이 바로 눈앞에 있다.

당신은 가만히 턱을 당기며 오른발을 뒤로 뺀다. 옷자락이 미세하게 떨린다. 소매 안에서 초대 맹주의 유산인 태고의 심법이 우지끈 요동친다. 단전 심처에서 정종의 맑은 진기와 사파의 탁하고 매서운 마기가 급류처럼 뒤엉킨다. 당신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그 힘의 평형을 유지한다.

무명이 천천히 검을 뽑는다. 검신이 푸른 서리처럼 빛난다.

"장 도우(道友), 검을 받으시오."

바람이 멎는다. 순간, 무명의 신형이 흐려진다.

검이 운다. 푸른 광풍이 인다. 이십 보의 거리가 사라진다. 검끝이 날카로운 점을 찍는다. 일곱 개의 매화가 만개한다. 매화검기가 안면을 짓누른다. 당신은 고개를 비튼다. 머리칼 한 줌이 잘려 나간다. 발등에 내력을 싣는다. 돌바닥을 강하게 밟는다. 파공음이 귀청을 찢는다. 당신의 신형이 허공에 흩어진다. 무명의 동공이 크게 흔들린다. 잔상만 남은 자리를 검이 가른다. 당신은 이미 그의 등 뒤다. 오른손을 가볍게 내뻗는다. 흑색과 백색의 기류가 엉킨다. 음양의 경계가 무너진다. 기이한 파괴력이 고개를 든다. 무명이 급히 검을 회수한다. 막강한 진기가 격돌한다. 쿠릉! 뇌성이 비무대를 강타한다.

검선 무명이 뒤로 다섯 걸음 밀려난다. 그의 입가에 한 줄기 붉은 선이 흐른다.

무명의 눈에 어두운 경악 서린다. 방금 전해진 힘은 그가 평생 겪어본 적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정파의 심오함과 사파의 잔혹함이 한데 녹아든 기이한 힘.

비무장 전역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관중석의 위선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맹주의 늙은 얼굴이 흙빛으로 굳어간다.

당신은 천천히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거친 진기가 손바닥 위에서 아른거린다. 이제 천하를 뒤흔들 마지막 일격을 가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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