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지하의 공기는 무겁고 차갑다. 집법대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들어선 무림맹의 금지(禁地). 사방을 에워싼 석벽은 수백 년의 세월을 머금은 채 축축한 이끼만을 키워내고 있다. 발걸음 소리조차 집어삼키는 어둠 속에서, 당신은 오직 거친 숨을 고르며 전진한다. 길의 끝자락, 거대한 석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문에 새겨진 무림맹의 태극 문양은 오랜 세월 속에 기괴하게 뒤틀려 있다.

숨을 멈춘다. (7자) 공력을 한 곳으로 모은다. (13자) 장력을 석문에 쏟아붓는다. (13자) 육중한 파공음이 울린다. (11자) 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14자)

석문이 마침내 열리며 숨겨진 공동(空洞)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위선으로 가득 찬 무림맹의 뿌리이자, 초대 무림맹주의 안식처다. 묘실 중앙에는 흙먼지에 덮인 거대한 석함(石函)이 홀로 안치되어 있다. 당신은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석함의 표면에는 정파의 공식 역사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은밀한 비사(秘事)가 새겨져 있다.

그것은 고대 정사합일(正邪合一)의 증거. 정파가 자랑하는 천하 평화의 실체는, 결국 사파의 기상천외한 힘을 은밀히 타협하여 사들인 위선적 합의에 불과했다는 추악한 진실이다. 가죽 서책에 흘림체로 적힌 글귀들이 당신의 시선에 닿는다.

동시에 석함의 틈새로부터 극강의 기운이 흘러나온다. 한쪽은 뼈를 깎는 얼음처럼 차가운 음기(陰氣), 다른 한쪽은 용암처럼 뜨거운 양기(陽氣). 서로 상극인 두 개의 힘이 묘한 균형을 유지한 채 용틀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천하를 제패했던 초대 맹주의 비술, 두 기운을 융합하는 절대적인 심법의 열쇠다.

당신의 가슴이 거세게 고동친다. 턱끝을 타고 흘러내린 땀방울이 차가운 석판 위에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힘을 쥔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눈동자 깊은 곳에 어두운 안광(眼光)이 서린다.

무림맹의 거짓된 평화 아래 잠들어 있던 두 종류의 힘. 이제 이 위선의 잔재를 마주한 당신에게 오직 두 갈래의 길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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