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학술처 소속 교수들이 헐레벌떡 뛰어 나와 항의했으나, 성기사들은 거칠게 그들을 밀쳐냈다.

가장 화려한 황금 장식 마차의 문이 열리고, 붉은색 비단 사제복을 입은 사내가 천천히 대지 위로 발을 디뎠다. 그의 손에는 피처럼 붉은 루비가 박힌 거대한 묵주가 들려 있었다.

바스토프 추기경이었다.

그의 자애로운 듯 뒤틀린 미소 뒤로, 서슬 퍼런 살기가 교정을 뒤흔들었다.

“아카데미의 자치권도 신의 성스러운 섭리 앞에서는 무력한 법.”

바스토프 추기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선언했다.

“역사학과 엘리샤 폰 아르덴 교수가 음해와 위조로 교황청의 명예를 더럽혔다. 이에 교황청의 권한으로, 그녀에게 임대된 모든 역사 강의 권한을 즉시 강제 회수하고 역사 보관소의 출입을 영구히 금지한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엘리샤의 눈앞에 붉은색 경고 시스템 창이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위기 경보: 적대 세력 '교황청'의 기습적인 강제 처분령이 발동되었습니다.] - 영향: 역사 강의권 박탈 위기, 역사 보관소 접근 차단 위기 - 평판 하락 위험도: 극대

교정 정문에서 마주친 엘리샤와 바스토프 추기경의 시선이 공중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추기경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갔다.

‘아니, 정년퇴임하고 남부 휴양지에서 갓 구운 크루아상에 따뜻한 실론티를 마시며 노후를 보내려던 내 원대한 계획에 이게 무슨 해괴한 훼방이란 말인가.’

엘리샤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으나, 표정만큼은 그 어떤 대리석 조각상보다도 차갑고 우아하게 유지했다. 그녀가 입은 짙은 회청색 실크 드레스의 밑단이 아침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은빛 자수로 촘촘히 수놓아진 아르덴 가문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이 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부서졌다.

그녀의 손가락은 소매 안에서 깃펜의 부드러운 깃털을 일정하게 쓸어내리고 있었다. 마음속 장부의 주판알이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나갔다. 손실 계산서의 잔고를 맞추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 기제였다.

“추기경 전하.”

엘리샤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청아했으나, 그 안에는 벼려진 칼날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

“교황청의 신성한 권위를 존중하나, 이곳은 카이로스 아카데미입니다. 제국의 법률과 아카데미 자치법령이 엄연히 살아 숨 쉬는 성역이지요.”

“입을 놀리는구나, 아르덴의 잔당이여.”

바스토프 추기경의 뒤편에서 비열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엄지손톱 밑의 허연 살을 피가 배어 나오도록 뜯어내고 있는 사내, 세드릭 아르덴이었다.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네가 역사 보관소의 고대 문서를 위조해 교황청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한 명백한 증거가 여기 있다!”

세드릭이 치켜든 것은 눈부시게 빛나는 고대 은제 깃펜이었다. 아르덴 가문의 인장이 정교하게 음각된, 엘리샤가 연구실에 소중히 보관해 두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엘리샤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저 비열한 쥐새끼가 결국 내 방에서 도둑질해 간 물건을 이렇게 써먹는군.

“이 은제 깃펜은 아르덴 가문 고유의 마력 각인이 새겨진 특수 필기도구다! 보관소에 보관된 역사 조세 원본에 덧칠해진 위조 마력의 파동이 이 펜의 각인과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엘리샤 교수가 직접 역사를 왜곡했다는 증거지!”

세드릭이 기세등등하게 외치자, 정문 주위로 몰려든 수백 명의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교황청 성기사들이 검자루에 손을 올리며 압박해 들어왔다. 그들의 백은색 갑옷이 위압적인 빛을 발했다. 침묵이 광장을 지배하려는 찰나, 엘리샤는 차분하게 [제국 평판 장부]를 활성화했다.

웅장한 황금빛 장부가 그녀의 시야에만 보이도록 펼쳐졌다.

[시스템 가동: 대상 '세드릭 아르덴'의 신용 정보 및 장부 분석] - 보유 아이템: 고대 은제 깃펜 (소유권: 엘리샤 폰 아르덴, 현재 상태: 불법 탈취 및 마력 조작 흔적 감지) - 은닉된 진실: 세드릭은 바스토프 추기경의 사주를 받아 3일 전 엘리샤의 연구실에 침입, 해당 깃펜을 훔친 후 자신의 마력을 억지로 주입해 위조 흔적을 조작함. 펜촉에 세드릭의 독자적인 마력 지문이 98% 잔존함.

동시에 엘리샤의 영혼 깊은 곳에서 검붉은 연기 같은 ‘악녀 지치(마기)’가 미세하게 흘러나와 그녀의 발끝을 적셨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기분 나쁜 소름과 함께, 저 멀리 감시관 마차에 앉아 있던 북부대공 칼리안의 시선이 번개처럼 이쪽을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없었다. 마기가 완전히 방출되어 칼리안의 레이더에 확정적으로 걸려들기 전에 상황을 종결지어야 했다.

엘리샤는 가볍게 실소했다. 그 뒤틀린 미소는 영락없는 오만한 귀족 영애의 그것이었다.

“세드릭. 참으로 눈물겨운 광대극이군요.”

“무어라?”

“그 깃펜이 내 것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자치법 제1조 4항을 잊으셨나 보군요. ‘학내에서 발생한 학술적 분쟁 및 물증의 효력은 아카데미 평의회의 공식 검증관과 제국 감사원의 공동 참관 하에 마력 감정을 거쳐야만 인정된다.’ 추기경 전하, 교황청의 법이 제국 황실이 보장한 아카데미의 자치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바스토프 추기경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엘리샤는 틈을 주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더구나 그 은제 깃펜은 고대 아르덴 가문의 유물로, 소유자의 마력뿐만 아니라 ‘가장 최근에 만진 자’의 마력 지문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특성이 있지요. 지금 즉시 이 자리에서 마력 투사석을 사용해 깃펜에 남은 진짜 지문을 확인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만약 제 지문이 아니라 다른 비열한 도둑놈의 지문이 나온다면…….”

엘리샤의 시선이 세드릭의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향했다.

“그때는 교황청이 아카데미 교수의 사유지를 무단 침입하고 물건을 훔쳐 조작한 도둑을 비호한 꼴이 되겠군요. 제국 법정에 교황청을 제소하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겠지요.”

“이, 이 여자가 무슨 미친 소리를……!”

세드릭이 사색이 되어 엄지손톱을 짓씹었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주변의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지문 검사를 하면 되겠네!” “왜 검사를 피하려 하지? 설마 진짜 도둑질한 건가?”

종교적 엄숙주의로 가득했던 광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교황청의 졸렬한 모함 극을 비웃는 조롱조로 바뀌어 갔다. 추기경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전교생 앞에서 교황청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군중들의 시선 너머, 차가운 철갑 소리와 함께 칠흑처럼 어두운 제복을 입은 사내가 걸어 나왔다. 칼리안 헤스벨트 대공이었다. 그의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이 허리춤의 검자루를 탁, 탁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걸음걸이가 평소와 달리 미세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엘리샤의 눈에 칼리안의 숨 가쁜 호흡과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포착되었다. 그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아침 햇살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경고: 대상 '칼리안 헤스벨트'의 마력 폭주 수치가 위험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89%)] - 원인: 감지망을 자극하는 '악녀 지치'의 공명 및 소지하고 있는 '로즈마리 향낭'의 오염.

엘리샤는 본능적으로 칼리안의 허리춤에 매달린 작은 비단 향낭을 바라보았다. 평판 장부의 텍스트가 빠르게 갱신되었다.

[분석 정보: 칼리안의 향낭 속 로즈마리에 '심연의 나이트셰이드' 독초 성분이 미세하게 혼입되어 있음. 이는 마력 억제 기능을 마비시키고 폭주를 유도하기 위한 정밀한 독살 시도임. 배후: 바스토프 추기경 산하 극단주의 파벌.]

‘이런 미친.’

엘리샤는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칼리안이 여기서 마력 폭주를 일으키면 아카데미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고, 그의 폭주를 유도한 원인 중 하나가 자신의 ‘악녀 지치’로 오인당할 확률이 100%였다. 게다가 칼리안이 쓰러지면 교황청의 폭압을 막아줄 유일한 황실의 방패가 사라진다.

그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동시에 장부의 구석에 표시된 교황청 내부의 인물 관계도를 훑어내렸다.

[인물 관계도 분석: 바스토프 추기경의 수행 주교 '바인(Vane)'] - 약점: 교황청 자선 기금을 횡령하여 남부 영지에 비밀 저택과 숨겨둔 가족을 부양 중. - 바스토프 추기경과의 갈등 지수: 85% (추기경의 극단적인 행보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극도로 극도로 불안해함).

엘리샤는 슬그머니 바인 주교에게 다가갔다. 추기경이 군중의 조롱에 대처할 말을 찾지 못해 부르르 떨고 있는 사이, 그녀는 바인 주교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오직 그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속삭였다.

“바인 주교님. 남부 안젤리카 영지의 붉은 지붕 저택은 요즈음 평안한지요? 교황청의 자선 기금이 참으로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했더군요.”

바인 주교의 신형이 돌처럼 굳어졌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셔 백지장처럼 변했다. 그는 경악과 공포가 가득한 눈으로 엘리샤를 바라보았다.

엘리샤는 그저 우아하게 생긋 웃어 보였다.

“추기경 전하께서 이 가엾은 아카데미 교수를 핍박하시는 데 온 힘을 쏟으시다가, 정작 제국 감사원의 날카로운 시선이 주교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향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지요.”

바인 주교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는 즉시 바스토프 추기경의 옷소매를 다급하게 잡아끌었다.

“추, 추기경 전하. 지금은 물러서야 합니다. 대공의 상태가 심상치 않고, 아카데미 평의회와 제국 감사원이 공식적으로 개입하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일단 성전으로 복귀하여 교황청 공식 문서로 압박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바스토프 추기경은 바인 주교의 이례적인 강경함과 주변 학생들의 싸늘한 야유,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 같은 마력을 품고 자신을 노려보는 칼리안 대공의 안광에 기가 질렸다.

“……두고 보자, 아르덴의 가짜 학자여. 신의 심판은 반드시 내려질 것이다.”

추기경은 묵주를 쥔 손에 핏줄이 터질 듯 힘을 주며 차갑게 선언했다. 그는 결국 분노를 삭이며 마차로 발걸음을 돌렸다. 세드릭은 깃펜을 빼앗기듯 바닥에 내팽개치고 허겁지겁 그 뒤를 쫓아 도망쳤다.

교황청의 무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광장에는 고요한 승리의 정적이 감돌았다.

엘리샤는 바닥에 떨어진 고대 은제 깃펜을 우아하게 주워 올렸다. 마침내 1화부터 이어지던 잃어버린 유물의 소유권과 뒤집어쓸 뻔한 위증의 혐의를 완전히 청산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는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칼리안이 가쁜 호흡을 내쉬며 검은색 감사원 마차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의 숨결이 닿는 곳마다 미세한 서리가 얼어붙고 있었다. 마력 폭주가 임계점에 달한 것이다.

엘리샤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조교 멜리사가 역사 보관소 폐기물 더미에서 주워왔던 낡은 양가죽 조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 붉은 인장이 찍힌 조각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교황청의 세금 포탈 증서의 일부였고, 그 안에는 고대 정화 마법의 잔재가 깃들어 있었다. 엘리샤는 이미 그 마법적 공식을 분석해 정제된 로즈마리와 화이트 세이지를 섞은 ‘마기 중화용 특제 향낭’을 완성해 둔 상태였다.

그녀는 품 안에서 은은한 은빛이 감도는 비단 향낭을 꺼냈다.

“멜리사.”

“넵! 교, 교수님! 저 퇴근인가요?”

근처에서 눈치를 보며 도망칠 기회만 노리던 멜리사가 깜짝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퇴근을 원한다면 이 향낭을 당장 저기 계신 대공 전하의 마차 마부에게 전달하렴. 감사의 선물이니 반드시 ‘지금 바로’ 열어보라고 전해라.”

“히익, 대공 전하께요? 제, 제가요?”

“조교 수료증과 정식 연구관 임용서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멜리사는 울상을 지으며 펜을 굴리던 기세로 잽싸게 향낭을 낚아채 칼리안의 마차로 달려갔다.

칼리안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마차 안으로 몸을 던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고동쳤고, 혈관을 흐르는 마력이 얼음송곳이 되어 온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때, 마차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호위 기사가 물건 하나를 밀어 넣었다.

“전하, 아르덴 교수의 조교가 전한 물건입니다. 지금 즉시 열어보라는 강권이 있었습니다.”

칼리안은 차가운 눈으로 그 비단 향낭을 바라보았다. 독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으나, 이미 육체는 한계였다. 그는 거친 손길로 향낭의 끈을 풀었다.

순간, 극도로 맑고 순수한 로즈마리와 세이지의 향이 마차 내부를 가득 채웠다.

오염된 나이트셰이드의 독기가 순식간에 중화되며, 요동치던 그의 푸른 마력이 기적처럼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타들어 가던 심장의 고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칼리안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그가 소지하고 있던, 자신의 심장 박동과 주변의 특이 마력 파동을 탐지하는 고대 마도구 ‘진동의 반지’가 손가락 끝에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반지는 단순한 떨림을 넘어, 이 향낭을 보낸 주인의 잔류 마력—엘리샤의 손길이 닿았던 극미세한 마력 파동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반응이 기이했다.

평소 ‘악녀 지치’를 감지할 때의 조용하고 서늘한 경고음이 아니었다.

지독할 정도로 순수하고,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은빛 마력의 공명.

반지는 칼리안의 손가락 위에서 부서질 듯이, 경이로운 고속 진동을 일으키며 붉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그의 정화된 심장 박동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속도로, 반지와 그의 영혼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칼리안은 향낭을 꽉 움켜쥐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엘리샤의 가녀린 뒷모습이 그의 시야에 맺혔다.

“……너는 대체 누구지?”

어둠 속에서, 대공의 집착 어린 중얼거림이 낮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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