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흐흐…… 하하하하!”

광기에 젖은 웃음소리가 대강당의 높은 천장을 때리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은 세드릭은 엄지손톱 밑의 살을 피가 배어 나오도록 강박적으로 뜯어내고 있었다. 뚝, 뚝. 바닥에 떨어지는 붉은 방울들이 그의 일그러진 얼굴 위로 번지는 희열과 대비되어 기괴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가 펼쳐 든 붉은 가죽 지도. 아카데미 공식 도면에는 존재하지 않는, 역사 보관소 지하 깊은 곳의 비밀 통로가 기어이 대강당의 허공에 검붉은 환영으로 투사되었다. 일렁이는 마기의 파동이 대기 중의 산소를 일순간에 앗아가는 것처럼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이 사방을 짓눌렀다.

“이게 뭔지 알아? 대공 전하! 똑똑히 보십시오! 저 가짜 교수의 탈을 쓴 년이 매일 밤 제국을 저주하며 마기를 피워 올리던 진짜 제단입니다!”

세드릭의 고함이 대강당의 대리석 기둥을 흔들었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밀려왔고, 교수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한숨을 억눌렀다.

‘저 인간 쓰레기가 기어이 내 퇴직금 통장 잔고를 통째로 찢어발기려고 작정을 했구나.’

마음속에서는 이미 세드릭의 멱살을 잡고 남부 저택의 정원용 삽으로 정수리를 후려치는 상상이 수십 번도 더 지나갔지만, 겉으로는 내색할 수 없었다. 내 손끝은 여전히 우아하게, 실크 드레스의 소매 자락을 정돈하고 있었다.

칼리안의 푸른 눈동자가 시리도록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의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이 단상 위를 탁, 탁, 일정하게 두드렸다.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엘리샤 교수.”

그의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이전의 맹목적인 사냥꾼의 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교한 덫을 놓아두고 사냥감의 다음 수박타를 기다리는 영리한 맹수의 숨소리에 가까웠다.

나는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다.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끌어올리며,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듯 가볍게 흔들었다. 그리고 단상 위의 세드릭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세드릭 군. 그 지도를 만지작거리던 손에 쥐어진 것이 무엇인지, 참관인 여러분께 먼저 보여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뭐, 뭐라고?”

세드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지도를 움켜쥐느라 미처 숨기지 못한 소매 틈새로, 은은한 은빛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주저 없이 손가락을 뻗어 그의 소매 깃을 낚아챘다.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정교한 은빛 문양이 새겨진 만년필 형태의 고대 은제 깃펜이었다.

“이것은……!”

대강당 뒤편에 서 있던 멜리사 조교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내 개인 연구실에서 분실되었던 고대 은제 깃펜이군요. 아르덴 가문의 가품 지도에 위조 마법진을 그릴 때 필요한 특수 안료를 흘려보내기에 아주 적합한 도구죠.”

나는 허리를 숙여 깃펜을 집어 들었다. 동시에 눈앞에 [제국 평판 장부]의 반투명한 푸른 창이 명멸했다.

[시스템 연산 기동: '고대 은제 깃펜'에 잔류한 마력 지문 추적.] [추적 완료: 대상 '세드릭 아르덴'의 마력 파형과 100% 일치.] [위증 및 절도 혐의가 평판 장부에 기록됩니다.]

“이 펜촉에 묻은 안료의 마력 진동은 방금 전 허공에 투사된 저 붉은 마기의 진동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나는 깃펜을 칼리안의 앞으로 가볍게 굴려 보냈다. 대공의 긴 손가락이 깃펜을 멈춰 세웠다. 그는 깃펜에 묻은 붉은 안료를 가죽 장갑 끝으로 살짝 쓸어내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세드릭을 쏘아보았다.

“절도죄에 위증죄라. 감사원으로서는 아주 흥미로운 죄목이 늘어나는군.”

“아, 아닙니다! 저건 엘리샤가 날 모함하려고……! 진짜는 저 지도입니다! 지하 보관소의 마기 제단으로 가면 모든 게 증명됩니다!”

세드릭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기었다.

나는 이 완벽하게 판이 깔린 위기를 바라보며 속으로 조용히 웃었다. 나를 묻으려 파놓은 함정이, 오히려 내 종신 교수직의 마지막 대못을 박아줄 무대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좋습니다.”

내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대강당을 울렸다.

“학우 여러분, 그리고 대공 전하. 마침 오늘 역사학 정기 강의의 주제는 '제국 초기 정화 신전의 변천사'였습니다. 책상 위에서 먼지 쌓인 서적만 들여다보는 것보다, 직접 역사적 현장을 확인하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겠지요.”

“교수님? 설마……”

라파엘 학장이 사색이 되어 나를 불렀지만, 나는 그를 완전히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세드릭 군이 친절하게도 지도까지 발굴해 주었으니, 이 자리에서 즉석 '정기 학술 답사'를 제안합니다. 제국 감사원장을 동행한, 가장 공정하고 안전한 학술 조사 말입니다.”

칼리안의 눈썹이 비스듬히 올라갔다. 그의 입술 끝이 호기심과 매료가 뒤섞인 기묘한 호선을 그렸다.

“학술 답사라. 감사관인 나를 경호원으로 쓰겠다는 뜻인가, 엘리샤 교수?”

“제국의 안전을 책임지시는 대공 전하께서, 아카데미 내의 역모 의혹을 직접 확인하시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테니까요.”

나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장 우아한 자태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전하?”

칼리안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검은 망토가 바람에 휘날리며 대강당의 공기를 일순간에 정돈했다.

“기꺼이. 그대의 그 대담한 강의를 끝까지 참관해 주지.”

***

아카데미 지하 역사 보관소의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횃불의 붉은 불꽃이 어두운 석조 벽면을 일렁이며 비추었다.

수십 명의 기사단과 아카데미 학생들이 침묵 속에 내 뒤를 따랐다. 멜리사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내 뒤에 바짝 붙어 있었지만, 품에 안은 연구 일지만큼은 부서져라 움켜쥐고 있었다.

“교수님, 진짜 괜찮은 건가요? 저, 저 아래에는 정말 마기가 가득할지도 모르는데……”

“멜리사.”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낮게 속삭였다.

“지난번 역사 보관소 폐기물 더미에서 주웠던 그 붉은 인장 양가죽 조각, 기억하나요?”

“네? 아, 예. 그 오래되고 냄새나는 가죽 조각 말씀이신가요?”

“그걸 지금 꺼내서 손에 꼭 쥐고 계세요. 오늘 우리의 가장 강력한 학술적 방패가 될 테니까.”

멜리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내 단호한 눈빛에 압도되어 서둘러 품속에서 낡은 양가죽 조각을 꺼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스사삭, 스사삭.

불길한 마찰음과 함께, 통로 좌우의 어둠 속에서 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괴한들이 무기를 치켜들며 쏟아져 나왔다. 바스토프 추기경이 미리 배치해 둔 사병들이자 세드릭의 복병들이었다.

“침입자들이다! 아르덴의 비밀을 아는 자들을 모두 죽여라!”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내 앞을 가로막은 것은 거대한 검은 그림자였다.

칼리안 헤스벨트.

그가 소리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서리꽃을 머금은 듯 청랭하게 빛나는 대공가의 보검이 허공을 갈랐다.

스바아앗!

단 한 번의 휘두름이었다. 푸른 검기가 어두운 지하 통로를 대낮처럼 밝히며 뿜어져 나갔고, 선두에 서 있던 괴한 세 명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칼리안의 움직임은 우아하면서도 가차 없었다. 그의 검 끝이 어둠을 가를 때마다 붉은 선혈이 벽면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리며 튀었다.

그러나 괴한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통로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살기에 칼리안의 호흡이 미세하게 가빠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은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심장 부근에서 폭주하려는 마력의 맥박이 내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마력 폭주 조짐인가.’

나는 재빨리 내 눈앞에 띄운 장부의 수치를 확인했다.

[엘리샤 폰 아르덴 / 악녀 지치(마기) 누적 수치: 98%]

한계치다. 여기서 내가 마법을 쓰거나 장부를 대대적으로 갱신하면 나 역시 마기 폭주로 파멸한다. 하지만 칼리안이 무너지면 우리 모두가 끝장이다.

나는 주저 없이 칼리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검을 휘두르던 그가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나를 밀쳐내려 했다.

“물러서, 엘리샤! 위험하다!”

“전하, 잠시만 제 말을 들으십시오.”

나는 그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강철 갑옷 너머로 터질 듯이 뛰는 그의 심장박동이 전해졌다. 그리고 내 품속에서 미리 정제해 둔 특수 향낭을 꺼내 그의 안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 순간, 대공이 항상 소지하고 다니던 마력 폭주 억제제 속 '로즈마리 향낭'이 내 향낭과 공명하며 푸른빛을 발산했다.

화아아악!

싱그럽고 시원한 박하와 로즈마리의 향이 지하의 피비린내를 덮으며 퍼져나갔다. 칼리안의 붉게 충혈되었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맑은 푸른빛을 되찾았다. 헐떡이던 그의 호흡이 기적처럼 가라앉으며, 폭주하려던 차가운 마력이 그의 검 끝으로 완벽하게 집중되었다.

칼리안이 놀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대……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강의에 집중하시라는 뜻입니다, 전하. 조교들의 안전도 부탁드립니다.”

나는 생긋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제국 평판 장부]를 기동해 멜리사의 상태 창을 조작했다.

[시스템 영토 효과 발동: '아카데미 수호신'의 권능.] [역사학과 조교 '멜리사 로렌'의 평판 등급을 일시적으로 '아카데미 영웅 가문/학파'로 격상시킵니다.] [효과: 주변 아군에게 정신적 면역 및 역사 고증의 고유 통찰력 부여.]

멜리사의 몸 주변으로 은은한 금빛 오라가 서렸다. 겁에 질려 떨던 그녀의 눈빛이 순간 총명하게 빛나며 펜을 쥐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 어라?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무섭지 않아요! 교수님, 저기 벽면에 새겨진 문양은 500년 전 제국 초기 정화 신전의 성흔입니다!”

멜리사의 맑고 씩씩한 목소리가 동굴을 가득 채웠다.

***

마침내 도착한 지하의 비밀 동굴.

그곳에는 세드릭이 말한 대로 거대한 석조 제단이 붉은 안개에 휩싸인 채 놓여 있었다.

“하하하! 봤지? 똑똑히 보라고! 저 붉은 안개가 바로 아르덴의 마기다! 엘리샤, 이제 네 정체가 드러났다!”

세드릭이 광분하며 제단을 가리켰다. 뒤따라온 학생들과 교수들은 불길한 붉은 안개에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제단 앞으로 걸어갔다.

“세드릭 군. 아카데미 역사학과 학생으로서 기초적인 고증조차 하지 않는 불성실함에는 정말 실망을 금치 못하겠군요.”

나는 멜리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멜리사 조교, 아까 그 가죽 조각을 제단 홈에 끼워 넣으세요.”

멜리사가 긴장된 얼굴로 다가가, 제단 중앙의 깨진 틈새에 낡은 붉은 인장 양가죽 조각을 딱 맞게 끼워 넣었다.

그 순간,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제단 전체가 진동했다.

붉은 안개였던 것이 순식간에 눈부신 순백의 빛으로 변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차갑고 음산했던 마기가 기적처럼 정화되어 따스하고 성스러운 성력의 파동으로 환원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보! 아르덴 가문의 잔여 마기가 모두 영구적 정화 신전의 성력으로 환원됩니다!] [마기 소거 완료. 세드릭의 역모 주장이 무화되었습니다.]

나는 빛나는 제단을 등지고 서서, 어안이 벙벙해진 학생들과 기사단을 향해 우아하게 양손을 펼쳤다.

“보십시오. 이것이 바로 500년 전, 대역죄인 아르덴 가문이 통치하기 이전의 제국 초기에 존재했던 '성스러운 정화 신전'의 진짜 원형입니다. 성력이 너무나 고농도로 응축되어 있어, 무지한 자들의 눈에는 붉은 마기로 오인당하기 딱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지요.”

나는 세드릭을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세드릭 군은 이 성스러운 제국의 유산을 아르덴의 마기 제단이라 선동하며, 아카데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황실의 기사단을 기만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오독이 아니라, 의도적인 학술 사기이자 제국 모독죄입니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거긴 마기 제단이어야 해! 내가 분명히 그렇게 전해 들었는데……!”

세드릭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하지만 이미 판세는 완벽하게 기울어 있었다.

뒤에 서 있던 학생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오오…… 역시 엘리샤 교수님!” “역사 보관소 지하에 이런 위대한 제국 유적이 숨겨져 있었다니!” “세드릭 저 멍청한 놈, 교수님을 모함하려다 제 무덤을 팠구나!”

[시스템 알림: '세드릭 아르덴'의 제국 평판이 '심연' 수준으로 형편없이 추락합니다.] [위증죄 및 절도죄가 최종 확정되어 사법 처리가 시작됩니다.] [당신의 평판 등급 '아카데미 수호신(SSS)'의 영향력이 더욱 공고해집니다.]

칼리안이 검을 칼집에 써넣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이제 깊은 경외감과 함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집착의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대단하군, 엘리샤 교수. 역모의 함정을 순식간에 위대한 역사 발굴의 현장으로 뒤바꾸다니.”

“과찬이십니다, 대공 전하. 저는 그저 사실을 고증했을 뿐입니다.”

나는 우아하게 귓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완벽했다. 이제 세드릭은 영원히 매장되었고, 내 입지는 황실조차 건드릴 수 없는 신의 영역에 도달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동굴 입구의 어둠 속에서, 묵주를 쥔 손아귀에 핏줄이 터질 정도로 힘을 모으고 있던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바스토프 추기경.

그의 온화하던 얼굴은 간데없고, 눈동자는 핏빛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모든 비리 증서가 이 신전의 정화와 함께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했다.

“이단자들이…… 성스러운 교회의 비밀을 더럽히고 감히 나를 파멸시키려 하는구나.”

그가 품속에서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검은 양가죽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교황청에서 금기시하는 고대의 심연 저주, '영혼 분쇄 주문'의 스크롤이었다.

“그렇다면 모두 함께 이 어둠 속에 묻혀라!”

추기경이 광적으로 외치며 스크롤을 찢어발겼다.

쿠구구구구구!

지하 동굴 전체가 일순간에 요동치며, 천장의 거대한 석주들이 무서운 속도로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전체를 통째로 매몰시키려는 파멸의 마법이 대지를 찢어발기며 우리를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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