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액정 너머로 뉴스 속보가 쉴 새 없이 명멸한다. '난치성 소아 환자, 기적적인 수술로 회생'. 언론은 연일 당신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깊숙한 곳, 소독약 냄새조차 닿지 않는 이사장실의 기류는 얼음장처럼 차갑다.
당신은 전공의 대기실의 낡은 소파에 앉아 가만히 손을 쥐었다 편다. 아직도 손가락 끝에는 수술실의 긴장감이, 그리고 환아의 얇은 대동맥을 봉합할 때의 감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이탈 모니터의 규칙적인 비프음—*삐, 삐, 삐*—과 스크럽 기계의 낮게 가라앉은 구동음이 뇌리를 맴돈다. 그 소리들은 당신에게 살아 있는 생명의 증거이자, 동시에 이곳에서 맞닥뜨려야 할 현실의 이정표다.
"의사면허 영구 박탈이라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혈관외과 치프 전공의가 붉어진 얼굴로 태블릿 PC를 들이민다. 화면에는 오늘 아침 긴급 소집된 '징계 및 임시 심의 위원회'의 안건이 떠 있다. 사유는 신의료기술 평가 및 임상시험 심의위원회(IRB)의 사전 승인을 거치지 않은 불법 무단 수술, 그리고 의료법 위반 혐의.
규정은 명확하다. 아무리 환자를 살리기 위함이었다 해도, 승인되지 않은 오프라벨(Off-Label) 기법과 미검증 수술 방식을 독단적으로 사용한 수술은 빌미를 잡히기 딱 좋은 먹잇감이다. 이사장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역이용하려 하고 있다. 영웅으로 떠오른 당신을 법과 규정이라는 차가운 칼날로 단숨에 베어내어, 병원의 통제권을 확고히 하려는 비열한 계산이다.
"이대로 가만히 계시면 저들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혀 완전히 매장당합니다. 대수술을 성공시키고도 범법자가 되실 겁니까?" 동료의 다급한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진다.
당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운 자락이 가볍게 흔들린다. 심장박동수 60회. 수술 도중 어떠한 위기 상황이 닥쳐도 유지하던 당신의 평온한 페이스다. 살려낸 아이의 심장은 지금 중환자실에서 정상적인 내압을 견디며 뛰고 있다. 의사로서의 본분은 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병원이라는 거대한 유기체에 번진 암세포를 도려내는 일뿐이다.
복도 끝, 육중한 마호가니 재질의 이사회 회의실 문이 보인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엄숙하고도 위선적인 조명이 복도 바닥을 쓸쓸하게 비추고 있다. 안에서는 이미 당신의 숨통을 끊어 놓을 단두대의 칼날을 갈고 있으리라.
주머니 속에는 이사장의 목줄을 쥘 수 있는 은밀한 무기가, 그리고 등 뒤에는 당신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된 수많은 젊은 의사들의 뜨거운 열기가 존재한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판도를 바꿀 단 한 번의 메스를 휘둘러야 한다.
당신은 회의실 손잡이에 손을 얹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심장으로 흘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