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삐-, 삐-, 삐-."
성인의 것보다 배는 빠른, 가녀리고 정직한 기계음이 9번 수술실의 무균 공기를 끊임없이 찔러댄다. 소아용 바이탈 모니터가 가리키는 하트 레이트(심박수)는 132회. 체중 겨우 8킬로그램의 서진이가 마취 가스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증거다.
당신은 미세 수술용 확대경(루페) 너머로 붉고 노란 복강 내부를 응시했다. 15번 블레이드로 신중하게 복벽을 기개하고 들어갔을 때, 수술실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어시스트로 들어온 펠로우가 마스크 너머로 거친 숨을 들이켰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소아 담도폐쇄증으로 인한 두 번째 수술. 병원 기획조정실이 '기적의 소아 희귀병 완치'라는 타이틀로 다큐멘터리 카메라까지 인근에 대기시켜 놓은 대대적인 홍보용 쇼케이스였다. 그러나 열어젖힌 아이의 간문부(Porta hepatis)에는 기적이 들어설 틈 따위는 없었다.
이전 수술의 상흔으로 생긴 섬유화 가위눌림, 그리고 선천적 변이가 뒤섞여 있었다. 간문맥(Portal vein)과 간동맥, 그리고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담도가 하나의 거대한 조직 덩어리로 시멘트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해부학적 경계를 구분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유착이었다.
"선생님, 예정된 카사이 수술(Portoenterostomy, 간문부 소장 문합술) 프로토콜대로는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조직을 아주 조금만 박리하려 해도 간문맥이 찢어질 겁니다. 소아에게 문맥 파열은 그 자리에서 즉사입니다."
펠로우의 땀 젖은 이마 위로 긴장이 흘렀다. 그의 말은 차가운 사실이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국내 학회 가이드라인에 등록된 표준 의학 기술과 도구만으로는 이 유착을 안전하게 분리하고 뒤틀린 쓸개즙 통로를 재건할 방법이 없었다.
무리하게 밀고 들어가면 대량 출혈로 아이는 테이블 위에서 차갑게 식을 것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배를 닫고 나가면 아이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다장기 부전으로 사망할 터였다.
수술실 위쪽, 유리창 너머 참관실에는 병원 기조실과 홍보팀 직원들이 초조하게 모니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명의 가치 따위는 관심 조차 없는 눈빛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아이의 생명이 아니라, 병원의 가치를 올릴 깔끔한 성공 서사뿐이었다.
당신의 손끝에서 메스가 미세하게 멈춘다. 메탈의 차가운 감촉이 라텍스 장갑을 뚫고 손가락 끝으로 전해진다.
"이대로 덮을 수는 없어."
당신의 목소리는 수술실의 냉기만큼이나 건조하고 평온했다. 감정에 치우친 동정은 서전에게 치명적인 독약이다. 오직 냉정한 계산과 정교한 칼질만이 이 작은 생명을 살려낼 수 있다.
이 교착 상태를 깨뜨릴 길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단 한 순간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가혹한 외줄 타기였다.
당신의 시선이 수술대 위의 붉은 심연과, 유리창 너머 어둠 속에 숨은 병원의 권력자들을 번갈아 향했다. 결정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