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식 수전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물이 당신의 팔꿈치 아래로 흘러내린다. 솔을 쥐고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밑까지 클로르헥시딘 소독액을 문지르는 당신의 움직임은 기계처럼 규칙적이다. 물로 거품을 씻어내며 손끝을 올릴 때, 빳빳하게 건조된 소독포의 감촉이 손가락 끝을 감싸 안는다.
병원장 취임식이 끝난 지 채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장에서 추악한 카르텔의 배후였던 전임 이사장과 외과 과장을 단두대에 세운 것은, 감정이 배제된 정교한 증거와 냉혹한 법적 수술이었다. 그들이 사법부의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던 순간에도, 당신의 머릿속은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다음 수술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자동문이 열리며 제1 수술실의 서늘한 공기가 당신의 피부를 때린다. "수술실 입장하십니다."
바이탈 모니터의 낮고 일정한 비프음(Beep-beep-)이 심장 박동에 맞춰 방 안을 채운다. 마취 가스의 미세한 약취와 헤파필터를 거친 건조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테이블 위에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내원한 60대 환자가 누워 있다. 관상동맥의 90% 이상이 석회화로 막혀, 타 병원에서는 수술 불가 판정을 내렸던 환자다.
"환자 스펙트?" "BP 110/70, HR 74회로 안정적입니다."
마취과 스태프의 목소리에는 이전에 존재하던 냉소나 불안이 없다. 오직 수장이자 집도의인 당신을 향한 굳건한 신뢰만이 흐를 뿐이다.
"10번 메스."
손바닥에 착 내려앉는 메스의 차가운 감촉. 당신은 가슴 중앙선을 따라 단숨에 절개해 나간다. 보비(Electrocautery)의 미세한 진동음과 함께 단백질이 타는 연기가 흡인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스크럽 간호사의 손끝이 당신의 눈빛 하나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메츠바움 가위, 프롤린 주삿바늘이 지체 없이 당신의 손바닥으로 날아와 꽂힌다.
과거의 이 병원은 죽어가는 환자를 돈과 권력의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꼭대기에 선 이 병원은 다르다. 외압과 탐욕으로 얼룩졌던 수술방의 공기는 이제 오직 환자의 생명 반응만을 쫓는 엄숙한 순수로 가득 차 있다.
"좌전하행지(LAD) 박리 완료. 복제정맥 우회로 문합 준비해."
미세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머리카락보다 가는 수술실을 놀릴 때, 당신의 손놀림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차가운 이성과 날카로운 손동작 끝에서, 멈췄던 심장 벽으로 마침내 새로운 붉은 피가 돌기 시작한다.
바이탈 모니터의 비프음이 더욱 건강하고 힘찬 파형을 그리며 규칙적인 소리를 낸다.
수술실 참관실의 유리창 너머에는, 당신의 수술을 숨죽여 지켜보며 새로운 의학의 시대를 준비하는 젊은 서전들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다. 당신은 가만히 고개를 들어 그 창을 바라본다. 마침내 당신이 세운 완벽한 형태의 병원이, 가장 어둡던 그곳에서 가장 빛나는 생명의 성지로 거듭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