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로비 바닥의 차가운 대리석 위로 붉은 액체가 점을 찍듯 떨어진다. 당신의 손가락 사이, 찢겨 나간 라텍스 장갑의 틈새를 타고 흐르는 것은 방금 전 사망 선언을 내린 환자의 피다.

소독약 냄새와 비린내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휴대용 바이탈 모니터의 단조로운 플랫라인 음(Asystole)이 고막을 찔러온다. 클래스 IV(Class IV) 저혈량성 쇼크. 수축기 혈압이 측정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순간, 복강 내 대량 출혈을 막기 위한 REBOA(대동맥 풍선 폐쇄술) 키트나 속도 조절이 가능한 가온 급속 수혈기(Rapid Infuser) 중 단 하나만 있었어도 살릴 수 있는 목숨이었다. 병원 이사회와 외과 수뇌부가 장비 구입 예산을 의도적으로 승인 보류하지만 않았어도, 이 허망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망 시각 04시 12분."

당신의 목소리는 빙점 아래로 내려간 것처럼 건조하고 차갑다. 슬퍼할 시간조차 서전에게는 사치다. 생사의 경계선에서 등을 돌린 환자의 차가운 이마를 덮어주며, 당신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응급실의 통유리벽 너머로 이른 아침의 푸르스름한 새벽빛과 함께 매서운 카메라 플래시들이 터져 나온다. 아비규환의 로비에서 수십 명의 응급 환자를 지혈하고 봉합해 살려낸 '광장 위의 천재 서전'이라는 찬사와, 무모하게 비멸균 구역에서 칼을 대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오만한 살인 의사'라는 낙인이 동시에 당신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재단 기획조정실이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언론의 포화가 대포처럼 쏟아지는 소리다.

피와 땀으로 젖은 흰 가운의 무게가 납덩이처럼 어깨를 짓누른다. 손가락 끝에 엉겨 붙은 말라버린 혈흔을 내려다보는 당신의 눈빛에 묵직한 가라앉음과 날카로운 이성이 교차한다.

생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이 가운을 벗어 던질 것인가, 아니면 이 죽음을 방조한 추악한 권력들의 목줄을 끊어버릴 칼을 쥘 것인가. 선택의 순간은 이미 눈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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