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문실의 이중 강화유리가 부르르 떨렸다. 먼지 쌓인 알루미늄 블라인드가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요동쳤다.
쿠구구구―!
고막을 짓누르는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한강 보급 대교 방향에서 번쩍인 적색 광원이 반사되어 강태혁의 무표정한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단순한 화약의 폭발이 아니었다. 열량을 강제로 압축해 터뜨리는 마력식 기폭 반응. 섭씨 2,000도에 육박하는 초고열이 대기 중의 수분을 순식간에 증발시키며 백색의 수증기 구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이럴 리가……."
한유란이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짚었다. 그녀의 손끝이 잘게 떨렸다. 동공은 초점을 잃고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석두 대장은 분명 내일 일몰 직후를 기습 시간으로 잡았단 말이에요. 내부 조력자가 신호를 보내면 그때 움직이겠다고……."
"계획의 가변성을 계산에 넣지 않은 네 무능이다."
태혁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그의 음성에는 미세한 동요조차 없었다. 안구 앞으로 푸른색 시스템 스크린이 기하학적인 궤적을 그리며 펼쳐졌다.
[경고: 낙원 빌딩 기준 남서쪽 1.2km 지점에서 고에너지 열역학적 붕괴 감지.] [발사체 식별: 마력 가속식 120mm 박격포탄 12발.] [도달 예정 시간: 4.8초.] [예상 타격 지점: 낙원 빌딩 정문 및 1층 로비 외벽.]
화면 속의 탄도 궤적은 붉은색 포물선을 그리며 낙원 빌딩을 향해 정밀하게 뻗어오고 있었다. 초속 340미터로 낙하하는 쇳덩어리들. 일반적인 콘크리트 건물이라면 단 한 발만으로도 기둥째 주저앉을 위력이었다.
태혁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채 창밖을 응시했다.
"한유란, 네가 제공한 정보의 가치는 하락했다. 변수가 발생했으니까."
"아, 아녜요! 전 정말 아는 대로만……!"
"하지만 계약은 소급 적용된다. 네 부모의 대피소 난방유 공급은 취소되지 않는다. 단, 연체 이자율은 재조정한다."
태혁이 몸을 돌려 심문실 철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이미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로비로 내려가는 계단참에서 신지혜가 두꺼운 태블릿 PC와 함께 마스터 키가 꽂힌 가죽 파우치를 품에 안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가빴지만, 눈빛만큼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표님, 전력망 피격 보고입니다."
지혜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낙원 빌딩의 외부 송전선로 계통도가 실시간으로 깜빡이고 있었다.
"남서쪽 1.2km 전력 허브가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마석두의 포격 부대가 송전탑 지지대를 직격했습니다. 현재 빌딩 내부 전력은 자체 비상 마도 발전기로 전환되었습니다. 유지 가능 시간은 연료 소모율 기준 72시간입니다."
"예상 범위 내다."
태혁이 계단을 내려가며 손가락을 튕겼다.
"결계 가동 마력 제어권을 100% 자가 발전으로 이관해라. 외부 전력의 유입 차단은 오히려 불순물 필터링 수고를 덜어주지."
그 순간, 머리 위 허공에서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이 발생했다.
키이이이이잉―!
포탄 12발이 빌딩 상공 50미터 높이의 반사 결계 표면에 동시에 접촉했다.
물리 법칙을 비웃는 역장이 허공에 육각형의 푸른빛 그물망을 띄웠다. 접촉 순간, 운동에너지가 보존 법칙을 무시하고 역방향으로 굴절되었다. 가속도를 그대로 품은 채, 포탄들의 탄두가 180도 뒤집혔다.
파아아앙!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포탄들이 날아왔던 궤적을 역추적하며 유성처럼 되돌아갔다.
1.2km 밖, 한강 대교 초입에 구축되어 있던 블랙 하이에나의 전방 포격 진지. 그곳에서 승전보를 기다리던 포병들의 시야에 자신들이 쏘아 올린 포탄이 다시 지상으로 내리꽂히는 기괴한 광경이 담겼다.
콰아아아아앙―!
연쇄 폭발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섭씨 2,000도의 초고열 화염이 포 진지를 통째로 삼켰다. 마력 약실이 유폭되며 장갑 차량의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찢겨 나간 철판이 보병들의 흉부를 관통하고, 고열의 열풍이 기도의 점막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질식사하는 육체들이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검게 그을려 갔다.
"괴, 괴물 같은 새끼……!"
자욱한 연기 헤치며 한 대의 초대형 장갑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궤도가 반쯤 끊어진 채 불타는 포탑을 밀어내며 전진하는 차량. 그 전면 해치 위로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나타냈다. 마석두였다. 가죽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오라가 주변의 눈발을 증기 증발시키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마력이 실린 거대한 대형 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강태혁! 야 이 쥐새끼 같은 놈아! 숨어서 계산기만 두드리지 말고 당장 기어 나와라!"
마석두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한강 전역에 메아리쳤다. 그의 눈은 광기로 충혈되어 있었다.
"네놈이 만든 그 알량한 결계가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이 대교 밑바닥까지 전부 쓸어버려도 네놈 면상이 그 잘난 의자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 있겠냐!"
그의 뒤로 수십 대의 개조 무장 차량과 300여 명의 무장 인원이 결계 외곽 경계선 바로 앞까지 포진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총기와 마도 병기들이 일제히 낙원 빌딩을 조준했다.
태혁은 1층 로비의 통유리창 앞에 섰다. 결계 경계선과의 거리는 단 30미터. 마석두의 일그러진 얼굴이 육안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대표님, 적들의 무장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지혜가 태블릿의 분석 자료를 갱신하며 경고했다.
"블랙 하이에나가 보유한 무기의 80% 이상이 군용 등급의 마력 증폭 장치입니다. 저들이 저런 고가의 장비를 대량으로 조달할 자금력은 없었을 텐데요."
"자금력이 없으니 빌린 거지."
태혁이 서늘하게 웃었다.
"지혜 씨, 아까 가져온 가죽 파우치 안의 마스터 키 로그를 열어봐라. 특히 오태식이 관리하던 하위 장부 대여 로그 중에서,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의 비정상적 원자재 인출 내역을 대조해."
지혜가 신속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마스터 키의 숨겨진 하위 장부 대여 로그가 스크린에 펼쳐졌다. 수천 줄의 데이터가 빠르게 스크롤되다가, 특정 구간에서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멈춰 섰다.
[로그 식별 코드: EXP-9921-OT] [유출 자산: 정밀 마도 강판 42톤, 마력 전도 케이블 1,200m, C급 마도 코어 18개.] [최종 인수자 서명: 'O.T.S' (오태식 대리 서명)] [실제 수취 채널: 블랙 하이에나 물류 지부.]
"이건……!"
지혜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오태식이 내부 자재를 빼돌려 블랙 하이에나에 무단으로 공급하고 있었군요? 게다가 대금은 아직 한 푼도 지불되지 않았습니다. 전부 '외상' 형식으로 장부에 기록되어 있어요."
"정확히는 '고금리 약속어음'이지."
태혁이 마스터 키를 건네받아 자신의 시스템 단말기에 꽂았다.
징―!
[시스템 알림] - 낙원 빌딩 마스터 키의 하위 장부 대여 로그 분석 완료. - 불법 무단 유출 자산의 총액: 1,420,000 마력 포인트 (이자 및 연체 가산금 미포함). - 채무 주체: 블랙 하이에나 (대표자: 마석두). - 현재 신용 등급: D- (부도 위험군).
"오태식은 이 연체 채권을 빌미로 마석두를 조종해 빌딩을 장악하려 했겠지만, 이제 그 채권의 소유자는 나다."
태혁의 눈동자에 기계적인 냉혈함이 깃들었다.
"시스템 수지타산 보정 조항 제14조를 적용한다. 대규모 무력 침략 상태를 '공격적 채무 독촉 및 전도 수거 기간'으로 임시 등재한다. 적 세력이 보유한 모든 무기 및 장비 중, 낙원 빌딩의 자산이 0.1%라도 섞여 있는 모든 개체에 대해 실시간 압류 권한을 승인한다."
[시스템 알림] - '공격적 채무 독촉 및 전도 수거 기간'이 승인되었습니다. - 대상 세력: '블랙 하이에나' 무장 집단. - 연체 채권 담보 압류 조항 제7조 (현물 즉시 회수 및 스탯 압류 권한) 활성화.
태혁은 7화에서 오태식에게서 압류했던 C급 스킬 '장거리 마력 전도'를 활성화했다.
그의 몸에서 푸른빛의 스파크가 일더니, 빌딩 옥상에 설치된 대형 마도 확성기 탑으로 연결되었다. 전력선이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태혁의 마력이 직접 도선을 타고 흐르며 스피커를 강제로 기동시켰다.
위이이이잉―!
귀를 찢는 주파수 조정음이 한강 대교 일대의 소음을 단숨에 잠재웠다. 마석두와 그의 부하들이 본능적으로 귀를 막으며 낙원 빌딩 옥상을 올려다보았다.
"블랙 하이에나의 대표자, 마석두."
태혁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한강 전역에 고압적으로 울려 퍼졌다. 너무도 차분하고 기계적인 톤이라, 마치 법정의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듯한 이질감을 주었다.
"귀하는 현재 낙원 빌딩으로부터 무단 반출된 정밀 마도 강판 및 C급 코어를 불법 점유하여 무기화했다. 이는 시스템 상거래법 제21조 및 낙원 빌딩 자산 보호 조항에 의거, 명백한 채무 불이행 및 불법 횡령 장물 취득에 해당한다."
"뭐, 뭐라고? 이 미친 장사꾼 새끼가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마석두가 도끼를 휘두르며 포효했다.
"장물? 이건 내가 내 돈 주고…… 아니, 오태식 그 새끼랑 정당하게 거래해서 가져온 무기들이다!"
"오태식은 낙원 빌딩의 대리인 자격을 상실했으며, 그의 모든 자산과 채권은 본인 강태혁에게 귀속되었다. 따라서 귀하가 보유한 무기들은 어제 일몰 시점을 기준으로 '채무 상환 지연에 따른 무조건적 담보물'로 완전 전속되었다."
태혁은 단말기의 화면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실시간 압류 절차를 집행한다. 연체 이자율 240% 적용. 담보 현물의 물리적 제어권을 회수한다."
"개소리 마라! 쏠 수 있는 건 전부 쏴라! 저 빌딩을 가루로 만들어버려!"
마석두가 비명을 지르며 명령했다.
하지만 그의 부하들이 방아쇠를 당기려던 순간, 기괴한 현상이 일어났다.
치지직! 치직!
수십 대의 장갑 차량과 무장 보병들이 쥐고 있던 마도 소총의 전원 스위치에서 붉은색 스파크가 아닌, 낙원 빌딩 고유의 푸른색 시스템 마력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억?! 손, 손이 안 떨어집니다!"
"무기가…… 손바닥에 달라붙었어요!"
[시스템 알림] - 불법 개조 마도 소총 142정의 마력 트리거 제어권 회수 완료. - 장갑 차량 12대의 엔진 격벽 내 마도 코어 강제 셧다운 시작. - 회수된 자산 가치: 412,000 마력 포인트. (잔여 채무액에 차감 반영됨).
"이, 이게 무슨 지거리야! 야! 움직여! 왜 엔진이 꺼지는 거야!"
마석두가 타고 있던 초대형 장갑차의 거대한 디젤 엔진이 쿨럭거리더니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완전히 정지했다. 차량 내부의 계기판들이 일제히 암전되었고, 오직 붉은색 경고 문구만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본 장비는 낙원 빌딩의 압류 자산입니다. 임의 조작 시 가산 이자가 부과됩니다.]
"으아아아악! 내 도끼! 내 도끼가!"
마석두가 쥐고 있던 대형 도끼의 날에 박혀 있던 C급 마도 코어가 스스로 빛을 잃으며 툭 떨어져 내렸다. 코어 내부에 저장되어 있던 마력이 공기 중으로 산산이 비산하며, 도끼는 그저 무겁기만 한 고철 덩어리로 전락했다.
순식간에 블랙 하이에나의 무장 부대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 총기는 격발되지 않았고, 장갑차들은 얼어붙은 한강 대교 위에 멈춰 선 거대한 쇠상자가 되었다.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엔진이 꺼진 차량의 내부는 순식간에 냉동고로 변해가고 있었다.
태혁은 창밖의 광경을 보며 작게 읊조렸다.
"자산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전장에 나서는 것은, 금융적으로 자살 행위와 다름없지."
로비의 유민들과 한서윤은 그 모습을 보며 전율했다. 단 한 발의 총성도, 단 한 번의 직접적인 폭력도 쓰지 않았다. 오직 서류상의 연체 로그와 시스템 권능만으로 300여 명의 무장 군단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킨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 아니었다. 거대한 은행이 불량 채무자의 집을 압류하는 가혹하고 정밀한 행정 절차였다.
하지만 마석두의 눈빛은 아직 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얼굴에 떠오른 비틀린 미소가 얼어붙은 대기보다 더 기괴하게 번져나갔다.
"크…… 크하하하! 강태혁! 네놈이 잔머리를 굴려 내 장난감들을 묶어두면 내가 여기서 얼어 죽을 줄 알았더냐?"
마석두가 코트 안쪽에서 구식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마력 작동식이 아닌, 아날로그 주파수를 사용하는 구시대의 유물이었다. 태혁의 시스템 압류가 미치지 않는 회선이었다.
"야, 뒤에 대기하고 있던 트럭들 전부 시동 걸어."
무전기 너머로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둔탁한 대답이 들려왔다.
"예, 대장. 준비되어 있습니다."
"끌고 와라. 앞 열에 촘촘하게 배치해."
마석두가 낙원 빌딩의 통유리창을 조준하며 도끼 자루를 고쳐 잡았다.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광기 어린 음성이 무전기를 타고, 그리고 한강 대교의 차가운 허공을 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태혁, 네놈 빌딩 안으로는 외부 무기가 안 통한다는 거 잘 안다. 반사 결계인지 뭔지 하는 것도 물리적인 충격만 반사하는 거겠지."
그의 신호와 함께, 다리 저편 어둠 속에서 대형 컨테이너 트럭 수십 대가 헤드라이트를 켜며 천천히 전진해오기 시작했다. 그 트럭들의 적재함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틈새로 흘러나오는 신음과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새어 나왔다.
"저 안에는 장벽 밖에서 잡아 온 노예 새끼들이 가득 차 있다. 늙은이, 어린놈, 여자 할 것 없이 아주 꽉꽉 채워왔지."
마석두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트럭째로 네놈 결계에 밀어 넣을 거다. 결계가 작동해서 트럭이 찌그러지면 안에 있는 인간 고기들도 같이 으깨지겠지. 아니면 결계를 풀고 곱게 우리를 모시든가."
그는 무전기에 대고 거칠게 명령했다.
"전 차량, 전속력으로 돌진해라! 방해되는 노예 새끼들은 그냥 밟고 지나가서 방패막이로 삼아라!"
우웅―!
컨테이너 트럭들의 엔진이 굉음을 내며 낙원 빌딩의 푸른 결계를 향해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최악의 인질 방패막이 작전. 태혁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수지타산 장부의 수치들이 급격한 변동을 예고하며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