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결산까지 남은 시간: 00:00:03] [2…… 1……] [첫 번째 일일 결산이 완료되었습니다.]
낙원 빌딩 1층 로비의 두꺼운 삼중 강화유리창 너머로, 흩날리는 눈발 속을 걸어가던 강철두의 어깨가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가 걸어간 눈길 위로 붉은색 시스템 경고 이펙트가 체인처럼 감기며 발목을 붙잡았다.
정확히 24시간 주기로 설정되어 있던 상환 계약서의 연산 회로가 태혁의 마력 전도 조작에 의해 ‘1일 마감’으로 강제 재조정된 결과였다.
[경고: 채무자 ‘블랙 하이에나’ 세력의 1차 상환 불이행 감지.] [계약서 제24조 특약 사항에 의거, 연체 이자가 실시간으로 가속 적용됩니다.] [현재 연체 이율: 분당 0.15% (복리 적용)] [누적 이자 채권이 채무자의 실시간 가용 자산을 초과할 시, 담보 압류 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됩니다.]
태혁은 콘솔 스크린에 표시되는 실시간 이자 누적 그래프를 무표정하게 응시했다. 수직에 가까운 곡선을 그리며 상승하는 적색 그래프는 마치 먹이를 올가미로 조이는 기계 장치의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옆에 서 있던 신지혜가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가슴팍에 밀착시키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의 눈동자가 태혁의 차가운 유선형 프로필과 붉게 빛나는 홀로그램 화면을 번갈아 담았다.
“대표님, 강철두의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외부 망막 센서 감지 결과, 그의 개인 단말기에 시스템 경고가 반복적으로 수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들의 기지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도보로 약 45분. 그 전에 이미 1차 임계 한계치에 도달할 겁니다.”
“예상 범위 내의 오차다.”
태혁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적 동요도 섞여 있지 않았다. 섭씨 영하 40도의 외부 한기가 유리창 표면에 서리를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빌딩 내부의 온도는 정확히 22.5도로 통제되고 있었다. 극단적인 온도 장벽만큼이나 태혁의 사고 회로는 철저히 외부 세계와 격리되어 있었다.
“빌딩 내부의 불필요한 노이즈부터 제거한다. 신지혜 실장.”
“예, 대표님.”
“낮에 지시했던 일일 장부 대조 작업의 결과 보고서를 올려라.”
신지혜가 즉각 태블릿을 조작해 암호화된 데이터 패키지를 태혁의 메인 콘솔로 전송했다. 파란색 광선이 태혁의 안구를 스캔하며 사용자 인증을 마쳤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수만 줄의 데이터 그리드 중, 특정 영역이 붉은색 음영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 7화에서 숙청당한 배신자, 오태식의 잔재였다.
“마스터 키의 가상 메모리 영역을 정밀 청소하던 중 발견한 비정상 로그입니다.”
신지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무적이었으나 미세한 긴장으로 끝이 떨렸다.
“오태식이 과거 백도어로 구축해 두었던 ‘하위 장부 대여 로그’의 일부가 세션 종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패킷을 송수신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오후 7시를 기점으로, 빌딩 1층 남서쪽 보급품 분배처의 단말기 IP가 이 포트를 경유해 외부 사설 주파수와 동기화된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태혁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공중의 홀로그램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로그 분석 완료] - 접속 권한: 하위 대여 장부 임시 계정 (ID: OTP-9921) - 최종 활성 시간: 금일 19시 42분 11초 - 데이터 유출 항목: 낙원 빌딩 일일 난방유 잔여량 및 외주 용역 배치 현황
“기생충의 촉수가 아직 완전히 잘려 나가지 않았군.”
태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지하 노역장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샤프트 모니터를 스쳐 지나갔다. 지하 3층 극저온 동토에서 부채 청산을 위해 강제 노역 중인 오태식의 생체 신호는 정상 범주 하한선에 걸쳐 있었다. 오태식 본인은 격리되었으나, 그가 파놓은 개구멍을 통해 빌딩의 핵심 정보를 빨아먹던 진짜 ‘빨대’는 아직 내부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뜻이었다.
“물리적 강제력을 집행하기 전에 시스템적 포위망을 구성한다. 신지혜 실장, 보안 요원 4명을 동행하여 1층 분배처 C구역의 전원을 차단해라. 도주 경로는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으로 제한한다.”
“알겠습니다.”
신지혜가 신속히 수신기를 켜고 대기 중이던 외주 용역 경비조에게 좌표를 전송했다.
태혁은 데스크 위의 시스템 콘솔에서 스킬 탭을 활성화했다. 오태식에게서 완벽하게 압류하여 자신의 영혼 각인에 이식한 C급 스킬, ‘장거리 마력 전도’의 아이콘이 차가운 전자기적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
“도주 속도와 시스템 제어 속도의 차이를 확인시켜 주지.”
태혁의 눈동자가 기계적인 정밀함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
오후 8시 5분. 낙원 빌딩 1층 보급품 분배처 구석의 어두운 그늘막.
두꺼운 패딩 코트를 겹쳐 입은 한 여성이 배급받은 통조림 상자 뒤편에 몸을 숨긴 채 소형 무선 단말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유란. 낙원 빌딩에 피난민으로 위장 잠입한 블랙 하이에나의 정예 정보 스파이였다.
그녀의 손가락은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은 듯 미세하게 떨렸으나, 단말기의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감각만큼은 고도로 단련된 살수답게 정확했다.
[낙원 빌딩 내부 방어 병력 교대 주기: 21:00] [남서쪽 3번 전력 제어기 허브의 마력 전송 효율 88%로 저하 확인] [기폭 장치 작동 시 전력 역류 가능성 94%……]
마지막 패킷을 전송하려던 찰나, 유란의 단말기 화면이 돌연 암전되었다.
녹색으로 빛나던 신호 송수신 아이콘이 회색으로 죽어버리더니, 그 자리에 기괴할 정도로 정교하게 디자인된 장부 아이콘과 함께 수치화된 경고문이 떠올랐다.
[경고: 인가되지 않은 외부 데이터 송출 행위 감지.] [수지타산 보정 조항 제9조(정보 자산 무단 반출 금지)에 의거, 해당 단말기의 소유권을 낙원 빌딩 관리자로 임시 이전합니다.] [접속자의 신용 등급을 실시간 검증합니다…… 검증 실패.] [신용 등급:측정 불가(불법 침입자)]
“……!”
유란의 척추를 타고 서늘한 전율이 흘렀다. 그녀는 단말기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품속에서 마력 강화 소형 단검을 뽑아 들었다. 신속하게 뒤를 돌아 도주로를 확보하려 했으나, 이미 비상계단의 철문은 둔중한 기계음과 함께 굳게 닫힌 뒤였다.
철컥!
천장의 차가운 백색 형광등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일제히 켜졌다. 그 눈부신 광선 아래로, 단정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신지혜와 무장을 갖춘 경비 용병 4명이 그녀를 반원형으로 포위하고 있었다.
유란은 단검을 역수로 쥔 채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비켜라. 뼈를 깎아내기 전에.”
유란의 경고에도 신지혜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의 발밑을 가리켰다.
“한유란. 24세. 블랙 하이에나 제3타격대 소속 정보원. 본 빌딩 임시 거주증 번호 B-0941. 맞습니까?”
유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의 진짜 이름과 소속이 이토록 완벽하게 노출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네가 도망칠 수 있는 확률은 물리적으로 0%다.”
뒤편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 강태혁의 목소리였다.
“네 발밑의 타일 보강재에는 방금 내 마력 전도 스킬이 주입되었다. 단 1mm라도 위치 에너지를 변화시킬 경우, 4,500볼트의 고압 전류가 네 대퇴동맥을 관통하도록 회로가 가동 대기 중이다. 시도해 보겠나?”
유란은 발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미세한 마력의 진동을 감지했다. 그것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발밑의 시멘트 바닥이 마치 살아있는 전선처럼 그녀의 부츠를 조여 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단검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날카로운 금속음을 냈다.
***
낙원 빌딩 4층, 임시 심문실.
이 방에는 그 흔한 철제 고문 도구도, 가죽 채찍도 없었다. 방 한가운데에 놓인 회색 철제 책상과 두 개의 의자, 그리고 천장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먼지 낀 환풍기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유란은 양손이 특수 마력 차단 수갑에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에는 강태혁이 서류 몇 장을 든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해부학 교실의 의사처럼 냉정하게 유란의 안면 근육 미세 떨림을 관측하고 있었다.
“블랙 하이에나의 훈련 수준은 생각보다 조잡하군.”
태혁이 첫 마디를 뱉었다.
“신체적 고통에 대한 내성 훈련은 받았겠지. 손톱을 뽑거나 가죽을 벗기는 방식의 고문은 네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킬 뿐이다. 그것은 비효율적인 정보 취득 방식이다. 나는 그런 구시대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유란은 입술을 꽉 깨물며 태혁을 노려보았다.
“아무것도 얻지 못할 거다. 날 죽여라. 마석두 대장님은 배신자의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시는 분이니까.”
“가족이라.”
태혁이 들고 있던 종이 서류 두 장을 책상 위에 툭 내려놓았다. 종이가 철제 책상 표면에 부딪히며 스치는 소리가 유란의 귓가를 자극했다.
“남부 연합 대피소 제4구역 C블록 102호.”
태혁이 나직하게 읊조린 주소에 유란의 호흡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소리가 방 안의 정적 속에서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네 부모가 거주하고 있는 대피소의 정식 명칭이다. 그리고 그 대피소의 소유권은 현재 블랙 하이에나의 하부 조직인 ‘동부 자원회’가 가지고 있지.”
태혁이 서류의 첫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동부 자원회는 낙원 빌딩에서 유출된 난방유와 보급 식량을 암시장에서 독점 구매하여 대피소의 난방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네가 매달 송금했던 1,200 마일리지 포인트는 그들의 ‘거주세’ 명목으로 자동 차감되고 있었지. 여기 그 송금 영수증과 시스템 대조표가 있다.”
유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 턱끝에 맺혔다.
“이…… 이걸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는 거지? 이건 하이에나 내부의 극비 장부인데…….”
“오태식이 남겨둔 마스터 키의 하위 장부 대여 로그 덕분이지.”
태혁이 건조한 미소를 지었다.
“그 백도어 포트는 양방향 통신이었다. 오태식이 자원을 빼돌리는 동안, 나는 그 포트를 역추적해 너희 조직의 금융 거래망과 자산 분배 구조를 전부 내 경영 장부에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너희는 시스템을 이용해 사기를 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적의 재무 상태를 무료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셈이지.”
태혁의 손가락이 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탁, 탁, 탁. 일정한 박자의 소리가 유란의 심장을 압박했다.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주지. 네가 ‘유진’이라는 가명으로 개설한 하부 계정은 낙원 빌딩의 공급망 우회 계약서와 연동되어 있다. 즉, 너는 법적으로 내 시스템 장부의 ‘하위 채무자’ 범주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유란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깊은 공포로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상관이 아주 크지.”
태혁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차가운 숨결이 유란의 얼굴에 닿았다.
“계약 표준 약관 제12조. 채권자는 채무자의 불법적인 스파이 행위 및 자산 유출 정황이 포착될 시, 채무자의 모든 가용 자산 및 연고자의 점유 권리를 합법적으로 압류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부로 네 부모가 거주하는 대피소의 난방유 공급을 원천 차단하고, 그들의 신용 등급을 F로 강등하겠다.”
“안 돼……!”
유란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그녀를 다시 의자에 주저앉혔다.
“외부 온도는 현재 영하 41도다.”
태혁의 목소리는 법관의 판결문처럼 단호하고 무감각했다.
“난방유가 공급되지 않는 콘크리트 대피소에서 노인 두 명이 저체온증으로 심정지에 이르는 시간은 정확히 142분이다. 내가 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태혁의 손가락이 홀로그램 화면의 적색 ‘압류 집행’ 버튼 위에 얹어졌다.
“마석두가 네 부모의 목숨을 보장해 줄 것 같나? 그가 연체 이자 폭탄을 맞고 파산해가는 마당에, 정보원 하나의 부모 따위를 신경 쓸 여유가 있을까? 아니, 그는 가장 먼저 쓸모없어진 노인들부터 눈바닥에 내다 버릴 거다. 그게 약탈자들의 생리니까.”
유란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녀의 강인했던 어깨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매질이나 살을 도려내는 고문은 버틸 수 있었다. 그것은 적대감과 증오로 정신을 무장하게 만드니까. 하지만 태혁이 가해오는 압박은 전혀 달랐다. 철저한 법적 권한과 시스템 장부의 수치를 무기로, 그녀의 삶을 지탱하던 가장 취약한 고리를 정확하게 계산해 끊어버리려 하고 있었다.
이것은 심문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설계된 합법적 도살이었다.
“제발……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말아줘요. 내가……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유란이 머리를 조아리며 오열했다. 그녀의 자존심과 충성심은 시스템의 압도적인 규격 앞에서 완벽하게 붕괴되었다.
“질문은 하나다.”
태혁이 손가락을 버튼에서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마석두가 계획하고 있는 군사 기동의 구체적인 경로와 타격 지점은 어디인가?”
유란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자백하기 시작했다.
“마…… 마석두 대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낙원 빌딩의 결제 주기가 하루 단위로 줄어들면서, 조직의 가용 자금이 전부 이자로 묶여 버렸어요. 무기 공급책들도 대금 미납을 이유로 거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도박을 선택했군.”
“예…… 맞습니다. 내일 저녁, 빌딩 결계 바깥의 모든 채굴 장비와 전력 허브를 일격에 파괴하려 합니다. 한강 보급 대교 전체에 매설해 둔 ‘초고열 지뢰’를 총동원해서 융단폭격을 가할 계획입니다. 빌딩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면, 외부의 자원 줄기를 완전히 태워버려 낙원 빌딩을 고사시키겠다는 생각입니다.”
유란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 지뢰들은 마력 폭발식입니다. 한 번 터지면 반경 2km 이내의 모든 기계 장치가 녹아내립니다. 그게…… 마석두 대장이 준비한 최종 카드입니다.”
[시스템 알림] - 적대 세력 ‘블랙 하이에나’의 핵심 작전 정보 획득 완료. - 정보의 신뢰도: 99.8% (심박수, 뇌파, 생체 저항 분석 일치)
태혁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현명한 선택이다, 한유란.”
태혁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네 부모의 대피소 계정은 낙원 빌딩의 ‘외주 용역 가족 우대’ 조항으로 편입한다. 난방유는 정상 공급될 것이며, 비용은 네가 앞으로 내게 제공할 내부 정보의 가치로 대물변제 처리한다.”
유란은 털썩 힘이 빠진 채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이제 블랙 하이에나의 스파이가 아니었다. 강태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에 물려 돌아가는, 또 하나의 철저한 부속품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쿵-!
창문 유리가 거칠게 흔들리며, 심문실의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좌우로 크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요동쳤다.
둔중하고 위압적인 폭음이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뚫고 들어왔다. 일반적인 눈사태나 괴수의 포효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화약과 마력이 결합되어 대기를 찢어발기는, 중포의 발사음이었다.
태혁의 안구 앞 홀로그램 스크린에 붉은색 경고 신호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위험: 남서쪽 1.2km 한강 보급 대교 전선에서 고에너지 반응 감지.] [경고: 다수의 마력 중포 및 초고열 지뢰가 조기 기폭 되었습니다.] [시스템 제어 구역 외부의 물리적 타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유란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 발사음? 말도 안 돼, 계획은 내일 저녁이었는데……!”
태혁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창 쪽으로 걸어갔다.
멀리 어둠에 잠긴 한강 대교 너머로, 붉은색 불꽃들이 섭씨 2,000도의 열기를 뿜어내며 기둥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마석두는 태혁의 계산보다 훨씬 더 미쳐 있었고, 훨씬 더 성급했다.
그는 파산하기 전에 판 자체를 깨부수기 위해, 이미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