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전 차량, 전속력으로 돌진해라! 방해되는 노예 새끼들은 그냥 밟고 지나가서 방패막이로 삼아라!"

마석두의 목청을 찢고 나온 무전 음성이 얼어붙은 한강 대교의 허공을 더럽혔다.

우웅―!

최소 10톤 급에 달하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 열두 대가 일제히 디젤 엔진의 가래 끓는 굉음을 토해냈다. 빙판길을 움켜쥔 스노타이어 체인이 쇠가 갈리는 비명을 지르며 회전했다. 트럭의 앞 범퍼에는 굵은 쇠사슬로 꽁꽁 묶인 남녀 유민들이 인간 방패로 매달려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영하 40도의 칼바람에 퍼렇게 질려 있었고, 속도를 높이는 차량의 가속도에 짓눌려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충격이 가해지는 순간, 낙원 빌딩의 100% 물리 반사 결계는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반사된 운동 에너지는 가장 전면에 배치된 전도체, 즉 인질들의 신체를 고기반죽으로 으깨버릴 터였다.

그것이 마석두가 설계한 잔혹한 이지선다였다.

"크하하하! 짓밟아라! 결계를 풀지 못하면 네놈 손으로 저 무고한 벌레들을 다 으깨버리는 꼴이 될 거다, 강태혁!"

마석두가 도끼 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며 광소를 터뜨렸다.

그 혹한의 폭풍 속에서도, 낙원 빌딩 1층 제어실의 온도는 정확히 영상 22.5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강태혁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데스크 뒤에 앉아 있었다. 그의 시선은 전방의 통유리창 너머로 돌진하는 트럭들이 아닌,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장부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감정은 불필요한 연산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그의 안구 표면에는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붉은색 채무 연체 수치들이 빠르게 반사되고 있었다.

"태혁 씨, 저대로 부딪치면 앞 열의 유민들은 물리법칙상 0.1초 만에 형체를 잃고 분쇄됩니다."

옆에 선 한서윤이 검 손잡이를 꽉 쥔 채 보고했다. 그녀의 호흡이 미세하게 가빠져 있었다. 인간적인 동요였다.

"알고 있다."

태혁의 목소리는 기계의 구동음처럼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했다.

"하지만 내 행동 규칙 제1조는 '빌딩 영역 이탈 금지'다. 단 1cm라도 경계를 벗어나면 내 물리 방어력은 0으로 강제 하락한다. 인질을 구하기 위해 문밖으로 나가는 변수는 애초에 연산 테이블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그냥 두고 보실 겁니까? 저 악마 같은 놈들이 결계를 방패 삼아 진입하는 걸?"

비서 신지혜가 정밀하게 조율된 서류철을 태혁의 데스크 위에 내려놓으며 끼어들었다.

"그럴 리가요. 태혁 님은 이미 12분 전에 모든 리스크의 회수 공식을 끝마쳐 두셨습니다. 지혜 씨, 우리가 지난주에 정리했던 오태식의 잔여 장부 데이터 기억하시죠?"

신지혜의 말에 태혁이 무감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신지혜가 낙원 빌딩의 마스터 키 하위 장부 대여 로그를 정리하던 중 찾아낸 명확한 이상 징후였다. 배신자 오태식이 지하 노역장으로 끌려가기 전, 백도어를 통해 낙원의 정밀 부품과 마력 자원을 외부로 유출한 물리적 증거.

그 유출된 장부의 고유 식별 번호들이 가리키는 종착지는 단 한 곳이었다.

"블랙 하이에나 무장 세력."

태혁이 태블릿 화면을 가볍게 튕겼다.

"마석두가 암시장에서 쓸어 담았다는 신형 마력 무기들과 유민들을 구속한 마력 사슬. 그것들의 근원 전력 공급 장치는 오태식이 밀거래로 넘긴 낙원 빌딩의 하위 동력원이다. 그리고 그 동력원의 소유권은 여전히 내 경영 장부에 귀속되어 있지."

`[시스템 경보: 낙원 빌딩 자산 무단 점유 및 사용 감지]` `[대상을 추적합니다... 완료.]` `[대상: 블랙 하이에나 무장단이 장착한 '마력 구속 체인' 및 '마도 돌격 소총 120정']` `[현재 상태: 연체 이자율 4,200% 돌파. 담보권 실행 요건 충족.]`

화면에 선명한 적색 경고등이 점멸했다.

마석두는 태혁이 위선적인 도덕심에 사로잡혀 결계를 해제하거나, 혹은 결계를 유지해 스스로 살인자가 되는 파멸의 굴레에 빠졌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쏴라! 돌격하면서 전방에 화망을 구성해! 빌딩 벽면의 마력 전도율을 과부하 상태로 유도한다!"

마석두의 명령과 함께, 블랙 하이에나의 정예병들이 일제히 마도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탕―!

푸른빛을 띤 마력 탄두들이 어둠을 가르며 낙원 빌딩의 결계를 향해 쏟아졌다. 탄두가 허공의 투명한 역장에 닿는 순간, 고열의 에너지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마석두는 승리를 예감한 듯 이빨을 드러내며 침을 뱉었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하는구나, 겁쟁이 새끼! 빌딩 안에 숨어서 장부나 끄적거리던 놈의 한계다!"

그의 비하 섞인 외침이 전장에 퍼져나간 순간.

태혁이 데스크 위의 엔터 키를 가볍게 눌렀다. 단 한 번의 타건음이 밀폐된 제어실 내부에 울렸다.

탁.

`[시스템 권능 가동: 경영 장부 제12조 '수지타산 보정 및 담보 연체 강제 회수']` `[명령어: 소유권 격하 및 즉각적 채무 상환 압류]`

그 순간, 돌진하던 컨테이너 트럭의 전면에 기괴한 현상이 발생했다.

유민들의 온몸을 칭칭 감고 있던 시퍼런 마력 사슬들이 일제히 붉은색 경고 빛으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사슬 내부를 흐르던 마력의 공식이 역류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규정한 '연체 상환 독촉'의 물리적 파쇄 절차였다.

콰아아앙―!

사슬이 유민들의 신체를 타격하는 대신, 사슬을 고정하고 있던 트럭의 강철 범퍼와 연결 부위를 조각조각 부수며 폭발했다. 정밀하게 유도된 폭작 에너지는 인간의 피부에는 단 1밀리미터의 흠집도 내지 않은 채, 오직 마력 사슬 자체의 분자 결합만을 완전히 해체해 버렸다.

"어, 어어?! 사슬이 왜 터져?!"

트럭 운전수들이 경악하며 핸들을 꺾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범퍼가 통째로 날아간 트럭들은 접지력을 잃고 빙판길 위에서 사정없이 미끄러졌다.

동시에 공중을 날아가던 마력 탄두들의 표면에서 블랙 하이에나의 소유 표식인 늑대 문양이 모래처럼 부스러져 내렸다.

`[시스템 메시지: 날아오는 투사체의 마력 제어권을 소유권 이전에 따라 압류합니다.]` `[물리 에너지 반사율 100% -> 마력 에너지 흡수 및 재분배 100% 전환]`

역장에 부딪힌 백여 발의 마력 탄두들이 반사되는 대신, 결계의 푸른빛에 그대로 스며들며 소멸했다. 마석두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크게 흔들렸다.

"뭐, 뭐야? 왜 충격파가 반사되지 않지? 왜 저 새끼들이 멀쩡한 거야?!"

"마석두."

낙원 빌딩의 외부 확성기를 통해 강태혁의 정밀하게 정돈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것은 전장의 소음을 집어삼키는 절대적인 관조자의 목소리였다.

"너는 시장의 기본 질서를 간과했다. 네놈들이 쥐고 있는 무기의 전력 허브와 마력 코어는 원래 내 소유다. 오태식의 불법 대여 로그를 통해 유출된 장부 자산이지. 고로, 나는 해당 무기들의 최종 채권자다."

"채, 채권자...? 그게 무슨 개소리야!"

"쉽게 설명해주지. 이자는 이미 원금을 초과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부로 네놈들의 모든 무장과 장비에 대한 소유권을 낙원 빌딩으로 즉각 압류한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블랙 하이에나 조직원들이 들고 있던 마도 소총들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징―! 징―!

"악! 뜨거워! 손, 손이 타들어 갑니다!"

"무기가 제멋대로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어요! 대장!"

조직원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마력 소총의 개머리판과 총열에서 뿜어져 나온 고열의 전류가 사용자의 손바닥 가죽을 해부학적으로 지져버리며 강제로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타들어 가는 고통에 조직원들이 무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철그렁! 철그렁!

눈눈이 쌓인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소총들의 표면에 새로운 낙인이 새겨졌다. 그것은 낙원 빌딩의 소유를 증명하는 황금빛 문양이었다.

`[시스템 등록 완료: 공급망 환수 장비 - 마도 소총 120정]` `[소유주: 강태혁]` `[사용 권한: 낙원 빌딩 등록 용병 및 계약 유민에게 즉시 양도]`

"지금이다."

태혁의 명령이 한서윤의 무전기로 전달되었다.

"서윤 씨, 외부 외주 채굴 팀과 해방된 유민들에게 무기 제어권을 양도했다. 청소를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사장님!"

한서윤이 빌딩 정문을 열고 돌진했다. 그녀의 뒤로 낙원 빌딩의 정식 외주 용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진짜 충격적인 반격은 배후에서 시작되었다.

사슬에서 풀려난 난민들이 바닥에 떨어진, 이제는 낙원의 소유가 된 마도 소총들을 집어 들었다. 평소라면 마력 적합도가 낮아 다루지 못했을 무기들이었지만, 태혁의 경영 장부가 부여한 '임시 사용권' 덕분에 그들의 손안에서 완벽하게 기동했다.

"이 빌어먹을 약탈자 새끼들! 죽어라!"

"우리 가족을 죽인 대가다!"

탕! 타타탕!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쓰려던 난민들이 일제히 총구를 돌려 박해자들의 심장을 겨누었다. 배후 공격 전열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마석두의 정예병들은 자신들이 자랑하던 무기에 심장이 뚫리고, 머리가 날아가며 비참한 시체가 되어 빙판 위를 굴렀다.

피와 화약 연기가 대기를 가득 채웠다.

단 3분의 시간 동안, 마석두가 이끌고 온 300여 명의 무장 군단 중 80%가 소멸하거나 무력화되었다. 폭력이 아닌, 철저히 규격화된 시스템 채무 관계가 만들어낸 완벽한 자멸이었다.

마석두는 피칠갑이 된 부하들의 시체 정중앙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의 오른팔에 들려 있던 거대한 도끼조차 이미 마력이 전부 회수되어 평범한 쇠붙이로 전락해 있었다.

"강태혁... 네놈이... 감히 나를...!"

마석두의 이빨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의 오만한 눈빛은 이제 이성적인 사고를 잃은 짐승의 광기로 완전히 대체되어 있었다.

"나는 블랙 하이에나의 수장 마석두다! 이따위 장부 쪼가리에 내 목숨을 내줄 것 같더냐!"

그가 도끼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심장 부근의 살가죽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혈관이 검붉은 색으로 요동치며 피부 표면으로 튀어나왔고,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며 주변의 눈과 얼음이 순식간에 기화해 자욱한 안개를 만들어냈다.

치이이익―!

"저건...?"

제어실 모니터를 바라보던 신지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생명력을 마력으로 치환하는 금지된 스킬입니다! 자신의 심장을 태우고 있어요!"

`[위험 경보: 대상 '마석두'가 불법 시스템 프로토콜을 가동합니다.]` `[스킬명: 불멸의 악마 계약 - 혈염의 낙인 (A급 - 변이)]` `[경고: 해당 스킬은 사용자의 최대 수명과 영혼을 등가교환하여 모든 물리/마법 방어력을 관통하는 개념적 침식력을 생성합니다.]`

마석두의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로 검붉은 혈염의 날개가 돋아났고, 그의 안구는 완전히 타오르는 불구덩이처럼 변했다.

"크으으으... 강태혁! 네놈의 그 건방진 결계와 함께, 이 빌딩 통째로 지옥으로 보내주마!"

그가 대기를 찢는 포효와 함께 낙원 빌딩의 정문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아스팔트가 용암처럼 녹아내렸다.

개념적 침식. 100% 물리 반사 결계조차 무시할 수 있는 차원의 붕괴가 빌딩의 푸른 역장을 향해 무섭게 쇄도하고 있었다.

태혁은 조용히 창고 인벤토리의 한 구석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채유리가 제조해 봉인해 두었던, 아직 제어되지 않은 붉은색 코어가 미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불안정한 열량 폭작 코어.'

태혁의 손가락이 새로운 함수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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