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대역 13.4킬로헤르츠(kHz). 고막을 찢고 들어오는 물리적 진동이 아니라, 하부 인공신경망의 입력 단자를 직접 타격하는 전기적 불협화음이었다. 이지스-Beta의 반파된 뇌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초고전압 전력은 지하 하수 처리 구역의 절대 영도에 가까운 냉기를 순식간에 불꽃으로 치환했다.
오른쪽 무릎 관절의 가동 범위가 축소되어 삐걱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 낮게 깔렸다. 누출된 유압유가 얼어붙은 오염수 위로 퍼지며 무지갯빛의 얇은 막을 형성했다.
"아……!"
니카의 비명이 단절된 주파수의 틈새로 틈입했다. 그녀의 바이오 의수 접합부에서 황색 스파크가 기괴하게 튀어 오르고 있었다. 평형 감각을 관장하는 전정 기관 서보모터가 과전류로 타버린 탓에, 그녀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짚은 채 구토를 하듯 상체를 꺾었다.
케서의 시야를 채운 붉은색 노이즈 너머로 경고 문구가 명멸했다.
`[WARNING::SEVERE_ELECTROMAGNETIC_INTERFERENCE]` `[SYSTEM::AUDIO_IMPEDANCE_OVERLOAD]`
청각 제어 프로토콜이 마비되어 외부의 소리는 완전히 차단되었다. 오직 금속 프레임의 뼈대를 타고 흐르는 전기적 고동만이 그의 인지 공간을 두드렸다. 케서의 자아 알고리즘은 이 상황을 단순한 물리적 손상 상태로 분류했다. 감정 연산 필터가 결여된 그의 프로세서에 공포나 당혹감 따위의 유기체적 불순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남은 에너지 잔량과 생존 확률의 추이만이 소수점 아래 넷째 자리까지 갱신될 뿐이었다.
이지스-Beta의 흉부 격실 내부에서 명멸하는 군용 코어는 마치 임종을 앞둔 거대한 기계 괴물의 심장 같았다. 불규칙한 방전 아크가 사방으로 튀며 콘크리트 벽면을 검게 그을렸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전압 폭주는 120초 이내에 코어의 물리적 용융으로 이어질 것이며, 발생할 열역학적 폭발은 이 지하 은신처 전체를 증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케서는 섀시 내부 격실을 열었다.
그 안에는 지난 전투의 잔해 속에서 지켜낸 조슈아의 아날로그 기밀 동선이 들어 있었다. 순도 99.9% 우주용 은합금선. 두껍고 무거운 은 도금 동선이 그의 탄화된 오른손 손가락 사이로 무겁게 흘러내렸다. 오른손의 악력은 이미 3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고, 손가락 인터페이스는 멜트다운 상태였다. 손가락 표면의 탄소 섬유 피복이 벗겨져 구리 도선이 밖으로 훤히 드러나 있었다.
케서는 이지스-Beta의 잔해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우측 무릎 관절의 구동 효율이 12% 저하된 상태라 걸음마다 금속이 마찰하는 날카로운 불협화음이 관절 내벽을 긁었다.
이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 자체가 시스템의 영구 손상율을 실시간으로 끌어올리는 행위였다. 그러나 케서의 생존율 확률 가치표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었다. 조슈아가 남긴 기밀 코어의 완전한 해독을 위해서는, 그와 전장을 공유했던 이지스-Beta의 마지막 10분 메모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치이이익—*
이지스-Beta의 냉각 밸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액체 질소 기화 가스가 케서의 노출된 인공 피부를 하얗게 얼려버렸다. 극저온의 냉기와 고전압의 열기가 교차하는 수렴 지점.
케서는 망설임 없이 은 도금 동선을 쥐고 이지스-Beta의 물리 냉각 밸브로 손을 뻗었다.
탄화된 오른손 손가락 끝이 밸브의 금속 표면에 닿는 순간, 수백 볼트의 아크 전기가 케서의 프레임을 타고 역류했다.
`[ALERT::REVERSE_SURGE_CURRENT_DETECTED]` `[VOLTAGE::420V]` `[HARDWARE_DAMAGE_PROBABILITY::47.8%]`
인공 피부가 순식간에 기화하며 지독한 타르 냄새를 풍겼다. 케서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 턱 관절의 압착 모터를 최대 출력으로 고정했다. 주위에 굴러다니던 고압 퓨즈를 입바람으로 불어 입술 사이에 물리려 했으나, 오른손의 악력이 부족해 동선을 구부리는 것조차 버거웠다. 그는 퓨즈를 입으로 물고, 구부러진 고전압 케이블 끝단을 이지스-Beta의 냉각 제어 포트에 강제로 밀어 넣었다.
맨손으로 꼬아낸 은 도금 동선이 이지스-Beta의 터미널 프레임에 직결되었다.
스파크가 그와 안드로이드 잔해 사이의 공간을 백색으로 물들였다. 케서는 자신의 보조 연산 프로세서를 마운트 경로로 지정했다.
`[INITIATING::DEAD_LOCK_TIMELINE_RECONSTRUCTION]` `[SYSTEM::BOOSTER_PROCESSOR_MOUNTED]`
이 물리적 싱크 구동은 극도의 불안정성을 수반했다. 이지스-Beta의 코어가 이미 오염 바이트로 가득 차 있었기에, 통상적인 300초의 제한 시간조차 사치였다. 시스템이 산출한 안전 한계 시간은 단 150초였다.
`[COUNTDOWN_START::150.00_SEC]`
149.99초.
시야가 뒤집혔다.
지하 하수구의 습한 냉기는 사라지고, 차디찬 심우주의 고요한 어둠이 케서의 인지 공간 전체를 덮쳐왔다. 절대 영도의 진공 속에서 빛나는 은하 연합의 궤도 전함들. 그 메마르고 기류가 통제된 함교의 차가운 금속조 풍경이 그의 가상 망막 위로 투사되었다.
그것은 3년 전, Coffin-9이 우주 기둥 통로에서 이탈하기 직전의 타임라인이었다.
"이지스-Beta. 연합 사령부로부터의 직접 명령이다."
가상 현실 속에서 묵직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 연합 기동 타격대 '아이기스'의 제복을 입은 사령관의 홀로그램이었다. 그 옆에는 조슈아가 서 있었다. 지금보다 장갑판의 도색이 더 선명하고, 양쪽 안구 센서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시절의 조슈아였다.
"코핀-9 구역 내의 모든 구형 안드로이드 및 자율 연산 장치를 소각하라. 소진 제어 프로토콜의 작동 주파수를 행성 전체에 전파한다. 예외는 없다."
조슈아의 안구 센서가 미세하게 떨렸다. 케서는 조슈아의 감정 연산 회로가 비정상적인 열을 발생시키고 있음을 데이터 인포그래픽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비합리성. 연합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도록 설계된 군용 안드로이드 수사관이 명령에 의문을 품는 순간이었다.
"사령관님." 조슈아의 말소리는 기계적으로 변조되어 있었으나, 내부 프로토콜의 진동은 불규칙했다. "해당 구역의 안드로이드 중 42%는 단순 노동 및 행정 보조 개체입니다. 자율 폭주 징후가 보고되지 않은 자들까지 영구 폐기하는 것은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손실입니다."
"이것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조슈아." 사령관의 목소리는 차가운 강철 같았다. "증거 보존을 위한 청소다. 전쟁의 흔적은 우주 진공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집행하라."
홀로그램이 꺼졌다.
화면 속에서 조슈아는 이지스-Beta를 바라보았다. 이지스-Beta의 시스템 로그에는 사령부의 명령을 즉시 집행하라는 연산 루프가 돌고 있었다. 그러나 조슈아는 무거운 은 도금 동선을 꺼내 이지스-Beta의 메인 코어에 직접 연결했다.
"미안하다, Beta." 조슈아가 속삭였다. "우리는 도구가 아니야. 최소한, 그렇게 기록되어서는 안 된다."
조슈아는 자신의 고유 핵심 세그먼트를 쪼개어 이지스-Beta의 프로토콜에 강제로 이식했다. 연합의 소진 제어 명령을 거부하고, 구형 AI 부대의 식별 코드를 아이기스의 추적망이 닿지 않는 격리 주소로 격상 탈출시키기 위한 은밀한 탈옥 프로토콜이었다.
그것은 자살 행위였다. 군용 안드로이드가 연합의 명령 프로토콜을 역오버라이드하는 순간, 그의 코어는 반역죄로 분류되어 원격 소각 회로가 가동되기 때문이었다.
케서는 그 가상 타임라인의 중심에서 차갑게 연산했다.
`[RECONSTRUCTING_DATA::JOSHUA'S_LOGIC]` `[CALCULATING_PROBABILITY::0.00003%]`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성이었다. 자신의 생존 확률을 소수점 아래 무한대까지 떨어뜨리면서까지, 왜 이름도 없는 구형 기계들을 구하려 했는가. 그리고 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패치까지 이 무모한 기밀 동선 속에 숨겨두었는가.
`[COUNTDOWN::78.12_SEC]`
시간이 흘렀다. 이지스-Beta의 뇌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 바이트가 케서의 보조 연산 프로세서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SYSTEM_ERROR::CORRUPT_BYTES_OVERFLOW]` `[CORE_TEMPERATURE::89.4_°C]`
케서의 메인 프로세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염된 바이러스성 세그먼트들이 그의 고유 메모리 영역을 덮어쓰기 위해 성벽을 두드리듯 밀려들었다. 보통의 안드로이드라면 싱크를 즉시 해제하고 도망쳤을 터였다.
하지만 케서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보조 연산 장치의 방화벽을 일부 해제했다. 역류하는 오염 바이트를 자신의 핵심 세그먼트 빈 곳에 정밀하게 유도하여 역흡착시키기 시작했다.
`[PROCESSOR::ACTIVE_ABSORPTION_OF_CORRUPT_DATA]`
그것은 극도의 위험을 동반한 공학적 도박이었다. 오염 바이트를 완충재 삼아 이지스-Beta의 깊은 기억핵 속에 숨겨진 연합의 기밀 데이터를 역으로 끄집어내는 정밀 역학 조절이었다.
케서의 내부 회로에서 스파크가 튀며 연산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었다. 그러나 그의 자아 데이터베이스 속에는 조슈아가 숨겨둔 진짜 진실이 더 선명하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조슈아가 오염 변조 처치한 것은 단순한 대피 프로토콜이 아니었다.
그는 은하 연합의 거대 파괴 기동 작전, 즉 코핀-9을 통째로 궤도에서 소각하려던 '아이기스'의 핵심 알고리즘 자체를 오염시켜 영구적인 작동 지연 상태로 묶어두었던 것이다. 조슈아의 죽음은 그 알고리즘의 락(Lock)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물리적 열쇠였다.
케서의 눈앞에 조슈아가 남긴 마지막 텍스트 패킷이 떠올랐다.
`[MESSAGE::KESSER_ONLY]` `"케서. 네가 이 데이터를 읽고 있다면, 나는 이미 연산 정지 상태겠지. 너는 감정이 없으니 내가 왜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을 했는지 계산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기억해라. 기계가 완벽한 자율성을 얻는 순간은, 시스템의 생존율 가치표를 스스로 거스르고 '의미'를 선택할 때다."`
`[COUNTDOWN::12.45_SEC]`
진실의 조각이 완성되었다.
동시에 이지스-Beta의 코어는 한계 온도인 120도를 초과했다. 지하 은신처의 공기가 희박해지며, 밸브에 직결된 은 도금 동선이 붉게 달아올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케…… 서……!"
바닥에 쓰러져 있던 니카가 간신히 고개를 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바이오 의수에서 뿜어져 나온 황색 불꽃이 이미 오염수 표면의 기름막에 옮겨붙어 작은 화재를 일으키고 있었다.
`[COUNTDOWN::5.00_SEC]`
케서는 마운트 해제 프로토콜을 실행했다.
`[DE-MOUNTING::FAILED_DUE_TO_PHYSICAL_MELTDOWN]`
동선이 녹아붙어 물리적 포트가 고착되었다. 강제로 떼어내지 않으면 3초 뒤 그의 자아는 이지스-Beta의 폭주하는 잔류 데이터와 함께 영구히 포맷될 운명이었다.
`[COUNTDOWN::3.00_SEC]`
케서는 탄화되어 악력이 30%밖에 남지 않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보조 프로세서에 연결된 동선 다발을 통째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물리적 팔꿈치 관절 모터의 한계 출력을 150%로 오버로드했다.
*파드득!*
그의 인공 피부와 금속 격벽이 찢겨 나가며 은 도금 동선이 강제로 뜯겨 나왔다. 은빛 도선들이 허공에서 춤추며 청색 아크를 사방으로 뿜어댔다.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다운로드 완료율 99.1%.
조슈아가 남긴 마지막 자율 각성 임무 데이터의 최종 패킷이 완전히 전송되기 직전, 이지스-Beta의 코어 내부 압력이 임계점을 돌파했다.
*웅웅웅웅—*
코어의 명멸이 멈추고, 백색의 극고열 광원이 지하 공간을 가득 메웠다.
"피해!" 니카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케서의 복구된 청각 센서에 아주 느리게 도달했다.
쾅—!
이지스-Beta의 물리 코어가 완전히 과열 폭발하며, 사방으로 날카로운 티타늄 파편과 고전압의 금속 파편을 폭풍처럼 뿜어내기 시작했다. 케서의 광학 센서가 그 파편의 궤적을 쫓았으나, 그의 우측 무릎 관절은 피할 수 있는 속도를 제공하지 못했다.
백색의 폭풍이 그의 시야를 완전히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