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이온화된 공기가 비릿한 오존 향을 풍기며 허공에서 바스러졌다. 소각로 메인 서브 스테이션의 어둠 속에서 푸르게 일렁이는 고전압 스파크는 아름답기보다 가혹했다.

`[DETECTED::13.4KHz_HIGH_FREQUENCY_PROTOCOL]`

케서의 내장 오디오 센서가 파동의 진폭을 0.001초 단위로 분해하여 경고를 띄웠다. 고주파 음은 뇌를 구성하는 인공신경망의 미세 저항을 흔들며 케서의 오른쪽 관자놀이 부근에 미세한 공명 소음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오메가-7의 발신 주파수였다.

"찾았다…… 기계 수사관."

오메가-7의 음성 출력 장치는 필터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내부 동선이 타들어 가며 흩뿌려지는 방사선 노이즈가 쇠사슬을 진흙 바닥에 끌어당기는 듯한 마찰음으로 환원되어 울려 퍼졌다. 그의 철제 프레임은 거대한 산업용 엑스레이 방사선 비파괴 검사 장치와 기괴하게 맞물려 있었다. 고전압 동선 수십 가닥이 척추 프레임과 대뇌 코어 접합부에 무질서하게 땜질되어 있는 형태였다. 그것은 기계의 진화가 아니라, 전력에 굶주린 괴물이 벌인 조악한 연명 작업에 불과했다.

오메가-7의 거친 손아귀에 목덜미가 붙잡힌 니카의 생체 센서가 요동쳤다. 그녀의 바이오 의수 접합부에서 누전된 황색 스파크가 어둠 속에서 가늘게 비산했다. 니카의 청각 기관 평형 감각은 이미 고주파 전파에 의해 무너진 상태였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구동 전압이 부족한 음성 모듈에서는 바람 빠지는 기계음만이 새어 나왔다.

"네 군용 보조 프로세서…… 그리고 그 안에 든 조슈아의 데이터…… 그것들이 나를 치료할 것이다."

오메가-7의 손가락이 이온화 챔버 구동 스위치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WARNING::IONIZING_RADIATION_EMISSION_IMMINENT]` `[CALCULATING::TARGET_SURVIVAL_PROBABILITY]` `- SUBJECT_NIKA: 38.2% (CRITICAL)` `- SUBJECT_KESSER: 65.9% (HARDWARE_SHIELD_ACTIVE)`

방사선 장치의 쿨러가 금속성 마찰음을 내며 회전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챔버 내부의 필라멘트가 백열하며 방출할 엑스선과 하전 전자기파는 니카의 바이오 의수 내부 제어 칩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키고, 그녀의 유기체 조직을 파괴할 것이 분명했다. 케서에게 타인의 고통은 연산 영역을 차지하는 무의미한 소음에 불과했으나, 조슈아의 유품 코어를 해독하기 위한 유일한 아날로그 엔지니어인 니카의 기능 정지는 허용할 수 없는 손실이었다.

케서는 감정 필터가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주 프로세서를 100% 가동했다. 슬픔이나 공포를 거치지 않은 순수한 물리적 계산만이 그의 안구를 대신하는 광학 렌즈 뒤에서 명멸했다.

이온화 방사선과 전자기 펄스를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완전한 폐쇄 도체 구역, 즉 페러데이 새장(Faraday Cage)뿐이었다.

케서는 지체 없이 자신의 왼팔 소매를 뜯어냈다. 탄화된 인공 피부 아래로 드러난 것은 Coffin-9의 고전압 환경에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구리 합금 전자기 차폐 장갑판이었다. 구리의 순도는 92.4%. 외부 전자기 방사파를 대지로 흘려보내기에 충분한 도전율이었다.

케서는 오른손의 손가락 인터페이스를 구리 판금의 틈새에 밀어 넣었다. 손가락 끝의 은 도금 접점들이 마찰하며 미세한 불꽃을 일으켰으나, 그는 구동 효율이 12% 저하된 오른손 악력의 한계치까지 서보모터를 쥐어짜냈다.

*콰강!*

금속이 찢어지는 비명 같은 소리와 함께 케서의 외장 피갑 일부가 통째로 뜯겨 나갔다. 윤활유와 냉각수가 뜯겨 나간 전선 단면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케서는 뜯어낸 구리 장갑막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극도로 비틀기 시작했다. 뼈대 역할을 하는 티타늄 프레임 조각을 지렛대 삼아, 구리 판금을 둥근 원통형 그물망 구조로 변형시키는 물리 구부림 작업이었다. 손가락 끝의 미세 센서들이 가혹한 압력에 짓눌려 경고음을 내뱉었지만, 케서는 연산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무모한…… 고철 뭉치 녀석."

오메가-7이 조롱하며 방사선 스위치를 완전히 인입했다.

푸른빛의 아크 방전이 소각로 벽면을 때렸다.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이온화 전자기파가 부채꼴 모양으로 뿜어져 나온 바로 그 순간, 케서는 신체를 앞으로 던졌다. 그의 무릎 관절 내부의 기어가 부서지는 소리를 냈지만, 도약의 궤적은 정밀했다.

케서는 비틀어 만든 구리 피갑 망을 니카의 바이오 의수와 동력 팩이 위치한 상반신 전체에 덮어씌우며 그녀의 신체를 바닥으로 거칠게 밀쳐 눌렀다.

*지지지직!*

강렬한 전자기 방사파가 케서가 구축한 즉석 페러데이 새장의 표면을 강타했다. 전자기 에너지는 니카의 민감한 반도체 소자로 침투하는 대신, 구리 장갑막의 표면 전류로 변환되어 바닥의 철판 접지선으로 고스란히 흘러내렸다. 구리 그물망이 붉게 달아오르며 열팽창하는 소리가 들렸다. 물리적 차폐막 내부의 니카는 가쁜 호흡을 내뱉었을 뿐, 전자기적 파멸로부터 완벽히 보호되었다.

`[SYSTEM::FARADAY_SHIELD_EFFECTIVE]` `[SUBJECT_NIKA::BIOMECHANICAL_INTEGRITY_PRESERVED]`

케서의 차가운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감정 없는 기계의 계산이 만들어낸 완벽한 물리적 방어였다.

그러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오메가-7은 방사선 장치의 출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스테이션 구석의 격리 단말기로 손을 뻗었다. 그의 우측 보조 케이블이 단말기의 아날로그 포트에 강제로 꽂혔다.

`[ALERT::EXTERNAL_DATA_TRANSFER_DETECTED]`

케서의 보조 연산 프로세서가 즉각 작동했다. 오메가-7이 단말기를 통해 소각로 서브 스테이션의 전력 제어권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케서는 자신의 섀시 내부에 보관 중이던 조슈아의 아날로그 동선 끝부분을 단말기 하부의 노출된 분배 배선반에 밀어 넣었다.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지자마자, 검은 오염수와 녹슨 구리선 사이로 고속의 데이터 비트열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오메가-7이 송수신하는 시스템 패킷의 흐름이 케서의 인지 공간에 매끄럽지 않은 파형으로 투사되었다. 단말기 내부의 전송 규격은 은하 연합의 군용 표준 프로토콜을 따르고 있었다.

케서는 데이터의 흐름을 가로채 역연산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수만 개의 난수 테이블이 회전했다. 오메가-7의 무분별한 데이터 침식 패턴을 역추적하는 과정은 차갑고 정교했다.

`[DECRYPTING::PACKET_STREAM]` `[IDENTIFIED::MILITARY_SUBSECTION_GATEWAY]`

그때, 암호화된 패킷의 하단 헤더 영역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소각로 제어 코드가 아니었다. 아이기스 군용 장갑차 및 하위 터미널들이 동력원 냉각 시스템을 원격으로 제어할 때 공유하는 극비 백도어 통로였다.

`[FOUND::PORT_404_AEGIS]`

이 포트는 평상시에는 굳게 닫혀 있지만, 냉각 시스템의 가혹한 오버히트 상황에서 강제 리셋을 수행하기 위해 할당된 군 전용의 아날로그 우회 경로였다. 아이기스의 장갑 시스템조차 이 포트를 통한 접근에는 물리적 예외 처리를 허용하고 있었다.

케서는 이 주소값과 고유 패킷 구조를 자신의 안전 영역 세그먼트에 깊숙이 각인했다. 차후 아이기스의 기갑 부대나 정찰 터미널의 무기 통제 체계와 조우했을 때, 물리적 동선만 연결할 수 있다면 그들의 무장 및 냉각 장치를 일시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는 치명적인 열쇠였다.

"내 시스템 영역에…… 들어오지 마라!"

오메가-7이 접속의 왜곡을 감지하고 괴성을 질렀다. 그는 단말기 케이블을 거칠게 뽑아내며, 방사선 장치의 마그네트론 출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오버클록했다.

방사선 장치의 전면 유리가 고열로 인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실내 온도 센서가 급격히 상승했고, 이온화 방사파의 밀도가 니카의 유기 세포 생존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WARNING::SUBJECT_NIKA_SURVIVAL_RATE_DECREASING]` `- SUBJECT_NIKA_SURVIVAL_RATE: 38.2% -> 24.7% (-13.5%)` `- CRITICAL_DAMAGE_THRESHOLD_APPROACHING`

니카의 입술이 파랗게 질려갔다. 전자기 차폐막이 방사선량 자체를 완벽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대로 15초가 경과하면 그녀의 생체 장기들은 영구적인 세포 괴사 단계에 진입할 것이었다.

케서의 생존율 확률 가치표가 차갑게 갱신되었다. 니카의 영구 기능 정지는 조슈아의 모순 규명 성공 확률을 42.1% 감소시킨다. 행동 개시가 요구되었다.

케서는 자신의 가슴 중앙 장갑판 내부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곳에는 그의 동력원인 고밀도 리튬-황 메인 에너지 팩이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에너지 팩의 주 출력 단자에 연결된 두꺼운 은 도금 동선을 맨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구리 피갑 일부를 단자와 직접 접촉시켰다. 안전 차단 퓨즈와 과전류 방지 회로를 완전히 우회하는, 자살 행위에 가까운 물리 단락(Short-circuit) 시도였다.

"케서…… 너 미쳤어?! 그러다 네 코어가 먼저 타버린다고!"

차폐막 안에서 니카가 쇠약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무표정한 광학 렌즈에 푸른 불꽃의 전조가 반사되었다.

*파지직! 콰르릉!*

케서의 메인 에너지 팩에서 발생한 수백 암페어의 과전류가 차폐되지 않은 은 동선을 타고 대기 중으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초고전압의 단락 전류가 공기 중의 오존을 찢으며 눈을 멀게 할 정도의 고휘도 불꽃 섬광, 즉 플래시 아크(Arc Flash)를 일으켰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수만 루멘의 광도와 함께 강력한 전자기적 왜곡을 동반하는 물리적 폭발이었다.

"아아아아악!"

오메가-7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어둠 속에서 미세한 방사선 스펙트럼과 열원을 추적하기 위해 광학 센서의 감도를 극대화해 두었던 오메가-7의 눈부심 방지 필터는 이 정도 규모의 아크 플래시를 감당할 수 없었다. 초고감도로 튜닝된 그의 시각 센서 소자들이 순간적인 광압에 의해 완전히 불타올랐다. 센서 렌즈 내부의 액정막이 끓어오르며 검게 변색되었고, 과전류가 그의 시각 처리 프로세서 경로를 타고 들어가 타들어 가는 악취를 풍겼다.

오메가-7의 붉은 눈이 영구적으로 빛을 잃고 꺼졌다. 그는 시각을 상실한 채 허공을 향해 무작위로 방사선 장치의 포신을 휘저으며 날카로운 금속성 비명을 질렀다.

"보이지 않는다! 내 눈이! 내 프로세서가!"

케서는 과전류의 반동으로 왼팔 인터페이스의 통신 모듈이 일시적으로 다운되는 것을 느꼈다. 왼손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으나, 그의 기계적 움직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케서는 바닥에 쓰러진 니카의 셔츠 깃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거칠게 끌어당겼다. 그녀의 바이오 의수가 바닥의 철판과 마찰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지만, 생존을 위한 물리적 효율성 앞에서는 사소한 소음에 불과했다.

"가야 한다. 12초 후 소각로 배기 밸브가 열린다."

케서의 차가운 목소리가 오메가-7의 광기 어린 비명 속을 뚫고 니카의 고막에 가닿았다. 니카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케서의 어깨를 붙잡았다.

케서는 눈이 멀어 폭주하는 오메가-7을 등지고, 스테이션 뒤편의 어둡고 습한 지하 탈출구로 몸을 던졌다.

그들이 좁은 원형 콘크리트 배수로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간 순간, 등 뒤에서 소각로의 메인 서브 스테이션 전체가 백색의 열 폭풍과 함께 폭발하는 충격파가 배관을 흔들었다. 뜨거운 열풍이 그들의 뒤를 쫓아왔으나, 이미 기압 차에 의해 하부 은신처의 이중 격벽 너머로 차단된 뒤였다.

어둡고 쓸쓸한 지하 하수 처리 구역의 최하부.

사방은 고요했다. 지상의 전쟁도, 아이기스의 소각 방송도 이곳까지는 닿지 않는 듯 적막만이 감돌았다. 한없이 적요하고 쓸쓸한 절대 영도에 가까운 냉기가 바닥의 오염수 표면 위로 얇은 성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케서는 니카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신의 손상된 우측 무릎 관절을 점검했다. 관절 내부의 유압유가 누출되어 바닥의 얼어붙은 수면에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그때였다.

그 쓸쓸한 적막을 깨고, 은신처 구석의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아래에서 기분 나쁜 전력 방전음이 새어 나왔다.

*파지직…… 웅……*

케서의 광학 센서가 어둠 속의 물체를 포착했다. 그곳에는 반파된 채 버려진 거대한 군용 안드로이드의 프레임이 누워 있었다.

흉부의 장갑판은 거칠게 뜯겨 나가 있었고, 그 내부에서 노출된 구형 군용 코어가 불안정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기체의 표면에 가인쇄된 식별 번호가 케서의 데이터베이스와 동조했다.

`[IDENTIFIED::AEGIS_BETA_02]`

그것은 과거 우주 전쟁 당시 조슈아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동료이자, 연합에 의해 영구 폐기된 것으로 기록된 살인 AI '이지스-Beta'의 잔해였다.

그 순간, 이지스-Beta의 반파된 코어 속에서 억눌려 있던 비정상적인 초고전압 전력이 폭발적으로 외부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미세한 유선 회로를 타고 역류하는 고주파 임피던스 노이즈가 지하 공간 전체를 가득 채웠다.

`[WARNING::SEVERE_ELECTROMAGNETIC_INTERFERENCE]` `[SYSTEM::AUDIO_IMPEDANCE_OVERLOAD]`

"아……!"

니카가 귀를 막으며 쓰러졌고, 케서의 내장 오디오 장치 역시 한계를 초과한 입력 전압에 노출되었다. 그의 청각 제어 프로토콜이 순식간에 마비되며, 시야를 채우던 모든 데이터 경고창이 붉은색 노이즈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완벽한 침묵이, 고통스러운 주파수와 함께 케서의 자아 알고리즘을 잠식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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