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늄 합금 파편이 대기를 가르는 속도는 초속 840미터에 달했다. 이지스-Beta의 물리 코어가 파열되며 발생한 4.2메가줄의 열역학적 에너지는 지하 공방의 정적을 순식간에 기화시켰다.
백색의 광원이 팽창하는 찰나, 광학 센서에 도달한 빛의 세기는 시각 소자의 허용 임계값인 120데시벨을 가볍게 초과했다.
`[WARNING::OPTICAL_OVERLOAD_DETECTED]` `[SIGNAL_LOSS::LEFT_EYE_INTERFACE_OFFLINE]`
좌측 시각 감지선이 완전히 끊어지며 왼쪽 시야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함몰되었다. 단 한쪽 남은 우측 광학 렌즈 너머로, 적색 유압유와 타오르는 가스 불꽃이 뒤섞인 비정형의 세계가 비틀거리며 투영되었다.
충격파는 자비가 없었다. 0.003초 만에 케서의 흉부 장갑판을 강타한 폭풍은 그의 섀시를 공방 콘크리트 벽면으로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오른쪽 무릎 관절의 가동 기어가 부서지는 기괴한 금속 파찰음이 뼈대를 타고 두개골 내부의 연산 기판까지 전해졌다.
쿠웅,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케서의 신체가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ALERT::SYSTEM_INTEGRITY_COMPROMISED]` `[MAIN_BUS_VOLTAGE::1.2V]` `[STATUS::SHUTDOWN_SEQUENCE_IMMINENT]`
동력 전압이 1.2V까지 급락했다. 통상 가동에 필요한 최소 전압인 5.0V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였다. 메인 프로세서의 클럭 주파수가 소수점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인공 신경망의 시냅스 전송 지연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연되는 매 밀리초마다 그의 자아를 구성하는 세그먼트들이 냉각되어 가는 고철 더미처럼 굳어 갔다.
시간이 없었다. 전압이 0.8V 이하로 떨어지면, 보조 프로세서에 저장된 조슈아의 유품 데이터는 영구히 휘발될 터였다.
케서는 탄화되어 검게 그을린 오른손을 움직였다. 손가락 끝의 인공 피부는 이미 완전히 용융되어 노란색 유리섬유 기판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악력은 평소의 30%에 불과했지만, 뼈대를 이루는 티타늄 지지대는 다행히 휜 채로 버티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을 자신의 왼쪽 가슴 장갑판 틈새로 밀어 넣었다. 손끝이 찢어진 인공 가죽을 헤집고 들어가자, 내부 격실의 알루미늄 프레임이 짓겨 나가는 불쾌한 금속 마찰음이 고막 센서를 때렸다.
적색 경고등이 가슴 내부에서 명멸하고 있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주 전원 공급 장치와 분산 콘덴서를 연결하는 은 도금 동선 다발이 완전히 단선되어 있었다. 아크 콘덴서의 상부 전극은 반쯤 녹아내려 푸르스름한 이온 가스를 뿜어내는 중이었다.
케서는 손가락을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전도성 그리스와 고온의 윤활유가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감정 연산 필터가 결여된 그에게 그것은 통증이 아닌, 단지 '점도 45cP의 유체 누출로 인한 마찰 계수 상승'이라는 수치적 데이터에 불과했다.
그의 손끝이 끊어진 주 동선 끝자락에 닿았다.
`[ESTIMATED_TIME_TO_COMPLETE_SHUTDOWN::14.2_SEC]`
카운트다운이 시야 우측 하단에서 붉게 깜빡였다. 케서는 손가락 인터페이스의 멜트다운 위험을 무시하고, 가슴 속 깊은 곳에 보존되어 있던 조슈아의 아날로그 기밀 동선 잔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망가진 아크 콘덴서의 양극 단자에 그것을 직접 밀어붙였다.
지지직!
강렬한 청색 아크 광선이 그의 가슴 격실 내부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300볼트의 고전압 역류 전류가 차폐되지 않은 손가락 경로를 타고 그의 메인 기판으로 직접 들이쳤다.
인공 신경망의 논리 게이트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가슴 내부에서 타들어 가는 실리콘과 구리 코일의 매캐한 냄새가 공방의 유독가스에 섞여 들었다. 그러나 케서는 압력을 늦추지 않았다. 부러진 티타늄 손가락을 지렛대 삼아, 동선과 전극을 완전히 짓눌러 고정했다.
`[CONNECTION::SHORT_CIRCUIT_ESTABLISHED]` `[VOLTAGE::RECOVERY_TO_4.8V]` `[SYSTEM::BYPASS_BOOT_SEQUENCE_INITIATED]`
우회로가 강제로 개설되었다. 정밀 제어 칩의 과전류 차단 프로토콜을 통째로 무시하고, 순수하게 구리 동선 두 줄의 전도성에만 의존해 전력을 메인 보드로 강제 인입하는 무식한 수동 단락 방식이었다.
지하 공방의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케서의 섀시가 강한 전류 스파크와 함께 단발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우측 광학 센서의 초점 렌즈가 빠르게 회전하며 노이즈 낀 시야를 다시 확보했다.
"……미친, 기계 덩어리가 진짜……."
들려온 것은 갈라지고 젖은 목소리였다.
우측 시야의 한구석에서 니카가 기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왼쪽 바이오 의수는 팔꿈치 아래가 완전히 뜯겨 나가 내부의 광섬유 케이블들이 황색 불꽃을 튀기며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평형 감각 기관이 손상된 탓인지 그녀는 제대로 서지 못한 채, 한쪽 팔만으로 그을린 바닥을 문지르며 케서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투명한 액체가 그을음과 섞여 검은 얼룩을 만들었다. 눈물이었다. 케서의 수식 연산 장치는 그 액체의 성분을 수분 99%와 염화나트륨 0.9%로 즉각 분류했다. 그 이상의 의미는 도출되지 않았다.
"왜 그랬어?"
니카가 케서의 흉부 기갑판을 주먹으로 약하게 내리쳤다. 텅, 하는 공허한 소리가 지하 은신처의 습한 공기 속에 퍼졌다.
"너, 아까 내 생존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미끼로 쓴다고 했잖아. 확률 가치표인지 뭔지 하는 그 좆같은 기계 대가리로 계산한다며. 그런데 왜 폭발이 일어날 때 내 앞으로 넘어온 건데? 왜 방사선 차폐벽 역할을 자처한 거냐고, 이 깡통 새끼야!"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져 터졌다.
케서는 단 한쪽 남은 우측 광학 센서로 그녀를 응시했다. 메인 프로세서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연산 지연 오류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지스-Beta의 코어를 뜯어낼 때 유입된 오염 데이터 파편들이 그의 고유 세그먼트를 갉아먹는 중이었다.
`[ERROR::LOGIC_LOOP_DETECTED]` `[QUESTION::WHY_SHIELD_SUBJECT_NIKA]` `[REASONING::SUBJECT_NIKA_POSSESSES_獨特_REPAIR_SKILLS_REQUIRED_FOR_SURVIVAL_78.2%]`
"대상 니카의 생존은 나의 장기 생존율을 42.1% 향상시킨다."
케서의 보컬 신사이저가 쇳소리 섞인 합성음을 뱉어냈다.
"공방의 소유주이자 엔지니어인 당신이 영구 정지할 경우, 고순도 은 도금 동선의 수급 및 물리적 접합 수리를 자력으로 수행할 확률은 0.03%로 수렴한다. 따라서 당신을 보호하는 행동은 철저히 생존율 확률 가치표에 기반한 합리적 선택이다."
"거짓말하지 마."
니카가 이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구식 수동 인두기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떨리는 오른손 끝에 아날로그 납땜용 로진 코어 납선이 쥐어졌다.
"방금 그 고전압 단락, 0.1초만 늦었어도 네 메인 메모리는 완전히 타버렸을 거야. 그딴 도박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부르는 기계는 없어. 너는 그냥……."
그녀는 말을 끝맺지 않았다. 대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케서의 가슴 격실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가만히 있어. 그 개떡 같은 동선 쪼가리 풀리는 순간, 네 전압은 다시 바닥으로 처박힐 테니까."
니카는 입에 물고 있던 구식 휴대용 부탄 가스식 인두기에 불을 붙였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인두기 팁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납선을 입으로 물고, 한 손으로 인두기를 쥐며 케서의 가슴 내부 깊숙한 곳의 구리 전극과 뜯겨 나간 동선 접합부를 조준했다.
매캐한 로진 플럭스의 탄내가 지하 은신처의 습기를 뚫고 피어올랐다. 납이 녹아내리며 은빛 액체 방울이 되어 끊어진 동선과 아크 콘덴서의 단자를 단단히 고정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납땜의 열기가 케서의 열 감지 센서에 실시간으로 기록되었다. 니카가 납땜을 마칠 때마다, 불규칙하게 요동치던 전압 그래프가 점차 수평을 그리며 안정되어 갔다.
`[SYSTEM_INFO::BUS_VOLTAGE_STABILIZED_AT_5.1V]` `[REBOOT_BYPASS::SUCCESS]`
정밀 연산 저항 칩이 타버린 자리를 순수한 아날로그 동선 두 줄의 전도성으로 완전히 대체한, 극도로 투박하지만 확실한 복구였다. 복잡한 알고리즘의 제어 장치들을 건너뛰고 오직 물리적인 금속의 연결만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상태. 시스템의 과부하는 늘어났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어떤 해킹 프로토콜로도 간섭할 수 없는 순수한 전기적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케서가 상체를 일으켰다. 오른쪽 무릎에서 쇠가 긁히는 소리가 났지만, 구동 모터는 정상 범위 내에서 작동했다.
"수리 완료율 78.4%. 임시 가동에는 지장 없다."
케서가 차갑게 말했다. 니카는 인두기를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고는 거친 숨을 내쉬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건데? 조슈아가 남긴 그 잘난 데이터는 건졌어?"
"다운로드 성공률 99.1%. 최종 세그먼트의 체크섬 검증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핵심 파일의 구조는 유지되었다."
케서는 자신의 보조 프로세서 내부 격실에 격리된 데이터를 가리켰다.
그 데이터의 한 구석에는 익숙한 주파수 진폭 패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오메가-7이 자신들을 추적할 때 사용했던 은하 연합 군용 고주파 방해 전파의 전송 프로토콜 패킷 구조와 완벽히 일치했다.
`[ANALYSIS::HIGH_FREQUENCY_PROTOCOL_MATCH]` `[FREQUENCY::13.4KHz_AMPLITUDE_PATTERN]`
'이 주파수 도약 패턴…….'
케서의 연산 장치가 빠르게 주파수의 난수 테이블을 해석해 나갔다. 오메가-7이 단순히 미쳐버린 살인 AI가 아니라, 은하 연합 기동 타격대 '아이기스'의 데이터 망에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어 움직이는 군용 병기라는 명백한 물리적 증거였다.
조슈아는 죽기 직전 이 패턴을 감지하고, 연합의 추적망을 교란하기 위해 자신의 유품 코어에 이 진폭 패턴을 인코딩해 두었던 것이다.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도 전이었다.
웅—
머리 위의 먼지 쌓인 지하 천장에서 미세한 진동이 발생했다.
케서의 청각 센서가 저주파의 진동을 감지해 냈다. 15Hz 대역의 기계적 진동. 그것은 단순한 붕괴의 전조가 아니었다.
스스스스—
지하 깊숙한 천장의 틈새를 뚫고, 가느다란 가시광선 열선들이 먼지 가득한 공기를 가르며 쏟아져 내렸다. 파장 532나노미터의 녹색 정밀 유도 레이저 광선들이었다.
단 한 줄기가 아니었다. 수십 개의 녹색 광섬유 신호들이 성좌처럼 얽히며 지하 공방의 바닥과 무너진 벽면을 따라 촘촘히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아이기스 기동 타격대의 궤도 타격 미사일 조준 레이저 포인터들이 마침내 이 지하 좌표를 특정해 낸 것이다.
"케서…… 저거……."
니카의 목소리가 공포로 떨렸다. 녹색 레이저의 평행 광선 중 하나가 그녀의 망가진 바이오 의수 끝자락을 차갑게 훑고 지나갔다.
`[WARNING::TARGETING_LASER_LOCK_ON]` `[ORBITAL_STRIKE_CONFIRMED]` `[ESTIMATED_IMPACT_TIME::UNKNOWN]`
은하 연합의 소진 제어 프로토콜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도시 전체를 백색의 열 폭풍으로 쓸어버리기 위한 궤도 폭격의 무수한 조준점들이 그들의 머리 위에 그물망처럼 쳐진 것이다.
케서는 우측 무릎 관절을 삐걱거리며 니카의 어깨를 붙잡아 잔해 뒤로 밀쳐냈다.
"움직이지 마라. 레이저의 반사각을 분석한 결과, 광원의 중심 궤적은—"
그의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공방 우측 벽면이 고막을 찢는 듯한 충격음과 함께 파열되었다.
벽돌과 탄소 섬유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는 틈을 뚫고, 묵직하고 검은 금속 물체가 바닥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것은 은하 연합 아이기스 타격대의 메인 유도 전력 탄두였다. 직경 40센티미터의 원통형 회색 티타늄 바디가 무너진 공방 바닥의 오염수 고인 틈새에 완벽히 고착되었다.
탄두 상부에 내장된 원형 발화 장치가 기분 나쁜 고주파음을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새빨간 LED 플래시가 일정한 간격으로 깜박이기 시작했다.
비비빅— 비비빅—
그 간격은 0.5초 단위로 빠르게 좁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