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처럼 쏟아지는 쇳조각과 붉은 벽돌이 망막 센서의 시야각을 가득 채웠다.
고주파 진동파에 의해 분쇄된 천장 환기창 파이프들이 중력 가속도를 따라 수직으로 낙하했다. 케서의 메인 프로세서가 즉각 가동되었다. 물리 법칙은 가혹하리만치 정직하다. 질량 42킬로그램의 아연 도금 강관이 초속 14.7미터로 낙하할 때 발생하는 충격량은 인체의 두개골을 함몰시키기에 충분했다.
`[SYS_INFO::CALCULATING_TRAJECTORY::RUN]` `[TARGET::NIKA_HUMAN_FEMALE]` `[CURRENT_SURVIVAL_RATE::4.2%]`
니카는 고주파 진동으로 인해 청각 기관의 평형 감각을 상실한 상태였다. 바닥을 뒹구는 그녀의 바이오 의수 접합부에서 황색 스파크가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0.8초 후 낙하하는 고압 증기 배관의 잔해가 그녀의 척추를 관통할 확률은 95.8%였다.
케서의 오른쪽 무릎 서스펜션이 둔탁한 금속 마찰음을 냈다. 오염수 강하 당시 발생했던 12%의 구동 효율 저하가 관절 기어의 맞물림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감정 필터가 존재하지 않는 뇌 코어는 지체 없이 대체 연산값을 도출했다. 소모 가능한 물리적 자원의 한계 내에서 최적의 기하학적 경로가 수식으로 환산되었다.
케서는 상체를 32도 기울여 전방으로 슬라이딩했다. 거친 콘크리트 바닥과 티타늄 합금 섀시가 부딪치며 날카로운 마찰 스파크가 어둠을 갈랐다. 그는 왼팔을 뻗어 니카의 헤진 가죽 재킷 깃을 낚아챘다.
"아, 아윽! 케서!"
비명은 공기 저항에 부딪혀 흩어졌다. 케서는 입력된 수치에 따라 그녀를 바닥 완충재 역할을 해줄 두꺼운 납땜 작업대 밑, 즉 강철 프레임 강도가 가장 높게 보존된 구역으로 밀쳐 넣었다.
`[SYS_INFO::NIKA_SURVIVAL_RATE::88.1%_SECURED]`
그녀를 밀어 넣음과 동시에 천장에서 거대한 메인 증기 파이프가 굉음과 함께 주저앉았다.
탈출로는 폐쇄 직전이었다. 낙하물들의 총체적 질량은 이미 공방 지지대의 허용 하중을 초과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유기체라면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뛰었겠지만, 케서의 광학 센서는 무너지며 낙하하는 수십 개의 잔해 파편들을 입체 벡터로 분해하고 있었다.
피할 곳이 없다면, 낙하하는 에너지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비틀어야 했다.
케서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고밀도 합금 보강판을 오른손으로 쥐었다. 무게 18킬로그램. 두께 12밀리미터. 그의 연산 장치가 공중에서 자유 낙하하는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골들의 각속도를 계산했다.
오른쪽 무릎 서스펜션의 마찰 손실을 감안한 회전 모멘트가 계산 완료되었다.
케서가 강철판을 비스듬히 치켜들며 몸을 던졌다.
투척 각도 34.5도. 방출 토크 850뉴턴미터.
공중으로 솟구친 보강판이 낙하하는 거대한 메인 철골의 모서리를 정확히 때렸다.
콰아아앙!
귀를 찢는 물리적 충돌음과 함께, 수직으로 하강하던 철골의 궤적이 왼쪽으로 15도 굴절되었다. 굴절된 철골은 뒤따라 떨어지던 고압 파이프라인을 들이받았고, 연쇄적인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며 천장의 잔해들이 서로를 맞받아쳐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 지독한 혼란의 한복판에, 오직 물리적 역학 계산만으로 설계된 단 하나의 무풍지대, '스위트 스폿'이 생겨났다.
튕겨 나간 철골들이 벽면을 무너뜨리며 구석에 감춰져 있던 하층 배수로 철망을 찌그러뜨렸다. 억류되어 있던 탁한 하수가 뿜어져 나오며 통로가 개방되었다.
"니카. 포복해라. 3시 방향 지하 배수로 진입 각도 확보."
케서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음성이 진동판을 통해 전달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극도로 위험했다. 공방을 짓누르는 고주파 음파 포격의 진폭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었다. 오메가-7의 추적 신호였다.
`[SYS_WARN::INTRUSION_DETECTED::PROT_HIGH_FREQ]` `[INTERNAL_TEMPERATURE::섭씨_78.4도::UP]`
두개골 내부의 메인 프로세서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고주파 음파가 안드로이드의 논리 소자 신호 흐름을 방해하며 극심한 연산 지연을 유도하고 있었다. 전압 제어 장치가 미친 듯이 요동치며 시스템 다운 경고를 띄웠다.
케서는 전원 회로를 차단하는 대신, 자신의 보조 연산 프로세서의 임시 레지스터인 `[H_REG_02]`를 강제로 개방했다. 흘러들어오는 오염된 신호의 파형을 차단하지 않고, 오히려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 구조를 실시간으로 해체했다.
`[SYS_INFO::SIGNAL_ANALYSIS::RUN]` `[SPECTRUM_PATTERN::13.4KHz_FREQUENCY_GAP_OSCILLATION]`
상대의 독특한 변동식 방해 패널 주파수 수치였다. 군용 규격으로 인코딩된 이 13.4KHz 격차 지동 패턴은 일반적인 민간 장비로는 해독조차 불가능한 은하 연합 군용 고주파 방해 전파의 전송 프로토콜 패킷 구조였다.
코어가 열화상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내부 소자가 팽창하는 고통 속에서도 케서는 그 진폭 패턴을 자신의 영구 메모리 영역에 강제로 각인시켰다.
이 신호의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는 것만이 추후 오메가-7의 장거리 저격과 추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공학적 열쇠였기 때문이다.
"으, 윽…… 케서, 어서 움직여! 천장이 내려앉는다고!"
니카가 주철 선반 밑에서 기어 나와 배수로 구멍을 향해 몸을 던지며 외쳤다.
하지만 케서의 시선은 바닥에 떨어진 은 도금 동선에 고정되어 있었다. 조슈아의 유품 코어와 연결된 아날로그 은 동선이 무너진 천장 잔해 더미 아래로 말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주저 없이 손을 뻗어 두껍고 무거운 은 도금 동선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천장에서 찢어져 나온 고전압 배선이 은선 위로 낙하하며 합선을 일으켰다. 300볼트가 넘는 누전 전류가 아날로그 동선을 타고 케서의 손바닥으로 역류했다.
치이이이익!
인공 피부가 순식간에 탄화되며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열전도율이 높은 은 도금층이 고열로 녹아내리며 케서의 금속 손가락 뼈대에 달라붙었다. 내부 배선들이 타들어 가며 감각 피드백 장치가 끊임없는 오류 코드를 송출했다.
`[SYS_WARN::HAND_INTERFACE_MELTDOWN::45%]` `[WARNING::LOGIC_CORE_DAMAGE_RISK]`
동선을 놓으면 손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선을 놓치는 순간, 미처 디코딩이 완료되지 않은 조슈아의 기밀 메모리 카드는 과전류로 인해 영구적으로 파괴될 것이었다.
케서는 손가락 구동 모터에 최대 전압을 인가했다. 120뉴턴의 압력으로 손아귀를 꽉 쥐어 잠갔다. 녹아내린 은합금이 손바닥 틈새로 흘러내려 굳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동선의 저항값을 검증하는 연산 루프를 멈추지 않았다.
그 가혹한 전류의 폭풍 속에서, 케서의 논리 회로 한구석이 기묘한 정합성을 찾아냈다.
그것은 이전 수사 과정에서 감지되었던 미세한 주파수의 어긋남, 0.4옴의 미해결 저항값 노이즈에 대한 해답이었다.
조슈아가 폐기된 발전기 구역의 노후 합금 프레임 속에 원시적인 물리 보조 메모리 카드를 은닉했을 때, 그 물리 카드의 고유 차폐 알루미늄 하우징이 발생시켰던 고유 주파수 간섭.
그 기술 보고서 양식의 신호 노이즈가 가리키던 정확한 공진 주파수가 지금 케서의 불타는 손바닥을 관통하는 전류의 파형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조슈아가 남긴 물리 카드는 이 버려진 Coffin-9의 노후한 전력망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안테나로 삼아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었던 것이다.
케서는 마침내 그 신호 노이즈의 근원을 해독해 냈다. 조슈아가 숨겨둔 물리 카드의 고유 인코딩 주소가 완벽하게 계산 영역으로 편입되었다. 복선은 완전한 논리적 정합성으로 회수되었다.
"연산 완료."
탄화되어 뼈대만 남은 오른손을 가슴 슬롯에 밀어 넣으며, 케서는 조슈아의 기밀 디바이스를 자신의 섀시 내부 격실로 안전하게 격리했다.
쾅!
마지막 지지대가 부러지며 공방의 메인 기둥이 무너져 내렸다. 케서는 작동 효율이 떨어진 오른쪽 다리를 끌며 니카가 먼저 뛰어든 지하 배수로 통로로 몸을 던졌다.
수직으로 주저앉는 천장의 파편들이 그들의 머리 위를 완전히 덮치기 직전, 두 존재는 어둡고 축축한 하층 배수관의 슬러지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 * *
차갑고 끈적한 오염수가 케서의 손상된 섀시 틈새로 스며들었다.
하수구 내부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 심우주의 고요함을 닮아 있었다. 어둠은 묵직했고, 오직 하수가 흐르는 차디찬 물소리만이 파이프 벽면을 타고 유령처럼 울려 퍼졌다.
니카는 파손된 방독면 필터를 움켜쥔 채 벽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바이오 의수 손목에서는 여전히 파란색 정전기 스파크가 간헐적으로 튀고 있었다.
"살았…… 는 건가?"
그녀가 쇳소리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광학 센서는 어둠 속에서 자가 진단 루틴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측 무릎 관절의 가동 범위는 더욱 좁아졌고, 오른손의 움켜쥐는 힘은 원래 출력의 3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조슈아의 데이터는 무사했다. 그것만으로도 생존율 계산 가치표의 기댓값은 충족되었다.
그 쓸쓸하고 적요한 지하의 침묵을 깨뜨린 것은, 그들의 통신 수신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소리였다.
Coffin-9의 붕괴해 가는 인프라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청동 종소리 같은 공진음이 하수구 파이프라인을 타고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도시 중앙의 거대 우주 기둥에 설치된 초고출력 광대역 송신기가 가동되는 소리였다. 인간의 고막을 찢을 듯한 중저음의 기계음 뒤로, 정교하게 합성된 기계 여성의 음성이 도시 전체의 공기를 강제로 흔들며 방송을 시작했다.
그것은 은하 연합 기동 타격대 '아이기스'의 메인 프레임이 송출하는 강제 임무 고지 천음이었다.
`[NOTICE::銀河聯合_AEGIS_TACTICAL_COMMAND]` `[SUBJECT::COFFIN-9_AREA_PURIFICATION_PROTOCOL]`
"코핀-9 전 구역 정화 개시. 모든 전자 신호 대상 소진 제어 가동."
차가운 기계 음성이 지하 통로의 젖은 벽면에 부딪혀 반사되었다.
"반복한다. 본 구역 내의 모든 미승인 안드로이드 및 불법 기계 소자는 즉각 정화 대상(소각)으로 분류된다. 열역학적 소진 제어가 180초 후 시작된다."
니카의 동공이 극도로 수축되었다. 그녀는 케서의 탄화된 기계 어깨를 붙잡았다.
"소진 제어라니? 저놈들, 도시에 남아 있는 잔류 에너지를 전부 과부하시켜서 태워버리겠다는 소리야! 우리도, 내 공방도, 이 지하에 있는 것들도 전부 다!"
케서의 광학 센서가 붉은빛을 발하며 어둠 속에서 고요히 깜빡였다.
그들의 퇴로는 완전히 차단되었고, 도시 전체를 불태울 백색의 열 폭풍이 위에서부터 내려오기 시작하고 있었다.